프랑스는 요즘 속이 속이 아닙니다. 이래저래 불편한 상황이 연속되고 있습니다. 프랑스는 독일과 함께 유럽연합 EU를 이끄는 강대국입니다. 유럽 전통의 강호 아닙니까. 프랑스는 8세기말부터 9세기초까지 스페인을 제외한 전체 서유럽을 장악했던 신성로마제국의 샤를 마뉴대제를 배출한 나라입니다. 짐이 곧 국가라는 태양왕 루이 14세도 프랑스인이며 그 대단하다는 나폴레옹을 탄생시킨 나라도 프랑스입니다. 세계 민주주의 역사의 토대를 놓았다는 대혁명도 바로 프랑스의 작품입니다. 한때 지금 미국의 상당부분을 차지했던 것도 프랑스이지요. 루이지애나주는 바로 루이 14세의 성을 딴 것 아닙니까. 파리의 상징인 에펠탑과 노트르담 성당과 루브르 박물관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예술과 철학에서 유럽의 최강자였으며 지금도 만만치 않은 세계 영향력을 가진 나라가 바로 프랑스입니다.
그 프랑스가 요즘 심기가 매우 불편합니다. 바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때문입니다. 나토의 아주 중요한 국가인 프랑스에서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실제로 미국 다음으로 많은 군수물자를 조달하는 것도 프랑스입니다. 하지만 벌써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지 2년이 지났지만 우크라이나의 승전보는 들려 오지 않습니다. 오히려 요즘은 러시아의 맹공으로 우크라 영토의 상당한 부분이 러시아 수중에 들어간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동안 나토가 행한 것이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 되어버리고 있습니다. 프랑스는 우크라이나에 군대를 직접 보내는 방안을 심도있게 검토하고 있습니다. 파병 논란은 최근 파리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지원 회의에 참석했던 피코 슬로바키아 총리의 연설에서부터 시작됐습니다. 피코 슬로바키아 총리는 친러시아 인사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는 몇몇 나토와 유럽연합 회원국들이 우크라이나에 군대를 직접 파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극비리에 추진하려던 것이 드러나버린 것입니다. 회의를 주재한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파병 문제를 논의한 사실을 공개했습니다. 이에 대해 최근 패색이 짙었던 우크라이나는 반색한 반면에 러시아는 강하고 날카롭게 반응했습니다. 러시아는 만일 나토국들이 파병한다면 나토와 러시아가 직접 충돌할 수도 있다고 강력 경고하고 나섰습니다. 하지만 다른 나토국들은 앞다퉈 파병 가능성을 부정하고 있습니다. 나토의 파병결정은 회원국 만장일치로 결정하는 것인만큼 당장 현실화될 가능성은 거의 희박하다고 보입니다. 프랑스 입장만 곤란하게 생겼습니다.
프랑스 대통령 마크롱은 올해 47살입니다. 미국 대통령 바이든 82살 트럼프 78살 중국의 시진핑 71살 푸틴 71살에 비해 엄청나게 젊은 정치 지도자입니다. 세계 중요국 정치 리더들의 아들뻘입니다. 그래서 마크롱은 추진력이 강합니다. 프랑스 연금도 밀어부쳤습니다. 프랑스 국민들의 엄청난 반발을 샀지만 그래도 추진했습니다. 하지만 국민들의 여론은 아직 좋지 못합니다. 연금의 불씨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농민시위가 나라를 흔들고 있습니다. 이른바 농업정책에 불만을 품은 프랑스 농민들은 트랙터를 몰고 거리로 나왔습니다. 벌써 2달이상 격렬한 시위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농업용 유류 문제로 시작된 프랑스 농민들의 시위는 값싼 우크라이나 농산물 수입과 환경규제로 인한 농민들의 피곤함 등이 뒤섞이면서 유럽 전체를 격랑속으로 휩싸이게 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 국가들은 지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입장에 처해 있습니다. 농민 시위를 주도하는 것은 프랑스 농민들입니다. 프랑스 대혁명을 일으킨 프랑스인들답게 이번에도 농민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것입니다.
프랑스와 미국은 상당히 앙숙관계입니다. 예전부터 프랑스와 미국 미국과 프랑스는 서로 요상하게 비웃는 그런 관계입니다. 프랑스 대통령 마크롱은 지난해 미국에 반기를 드는 언급을 해서 세계를 놀라게 한 적도 있습니다. 마크롱은 모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유럽인이 미국의 장단과 중국의 과잉행동에 반드시 적응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여러 상황 중에 최악일 것이라고 주장한 것입니다. 프랑스 정치 리더가 미국에 대해 쓴소리를 하고 미국의 행보에 엇박자를 보이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닙니다. 그만큼 미국과의 관계가 그다지 매끄럽지 않은 것이 바로 프랑스입니다. 유럽의 대부분 국가들이 지금 미국에 대해 그다지 좋은 감정은 아니지만 프랑스는 그런 속내를 그렇게 숨기지 않는 특징이 있습니다.
지금 우크라이나를 바라보는 프랑스의 마음이 그럴 것입니다. 미국 의회에서 공화당의원들이 딴지를 거는 바람에 우크라 지원금 통과가 미뤄지고 있습니다. 우크라 입장에서는 하루가 급한데 군수물자가 바닥이 나고 러시아의 공습은 강화되니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프랑스 입장에서는 미국의 처사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나토의 일원으로 배신감이 들 수도 있을 것입니다. 미국이 러우 전쟁초기부터 미국의 재고품 군수물자를 처리하면서 엄청난 군수물자 이득을 챙긴 것부터 러시아의 침공에 그다지 적극적인 방어 전략을 내놓지 않는 것까지 마음 상하는 부분이 많았을 것입니다.
프랑스는 올해 파리 올림픽을 거행할 예정입니다. 올해 7월 26일부터 8월 11일까지 하계 올림픽이 파리에서 열립니다. 하지만 지금 프랑스 입장은 올림픽에만 전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러우전쟁이 당초 예상보다 험하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게다가 프랑스 농민들의 주축으로 유럽연합 농민시위가 격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뚜렷한 대책이 나올 수 없는 것도 현실입니다. 각국의 농민들의 입장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유럽연합 전체의 합의로 뭔가를 내놓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러다가 유럽연합이 붕괴되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유럽연합의 또 다른 축인 독일은 요즘 경제난으로 인해 자기들 코가 석자인데 다른 것 신경쓸 여유도 없습니다. 그래서 프랑스가 유럽연합을 대표할 수밖에 없지만 현실은 정말 녹록하지 않습니다. 외우내환에 빠진 모양입니다. 프랑스 대통령 마크롱의 어깨가 무거워보이고 그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진 것은 그런 이유때문입니다.
2024년 2월 28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