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를까 봐 말하는데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기만 한 사람은 없습니다. 일주일 동안 전투하느라고 다른데 에너지를 나눌 시간도 겨를도 없었는데 2025' 추석이 성큼 다가왔고 추석을 타는지 어제오늘 손님이 없네요. 그 틈에 스텝 한 명이 월요일에 그만두겠다고 해서 당장 그만두라고 하고 싶었지만 참았어요. 니체 형님이 "인생은 콩밥이다"라고 한 걸 또 잊고 콩을 추리려고 했나 봐요. 쏘리 쏘리. 다시 말하지만 영원한 권력도 없고 영광도 없어요. 무엇보다 인생은 유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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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 전유성이 76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났고, 법정에 출정한 대통령의 늙고 병든 모습을 보니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인간은 반드시 죽는다" 그것을 기억하고 인정하는 것이 지혜이고, 그 지혜자에게 주어지는 권력과 영광이라야 선용할 수 있습니다. <토지 11회>차입니다. "이제 치수 자리가 내 자리라 이거지. 아이고 좋다" 주인 없는 최 참판 댁에 조준구가 사랑방을 차지하고 주인 행세를 하고 있고 그때 문을 열고 들어온 서희가 조준구를 노려보면서 어서 그 자리에서 일어나라고 조준구를 호통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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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우리 아버지 자리요. 거긴 당신 같은 손님이 앉을 자리가 아니야. 나가 나가란 말이야" 조준구가 이런 맹랑한 아이가 있냐며 꾸짖자 서희는 자신은 아이가 아니고 이 집의 주인이라면서 방에 있는 집기들을 던지고 행패를 부립니다. 범의 새끼 서희를 리스펙트 합니다. "넌 이름이 뭐냐?" "삼월이라고 합니다" "두고 보라. 이놈의 집구석을 망하게 하고 말기라(거복)" "서희야! 슬퍼서 우느냐?" 윤씨 부인이 다가와서 묻자 서희가 고개를 흔들고, "그럼 분해서 울고 있는냐"고 하자 고개를 끄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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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씨 부인은 기쁜 일이 있어도 눈물을 보이면 안 된다면서, " 웃음은 너를 가벼운 자로 만들 것이다. 네 가슴은 타 들어가도 몸만은 단단한 이 집의 기둥이 되어야 한다"고 당부를 하자 서희는 낮은 목소리로 대답합니다. 지리산 노고단입니다. "당신의 얼굴에서 어머니를 보고 있소. 당신의 따뜻한 이 손이, 당신의 사랑이 날 살게 하고 있소. 사랑이 생명인가 보오(김환)" "거복아! 가다가 배고프면 먹고 여기서처럼 하면 안 된다. 퍼뜩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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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 집행 날입니다. "한 가지 미심쩍은 것은..." "니는 팔자에도 없는 계집질이라도 했지 내는 뭐꼬" 최치수 살인에 가담한 칠성과 평산의 목은 섬진강 백사장에서 망나니의 칼에 날아갔고(에고 무시라) 귀녀는 아기를 낳을 때까지 목숨을 연명하게 되어 사건은 일단락됩니다. 어미의 생명 연장에 아기가 일조한 것도 놀라운 일입니다. 시나브로 평사리 들판에도 여름이 오고 강포수는 귀녀를 위해서 매일 하동 관아를 들락거리고 지극정성으로 귀녀의 옥바라지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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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의 '하동관'과 평사리는 관련이 있을까요? "칠성이 땅덩이는 누구한테 소작을 줄 깁니까?(강봉기)" 송산 교도소 시절 하루도 빠짐없이 편지를 써주고 옥수발을 해준 나의 귀녀가 잘 사는지 궁금합니다. "살다가 널 만나면/모질게 따지고 싶어/힘든 세상에/나홀로 남겨두고 왜 연락 한번 없었느냐고/아무것도 난 해준게 없어 받기만 했을뿐/그래서 미안해 나같은 여자를/왜 사랑했는지 왜 떠나야 했는지/어떻게든 우린 다시 사랑해야해(왁스/화장을 고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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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깟 놈의 아새끼, 종 밖에 더 되겠소" "귀녀 니가 죽지는 안 할 거 아냐" 똑같은 새드엔딩이지만 개인적으로 '별당-김환'보다 '귀녀-강포수' 연애사가 배는 감동적입니다. "짐승을 도와주면 은혜를 갚고 사람을 도와주면 앙분을 받는다더니" "사악한 기집을 위해 내놓는 돈이 아니라 아이(두메)를 위해 내놓은 돈일세" 강포수의 뜻을 전해들은 윤 씨 마님이 300냥을 양육비로 챙겨준 것은 고아와 과부를 돌아보시는 하나님의 인애가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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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 누구여? 한복이 아니가?" "니 성은 왜 같이 안 왔냐?" "설마 우리 집에 둘라고 하는 거 아니제. 당장 내보내라(김이평)" 칠성이 각시 임이네가 장터 노점에서 국밥을 파는데 텃세 때문에 서럽습니다. 한복이를 내보내는 김이평 가족의 마음이 짠합니다. 마지막 면회에서 소름 돋는 러브스토리가 나를 울립니다. "강포수! 손은 새 가죽 같소" "강포수! 잘못했소. 내 그동안 강짜는 후회스러워서 그랬소" "나 강포수가 만든 새 옷 입고 싶소. 이녁이 해준 새 옷 입고 갈 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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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 나온 강포수는 담벼락에 머리를 처박고 짐승같이 울었습니다. '하늘에는 별이 깜빡이고 있었다. 오월 중순이 지나서 귀녀는 옥 속에서 아들을 낳았다. 그리고 여자는 세상을 원망하지 않고 죽었다. (토지1부 3권 구제된 영혼 중)" 결국 귀녀는 처형을 당하고 아이는 강포수에게 맡겨져 두메로 이름을 짓습니다. 강포수와 귀녀의 사랑은 처연하면서도 숭고합니다. 귀녀가 결국 옥중에서 아들을 낳고 죽음을 맞이하는 서사는 기독교적 구원 서사와 겹쳐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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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의 작품이 단순한 농민 사극이 아니라 보편적 구속과 해방의 이야기를 품고 있고 귀녀와 강포수의 관계는 단순한 연애사가 아니라, 고통 속에서도 끝내 사랑과 책임을 지켜내는 인간다움의 형상으로 읽힙니다. 이렇게 보면 토지는 개인의 욕망과 좌절을 넘어서 죽음을 기억하고, 그 죽음 속에서도 삶의 가치를 붙드는 이야기라 할 수 있습니다. 삶은 유한하지만, 사랑과 희생, 그리고 지켜야 할 신념은 시간을 넘어 울림을 남기니까요. 죽음과 유한성을 깊이 인식하는 것이 오히려 삶을 더 충만하게 만들 수 있다면, 오늘의 나는 무엇을 잃지 않고 붙들어야 할까?
2025.9.28.sun.악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