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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모터스가 야심차게 기획한 프로젝트였던 X-5가 마침내 엑시브 250N(EXIV 250N)이라는 모델명으로 출시되었다. 완전히 새로워진 엑시브250N은 스타일, 배기량, 성능 면에서 과거 국산 모터사이클의 말랑함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엑시브의 영광을 재현하라
지난 1995년 국내 모터사이클 최초로 DOHC 방식의 엔진을 탑재했던 엑시브125(GD125)는 2008년을 마지막으로 S&T 모터스의 라인업에서 사라졌다.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던 라이더들을 만족시키며, 수 많은 청소년들이 라이더로 거듭날 수 있었던 “입문의 정석”과도 같은 존재가 단종된 것이다.
어느새 그 자리는 V트윈 엔진을 탑재한 코멧이 차지했다. 하지만 코멧 시리즈는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업그레이드에 소극적이었다. 국내 시장에서 엑시브와 같은 단기통 스포츠 모터사이클은 찾아 보기 힘들었다. 하지만 엑시브는 단종된 지 5년 만에 기존의 스타일과 배기량을 버리고, 완전히 새로운 모터사이클로 부활했다.
사실, 인터모트 모터사이클쇼를 통해 X-5 프로젝트가 공개될 때까지만 해도 ‘엑시브의 부활’은 전혀 눈치 챌 수 없었다. 당시의 콘셉트 모델은 네이키드 타입으로, 풀 페어링을 장착한 기존의 스타일과는 연계성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X-5의 양산화 과정에는 엔진과 섀시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네이키드, 스포츠, 듀얼 퍼퍼스 장르까지 생산하는 계획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른바 ‘플랫폼 공유’다. 하나의 플랫폼으로 장르를 세분화해 생산단가를 낮추면서, 소비자들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최근 모터사이클 업계의 트렌드를 반영한 것이다. 이만하면 엑시브의 연계성은 그 이름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또한 ‘엑시브’라는 모델명은 S&T 모터스에게도 남다른 의미가 있다. 125cc 단기통 엔진에 DOHC가 적용된 국내 최초의 모터사이클이었고, 경쟁기종을 압도할만한 스타일과 완성도를 지녔었다. 이를 기반으로 국내 로드 레이스 초창기 시절에는 엑시브 원 메이크 전이 개최될 정도로, 입문용 스포츠 모터사이클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레이스에서 축적된 노하우는 자연히 엑시브의 진화로 이어졌다. 당시 HSRC(효성레이싱클럽)를 통해 공급된 ‘엑시브 SP’는 경량화된 차체를 바탕으로 백 스텝과 세퍼레이트 핸들을 장착해 화제를 모았다. 슈퍼 스포츠에 근접한 스타일을 지향한 엑시브의 인기는 젊은 라이더들 사이에서 한층 높아졌다.
재미있는 점은 엑시브250N을 개발한 연구진 대부분이 학창시절 엑시브125를 통해 모터사이클에 입문했다는 점이다. 즉, 엑시브의 부활은 단순히 R&D 부서의 디자이너와 엔지니어가 머리를 맞댄 결과물이 아니다. 엑시브를 경험했던 라이더들이 모여, 다시 한번 대한민국 라이더의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모터사이클을 만들자는 바램이 투영된 것이다.
경쟁력은 디자인에서부터
과거의 엑시브처럼 합리적이면서 보다 많은 가치를 제공하려는 S&T 모터스의 열정은 엑시브 250N에도 이어졌다. 무엇보다 콘셉트 모델인 X-5의 파격적인 스타일을 계승했다는 점에서 단기통 250 클래스의 후발주자라는 불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엿보인다.
물론 LED 타입의 방향 지시등은 기존의 부품으로 대체되었지만, 대부분의 실험적인 디테일은 거의 그대로다. 콘셉트 모델이 양산화 되는 과정에서 이뤄지는 형태와 기능의 타협이 이 정도에 그쳤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엑시브250N의 스타일은 한마디로 살기등등하다. 볼륨을 느낄 수 있는 곡선은 철저히 생략됐다. 예각적인 라인이 적용된 결과다. 특히 역삼각형 형태의 헤드라이트는 정지 상태에서도 공기를 가를 것 같은 팽팽한 긴장감이 서려있다.
연료탱크는 플라스틱 소재로 제작해 경량화를 이룬 것은 물론, 디자인을 보다 입체적으로 다듬을 수 있는 초석이 됐다. 이런 흐름은 탱크 양 옆에 부착된 공기 흡입부의 굴곡으로 시작해, 한껏 치켜 올라간 테일램프까지 이어진다. 여기에 화이트 컬러로 통일한 프레임과 휠의 조합은 엑시브 205N의 스포티한 이미지를 부각시킨다.
국산의 한계를 뛰어넘다
엑시브250N의 파격적인 진화 중에서도 백미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은 차체의 균형미이다. 파격적인 형태가 지나치면 되려 낯설거나 과장되어 보이기도 하는데, 엑시브250N의 실물은 사진보다 훨씬 역동적이고 멋스럽다.
프레임에 마운트 된 단기통 엔진 특유의 엉성한 여백도 느낄 수 없다. 콤팩트한 사이즈의 단기통 엔진이 프레임에 가득 찬 느낌이 드는 것도 착각이 아니다. 질량을 집중화하기 위해 연료탱크, 사일렌서, 배터리 등 무게가 나가는 부품을 차체 중심으로 배치한 덕분이다.
기존의 국산 모터사이클과 차별화 된 부분도 바로 여기에 있다. 250cc 엔진을 장착했는데도 차체의 크기는 줄이고 경량화를 이뤘다. 그 결과 엑시브250N의 전체 길이는 1937mm, 너비는 800mm, 높이는 1055mm로 엑시브125 보다 크기가 줄었다. 휠베이스는 무려 773mm나 차이가 난다. 이 수치는 비슷한 콘셉트의 KTM 듀크200 보다 작은 사이즈로, 경량 엔트리 스포츠 클래스로서 운동성능을 극대화하기 위한 설정이다.
덕분에 차체 곳곳은 한 치의 여유도 허락되지 않아 보인다. 라이딩 포지션은 신장 180센티미터의 라이더에게도 옥죄는 느낌 없이 편하다. 연료탱크의 니그립 면적이 의외로 넓고, 시트와 핸들의 간격도 적당히 여유가 있다. 다만 뒷자리 시트는 동승자가 앉기에 부담스러울 정도로 좁은 것이 흠이다.
라이딩 포지션의 설계방침이 본질적인 주행의 가치인 운동 성능에 초점을 맞춘 탓이다. 엑시브250N은 누구나 다루기 쉬운 만큼, 라이딩의 즐거움도 극대화하기 위해 애썼다.
핸들 높이도 스티어링을 좀 더 적극적으로 제어할 수 있도록 설정해, 전형적인 네이키드의 핸들과는 차이가 있다. 마치 듀얼 퍼퍼스처럼 약간 넓게 설정된 엑시브250N의 핸들위치는 확실히 저속에서 안정적인 핸들링을 제공한다. 가볍고 콤팩트한 차체에 정제된 핸들의 움직임은 어떤 주행 여건에서도 콘트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이어진다.
시트에 앉으면 라이딩 포지션의 의도가 명확히 드러난다. 790mm의 시트고는 대한민국 평균신장이라면 누구나 소화가 가능하고, 넓고 먼 시야를 확보할 수 있다. 또한 상체를 웅크려 공격적인 자세를 취해도, 핸들 위치나 너비에 따른 위화감이 없다.
스텝의 위치는 기존의 네이키드 보다 약간 뒤쪽에 자리 잡고 있어, 니그립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공격적인 포지션이 연출된다. 스텝의 위치는 파격적인 외형만큼이나 노골적이다. 더욱이 스텝의 경우는 순정상태에서 앞뒤로 30mm 간격으로 조절이 가능해, 다리 길이나 취향에 따라 조절이 가능하다.
5.85인치 LCD 패널의 디지털 계기반은 기존의 국산 모터사이클과 차별화된 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디지털 방식으로 표기되는 액정에는 속도, 회전수, 기어 표시, 연료, 주행거리, 냉각수 온도 등이 표시된다. 계기반은 사외 파츠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엑시브250N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일조하는 부분이다.
이밖에 휠, 서스펜션, 브레이크 등 주행의 품격을 좌우하는 부품의 퀄리티도 고급스럽다. 특히 외부에 드러난 대부분의 구성은 경량화를 비롯해 강성을 확보했다. 또한 트렐리스 구조의 프레임과 알루미늄 스윙암은 경쟁 기종과 비교해도 우위에 있을 정도로 수준이 높다.
프레임 측면 우측에 위치한 리어 서스펜션은 일반적인 서스펜션 구조와 달리, 연료탱크와 에어 크리너 박스 배치에 간섭을 준다. 차체가 작을수록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배가 된다는 게 연구진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까다로운 레이아웃을 실현하면서, 엑시브250N의 무게배분을 정확히 50:50으로 구현했다.
작은 고추는 매운 법
엑시브250N의 심장은 249cc 수랭 DOHC 4밸브 단기통 엔진이다. 개선된 단기통 엔진은 9,500rpm에서 27.99ps의 최고출력을 발휘하며, 7,000rpm에서 24.17Nm의 최대토크를 쏟아낸다.
코멧250의 V트윈 엔진보다 출력은 1마력 가까이 상승했고, 전체적으로 1,000rpm정도 낮은 회전수에서 최대출력을 발휘할 수 있다. 게다가 엔진의 무게는 35kg으로, 코멧의 엔진 보다 무려 11kg이나 가볍다. 또한 단기통 엔진을 장착한 경쟁모델과 비교해도 확실히 우위에 있다.
단기통 엔진은 낮고 부드러운 숨소리를 내며 잔잔한 배기음을 들려준다. 단기통 특유의 짧고 강하게 반응하는 크랭크의 폭발간격이 정제된 감각이다. 반면 중립상태에서의 엔진 반응은 빠르고 날카롭다.
최고속은 시속 130km 부근. 138kg의 가벼운 차체는 3,000rpm 부근을 넘기면서 전개되는 두툼한 토크를 만나면서 진가를 발휘한다. 코멧250의 초반 가속과 비교하면, 토끼와 거북이가 떠오를 정도. 배기량에 따른 적당한 밀도의 토크지만, 저회전 영역부터 튕겨 나가는 초반 가속력이 마음에 든다.
스로틀 그립을 끝까지 움켜쥐어도 좀처럼 찌릿한 순간은 오지 않는다. 지체 없이 촘촘하게 연결되는 기어비의 영향도 있지만, 동력성능의 시작부터 끝까지 예측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지루하지 않다. 어느 영역이건 이해하기 쉬운 출력특성은 도심과 고갯길 구분 없이 알차게 사용할 수 있다.
게다가 엑시브250N에 적용된 가야바(KYB)의 전후 서스펜션은 S&T 모터스의 이전 모델에 비해 한결 안정적인 승차감을 제공한다. 급격한 하중의 변화도 푸근하게 흡수한다. 움직임이 한층 상냥해졌지만, 노면을 끈끈하게 붙들었다.
천방지축 요동치던 코멧250과는 대조적이다. 반면, 약간 하드하게 설정되어 있는 리어 서스펜션은 불규칙한 노면에서 튀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 역시 프리로드를 조절하면 해결이 가능하니 크게 불편하지 않다.
가볍지만 강성이 뛰어난 프레임과 스윙암의 영향으로 차체의 움직임은 기존의 국산 모터사이클에 비해 한결 차분해졌다. 물론 매서운 면도 있다. 질량이 아래로 집중된 특유의 레이아웃으로 인해 스티어링에 의한 방향전환이 거침 없다. 체중을 이동해 진로를 수정하는 과정이 즉각적이다.
핸들 조향각은 28도로 예상외로 좁다. 때문에 고속이나 와인딩로드에서 스티어링 조작이 용이한 반면, 저속 유턴 시에는 회전반경이 크다. 짧은 휠베이스를 지닌 차체치고는 예상 밖의 회전반경이다.
자연히 차체를 기울였을 때의 스티어링의 반응은 지극히 중립적이다. 경쾌한 반응을 기대했지만, 의외로 밋밋했다. 하지만 이와같은 성격은 연이은 코너에서 무게 중심을 반복적으로 이동해도 허둥대는 법이 없고 의도한 라인을 그린다.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감각이다.
이해하기 쉽다는 건, 적응이 빠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단, 차체의 반응이 믿음직해야 하는 전제조건이 붙는다. 또한 37mm구경의 도립식 포크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이야기다. 조금 거칠게 다뤄도 하중의 급작스러운 변화를 친절하게 읽어주는 움직임이 대견할 뿐이다.
제동력도 만족스럽다. 앞뒤로 300mm, 230mm의 싱글 디스크 로터를 채용하고, 복동식 4피스톤과 2피스톤 캘리퍼를 장착한 브레이크 시스템은 차제를 제어하기에 충분한 제동력을 발휘한다. 또한 브레이크 라인도 메시호스를 적용해 꾸준한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다.
반드시 타고 싶은 모터사이클
엑시브250N은 국산 모터사이클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우리가 익숙히 봐왔던 국산 모터사이클의 어설픈 모습은 어디에도 없다. 그렇다고 단번에 성공을 예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내구성과 라이더들의 평가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엑시브250N은 맛보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엑시브라는 모델명을 선택한 것 역시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고 시장에서 냉정한 평가를 받기 위함이다. 엑시브의 지향점이 누구나 다루기 쉬운 모터사이클이라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S&T 모터스가 엑시브250N을 통해 실현하고 싶은 것은 하나다. 가슴이 뛸 정도로 타고 싶은 모터사이클을 다시 만들자는 것이다. 물론 쉽지 않은 선택이지만, 국내 모터사이클 산업에서 누군가는 해야만 하는 일이다. 또한 끊임없이 경쟁이 펼쳐지는 전 세계의 모터사이클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S&T 모터스가 선택해야하는 생존전략이기도 하다. 엑시브250N이 S&T모터스의 '무모한 도전'이 될지 '위대한 도전'이 될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도전 그 자체만으로도 큰 박수를 받을만하다.
출처 : 바이커즈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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