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부터 아주 아주 신이 납니다.
나비를 공부하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잠자리 공부할 때처럼 안 놀고 선생님 뒤를 졸졸 따라다니기로 했습니다.

선생님 손등에 나비가 앉았습니다. 무슨 나비인지는 까먹었습니다.
아, 생각났습니다! 네발나비입니다.
진짜는 다리가 여섯개인데 두 개는 감추고 있는 시치미 나비입니다.
선생님이 볼펜으로 건드려 숨은 다리 두 개를 보여 줬습니다.
나비가 그때 얼굴을 찡그렸습니다.
그래도 우리 선생님은 착한 사람인 것 같습니다.
선생님이 하나도 안 무섭다고 나비가 선생님 손등에 한참 앉아 있었으니까요.

지난번에 만났던 주홍박각시나방 애벌레를 또 만났습니다.
주홍박각시나방은 달맞이꽃잎만 좋아한다고 선생님이 말했습니다.
편식하면 건강에 안 좋다고 우리 엄마는 맨날맨날 골고루 먹으라고 하는데
주홍박각시나방은 잔소리쟁이 엄마가 없나 봅니다.
그런데 주홍박각시나방은 편식하는데 왜 저렇게 오통통한지 몰라요.
사진을 망쳐서 다시 찍으려다 그만 두었습니다.
나비 공부할 땐 딴청 안 피우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나는 얼른 선생님한테 달려갔습니다.

예쁜 벌개미취밭도 그냥 지나고

익모초도 그냥 지나갔습니다.(사실은 잠깐 보았습니다.)

환삼덩굴에 구멍이 뽕뽕 나있습니다.

뒤집어보았더니 네발나비애벌레가 있습니다.
네발나비애벌레는 환삼덩굴을 잘 먹는다고 합니다.
네발나비애벌레도 잔소리쟁이 엄마가 없나 봅니다.

박주가리꽃을 보고 있을 때입니다.
"팥중이가 두 마리나 모자에 앉았네!"
선생님이 말해서 다들 내 모자를 보았습니다.
나는 기분이 좋았습니다.
'음... 인기 짱이야!'
내 모자에만 팥중이가 날아와 앉았으니까요.
그런데 나는 팥중이를 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팥중이가 또 날아왔습니다.
팥중이가 내 어깨에도 앉고 배 위에도 앉았습니다.
팥중아, 날 좋아하지 마. 나 인기 짱이라서 괴롭단 말이야. ㅋㅋ...

또 까먹었습니다. 남방부전나비인지 먹부전나비인지 푸른부전나비인지
헷갈립니다. 선생님이 나를 지진아반으로 가라고 할 거 같습니다.
엄마가 알면 속에서 불이 나겠지요?

루뻬로 나비를 보았습니다.
나비가 갑자기 왕따시만하게 커졌습니다.
그런데 깜짝 놀랐습니다. 나는
나비 더듬이랑 발이랑 눈이 이렇게 이쁜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당장 루뻬가 갖고 싶어졌습니다.
낙제생이 자꾸 졸라대면 엄마가 폭발할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나는 엄마를 졸라대고 말 거예요.

선생님한테 말했습니다.
"저 잠자리 공부할 때 딴청만 피웠어요. 그래서 하나도 몰라요.
그런데 대따 재미있었어요."
"선생님도 학교 다닐 때 그랬는데... 재미있으면 되는 거야. 이름 좀 모르면 어떠니."
'저건 뻥 치는 거야.'
선생님이 그렇게 공부 안했으면 어떻게 선생님이 되었겠어요.
그래도 나는 우리 선생님이 대따 착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선생님. 그런데 이 나비 배추흰나비 맞아요?

방아깨비가 짝짓기하고 있는 거래요.
큰놈이 암놈이고 작은놈은 수놈.
나는 오늘 굉장히 많이 유식해졌습니다.
나는 그동안 엄마가 아기를 등에 업고 가는 줄 알았습니다.

솔직히.. 아직도 애벌레가 징그러워요.
애벌레 등을 만지면서 촉감 좋다고 말하는 애가 그 손가락을 들고
나를 놀리면 어떻게 하나 조마조마했습니다.
그래도 전보다는 조금 조금씩 덜 징그러워져 가만히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선생님. 이 애벌레는 커서 뭐가 되는 거예요?

거미는 기뻐 어쩔 줄 모릅니다.
노린재는 슬퍼 어쩔 줄 모릅니다.
선생님이 거미에 대해서도 많이 가르쳐 주셨습니다.
그런데 복습을 다 하려니 힘이 좀 들어요.
일찍 지야 내일 수업을 잘 할 텐데...

집에 오는데 괭이밥이 오늘따라 무척 반가웠습니다.
부전나비들이 괭이밥을 좋아한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에요.

이 괭이밥을 먹고 애벌레가 자라고 나비가 되고...
경비아저씨한테 괭이밥을 뽑으면 안 된다고 얘기해줘야 되겠습니다.
첫댓글 아 시 잘 쓰는데는 이유가 있구나. 니비 종류도 참 많네요.
펜션에서 밤에 불을 켜 놓으면 온갖 종류의 나비가 한 곳에 다 모입니다. 장수하늘소도 오구요. 이름을 알면 반가울텐데 저는 모르지요. 근데 맨 밑에 사진은 괭이밥 아니거 같아요.
고추장만 있으면 쌈밥으로 먹기 좋은 것들 몇개 보이네요 가을에 몸보신 해야 하는데..암튼 참꽃마리님 잘 먹고 갑니다
담비님. 저, 뒤돌아서면 까먹는 거 아직도 모르셔요? 그래도 이렇게 정리하고 나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네요. / 제비꽃님, 괭이밥 꽃이 입을 꼭 다물고 있었어요. 신선놀이 가면 장수하늘소 소개시켜 주세요./ 금파님. 혹 애벌레 넣고 쌈밥 드시는 거 아니지요?
얼굴 안보여 줄래요? 숨박꼭질 하다 장농에서 잠 들기도 하는데, 그럼 술래가 곤란해 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