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의 나이트란 사람들 틈에 끼어서 살좀 빼보겠다는 굳은 결심이 서지 않는한은
가지 말라고 권하고 싶다.
그렇지만 결과적으로 나와 두 여자는 토요일의 나이트에 가게 되었다.
우리는 자리를 잡고 그 다음부터는 오로지 전쟁이었다.
유미란은 음악이 나오는 스테이지에 올라가 춤을 추었고 단 한곡으로 그곳에서
인기스타가 되었다.
정말이지 인기스타란 따로 없었다.
거기다가 무슨 여자가 아무리 내기에 이길려고 작정을 했다고 해도 그렇지 저렇게
야할수가 있을까? 흐으.
하지만 보는 나도 좋기는 하지만 나는 고개를 돌려 근사한 여자를 찾았다.
하지만 좋은 것 부터 보면 눈버려서 싼 물건은 살수 없듯이
나도 그렇게 유미란을 쳐다 본후에는 별로 마음에 드는 여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연희도 유미란과 같이 춤을 추었는데 솔찍히 말하자면
연희의 춤솜씨는 연희의 키스 솜씨와 별반 다를게 없었다.
정말로 운동 신경이 둔해서 저런게 아닐까 싶은 걱정마저 들었다.
나이트에 와본지 오래 됐지만 사이케델릭 사운드와 사이키델릭 조명 만큼은 변하지
않고 있었다.
우리가 간곳은 우리나이 또래가 가장 많이 오는곳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우리가 추기 힘든 랩댄스 같은것은 나오지 않고 있었다.
그러니까 젊은 애들이 보자면 우리는 한물 간셈이었다.
유미란은 곧 이 나이트에 온 사람중 가장 괜찮은 남자를 하나 골라 잡았다.
내가 보기에 그 남자는 속이 뻔해 보였지만 그 뻔한 속을 모를 유미란은 아니었다.
아마도 유미란이 이 내기에서 이기는 즉시 발로 뻥 차버릴것이다.
한심한 놈같으니라고.
나는 연희를 두리번 거려서 찾았는데 아니라 다를까
혼자서만 거의 대나무처럼 뻣뻣하게 굳어서는 둥근해가 떳습니다에 맡춰 춤을 추듯이
추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남의 문제를 걱정해줄 처지가 아니었다.
어떤 경우든지 지는것은 싫었다.
더우기 사람들이 많이 연결되어 있으면 있을 수록 더 했다.
나도 자리에서 일어나 그나마 괜찮은 여자에게로 다가갔다.
춤도 이만하면 됐고 얼굴도 괜찮았다.
참내. 이런 유아틱한 내기를 시작한건 누구지? 그래 맞았어. 연희였다.
나는 그 여자에게 그럴듯한 말을 해서 같이 춤을 추기 시작했다.
열두시까지가 제한 시간이었음으로 나는 그 여자와 부르스도 추고 또 부르스를 추면서
유미란 그 제비같은 남자가 부르스를 추는것을 보았는데 연희는 보이지 않았다.
"오늘밤 같이 지낼래요?"
부르스를 추면서 여자가 은근히 물어 왔다.
"당신보다 더 괜찮은 무엇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아무래도 난 제비 체질이었나 보다.
내가 이렇게 말하자 여자는 나를 부둥겨 안고 춤을 추는데
너무 몸을 밀착 시켜서 내가 뒤로 물러날 정도였다.
이건 그냥 유모어라고 들어 두자.
무역상을 하는 아버지가 은퇴할 때가 되어서
아들에게 내 대신 물건을 팔 부인의 파티에 나가렴 했단다.
그래서 아들이 부인의 파티에 나가서 부인과 춤을 추는데
그 부인이 어찌나 끌어 안고 춤을 추던지 그것이 서버렸단다.
놀란 아들은 이러다가는 물건 팔기도 전에 빰맞겠다 싶어서
화장실에 가서 찬물로 식히고 돌아와 다시 춤을 추기 시작했는데
갑자기 부인의 낯빛이 실망하는 눈치였더란다.
돌아와서 아버지께 그 말을 했더니 아버지 하시는 말씀.
바로 그것이 우리가 물건에 끼워 파는것중 하나란다.
휴우.. 나도 내기에 이기기 위해서 그런 댓가를 지불해야 하는것일까?
열두시. 신데렐라의 시간이 돌아 왔다.
시계가 열두번 종을 치면 신데렐라는 넝마 순이로 변하고 마차는 사라지고 호박만 남을 뿐
이었다.
하지만 단 하나 유리구두를 제외하고는 모두다 연기처럼 사라져 버리는 것이었다.
열두시가 되자 먼저 유미란과 그 남자가 밖으로 나갔다.
아래 주차장에서 만나기로 했음으로 나도 빨리 뒤따라 나가야 겠다고 마음먹었다.
남자들이란 본래 속이 시커먼 동물임으로 아무리 고단수의 유미란이라 할지라도
힘으로 덤벼드는 남자를 어찌해 볼 도리는 없을 것이다.
나는 밖으로 나오려고 하는데 연희가 문앞에서 기다렸다가 나를 불렀다.
"나와 같이가."
나는 처음에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몰랐다.
하지만 곧 이 게임의 규칙에는 서로의 파트너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조건은 없었고
그럼으로 연희는 내게 지금 파트너가 되달라고 요청한 것이었다.
나는 나와 같이 있던 여자에게 이제 그만 나는 가봐야 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여자는 신경질을 피웠다.
"뭐야? 저 애송이하고 노시겠다고? 알았어. 잘들 노시라고! 재수가 없으려니까."
여자는 이렇게 말하고는 돌아 섰다.
나는 그 여자를 향해서 이렇게 말했다.
"중요한건 지금 저 여자가 댁보다 더 괜찮다는 점이요. "
나는 연희와 지하주차장으로 내려 갔다. 내려가면서 미안한 마음뿐이었다.
연희는 춤도 추지 않고 나와 그 여자가 춤추는 모습을 내내 지켜 보고 있었을 것이다.
이래서 남자들보다 여자들 속이 더 깊다고 하는것일까?
내려가 보니 유미란은 무사했다.
유미란은 나와 연희가 나란히 내려오는것을 보더니 지하 주차장이 떠내려 가도록 킬킬 거리
면서 웃었다.
"이런. 내가 져버렸네요."
유미란은 유미란과 같이 기다리던 남자에게 고개를 까딱했다.
"난 이 사람들 하고 같이 갈거에요. 어떻게 하실래요? 설마 단체로 즐기는 취미가
있는것은 아니겠지요? "
나는 속으로 웃을수 밖에 없었다. 유미란 정도의 외모에 요염한 춤으로 보아서 하
룻밤 잘 놀아볼 늙은 오렌지였는데 유미란이 이런식으로 나오니 그냥 돌아갈수 밖
에 없을 것이다. 연희도 웃음을 참지 못해서 손을 뒤로 해서 내 엉덩이를 툭툭 쳤
다. 남자는 아까 내가 만난 여자처럼 그렇게 가버렸다. 이럴줄 알았다면 아까 그
여자와 이 남자를 연결 시켜줄걸 그랬다. 그렇게 되면 그 두사람도 잘 맞는 한쌍
이 될것이다. 그리고 잘하면 술도 얻어 마실수 있었을 것이다.
"가요. 내가 살께요. 포장마차? 대전천 근처에 포장마차집을 언제 가보나 했었는
데 이제 대전을 떠나려니까 가게 되네요."
"아.. 난 닭 똥집이 좋더라."
연희가 반가운 소리라는듯이 말했다.
우리는 포장마차로 가서 새벽 두시까지 술을 마셨다. 술을 마셨다라기 보다는 비
싼 안주를 팔아 주었다라는 표현이 더 맞겠지만.
두시가 넘자 우리는 동네 근처의 이십사시간 편의점에서 먹을것을 잔득 사들고 내
집으로 갔다. 우리는 배가 터지도록 게속 먹어댔고 그리고 다음날 열두시가 되로
고 아무도 일어 나지 못했다. 열두시쯤 가장 먼저 일어난것은 나였고 그리고 내가
두 사람을 위한 커피를 가지고 오자 먼저 유미란이 일어 났다.
"머리 아파요. 세상에나. 그렇게 마실거라고는 생각도 안했어요."
"두통약 가져다 줄까요?"
"아니요. 두통약은 예전에 너무 많이 먹었어요. 이젠 두퉁약 따위를 먹거나 하지
는 않을걸에요."
유미란이 커피를 마시기 위해서 자리에서 일어나자 연희도 눈을 비비 면서 깼다.
"일어 났니?"
"응. 그런데 세상이 빙글 빙글 도는것 같아. "
나는 연희에게도 커피를 주었다.
유미란과 연희는 번갈아 가면서 씻고 그리고 예전에 연희가 유미란에게 빌려 주었
던 작품 옷을 유미란에게 주었다.
"이거 내가 받아도 돼요?"
"이거 임자는 미란씨에요. 그리고 내가 가지고 있어 봐야 쓰레기밖에 더 되겠어
요?"
"고마워요."
유미란은 연희가 준옷으로 갈아 입었다. 그리고 이제 유미란은 서울로 갈 시간이
되었다. 연희와 나는 유미란이 떠나는것이 아쉬웠다. 서로들 사람들에게 정붙이기
쉬워 하는 타입이 아니었음으로 간신히 붙은 정을 떼기란 쉬운일이 아니었다.
유미란은 점심을 먹고 차에 시동을 걸었다.
유미란은 차에 타기전에 우리에게 이렇게 말했다.
"마치 한 여름밤의 꿈을 꾼 기분이에요. 그리고 지금이 아직은 여름이잖아요. 여
름은 끝이 났고 그러니 한 여름밤의 꿈도 끝이 날수 밖에요. 사실은 이제 더 이상
꿈같은것은 꾸지 못할지도 몰라요. 인생은 세익스피어가 쓴 몇시간 짜리 희곡처럼
그렇게 간단한것은 아니잖아요. 그것을 깨닫는데 너무 많은 시간이 걸렸어요. 이
건 극비인데 난 그 사람을 놓지지 않을거에요. 그 남자는 천하에 둘도 없는 미련
한 짓을 한거라고요. 그게뭔지는 알죠? 바로 나한테 돌아온거라고요. 이제 그만
가봐야 겠어요."
유미란은 우리에게 인사를 하고 떠났다.
그녀가 원래 있어야 할 장소인 서울로 떠난것이었다.
연희는 유미란이 떠나자 혼자서 이렇게 중얼 거렸다.
"세익스피어라... 끝이 좋으면 다 좋다."
나에게는 이제 다시 평화가 돌아 왔다. 보통의 나날처럼 아침에 일어나서 연희가
나를 부르는 소리를 들을거고 나는 다시 아침식탁 앞에 내려가 앉을 것이다.연희
는 유미란이 떠나간 자리를 아쉬운 듯이 쳐다 보았다.
"아. 담배 끊으라는 소리를 잊었어."
"왜?"
내가 묻자 연희는 이렇게 대답하고 대문안으로 들어 갔다.
"왜냐고? 미용상으로 안 좋으니까."
나도 연희 뒤를 따라 들어 갔다.
내 나이에 산다는 것은 이런것이다라고 말한다면 바보취급을 받겠지만 분명 산다
는 것은 이런 것이리라. 사람들에게는 그 나이에 맞게 해야할 일이라는게 있었다.
내가 이십대 보다는 삼십대에 더 가까운 나이라는 것은 사실이지만 나는 아직 내
나이 첫 숫자가 2자이고 그리고 그것이 사라질때까지는 악착같이 이십대라고만 말
할 작정이다. 이십대 중반의 연희는 이제서야 이십대가 해야할일이 무엇인지를 깨
닫기 시작한 모양이었다. 그리고 이십대 중반과 후반 사이에 걸터 앉은 유미란은
자신을 세상에 거는 도박을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이제 삼십대가 되려 하지만 사
실 삼십대와 이십대라는것은 별 차이가 없다. 나중에 시간이 지나서 이십대 초반
과 삼십대 후반을 비교해 본다면 분명 그 차이가 있겠지만 이십대 후반과 삼십대
초반이란 이십대에 이루어 놓은 일들에 대해서 책임을 지는 첫 시작인것이다.
나는 무엇을 하면서 살았던가? 질문을 던졌지만 아무런 대답도 돌아 오지 않았다.
삶의 틈새 틈새 느끼는 이 공허를 나는 어떻게 채워야 할것인가.
"가을이야."
연희가 현관으로 들어가면서 나에게 말했다.
작지만 그런데로 몇그루의 나무가 심어져 있는 정원을 보니 연희 말이 옳다는 것
을 알수 있었다. 가을이었다. 이제 곧 구월이 될것이고 그러
면 여름동안 일어 났
던 모든 일들은 기억속에 자리잡아야 구지 기억해 내려고 하지 않는다면 생각나지
않을 그런 일이 되버릴것이다. 유미란의 말대로 한여름밤의 꿈이었을까? 가끔 꿈
을 꾸고나면 꿈이 기억나지 않더라도 더 자고 싶은 충동을 느낄 정도로 아련히 기
억속에서 흔들리는 꿈이 있기 마련이었다.
"그래 가을이다. 어느새 가을이 온것일까?"
"어느새 오기는 오빠가 그랬잖아. 봄을 기다리려면 가을과 겨울을 지내야 한다고.
난 이제 가을이 그렇게까지 싫지만은 않아. 여자들은 참 이상해. 그래 나도 여자
이니까 하는 말인데 여자들은 좋아하는 남자가 하는 말에 대해서 만큼은 철떡같이
믿고 그게 마치 신의 계시인것 처럼 행동하거든. 그리고 나도 그렇다는 것을 알았
어. 그것이 가장 솔찍한 자기 감정이라는 것도 알았고. 그런 의미에서 나는 오빠
가 좋아. 내가 미란씨를 이해할수 있는 까닭도 그때문일꺼야."
"네가 솔찍히 말하니까 나도 솔찍히 말하겠는데 나는 잘 모르겠다. 너무 위험하잖
아. 도박으로 말하자면 가진 패는 형편없으면서 자꾸만 뱃팅을 하는 격이니까. 하
지만 언젠가 나도 나이를 먹으면 이해하게 될려나?"
나는 하늘을 쳐다 보았다. 내가 말한데로 나중에는 알수 있을까?
바람이 불었다. 하늘도 높아 보였다. 구름도 없었으며 하늘은 더 없이 파랬다. 더
이상 좋을수는 없었다. 내 곁에는 연희도 있었고 이제는 연희가 어떤 바보를 내방
창문에서 보이는 장소로 끌고 와서 키스하는 것을 보면 식칼을 날릴 생각이다. 다
아트 연습을 좀 많이 해서 연희는 피해서 맞출수 있더록 노력은 해야 겠지만.
연희 어머니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네 어머니."
연희가 이층으로 달려가 다시 베란다를 건너 연희방 창문으로 사라졌다. 나는 연
희가 베란다를 건너는 것을 보고 참으로 베란다가 고맙게 느껴졌다. 검은색 티에
짧은 청반바지를 입고 뛰어가는 모습의 연희는 아직 스물 다섯으로 보이지는 않았
다.
나의 연인. 나의 어린 연인 이었던 연희가 벌써 스물다섯이었다. 스물다섯으로 보
이지 않다 하더라도 내 어리고 작은 연인은 어느새 어른이 되어서 형편없기는 하
지만 나와 키스도 하고 그리고 내 작은 연인은 이제 여자가 되려고 한다.
내 작은 연인은 내가 남자가 되어도 어린 새처럼 그대로 남아 있어서 평생 지켜
보기만 할줄 알았는데 내가 남자가 되는 것에 맞추어서 어느새 여자가 되어 버린
것이다. 기다린 보람은 분명 있었다. 너무 길어서 잠시 잊어 먹기도 했었지만 연
희는 분명 내가 처음 연희를 본 순간부터 내 연인이었고 그리고 지금도 마찬가지
였다.
이제는 연희를 안아 보고 싶어 졌다. 더 이상 잠자리에서 누구의 가슴일까에 대해
서 궁금해 하지 않아도 되었다. 내 기억에 남아 있는 연희의 가슴은 내 가슴과 별
반 다를게 없었다. 하지만 상상이라는 것은 이런점에서
좋은 것이리라. 연희가 저
만큼의 키가 되도록 그리고 다시 저만큼의 몸무게가 되도록 어렸을때와 똑같은 가
슴을 가지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상상하기. 아직은 상상만으로도 벅차지만 오랫동안 기다려온 셈이었다. 조금씩 천
천히.... 연희에게 있어서만큼은 뭐든지 급할게 하나 없었다.
하하하하하~~~~~
가장 먼저 키스하는 법을 가르킬 생각이다.
키스는 오스쿠라라고 하는 빰에 하는 우정의 키스와 수아비아라고 하는 정열적인
입술의 키스 그리고 사만시타라고 하는 여체의 목덜미에서 부터 시작해서 여덟군
데를 차례로 흙은 다음 아홉번째에는 양볼에 키스를 하는것이 있다. 먼저 이 세가
지 부터 해보고 그 다음으로 몬로 키스(입속의 장기인 혀를 교환하며 미친듯이 나
누는 키스)를 하고 그 다음으로는 키스마크를....
영어에 있어서 키스의 기원은 고오트어의 kustus(맛보다)에서 나왔다라고 하는데
그건 옳은 말이다. 키스를 경험해본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영어도 생각외로 제대로
만들어진 언어라는 것을 알수 있을 것이다. 물론 나야 신토불이니까. 한국말이 최
고지만.
계획을 미리 미리 세운다는 것은 좋은 일일것이다. 내가 너무 밝힌다고 생각하시
는가? 하지만 내 나이엔 이게 정상이다. 이렇지 않다면 처음에야 신사답다고 좋아
하겠지만 나중에 후회할껄?
하여튼 하이네가 말하기를 신은 우리의 키스속에 들어 있
다라고 했다. 믿거나 말
거나!
<똑똑>
연희가 창가에 서서 노크를 했다.
"무슨 생각하는데 그렇게 정신없이 좋아해?"
"연희야 이리좀 와봐. 우리는 이제부터 해야할일이 산더미 같다고."
"뭘? 방청소? 아니면 가구라도 새로 옮길려고?"
연희는 나에게 와서 내 앞에 앉았다.
"응? 뭘 해야 하는데?"
연희가 다그쳐 물었다.
뭘 하냐고? 뭘 하겠니? 아까까지 열심히 계획 짠것을 실행에 옮겨야지.
대낮부터 이런 광경을 보는 사람들은 아니꼽다고 하겠지만 나는 연희와 키스를 했
다.
나는 하이네의 말처럼 키스속에 신이 들었는지 안들었는지 확인할수는 없었지만
굉장한 무엇이 들어 있다는것은 틀림없다.
-에필로그-
"뭘봐? 너 봤지?"
"뭘?"
"내 엉덩이 말야.내 엉덩이 봤잖아?"
"참내..어렸을적 본걸 지금에 와서 왜 시비야?"
"에이.."
"쾅!"
창문이 닫혔다.
연희는 여전히 옷을 갈아 입을때 엉덩이를 보여줬고 나는 아직도 연희의 하얗고
포실포실한 엉덩이 보기를 즐긴다. 연희의 엉덩이 보기만큼 볼만한 풍경도 드물었
다. 아마 추석특집 프로나 설
날 특집 드라마를 한다고 해도 이렇게 볼만하지는 않
을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결혼한 남편들이게 아내의 엉덩이를 훔쳐 보라고 권하고 싶다. 생각
외로 아내를 더 사랑하게 될것이다. 아내는 손과 발로 밥하고 빨래 하라고 있는
존재가 아니다. 아내의 화장한 앞모습만 보고 아내의 가슴만 볼것이 아니라 이제
는 아내의 뒷모습을 볼줄도 알아야 한다.
나는 참으로 유쾌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연희는 여름이 지나자 몸무게가 조금 줄
었다. 곁눈질로 살짝 본것이지만 아마도 49kg이 된것 같았다. 연희는 더 빼야 한
다고 난리 였지만 나는 그런 연희를 말릴 생각이다. 그러다가 엉덩이가 쪼끌조끌
해지기라도 한다면 이렇게 즐거운 낙을 어디서 다시 찾을수 있단 말인가.
내가 너무 이기주의자 같다고?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시는가?
내가 연희의 엉덩이를 걱정하는 것은 순수한 애국심의 발로이다. 왜냐하면 연희
엉덩이는 국보급이니까. 하지만 국보급 판정을 받기 위해서 세상에 공개할 생각은
없다.그러니까 연희 엉덩이를 어떻게 해서든 볼수 있을까라고 생각하셨던 분들은
포기하시는게 좋을 것이다. 만약 포기하지 않으신다면 나 또한 여러분들에게 표창
날리기를 시도할테니까.
세상을 단순하게 살아가는 연희식 삶의 방법은 여전히 지속되었다.
내가 사는 방법에는 맞지 않지만 연희에게는 그 단순함이라는게 더 없이 어울린다
는 것도 이제는 인정을 한다. 그리
고 그 단순함은 연희식 삶의 방식임으로 함부로
권하고 싶지는 않다. 여러분들이 갑자기 단순해졌다라고 생각해 보라. 주위 가족
들은 먼저 정신병원에 가보라고 할것이다. 물론 연희처럼 정신감정을 받고도 정상
이라는 판정을 받을 자신이 있다면 시간이 남는 분에 한하여 단순해져도 상관은
없을 것이다.
연희 어머님은 눈치가 좋으셔서 연희와 나 사이에 대해서 무언가 달라진것을 아신
고는 이제 한숨 놓으셨다면서 좋아하셨고 연희 아버님은 올게 왔구나 정도셨다.
내 어머니는 아얘 연희 손가락에 맞는 페물을 마련해야 한다시며 법석이셨다. 사
실 어머니의 으중은 내가 뻔해 안다. 이 기회에 두 사람을 묶어 놓고 연희네 부모
님과 여행이나 다니시겠다는 의도일 것이다. 어머니. 그래도 십년도 거뜬 하시다
고요. 전 연희랑 둘이 있기 싫어요. 연희의 음식 솜씨는 정말로 형편 없다고요.
아. 형편없다는 말이 나왔으니까 하는 말인데 연희 키스 솜씨는 쬐끔 늘었다. 아
주 쬐끔. 아마도 나도 몇년만 고생하면 연희의 공포의 계란 후라이가 제대로 된
계란 후라이로 될날도 올것이다. 나는 그것을 믿는다.(믿지 않는다는것은 더 처량
하다. 평생 그 공포의 계란 후라이를 먹을 생각을 해보라. 차라리 믿고 말지.믿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아. 연희는 만화를 그린다. 연희 말로는 몇년동안 열심히 그리면 어느정도 틀은
잡힐거라고 한다. 그리고 의상과에 다닐때 일러스트를 그려본 경험으로 인해서 어
느정도 기본은 잡혀 있다라고 했다. 그리고 나중에 만화가로 성공하면 의상실에
다니던것 보다 더 짭짭한 돈을 벌수 있을 거라고 했다. 짭짭한 돈이란 무엇에든지
최고가 되면 당연히 따라오는 보수인 것이다. 아마 연희가 보일러 수리공을 선택
했다 하더라도 연희는 세계 최고의 보일러를 발명해서 짭짭한 돈을 벌거라고 확신
했을 것이다.
가을을 지나 초겨울이 되려는 어느날 유미란에게서 청첩장이 날아 왔다.
연희는 그러리라는 것을 예상하고 있었던듯 싶지만 나는 청첩장이 이렇게 빨리 날
아올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것은 청첩장 안에 들어 있는 유미란의 편지중
일부이다.
난 곧 결혼을 해요. 십이월 첫째 화요일날 하니까 청접장 코팅해서 나뒀다가 잊지
말고 와서 축하해 줬으면 좋겠어요.
어떻게 해서 결혼을 했는지가 궁금하겠지만 그것은 비밀이랍니다.
결혼을 어떻게 했는지가 중요한게 아니라 이제 다시 그 사람이 사라져 버리면 어
떻게 할지가 나에게 더 중요하니까요.
이것은 연희씨와 석우씨에게만 특별히 고백하는건데 나는 부두마술을 배울 생각이
에요. 아프리카(부두마술은 아프라카에서 시작되었음.)까지 신혼 여행을 가서 배
울 생각이냐고요? 아니요. 난 신혼 여행은 설악산으로 갈 생각이에요. 아직까지
설악산에 가본적이 없거든요. 하여간 나는 그 사람의 머리칼을 몰래 감춰 놓았답
니다. 이번에도 어느날 증발하면 그 사람 인형을 만들어서 반드시 돌아 오게 하고
말겠어요. 어때요? 지금 말한것은 연희씨 스타일인데 제가 좀 빌려 쓰려고 하는데
허락하겠지요?
그리고 두 사람에게 바램이 있는데 내가 배가 불러서 대전까지 내려가지 못하기
전에 두사람에게로 부터 온 청첩장을 받을수 있다면 좋겠어요.
사랑은 내가 쫓아 가는것도 아니고 사랑이 나를 쫑아 오는것도 아닌 내 자신이 사
랑이 되어 버리는거더군요.
참 이상하죠. 아직도 그 사람이 왜 나에게 돌아 왔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아
요. 그 비밀을 알아 내는게 아직 숙제로 남아 있기는 하지만 언젠가 알날이 오겠
죠.
나머지 부분은 생략하겠다.
유미란의 편지는 격식없이 즐거운 마음에서 쓰여졌고 연희와 나는 그 편지를 소중
하게 간직할 예정이다. 아. 유미란이 보낸 편지중 마지막 부분을 조금 보여주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연희씨가 옳았어요.
세상에 존재 하지 않는것보다 더 나쁜일은 없어요.
갑자기 연희씨가 보고 싶어 지네요.
겨울이 시작되었답니다.
두려움 없는 사랑.
연희씨처럼 나도 이제는 나 자신에게 축배를 드는 습관을 길러야 할까 봅니다.
내 사랑을 위하여 건배!
유미란 드림.
유미란의 말대로 연희가 옳았다.
끝이 좋으면 다 좋다.
겨울이 시작될 예정이었고 연희는 벌써 부터 봄을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