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 그 이름의 향기
“청춘!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 설레는 말이다.”
민태원의 그 문장을 떠올릴 때마다, 나에게는 다른 단어 하나가 겹쳐 온다.
“마산!”
이 두 글자만 들어도 내 가슴은 이상하게도 두근거린다. 신문에서든, 뉴스 자막에서든, 잡지의 작은 기사 속에서든
‘마산’이란 이름을 보면, 오래된 내 기억의 문이 절로 열린다
.
나는 마산 토박이는 아니다. 출생지는 진양군 사봉면의 작은 마을, 부계리다. 그러나 국민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내려온
마산에서 나는 중학교 시절의 웃음과 고등학교의 눈물, 그리고 젊은 날의 사랑까지 모두 배웠다. 그 시절, 나의 마산은
탯줄이었고, 청춘의 전부였다.
무학산 기슭 선우골 계곡의 찬물 속에서 친구들과 발가벗고 물장구를 치던 날들, “가고파” 노래처럼 반짝이던 합포만의
바다, 봄이면 함박눈처럼 흩날리던 마고 교정의 벚꽃, 여름 더위를 식혀주던 가포 해수욕장의 바람, 그리고 바닷물이 빠
지면 게들이 춤을 추던 산호동 뻘밭… 그 모든 것이 아직도 눈을 감으면 또렷하다. 봉암다리에서 던진 낚싯줄 끝마다 꿈
처럼 올라오던 꼬시래기들의 반짝임까지도.
그런데 오늘 아침 신문에서 본 기사 한 줄이 나를 묘한 침묵 속으로 몰아넣었다.
“2025 동인문학상 수상자 ‘마산’ 소설가 김기창.”
제목은 이렇게 달려 있었다.
“고향 마산, 영광의 시대는 장례 치르고 새 시절 마중하 듯 썼다.”
그 문장을 읽는 순간, 나는 알았다. 작가 김기창도, 틀림없이 나처럼 마산의 사람일 것이다. 마산 사람이 아니고서야 저렇게
쓸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 이제 ‘마산’은 행정지도에서 사라진 이름이다. 창원이라는 커다란 이름 속에 흡수되어, 마산은 그저 과거형이 되어
버렸다. 그러나 내게 마산은 단지 지명이 아니다. 그것은 내 청춘의 냄새이며, 내 인생의 시작점이었다. 그 이름은 내 땀과
웃음, 그리고 울음이 밴 단어였다.
그래서 나는 묻고 싶다.
왜 그렇게 쉽게, 우리의 뿌리를 지우려 했던가.
조상의 숨결이 깃들고, 수많은 세대의 이야기가 스며 있는 ‘마산’이라는 이름을 왜 그렇게 가벼이 장례 치르려 했던가.
이제 그 이름은 지도에서 사라졌지만, 내 마음 속에서는 여전히 살아 있다.
무학산의 능선 위로 떠오르는 첫 햇살과 함께, 합포만의 바람결 속에서, 여름밤 파도소리와 함께 살아 숨 쉬고 있다.
오늘 나는 김기창의 『마산』을 꼭 읽어보려 한다.
그의 글 속에서, 어쩌면 나는 잃어버린 내 마산을 다시 만날지도 모른다.
비록 세상은 그 이름을 지웠다 해도,
내 안의 마산은 아직, 청춘처럼,
가슴 설레며 살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