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국민들에게 ‘손석희’란 이름은 국내 방송 앵커의 상징적 인물이다. 젊은 세대나 기성 세대나 모두들 ‘손석희’에 대해 궁금한 점이 많다. 젊은 세대는 그가 앵커를 맡고 있는 JTBC <뉴스9> 진행과 관련해 궁금해 한다. 7080 세대는 ‘언론인’ 손석희로부터 현 정부의 언론 정책, 한국 언론 자유의 현주소, 권력과 자본에 대한 견해, 중앙일보와 삼성에 대한 생각 등에 대해 진솔한 답을 듣고 싶어 한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판은 4월호 특별 기획 ‘한국적 공론장의 위기와 가능성’의 일환으로 독자 여러분을 대신해 손석희 JTBC 보도부문 사장 인터뷰를 통해 진솔한 답변을 들어 보고자 했다. 인터뷰는 손석희 사장의 요청에 따라 서면으로 이루어졌으며 질문은 한국판 편집위원회의 서면 질문과 본지 SNS 독자들의 트위터 질문들로 구성되었다.
이번 인터뷰에서 손사장은 언론이 국가, 정부, 자본과 시민사회 속에서 긴장관계가 생기는 것을 ‘일종의 운명’으로 보았다. 중앙일보와 삼성에 대해서는 “부담을 느끼지 않으며 내 일을 할 뿐”이라고 답변하였다. 한국의 언론 자유 현주소에 대한 질문에 대해 손사장은 언론의 자유는 어느 시대든 많은 부분 제약이 따르며 늘 힘든 것이라 생각하고 접근하면 된다는 시각을 보였다.
과거 정부와 현 정부의 언론 정책을 비교하는 질문에서 손사장은 “과거나 현재나 바뀐 것은 없으며 어떻게 운영하느냐의 문제일 것”이라고 답했다. 행간 의미가 담긴 답변으로 보였다. <뉴스9>에 대한 본지 독자들의 트위터 질문에 대해 손사장은 “<뉴스9>이 차질없이 실험되어 현재는 정착단계에 있다”고 보면서, “앞으로 뉴스나 시사프로그램의 경쟁력을 높여가는 것이 과제”라고 밝혔다.
- 언론인으로서, 본인이 스스로 평가하는 ‘손석희’이라는 사람은 어떠한가.
평생 남의 평가만 받고 살아가는 직업이어서 스스로 평가하는 것은 훈련도 되어있지 않고 어색하다. 그냥 언론인 노릇을 제대로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고만 말하고 싶다.
- 경비견 내지 감시견(watch dog)이어야 할 언론이 권력과 자본의 애완견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손사장님의 견해는.
경비견과 감시견은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그러나 그 얘길 여기서 길게 하진 않겠다. 애완견은 언론이 국가나 정부, 혹은 대자본의 하위개념으로 들어간 상태를 말하고 있는데, 정치적 상황에 따라 완전히 종속되느냐 아니면 어느 정도 독립성을 갖느냐의 차이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국가, 정부, 자본과 시민사회 속에서 언론은 언제나 관찰자와 기록자의 역할을 해야 하므로 어쩔 수 없는 긴장관계가 생기는 것이고 이건 일종의 운명이다. 어느 시대, 어느 사회든 마찬가지 아닐까 한다.
- JTBC 보도 부문 사장으로서 중앙일보와 삼성의 존재가 부담스러울 때가 있지 않은가.
그런 적 없다. 삼성은 형식적으로, 내용적으로 우리와 관련이 없다고 하지만, 그렇게 말해봐야 소용없다는 것도 알기 때문에 굳이 반론하지 않을 뿐이다. 콘텍스트로 말하면 어찌 관계가 없다고 하겠는가. 그러나 거기에 부담을 느끼진 않는다. 나는 내 일을 할 뿐이다.
- JTBC 부임 이후 본인이 생각하는 ‘손석희 효과’의 순기능과 역기능은 무엇인가.
순기능 효과가 주변의 기대에 어느 정도로 부응한다고 보는지.
순기능은 우리 뉴스에 대해 보다 합리적인 시각이 많아졌다는 것이고, 역기능은 사실과 달리 바깥에는 내 역할만 너무 강조되고 있다는 것이다.
- 최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가 JTBC의 통합진보당 해산 청구 보도에 대해 중징계 재심을 기각했다. 방심위 결정에 대해 JTBC 손사장의 입장은 무엇이며 향후 어떤 대응을 할 것인가.
우리의 입장은 이미 방심위에서 수차례 진술했다. 징계가 확정되면 그 이후에는 어쩔 수 없이 소송으로 간다는 것이 회사의 생각이다.
- 일부에서는 이번 방심위 결정이 다른 경우와 비교할 때 형평성에서 어긋나 ‘손석희 손보기’, ‘케이블방송 뉴스 길들이기’의 일환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한 손사장의 생각은.
그런 시각들에 너무 좌우되면 일을 못한다. 방심위는 방심위 나름대로 입장이 있을 테고, 우리는 우리대로 무엇이 정론인가를 고민하면서 일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다가 서로 안 맞으면 갈등도 생기는 것이고, 그런 것 아닌가.
- 이전에 방송인 겸 교수로서 바라봤던 한국의 언론 자유와 현재 JTBC 보도담당 사장으로서 보는 한국의 언론 자유의 현 주소, 그 차이는 무엇인가.
다른 점은 없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언론의 자유는 어느 시대, 어느 사회든 일정부분 혹은 많은 부분 제약이 따른다. 미국의 수정헌법 1조도 시대에 따라 해석의 차이가 있어왔다. 특별히 어느 때가 더 힘들었다고, 혹은 지금이 더 힘들다고 얘기할 필요도 없다. 그냥 언론은 늘 힘든 것이라고 생각하고 접근하면 된다.
- 한국 언론의 공정 보도 확보를 위해 정부가 개선해야 할 사항은 무엇인가.
공정보도를 위해 정부가 뭘 개선해 달라고 하는 건 좀 코믹하다. 그걸 정부가 해줘야 하나?
- 현 정부의 방송 언론 정책이 과거 김대중 정권, 노무현 정권, 이명박 정권에 비교했을 때 어떤 면이 개선되지 않고 있나.
과거나 지금이나 바뀐 건 없다. 어떻게 운영하느냐의 문제일 것이다.
- 지상파 라디오와 TV, 케이블방송을 모두 경험한 언론인으로서 후배 방송인들에게 바라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각자가 열심히 하는 것이다. 그걸 도전이라고 한다면, 각자의 위치에서 도전하는 것이다.
- 시청자들에게 언론인 손석희는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그냥 ‘언론인’이었으면 좋겠다.
(다음은 본지 독자들의 트위터 질문에 대한 서면 답변입니다)
- <뉴스9>을 일종의 실험으로 얘기하셨던 기억이 있는데요. 지금은 어떤가요? 그 실험의 의도한 대로 진행되고 있는 건가요?
네, 제 생각으로는 큰 차질 없이 실험은 진행됐다고 봅니다. 지금은 실험단계가 아니라 정착단계라고 생각합니다.
- <뉴스9> 엔딩에 나오는 음악을 고르시는 기준이 무엇인가요?
엔딩음악은 시청자들을 좀 쉬게 해드리면서 뉴스를 마친다는 콘셉트였습니다. 때로는 의미도 담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울림이 클 때도 있는데 그렇다고 꼭 그런 의미를 가진 곡을 찾기 위해 매달리진 않습니다. 가능하면 크게 알려지지 않은 곡 중에 좋은 곡을 고릅니다.
- 마지막으로 뉴스가 끝나고 음악 나올 때 김소현 앵커와는 보통 무슨 이야기를 하나요? 아무래도 김소현 앵커가 언론인으로서 손앵커보다 후배의 위치라서 여러 가지 부분에 대해 묻고 손앵커는 조언을 해주실 것 같은데, 매번 궁금하더라고요~^^
가장 많이 받는 질문입니다. 별 얘기 안 합니다. 나가고 있는 엔딩곡을 왜 골랐나 하는 게 주로 하는 얘깁니다.
- 여론조사 응답률이 꾸준히 20%대가 나오고 있는 것을 보고 있습니다. 응답률이 저조한 이유와 낮은 응답률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여론조사를 하려는 취지가 궁금합니다.
요즘은 격일로 여론조사를 합니다. 대개 같은 이슈가 지속되는 경우가 많아서 매일 여론조사 소재를 찾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매일 조사에서 격일 조사로 줄였습니다.
- 손앵커 복귀 후 초반에는 뉴스 말미에 여론조사를 꾸준히 보여줬는데, 요즘에는 그 빈도가 낮아지는 모습입니다. 아울러 금요일에는 셀럽을 인터뷰하는 모습도 있었는데 요즘에는 안보이네요.
금요일 셀럽 인터뷰(유명인 인터뷰)는 가능하면 토요일 메인 뉴스로 넘기자는 내부 의견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토요일이나 일요일 메인 뉴스에서 안착희 앵커가 하고 있습니다. 평일은 뉴스가 넘쳐서 아무래도 좀 어려웠습니다.
- 현재 JTBC에서 정관용 라이브와 평일 <뉴스9>을 시청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진행자의 영향력이 시청에 큰 영향을 준 것 같네요. 이와 관련해서 <뉴스9>에 집중되는 것에 대해 내부에서문제 제기는 없는지 궁금합니다.
<뉴스9>이 아무래도 메인 뉴스다 보니까 상당부분 보도국 자원이 집중되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게다가 신생 방송사이기 때문에 자원이 많지도 않은 상황에서 더 어렵습니다. 내부적으로도 이런 문제의식은 당연히 갖고 있습니다. 당장은 어려워도 차차 자원을 좀더 균형있게 배분해서 전체적으로 뉴스나 시사프로그램의 경쟁력을 높여 나가는 게 저희들의 과제입니다.
<뉴스9> 준비와 방송 등 바쁜 일과 중에도 르 디플로의 서면 인터뷰에 진지하게 임한 손석희 사장에게 감사를 표한다. 인터뷰 내용에 대한 판단은 우리 르 디플로 독자의 몫으로 남겨 둔다. 앞서 인터뷰에서 밝힌 대로 그가 언론인 노릇을 제대로 하기를 바라는데는 독자들 간에 큰 이견이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뉴스 진행 현장에서 매순간 도전하는 그의 삶이 한국 언론사에 의미있는 발자취로 이어지기를 기대해본다.
손석희
언론인. MBC 아나운서 국장과 성신여대 문화커뮤니케이션학 교수를 역임한 후 2013년 5월부터 케이블방송 JTBC의 보도부문 사장으로 <뉴스9>의 앵커를 맡고 있다.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 MBC TV <100분 토론> 등의 인기 시사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저서에 『풀종다리의 노래』(1993년)가 있다.
인터뷰어· 이종훈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판 편집주간
출처 : http://www.ilemonde.com/news/articleView.html?idxno=25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