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라 리가 3회,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2회, 코파 델레이 1회, 스페인 슈퍼컵 3회, UEFA 슈퍼컵 2회, FIFA(국제축구연맹) 클럽 월드컵 2회. 4년간 18개 대회서 13회 우승(이상 바르셀로나 시절). 캄프 누의 볼 보이는 꿈을 이뤘다. 축구 시뮬레이션 게임에서나 가능할 법한 일을 현실로 만들었다. ‘스페셜 원’ 조제 무리뉴 감독도, ‘서(Sir)’ 알렉스 퍼거슨도 단기에 이 같은 업적을 이루지 못했다. 바르셀로나를 역대 최강 팀 반열에 올린 이 남자. 타오르는 카탈루냐의 영혼, 무리뉴 감독의 라이벌 과르디올라다.
③ ‘B. 뮌헨 속옷’에 걸친
‘바르셀로나 외투’
이 때 비로소 바르셀로나식 중앙 공격이 데자뷰처럼 연출됐다. 어느덧 하인케스의 견고한 4-2-3-1은 바르셀로나 계열 포메이션(4-1-4-1, 4-3-3, 3-4-3)으로 바뀌어 갔다.
두 팀이 아약스식 4-3-3을 근간으로 삼기에 변화는 자연스러웠다.
지난해 슈퍼컵에서 티키타카로 나섰다가 도르트문트에 당한 과르디올라 감독은 전임 스태프진의 의견을 수렴해 리그 경기에서 압박 강도를 다시 높였다. 물론 기존 ‘포지션 & 포제션(점유)’ 원칙은 고수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의 B. 뮌헨은 공과 선수의 순환이 바르셀로나 시절만큼 원활하지는 않았지만 자기 진영 깊숙한 곳에서부터 볼을 돌리는 점은 무척 흡사했다.
하인케스 시절에 비해 포 백과 스리 백 사이의 유동성이 높아졌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센터백 단테를 패스 기점으로 삼고, 알라바와 하피냐로 하여금 수비 라인의 깊이와 너비를 조정하게 했다. 발 빠른 보아텡이 단테를 보좌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의 시도는 성공했다.
보아텡-단테 콤비에 마르티네스 등 한 명의 피보테가 형성한 스리 백은 꽤나 매끄러웠다.
단테는 피케의 구실을 무난히 소화했다. 단테의 2014시즌 롱패스 성공률(이하 2014년 3월 기준)은 B. 뮌헨 선수 중 가장 높은 77%였다. 공이 없는 선수들은 항시 공을 가진 선수들을 서포팅하며 단계별 포지셔닝을 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바르셀로나의 철학(포지셔닝, 측면 활성화, 간격 유지, 공수 균형, 흐름)을 바탕으로 ‘공을 통한 질서’를 유지했는데, 다섯 색깔의 중앙 미드필더(람·티아고·슈바인슈타이거·마르티네스·크로스)를 상대 팀 전술과 흐름에 따라 적시적소에 배합했다. 마르티네스(블록 형성)·티아고(창의성)·람(유기성)은 다른 방식으로 팀에 기여했다.
하인케스호보다 최종 라인이 높은 점도 특징이다. 마누엘 노이어 골키퍼가 넓은 앞마당을 깔끔히 커버한 덕에 실점은 외려 줄었다. 노이어의 선방율은 82%에 달했다. B. 뮌헨-맨유의 UCL 8강 2차전은 과르디올라 감독의 임기응변을 엿볼 수 있는 경기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평소와 달리 풀백(알라바·람)을 측면이 아닌 가운데로 올려 허리 싸움에 가담시켰다. 바르샤 시절 간혹 썼던 W-M의 복원이었다. 활로가 막히면 융통성을 발휘했다. ① 측면 크로스 → 만주키치의 머리나 ② 로번의 커트-인(Cut-in) 뒤 직접 해결하는, 전통적 해법으로 돌아갔다.
맨유전에는 두 공식이 모두 나왔다. 경기의 탄성은 하인케스호에 비해 줄었다. 라인을 높게 올려 상대를 가둔 채 패스를 썰어 나가기 때문에 로번과 리베리를 활용한 카운터 어택은 줄어드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