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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거웍스사의 터치패드는
전통적인 자판 대신 키보드
내용이 인쇄된 막으로 덮여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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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일 키보드나 마우스와 씨름을 벌인다. 타자 실력이 형편없는 데다가 근육이나 힘줄에 무리가 가는 자세로 일하기 때문에 자판 입력하는 일을 매우 싫어한다. 게다가 키보드와 마우스는 왠지 따분하다.
PC(개인용 컴퓨터)는 전자 타자기에서 출발해 계산기를 거쳐 이제는 오락
수단으로까지 발전했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여전히 근무하는 태도로 컴퓨터를 사용하고 있다. 책상에 앉은 채 양 손은 항상 키보드 위에 머물러
있거나 마우스를 움켜잡고 있다. 심지어 오락을 할 때도 우리는 얽매어 있다. 비행 시뮬레이션 게임을 할 때는 조이스틱이 유용할지 모르지만 어드벤처 게임에는 그렇지 못하다.
그러나 새로운 촉감 및 광학 기술을 이용해 사용자와 PC와의 의사소통 방식을 혁신적으로 변화시킬 새로운 형태의 제품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인체공학적 이점 뿐 아니라 새로운 응용 제품까지 만들어 낼 전망이다.
클릭하지 말고 살짝 대기만 하라
노트북 사용자들은 마우스 대신 작은 터치패드를 사용하는데 익숙하다. 하지만 핑거웍스사는 아예 키보드까지도 대신할 대형 터치패드 제품을 내놓았다. 핑거웍스의 터치패드는 전통적인 자판 대신 키보드가 표시된 판을
갖고 있다. 예를 들어 '스페이스', '엔터', '8' 등이 쓰여 있는 부분을 손대기만 하면 된다. 제조 업체 측은 아주 가벼운 접촉만으로도 입력이 가능해 사용자들의 손가락에 스트레스를 덜 주게 된다고 말한다.
이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흥미를 끌지만 정작 핑거웍스 제품이 갖는 뛰어난
장점은 '멀티터치'라고 부르는 기술이다. 만약 사용자가 숫자 '8'이 표시된
사각형 부분에 손가락을 갖다 대면 화면에 이 숫자가 나타나게 된다. 하지만 만약 사용자가 아무 곳에나 손가락 두 개를 갖다대면 컴퓨터는 사용자의 움직임을 마우스 조작으로 인식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손가락 세 개는
마우스의 더블 클릭으로, 두 손가락과 엄지 손가락을 갖다대면 마우스의
오른쪽 버튼 클릭으로 인식한다. 필자가 시험해 본 결과 핑거웍스가 1백89달러에 출시한 이 마우스·숫자 패드 겸용 '아이제스처 패드(IGesture
pad)'는 이 모든 작업들을 실수 없이 해낸다.
'터치스트림 LP(TouchStream LP)'는 핑거웍스가 내놓은 완전형 키보드
제품 중 하나로 판매가는 2백99달러다. 사용자들은 타자를 치다가 패드에서 손을 땔 필요 없이 유연하게 마우스로 넘어가 메뉴로 들어갈 수 있다.
이는 자료를 입력한다기보다는 마치 마법 주문을 외우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한다. 또한 이런 일체형 방식은 인체공학적으로도 좋다. 샌프란시스코 주립대학에서 '헬시 컴퓨팅 프로젝트' 연구팀을 이끌고 있는 에릭 페퍼 박사의 말에 따르면, 사용자들의 몸에 가장 많이 무리를 주는 동작은 키보드 옆의 마우스를 잡기 위해 손을 뻗칠 때처럼 손을 몸에서 멀리 뻗어 정교하고 세세한 조작을 하는 것이라고 한다.
또한 손을 항상 키보드 위에 머물게 하는 것도 근육이 긴장을 풀 여유를 주지 못해 몸에 무리를 주는 결과를 초래한다. 그러나 핑거웍스 기술은 무심코 한 터치와 의도적인 터치를 잘 구별하기 때문에 사용자들은 자판 입력이나 마우스 조작을 하지 않을 때면 패드 위에 손을 얹어두고 휴식을 취할
수 있다.
한 차원 높은 기술
핑거웍스 패드는 사용자들의 입력 동작을 판독한다는 혁신성을 가지고 있지만 2차원에 머물러 있다는 데서 여전히 전통적이다. 그러나 캐나다 에센셜 리얼리티의 'P5' 장갑과 카네스타의 '전자인식기술(EPT)' 등 말 그대로
한 차원 높은 기술을 선보인다.
P5는 단순한 장갑이라기보다는 사이보그 장비 같은 느낌을 준다. 가벼운
P5를 손등에 부착해 손끝을 플라스틱 고리에 연결시키면 각 손가락들이
유연한 플라스틱 막대들과 함께 움직이는 구조로 되어있다. P5는 이 막대들이 구부러지는 것을 감지해 손가락 움직임을 놀라울 정도로 정확히 판독해 낸다. 닌텐도/마텔(Nintendo/Mattel)이 내놓은 '파워글러브'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는 이 장비가 친숙하게 느껴질 것이다. 에센셜 리얼리티는
닌텐도/마텔로부터 이 기술을 사들여 한 가지 새로운 기술을 더했다. P5
외장에는 적외선 발광다이오드(LED)가 부착되어 있어 적외선 수신기가 손의 움직임을 3차원으로 판독하게 된다.
이 기술이 비디오 게임에 응용될 것은 확실하다. 그리고 에센셜 리얼리티의 출발점 역시 비디오 게임이다. 에센셜 리얼리티는 올 여름 하순에 패키지 사양에 따라 1백29-1백49달러의 가격으로 이 장갑을 게임과 함께 묶어
출시할 계획이다. P5는 새로운 방식으로 기존의 게임을 즐길 수 있게 하는
것을 넘어 아예 새로운 형태의 게임 개발을 가능하게 한다. 에센셜 리얼리티의 데이빗 디보어는 미래형 포수 장갑을 끼고 우주 공간에 떠다니는 물체를 잡는 자사 개발 게임을 보여주며 P5가 갖는 잠재력을 설명했다. 데이브는 내게 "(P5와 함께) 가상현실 안경을 쓰고 게임을 즐기는 것을 상상할
수 있겠는가?"라고 물었다. P5를 사용해 게임을 해보니 그 말에 수긍이 갔다.
에센셜 리얼리티는 다른 제품 개발도 계획하고 있다. 이 업체는 앞으로 1년
이내에 양손용 장갑도 출시할 계획이다.(현재 P5는 오른손에만 사용 가능하다.) 또한 신체 전 동작을 판독할 수 있도록 신발이나 무릎패드 같은 다른 부분 제품들도 기획하고 있다. 이것이 가능해 진다면 쿵후 액션 게임에
혁신적인 진보가 이루어질 것이다.
미래형 신기술
한편 카네스타라는 신규업체도 위와 똑같은 역할을 하는 첨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단지 이번에는 어떤 장비도 따로 장착할 필요가 없다. 이 기술에는 디지털 카메라 및 캠코더처럼 물체에 빛을 반사시켜 작은 전하결합소자(CCD)로 보내는 적외선 전달 장치가 사용된다. 그런데 이 CCD에는 작은 칩이 들어있어 언제 적외선이 각 화소와 부딪치는지 정확히 측정할 수
있다. 이 칩은 적외선이 CCD 사이를 날아다니는 시간을 비교해서 3차원
영상을 구현하게 된다. 카네스타사는 이 기술을 통해 기계가 '시각'을 갖게
되었다고 선전하고 있다. 그리고 이 기술을 직접 접한 기자의 머릿속에는
아서 C. 클락 원작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 등장하는 HAL9000 컴퓨터가 떠올랐다.
그러나 이 기술이 처음 사용될 분야는 그다지 파격적이지 않다. 카네스타는 PDA와 휴대폰 제품에 이 센서와 함께 어떤 평면에라도 키보드 영상을
비추는 미세 영사기를 장착할 계획이다. 사용자가 이 자판 영상에 손을 갖다대면 센서가 그 손의 움직임을 판독하게 된다. 기자가 이 기술을 간단히
이용한 가상 피아노를 시험해 본 결과 아주 만족스럽게 작동했다. 카네스타 관계자들은 2003년 초에 이 센서를 장착한 핸드헬드 컴퓨터가 출시될
것이라고 전했지만 어떤 업체의 제품이 될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 가상 키보드를 통해 사용자들은 기존에 해오던 작업들을 보다 편리하게
수행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카네스타는 여기서 더 나아가 자동차 사각 지역을 살피는 충돌 경보 시스템이나 멀리서도 집에 접근하는 사람의 얼굴을
인식해 문을 열어줄 수 있는 초정밀 안면인식 시스템 등을 계획하고 있다.
만약 이런 3차원 입력 장비들이 말도 안된다고 생각한다면 얼마나 많은 이들이 최초의 제록스 컴퓨터 마우스를 비웃었던가를 상기해 보라. 하지만
키보드를 이용한 데이터 입력 방식에서 자유로운 마우스 조작으로 입력 방식이 진보하면서 PC 사용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마찬가지로 3차원
방식으로의 이행은 아주 강력한 파급 효과를 불러 올지도 모른다. 컴퓨터
입력 방식의 변화가 결과물에 크나큰 영향을 끼치는 경우는 종종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