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내장수술을 받고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 법륜스님의 즉 문 즉 답을 들었다 자신의 행복을 위해 할 수 있는 행동 중에서 공덕이 있다고 했다 여러 가지 공덕 중에서 주고도 욕을 먹는 공덕이 있다고 했다 그런 공덕을 베푸는 사람은 허약한 몸을 가지고도 나름대로 살아가는 덕을 입는다고 했다
2. 가을 놀이
정돈이 잘 되어있는 양재동 길 가로수 잎이 떨어져 쌓여있다 바람이 불지 않아 차곡차곡 쌓여있다 아직은 변하지 않은 단풍잎으로 물들어있다 지난밤 이슬도 내려있다 그 낙엽을 밟고 지나가는 사람이 있다 그 때만은 가을이 심심하여 지나는 사람 아침햇살이 그것을 알고 사람의 등을 토닥이고 있다 아침 이슬이 사람의 마음을 적시고 있다
3. 아이러니
긴장마가 끝난 서울거리 먼지 하나 없이 깨끗했다 장마 비가 모든 먼지를 다 쓸어갔다 하늘은 맑고 햇살은 뜨거웠다 오랜만에 찾아온 행복한 날 이었다 그런데 누구의 장난인지 그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다 다른 곳도 아닌 바로 내 앞에서 사람들이 괴성을 지르고 얼굴을 붉히는 일이 발생했다 그날도 행복과는 거리가 먼 날이었다
4. 구름이 내린 꽃다발
길거리 휴지통에 버려진 꽃다발 받아야 할 사람이 거부를 하고 주어야 할 사람이 버렸으니 아무리 아름답고 화려한 꽃다발인들 어찌할 도리가 없다 어두운 구름이 내려 빗방울이 맺혀도 돌아서는 사랑 앞에는 어찌 할 도리가 없다
5. 꿈에서도
깊은 산으로 들어가려는데 높은 산으로 올라가려는데 산은 나를 받아주지 않았다 두 번이씩이나 시도를 하는데도 평평한 길로 내려가라 하였다 꿈에서도 마음이 약한 나는 아무런 저항을 하지 못했다
6. 그러다 지고
담장안의 홍매화 담장 밖의 큰 나무에 별 관심이 없다 그런데 또 관심을 가지면 무얼 해 그는 밖에서 나는 안에서 이미 정해져 있는 운명인 것을 답답해도 지루해도 그대로 울안에 머물러있어야지 눈이 오면 눈을 맞고 비가 오면 비를 맞고 바람이 불면 흔들리는 것을 그러다 지고 그러다 지는 것을
7. 숨소리
진달래꽃이 지는 저녁 바다에 갔다 바다는 어두웠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까만 밤이였다 처 얼 석 처 얼 석 파도소리만 들려왔다 그 소리는 무거웠다 큰 등치로 밀리는 소리였다 단 한 시도 쉬지 않고 숨을 쉬는 소리 그 소리는 숨이 찼다 살아있는 소리였다
8. 목화 꽃
추운 겨울 너는 나에게 꽃씨를 주었다 봄이 왔을 때 나는 그 꽃씨를 화분에 심었다 다행이 꽃씨하나가 싹이 터서 자라서 꽃을 피웠다 하얀색 분홍색인으로 보드라운 꽃이었다 여러 송이의 꽃을 피웠고 나중에는 열매도 맺었다 그리고 그 열매에서 다시 목화솜을 피웠다 따뜻하고 포근한 목화 솜이었다
9. 추억 1
그날 지각을 했다 몸을 움츠리고 교실 문을 열었을 때 친구들이 모두 박수를 쳤다 전날 방과 후 남아서 그린 그림이 벌써 벽에 붙었다 새 학기를 맞이한 담임선생님이 기뻐하셨다 어제는 그렇게 그려지지 않던그림이 벽에 붙여놓았을 때 나도 놀랄 만큼 그럴듯했다 사람의 내장을 닮아 있었다 국민학교 어린이가 그리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는 그림이었지만 복희와 숙이와 함께 교실이 어두워지는 줄도 모르고 그렸다 교실을 나왔을 때 저녁 햇살이 넓은 운동장을 지나가고 있었다
10. 추억 2
책상을 두 개 붙여놓고 넓은 모조지에 몇 개의 칸을 쳐놓고 빈 칸에 그림을 그려 넣었다 시금치 당근 무우 토마토 고추 등 식용으로 사용하는 야채를 그렸다 봄 햇살이 그림위에 내려 따뜻했다 다른 친구들은 과일 동물 등을 그렸다 그리고 다 함께 모여그린 그림을 교실 뒷벽에 붙었다 그림으로 인하여 협동심을 기리는 새싹들의 교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