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1 상반기 유럽 주얼리 트렌드 |
다음은 지난 4월 16일 주얼리페어코리아 기간에 디자이너 김성희씨가 코엑스 컨퍼런스룸에서 ‘2011년 상반기 유럽 주얼리 트렌드 분석’ 주제로 발표한 세미나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 트렌드란
사람들은 그가 살고 있는 시대와 속해 있는 계층에 따라 그 모습은 다르지만 자기도 모른 채 유행을 따라간다. 이런 유행은 물결로 이어져 흐르는 시냇물처럼 시작되었다가도 어느 순간 거침없이 대세를 이루며 흘러가는 큰 물결을 이루기도 한다.
그럼 트렌드란 무엇인가. 트렌드를 이해한다는 것은 집단 취향에 대한 미스터리를 밝히는 것이다. 사람들이 평등해지고 닮아갈수록 한 개인이나 집단을 신봉하려는 경향이 줄어들고 대중을 믿고 여론이 세계를 움직이게 된다. 사람들은 공산주의나 사회주의가 주는 유니폼을 벗어던지고 싶어 하지만 결국 트렌드가 주는 유니포머티(uniformity, 획일성)를 선택한다.
트렌드는 개인이 유행에 영향을 주는 동시에 영향을 받는다.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방식, 유행을 따르고 싶어 하는 욕망, 변화에 대한 개인의 행동이 고려된다. 패션 빅팀(victim)들은 보기에는 시대를 앞서가고 실제로는 남들이 앞으로 선택할 것들을 미리 선택함으로써 그들을 앞서가는 사람들, 이끌어가는 사람들인 것 같지만 이들도 외부의 규칙을 따르는, 이끌림을 당하는 사람들일 뿐이다.
사람들은 트렌드를 따름으로써 어려운 선택의 고통에서 벗어나고 고립된 존재가 아니라 집단의 일원으로 보여 질 수 있다. 이 안에는 구별되고자 하는 욕구와 소속되고자 하는 욕구가 함께 공존한다. 최신 모드가 주로 해외에서 주입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우리와 다른 존재들, 앞서가는 사람들은 훨씬 쉽게 유행을 만들어 내고 그 유행을 평범한 사람들과 나눠 갖지 않는다.
◆ 트렌드와 소비자들
사람들은 빨라지는 유행의 속도를 변화라는 명령으로 인식한다. 그리고 최신의 유행을 따르기 위해 변화를 원한다. 사람들은 다르게 보이고 싶어 하지만 실제로는 다른 사람들과 거의 차이를 느낄 수 없을 만큼 비슷하다. 민주사회에서 사람들은 점점 더 닮아가며 그 결과 점점 더 구분하기 힘들어진다.
사회계층 간의 간격이 좁아질수록 밑에서는 모방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위에서는 새로운 것을 창출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유행에 따라 제품도 같은 종류, 같은 스타일이면서 가격이 더 저렴한 것이 더 많이 팔린다.
◆ 미메시스
인간이 다른 인간을 모방하려는 습성을 ‘미메시스(mimesis)’라 한다. 이는 우리로 하여금 다른 사람이 갈망하는 것을 탐하게 만드는 힘이다. 셰익스피어의 소네트 중 “당신이 그녀를 사랑하는 이유는 내가 그녀를 사랑한다는 것을 당신이 알고 있기 때문이지”를 봐도 알 수 있다.
트렌드는 하위계층이 상위계층을 모방함으로써 확산된다. 사람들이 지배계급의 특징에 관심을 기울이기 때문이다. 소유의 목적은 계급의 상징으로 사용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모든 미학적 선택은 자산과 습관에 의해 결정된다. 즉, 우리의 문화생활이 우리가 속한 계급을 말해준다. 하위계층 사람들이 상류층의 상징들을 완벽히 소유할 수 없는 것은 경제적 이유뿐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설령 상위계층에게만 허용된 상황에 접근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어도 “이건 우리 같은 사람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라는 말로 자신의 위치를 스스로 재확인한다.
◆ 2011 상반기 유럽 주얼리 트렌드
▲ 부쉐론의 뱀 모양 반지 |
▲ 로렌스보머의 꽃 모양 반지 |
자연의 주제는 언제나 변함없이 주얼리 제작의 선두자리를 지키고 있다. 작년부터 이어온 동물 시리즈는 아직도 주얼리 신상품 제작의 선두를 달리고 있다. 볼륨은 커지고 형태도 대담해지며 재미있는 형태를 취하기도 한다. 개구리, 부엉이, 공작, 벌 등의 동물은 최고의 인기종목이며, 유색보석과 블랙 다이아몬드가 주로 사용된다. 꽃 모양의 주얼리도 인기다. 티타늄이 사용돼 큰 사이즈와 다양한 컬러로 대부분 브로치나 펜던트로 제작되는 꽃 모양 주얼리는 유색석과 진주가 메인스톤으로 사용되거나 60년대 스타일의 복고풍 코사지로 표현된다.
▲ 팔미에로의 멀티컬러 반지 |
▲ 크리벨리의 블루컬러 반지 |
이번 시즌에는 한 제품에 레인보우 색상이 가득 담긴 멀티 컬러 스톤 세팅이 대 유행이다. 컬러 사파이어와 다이아몬드, 각종 유색석이 고루 사용되고 있다. 또 영국의 윌리엄 왕자와 케이트의 결혼반지의 영향인지, 아니면 여름의 시원한 색상이어서인지, 잠시 주춤했던 블루 컬러가 메인 컬러로 등장했다. 사파이어와 같은 진한 블루색상을 가진 보석들, 즉 런던 블루 토파즈나 탄자나이트 등이 대 인기이다.
▲ 드그리소고노의 블랙다이아몬드 반지 |
▲ 이벨의 샴페인 컬러 반지 |
블랙톤의 두드러진 부활도 눈에 띈다. 블랙은 패션 주얼리에서 뺄 수 없는 색상이다. 특히 블랙 다이아몬드 컬렉션 출시 10주년을 맞은 드 그리소고노는 블랙 다이아몬드를 사용한 신상품을 대거 쏟아냈고 그와 함께 붐을 일으키고 있다. 피부색상과 차이가 나지 않는 부드러운 샴페인 색상 톤은 점잖은 중년여성들은 물론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도 인기다. 레드골드에 사용된 팬시컬러 다이아몬드, 문스톤, 콩크펄, 아게이트 등 피부톤과 같은 색상의 보석이 메인 스톤으로 사용되고 있다.
소비자가 사이즈를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고 여러 색상을 사용할 수 있는 매듭은 피포 페레즈를 선두로 해서 유럽 전역에 퍼지고 있다. 서로 다른 매듭을 매는 방식의 개발이 키포인트다. 이벨, 파 지오이엘리, 그리고 크리벨리를 선두로 얇고 넓게 자른 커런덤 보석 역시 유행이다. 자유로운 형태가 주는 편안함 때문인지 그와 함께 바로크 펄의 수요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밖에 프랑스에서 시작된 해골, 권총 등의 펑키 스타일도 현재 유럽 및 아랍 국가들을 거쳐 빠른 속도로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