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기타 어느 의상디자이너 이야기 4

[오늘 공기 좋다]

내가 아는 카페 ⓒ 미모링

사족)

저는 지금 퇴사후 경제적으로는 별로지만 디자이너일때보다 행복한 삶을 삽니다.

발도 조심하면서 구두같은거 안신고 운동화 신고 다니기 때문에, 이제는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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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의상디자이너 이야기 

 - 내가 살이 찌는 이유

보통 매일매일 야근인 디자인실. 

내가 다닌 회사는 점심시간은 12시 30분이었고, 표면적인 퇴근시간은 6시 30분이었다.

아, 생각해보니 처음 입사할땐 출근시간이 9:30이라 막내인 나는 일찍오는것을 감안하면 9시정도까지 오면

 그래도 빨리 오는 편에 속했는데, 회사 방침상 30분씩 당겨지더니 2번 당겨지고 난 후에는 8시 30분까지가 되었고,

아침일찍 "디자이너 답게 풀 세팅 꾸미고" 출근하는것은 꽤나 고역이 되었다.

내 체력으로 야근까지 하며 아침에 일찍오는게 무리여서 8:20, 8:25, 8:28 이런식으로 아슬아슬하게 출근을 많이 했는데

이때 막내가 선임들 다 앉아 있는데 늦게 온다고 따로 불려가 많이 혼났다.

집에서 정성스레 화장할 정신이 없으니, 옷은 주로 원피스를 샀다. 하나만 입으면 꾸민것처럼 보이니까.

화장은 볼터치라던가, 피부결을 정돈되게 하는게 아닌 일단 쳐발르고 강한립스틱을 쎄게 확 발랐다.

화장할시간이 아침에 부족해서 일단 욕 안먹을정도로 "쟤 화장 했구나"느낌이라도 주고자 립스틱을 애용했다.

일주일 중 하루는 부서 회의가 있어서 아침 7:50까지 출근했다. 일찍 출근하여 8:30정도까지 간단 회의 후 업무를 시작했다.

출근시간이 당겨졌지만 퇴근시간이 빨라진건 아니었기에 최악이었다.

회사 암묵적인 룰은 "야근 밥"을 회사돈으로 먹으면 9시정도까지 야근을 해야하는 양심적인 법칙(?)이 있었다.

야근밥 메뉴 선정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퇴근시간은 6:30 이지만 보통 7:30이라고 사람들은 생각했다. 땡 치고 나가는것에 눈치가 보여서다.

쨋든 밥 시간은 7시정도 였는데, 6:30정도 되면 "막내"가 가장 윗사람인 "실장"에게 가서 식사유무를 묻는다.

"실장님 저녁 식사 드세요? 뭐 드시고 싶은거 있으세요?"

실장은 야근을 하는 실장도 있지만 다행스럽게도(?) 내 상사 실장은 그정도는 아니었기 때문에, 바쁠때를 제외하고는 거절했다.

바쁠때 실장이 밥을 먹는다 하면 실장이 먹고 싶은 메뉴를 배달주문하면 된다.

난 당시에 인턴때 만든 각종 전단지를 화일에 끼면서, 요리책 메뉴판(?)을 만들었었는데 전단지가 없는 식당은

직접 메뉴판을 간단하게 만들어서 끼워넣기도 해서 칭찬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인턴은 이렇게 선임들이 원할것같은것을 알아서 할때 예쁨을 받았다.

야근을 좋아하는 실장은 아니었기에 (..라곤 하지만 팀장은 야근을 매일해서 난 어차피 매일 야근이었다)

밥을 먹는다-> 야근을 해야한다 이므로 실장은 밥을 시키지 않는다.

근데 항상 디자이너들은 김밥천국류의 메뉴를 시켰다.

이유는 예를들어 도시락같은 메뉴를 시켜서 1인 1메뉴를 하게 되서,

실장이 아직 퇴근 전 7시에 밥이 오고 우리끼리 밥을 먹으면 실장이 엄청 눈치를 주고 싫어했기 때문이다.

다같이 먹을  수 있는 라볶이, 떡볶이, 김밥, 만두, 쫄면같은걸  다양하게 펼쳐놓고

"실장님 조금 같이드실래요?" 하고 "눈치있게"물어봐줘야, 일인당 식대도 초과하지 않는 가격에

실장도 밥을 먹고 집에 갈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디자인실은 김밥천국의 VIP 였다.

* 1인당 7천원인가 8천원정도 제한이 있기 때문에, 김밥천국같은곳이 싸서 실장도 껴서 먹을 수 있고,

실장은 보통 8시쯤 퇴근하므로 이걸 선호했다.

강제로 매일 저녁을 맵고 짜고 튀기고 한 분식만 먹고 앉아서 야근을 하니 내가 피팅이 안맞을 수밖에....

애매하게 야근을 조금 하는날도 있었는데, 그럴땐 보통 저녁 8시쯤 퇴근이었다.

8시에 끝나봐야 집에서 밥 해먹기 어렵기 때문에, 나는 "내 돈 주고" 밥을 사먹어야 했다.

비교적 일찍끝난날은 퇴근하면서 가장 저렴하면서도 혼자먹기 좋은 조스떡볶이를 사서 집에서 먹었다.

- 의상 디자이너의 쇼핑

내가 있던 브랜드는 가격이 저렴하진 않았다. 티셔츠 하나에 정말 기획상품으로 싸게나온게 3정도에 보통 7~8, 10 이정도 하는?

일반적인 백화점 스포츠 웨어를 생각하면 될듯하다.

나는 10만원짜리 티셔츠를 디자인 하는 디자이너였지만 옷을 백화점에서 살 수 없었다.

정직원 1년이 지났지만 연봉 2200에서 2300만원으로 100만원밖에 오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개인적으로 아이러니 한 상황이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싸면서도 예쁜 보세옷 사는것만으로도 좋았기 때문에,

나는 비싼옷 싼옷 가리지 않고 옷은 다 좋아하는 사람이라서 5000짜리 티셔츠를 하나 사도 즐겁게 사 입었다.

디자이너들은 각종 명품관과 백화점에 시장조사를 다니는데,

쉽게말해 다른브랜드들 옷 보고 몰래 사진찍어서 참고할만한 디테일을 찾아보는 것이다.

오리지널 샘플이라고 해서 남의브랜드 옷 사다가 본따서 만드는 것이다. 

보통 강남근방의 각종 백화점을 다니는데, 법인카드로 비싼 타브랜드 옷을 결제하면서 샘플구입을 하곤 했다.

물론 오리지널 샘플처럼 비싼 옷은 내월급으로 살수 없다.

디자이너를 하면서 비싼 옷 비싼 가방 신발등을 사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내 생각에는 생활비 걱정이 없는 디자이너만이 그게 가능할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시장조사중에서도 강남 신세계 백화점에 갈때가 가장 좋았는데, 밑에 고속터미널 지하상가가 있기 때문이었다.

시장조사가 끝나면 같이 나간 선배들과 고터 지하상가 쇼핑을 하곤 했다. 팀장이나 실장 없이 나오는 경우가 많아 이때는 자유의 시간이다.

계절이 바뀌어 옷을 대량 사야 할때쯤, 10만원정도를 현금으로 뽑고, 만원짜리 웃도리, 2만원짜리 원피스, 만원짜리 스커트, 

만구천원짜리 샌들, 이런식으로 양손 가득 사면 행복했다.

상경해서 서울에 이렇다할 지인이 없던 나는 소모임 어플로 모임도 나간적이 있었는데,

(물론 야근이 너무 심해서 몇번 나가다 못나가게 되었다. 모임장소가 강남만인것도 아니고 강북일때도 많았고 

퇴근시간이 일정하지 않고 팀장스케줄에 따르니 평일에는 아무 약속도 잡을 수 없다.)

당시 모임에서 만난 나와 동갑인 아이가 있었는데,  연봉을 많이 받는 직업이었다.

그 남자아이는 내가 의상디자이너인걸 알고 각종 브랜드 신상에 대해 나랑 이야기 하고 싶어 했는데,

걔와 나의 차이는 걔는 그걸 살수 있었고, 나는 못산다는 게 조금 속상한적은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늦 가을, 이제 나는 다운점퍼가 필요했다. 따뜻하게 입고다닐 점퍼!

당시에 롱패딩은 없었던 시절이다.

당시에도 고가 점퍼는 물론 있었다. 캐나다 구스, 몽클레어 등등.. 내가 일할때 오리지널 샘플로 구입하는 그런 옷들.

나는 내 수입수준에 맞는 10만원초반대의 오리털 점퍼를 샀다.

매일 회사에 있으니 물건을 회사로 받았는데, 뭐 예상했지만 싼 가격만큼 모자에 붙은 퍼 트리밍은 빈약했고,

설명할수없는 싼티가 흘렀다.

내가 택배를 열고 있으니, 회사의 "정직원" 남자 대리는 나에게 왜이리 싼티나는걸 샀냐고 별로라고 말했다.

나랑 친했던 사람이기에, 물론 장난으로 말했던 것이겠지만 이렇게 싼옷, 싼티나는 옷 밖에 살수없는 나를 비웃는거같이 느껴져서

"돈을 조금 버니까 싼걸 사죠!!!" 하고 쏘아부쳤다.

분위기는 싸해졌다.

그 10만원짜리 점퍼가 못 입을 옷은 아니었지만, 입사 할때부터 나랑 차이나는, 정직원이 보기에는,

고가의 옷을 파는 회사에 다니는 그사람이 보기에는 내 옷이 후져보였겠지 싶었다.

[빌딩사고싶다]

ㅠㅡㅠ

[少女...]

대리입을 내가대리로 쫙 찢어줄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