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들이 식사를 잘 못할 때 먹는 음료가 있다. 아시는 분들도 많으리라. 모든 영양소를 골고루 담은 음료다. 이건 요즘 유행하는 단백질 음료와는 다르다. 하여간 건강검진할 날이 며칠 안남아 대장내시경을 해야하는데 주문사항이 많다. 김치도 먹지말고 고추가루도 콩나물도 미역국도 먹지 말란다. 가만보니 먹을 수 있는건 쌀밥 두부 생선 뿐인 것 같다. 김치 고춧가루빼면 사실 먹을건 거의 없다.
춤은 추러가야 되고 빈속에 움직이는 것도 하루이틀이지 나흘동안 지키라는건 처음 겪는 일이다. 좌우지당간 세상에서 하기싫은 일중에 하나가 대장내시경이다. 어찌되었든 안받을 수는 없고 뭐 먹을게 없을까 하다가 환자영양식을 주문했다. 이걸 하나 까먹으며 가만히 생각하니 내가 참말로 죽는 준비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든다. 먼저 가신 어르신들이 먹던 걸 이제는 내가 먹는구나.
젊은날에는 천년만년 살 것같고 나이들어서도 살 날이 한참 남은 것같이 느끼는건 사람이라면 인지상정이요 당연한거다. 그래서 아예 나이를 의식않고 산다는 분들도 많이 계신다. 어찌살던 남은 인생을 어찌 보내야 하겠는가. 가장 먼저드는 생각이 남에게 피해를 주지말아야 하겠다는 생각이다. 토끼도 죽을 때는 머리를 남쪽으로 둔다고 사람도 나이가 들어가면 마음을 곱게 쓰게 되는가 보다.
남이라 함은 첫째는 마누라요 둘째는 애인이다. 이 두사람을 마음아프게 해서는 안된다. 뭘 걱정이냐 마누라한테만 잘하면 되지 않느냐라고 할 수 있겠으나 내 인생에 애인은 필수다. 항상 얘기하듯이 나의 마지노 선이다. 애인이라해서 꼭 무슨 사랑해서 죽고 못사는 사이 이런건 아니다. 그저 의지할 수 있는 사이면 좋겠다. 다른 사람은 모르겠고 이건 내 얘기일 뿐이다.
하여간 마누라든 애인이든 마음이 아파서는 안된다. 뭐가 옳고 그르고는 각자가 판단하실 일이고 좌우지당간 나름대로 상당한 배려가 필요한 일이다. 애인이라해서 어디 새끼손가락 건 애인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바램에 불과할 수도 있다.
사실 살아야 얼마나 살겠는가. 10년 후딱 지나간다. 죽을 때 그나마 후회없이 죽으려면 주위 사람들에게 잘해야 한다. 꼭 뭘 잘해서 면피하자는게 아니다. 남을 이기려하지 말자. 나이든 사람 누가 뚜드려 패겠는가. 그리고 자기 처지내에서 할 수 있는 한 남에게 잘하자. 그 것밖에는 나이들어 달리 할 일이 없어보인다.
첫댓글 좋은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