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세자의 능인 현륭원과 용주사, 만년제의 정확한 위치는 물론 주위 10리 안에 대해 엄격하게 관리(禁養)되어 왔음을 보여주는 옛 지도(왼쪽)와 이들 3개 지점 사이를 아파트 등으로 개발하려는 계획을 담고 있는 화성태안3지구 택지개발 조성도(오른쪽) 모습.
민원에 부딪혀 공사가 중단된 화성 태안3지구 택지개발 지역은 문화의 보고(寶庫)로 국보지정 등의 유물이 보관된 사찰과 사적, 지방문화재가 위치한 한복판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들 문화재와 사찰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정조(正祖)의 화성(華城) 축성의 모태가 되는 등 세계문화유산에 버금가는 가치를 지녀 당초 무리한 개발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택지개발이 왕이 되지 못하고 뒤주에 갇혀 28세의 젊은 나이로 숨진 사도세자의 무덤인 현륭원, 정조가 아버지(사도세자)의 명복을 빌기 위해 창건한 용주사 등 유기적 관계 의미를 크게 분절·훼손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화성 태안3지구는 하나의 관계망을 형성할 때 본래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현륭원, 용주사, 만년제 3개의 주요 문화재와 사찰의 한가운데 자리해 이들을 고립·분산시키는 폐해가 우려된다. 경기도와 대한주택공사, 화성시 등에 따르면 주공은 10여년 전부터 화성시 안녕동 일원 118만8천㎡(36만평) 규모의 화성 태안3지구 택지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화성 태안3지구는 개발예정지구지정(1998.5.6), 개발계획승인(2003.4.30), 실시계획승인(2004.12.30) 등을 거쳐 지난해 2월 토목공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토목공사 착수 10개월, 전체 공정 5% 진행을 보인 지난해 12월 공사를 중단했다. 용주사 측의 개발 반대 속에 경기도지사, 화성시장, 건교부장관, 주공 사장, 용주사 주지 등이 참석한 관계기관 회의에서 공사를 잠정 중단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용주사에 따르면 화성시는 회의에서 태안3지구 일원은 역사적·문화적 사료가 살아있는 교육의 장으로, 효(孝)를 교육할 수 있는 마당으로 활용해야 한다며 택지개발에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이 일대가 ‘고고학적’으로 수원부에 속했던 각종 관청과 수원부민이 집중적으로 거주해 생활유적이 광범위하게 포장(包藏)된 곳이고 ‘역사·문화적’으로도 국가·경기도 지정 문화재 15건이 인근에 집중 분포하는 등 역사적 보전가치가 매우 높다는 이유를 들었다. 경기도도 이 일대를 택지로 개발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도의 고위 관계자는 “토지는 주변 여건 등을 고려해 가장 적정한 용도로 쓰여야 한다는 것이 김문수 지사의 방침”이라며 “사도세자의 죽음과 정조의 효 이야기가 살아 있는 지역에 대한 택지개발은 크게 잘못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토지매입이 끝나는 등 이미 행정절차가 많이 진행돼 돌이킬 수 없지 않느냐는 물음에 대해 “아무리 많이 진행되었다 하더라도 ‘잘못된 것’을 뻔히 알면서 그대로 진행시킬 수 없다는 것이 지사님의 뜻”이라고 강조해 택지개발 반대 의지가 확고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대해 시행자인 주공은 당초 주택공급을 목적으로 택지개발촉진법에 따라 추진되고 절차에 문제가 없기 때문에 지구지정 해제 등은 있을 수 없으며 하루 빨리 민원을 해소, 공사를 재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택지개발사업 조기추진위’는 지난 2월 24일 용주사 앞에서 합법적인 국책사업을 더 이상 방해하지 말라며 태안3지구 개발 조기추진 궐기대회를 가졌다. 신창균기자/chkyun@ 박명호기자/mh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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