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영국 요크셔 지방의 외딴 곳에 세 자매가 살았다. 이들은 모두 글을 쓰고 싶어했기 때문에 각자 작품을 쓰고 서로 피드백을 해주면서 작품을 발전시켜갔고, 그들이 마침내 출판한 작품은 영문학 역사를 뒤흔들게 된다.
이 자매의 이름은 바로 브론테 자매들이다. 맞언니인 샬럿은 <제인 에어>를 써냈고, 둘째인 에밀리는 <워더링 하이츠(한국에서는 '폭풍의 언덕'이라고 번역되기도 했다)>를, 물론 둘에 비해서 이름값은 떨어지지만 막내 앤은 <아그네스 그레이>와 <와일드펠 홀의 소작인>이라는 준수한 작품들을 써냈다. 지금이야 뭐 <워더링 하이츠>의 입지는 탄탄하지만, 처음부터 그렇지는 않았다.
언니인 샬럿은 당시 억까 섞인 비판에도 불구하고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유명 작가의 반열에 올랐지만, 안타깝게도 에밀리 브론테의 <워더링 하이츠>에 대한 평가는 좋지 않았다. 판매량은 단 2권에 그쳤으며, 당시 여성에 대한 부정적 시각으로 인해 이런 복잡한 인간관계를 다룬 소설을 여성이 썼을 리가 없다며 에밀리의 오빠인 브론웰이 쓴 게 아니냐는 문제 제기도 있었다.
게다가 에밀리는 30세라는 젊은 나이에 당시 불치병이나 다름없던 결핵으로 <워더링 하이츠>만을 남긴 채 요절했기 때문에 명예회복을 할 수 있는 작품을 더 낼 수도 없었다. 시간이 흘러 몇몇 학자들의 연구로 일부 인정을 받긴 했으나, 여전히 인지도가 턱없이 부족했던 이 작품은 한 세기가 거의 지나서 20세기 영국이 낳은 역대급 작가 2명의 폭발적인 지지를 받으며 빛을 보게 되었다.
<달과 6펜스>, <인간의 굴레에서>를 써낸 영국을 대표하는 작가인 서머싯 몸은 <워더링 하이츠>의 광팬이었다. 서머싯 몸은 당시 인지도가 떨어졌던 에밀리의 작품을 불후의 명작이라고 극찬했으며, 나중에 그가 뽑은 세계 최고의 걸작 Top 10 안에도 들 정도로 <워더링 하이츠>를 좋아했다.
또 <자기만의 방>과 <댈러웨이 부인>으로 유명 여성 작가인 버지니아 울프도 에밀리 브론테의 광팬이었다. 울프는 에밀리가 언니인 샬럿 브론테 보다 뛰어난 작가라고 평가했으며, 에밀리 브론테를 작가로 존경해서 생가에 찾아가기도 할 정도로 <워더링 하이츠>라는 작품을 고평가했다.
이 두 스타 작가들의 샤라웃으로 <워더링 하이츠>의 현재 지위는 출판 당시와 완전히 달라졌다. 명작 리스트를 꼽을 때마다 무조건 들어가는 작품이 되었고, 영문학을 대표하는 비극 작품 중 하나가 되면서 다른 거장들의 작품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작품이 되었다.
물론 작품에 단점이 없는 건 아니다. 대사나 상황 묘사가 지나치게 긴 부분들이나 작중 이름들이 헷갈리는 부분(이게 진짜 빡세다)이 있긴 하지만, 특유의 공포스러운 분위기 조성과 인물들의 복잡한 관계도는 현대 소설이라고 해도 될 정도의 시대를 앞서간 트렌디함을 보여준다. 그래서 리듬만 타면 술술 읽히는 소설이기 때문에 관심이 있다면 꼭 한번 읽어보길 추천한다.
TMI 댓글 펌
본문에 나온 일부 짤은 안드리아 아놀드 감독이 소설을 원작으로 해서 만든 2011년 영화에서 가져왔습니다. 영화도 꽤 괜찮으니 소설이 어렵게 느껴지신다면 한번 영화로 보시는 걸 추천드리겠습니다
Q. 판매량 2권.............?
3권이라는 이야기도 있는데 뭐... 별 차이는 없다
그래도 지금은 가치가 올라서 경매에 올라오면 비싸게 팔린다고는 들었습니다
https://www.fmkorea.com/64051739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