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글> 추천-2011-01
봄이 성큼 다가왔다. 연녹색의 대지가 상큼함을 더해주는 이즈음, 수도권에서 가까운 섬을 찾아 복잡한 마음을 달래보자. 섬은 일에 지친 사람들의 심신을 깨끗하게 헹궈준다. 현대인들은 바쁜 생활로 몸과 마음이 늘 지쳐 있게 마련이다.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정현종 시인이 읊은 것처럼 섬은 누구나 한번쯤 가보고 싶은 이상향이다.
인천 앞 바다에 떠 있는 선재도와 영흥도. 두 섬은 마치 자매처럼 사이좋게 붙어 있다. 영흥도는 6년 전 육지가 된 섬으로 옹진군에서 백령도 다음으로 크다. 행정구역은 인천시 옹진군이지만, 경기 화성· 안산· 시흥에서 더 가깝다. 다리(영흥대교)가 놓이기 전까지는 뱃길로 1시간이나 떨어진 외로운 섬이었다. 인천 연안부두나 인근 선재도에서 배를 타고 이 섬을 드나들었던 사람들에게 영흥대교의 개통은 감격과 환희 그 자체일 것이다.
제일 먼저 들를 곳은 선재도(仙才島). 대부-선재 간 연육교를 건너면 바로 선재도가 나타난다. 대부도와 영흥도 사이에 있는 아주 작은 섬, 그러나 아름답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섬다운 매력을 지니고 있다. 해안선 길이가 12km, 전형적인 리아스식 해안으로 불과 3년 전만 해도 연안부두에서 하루에 네 번밖에 없는 배를 타거나 대부도 방아머리 선착장에서 배를 빌려야 들어갈 수 있었던 꼬마섬이었다. 그 때만 해도 이웃한 대부도나 제부도는 꽤 북적거렸지만 선재도는 교통이 불편해 찾아오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대부도와 선재도를 잇는 선재대교가 놓였고, 선재도와 영흥도를 잇는 영흥대교가 잇달아 놓임으로써 여행길이 한결 편안하고 다양해졌다.
선재도는 야트막한 산줄기가 바다로 스며든 모양새를 보여준다. 전설에 의하면 하늘에서 선녀가 내려와 춤을 추던 곳이라는데, 해안선을 따라 수려한 자연경관이 펼쳐지며 주민들은 주로 어업에 종사하는 전형적인 어촌 마을이다. 물이 빠지면 섬보다 더 너른 개펄이 나타난다. 들리는 말로는 서해안에서 굴과 전복이 단위 면적당 가장 많이 생산되는 곳 중의 하나라고 한다. 선재도의 새끼섬으로 물이 빠지면 걸어 들어갈 수 있는 목섬은 천혜의 생태계를 보여주는 무인도. 목섬 너머로 또 하나의 섬이 보이는데, 칡넝쿨이 많다 하여 붙여진 ‘칡도(일명 측도)’다. 현재 8가구가 살고 있는 칡도까지는 물이 빠지면 자갈길이 연결돼 걸어서 건널 수 있다. 길이 단단해 경운기와 작은 차들도 드나든다. 선재대교 좌측의 얕은 야산 위에는 당나무 군락이 우거져 있는데 수령이 5백살이 넘는 나무도 있다. 선재도의 역사를 말해주는 풍물이지만 아무렇게나 방치돼 있어 아쉬움을 준다. 목섬 선재도의 새끼섬으로 드넓은 갯벌 한가운데 떠 있는 모래섬이다. 썰물 때 드러난 모래 등을 통해 걸어갈 수 있다.
다음으로 갈 곳은 영흥도의 진두 선착장. 영흥도는 섬 전체 둘레가 15km 남짓해 자동차로 1시간 정도면 둘러 볼 수 있다. 차창을 열면 다리 좌우측으로 펼쳐진 갯벌이며 햇살에 반짝이는 바다가 눈앞에 어른거린다. 선재도에서 영흥대교를 건너자마자 우측으로 보이는 진두선착장은 섬의 활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선착장 한편에서는 굴, 소라, 해삼 같은 어물을 진열해 놓고 흥정을 벌이는 아낙들이 보이고 포장마차도 길게 늘어서 있다. 사람들을 실어 날랐던 배는 조는 듯 밧줄에 묶여 있다. 그 위로 영흥대교가 위풍당당하게 서 있는데,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해변 한쪽에서 낚시꾼 두엇이 고기를 낚아 올렸는지 환성을 지른다. 이곳에서 주로 잡히는 고기는 숭어와 가자미, 방어, 간재미, 도다리, 꽃게, 갑오징어 등. 가자미는 1kg에 5000원선이면 맛볼 수 있다. 영흥도에 자주 온다는 한 낚시꾼은 숭어는 살이 단단해 회 맛이 최고라며 자랑을 늘어놓는다.
영흥대교에서 서남쪽으로 약 4km 떨어져 있는 용담해수욕장은 옛날 이곳에 용이 승천한 못이 있다 하여 용담이라고 부른다. 1,000m 가량의 백사장이 펼쳐져 있으며 50~100년 된 해송이 군락을 이뤄 그윽한 풍치를 자아낸다. 해변 옆 갯벌에는 낙지, 굴, 바지락, 동죽, 고동, 게 같은 어족 자원이 풍부해 개펄체험과 해산물 체취를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이곳에서 북쪽 길을 따라 조금 가면 오른쪽으로 십리포 해수욕장을 알리는 이정표가 나온다. 진두선착장에서 10리쯤 떨어져 있어 ‘십리포’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하는데, 왕모래와 조개껍데기로 이뤄진 고운 백사장과 날카로운 바위, 이리저리 비틀리며 올라간 서어나무(일명 괴수목(怪樹木))숲이 깊은 인상을 준다. 특히 수백 그루의 서어나무는 단 한 그루도 줄기가 곧은 것이 없다. 이곳에 펼쳐져 있는 서어나무숲은 겨울에는 방풍림으로, 여름에는 더위를 식혀주는 정자나무로 제몫을 다한다. 이곳에 서어나무가 군락을 이루게 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150여 년 전, 내2리(내동)에서 농사를 짓고 살던 마을 사람들이 심한 해풍으로 더 이상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되자 거친 땅에서도 잘 자라고 바람을 막기에도 제격인 서어나무를 구해 심은 게 그 계기가 되었다. 소사나무는 철망 밖에서 봐야 한다. 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주위를 막아놓았기 때문이다.
십리포를 둘러보고 임도(林道)를 따라 국사봉(해발 123미터)까지 올라가 보는 것도 좋다. 고려 왕족의 후예들이 봉우리에 올라 잊혀져가는 나라를 생각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 국사봉(國思峰)이다. 경사가 완만해서 산책 삼아 누구나 오르내릴 수 있다. 산길을 오르노라면 저 멀리 인천송도신도시 예정지와 시화호, 외항선이 들고나는 인천항이 한눈에 내려다보여 또 다른 즐거움을 안겨준다. 시간이 있다면 국사봉 기슭에 자리 잡은 통일사에도 올라가볼 만하다. 서해 앞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호젓한 절집으로 산사 특유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약수터가 있는 주차장까지 자동차로 갈 수 있다.
십리포 해수욕장에서 차로 10분 거리에는 사철 푸름을 자랑하는 장경리 솔밭(해수욕장)이 있다. 수령 100년이 넘는 노송들이 서로 어깨를 포갠 채 길게 늘어서 있으며 그 앞으로는 천혜의 갯벌이 펼쳐져 있어 썰물 때를 이용해 동죽, 바지락, 모시조개 같은 각종 조개류를 캐는 재미가 여간 아니다. 해산물을 채취하려면 갯벌에 신고 들어갈 장화와 호미, 바지락 등을 담을 통은 따로 준비해가야 한다. 어스름녘이면 장경리 앞바다로 황금빛 낙조가 깔리는데, 그 모습 또한 장관이다.
한편, 어린이를 둔 여행객이라면 영흥면 외리에 있는 영흥화력본부 에너지파크 전시관에 가보는 것도 좋겠다. 화력, 수력, 원자력을 이용한 전기에너지의 생성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으로 체험을 통해 쉽고 재미있게 배운다는 에듀테인먼트 개념으로 만들어졌다. 전시관은 화력발전과 전기에너지, 신재생 에너지의 세계, 전기 원리 체험, 영흥지역소개, 3D 입체 영상관 등 5개 존으로 구성돼 있다. 태양광, 바람, 수소와 같은 새로운 에너지의 세계를 보여주는 신재생에너지존은 특히 인기다.
◆여행쪽지(지역번호 032)=
서해안고속도로 비봉 나들목(306번 지방도) -사강 -탄도 -대부도 -선재도 -영흥대교.
영동고속도로 월곶나들목-84번 국도-시화방조제-303번 지방도-선재도-영흥대교-장경리해수욕장.
인천 용현동(구 터미널)에서 영흥도행 시외버스(886-4747)가 하루 6회 다닌다.
1시간 40분소요.
영흥터미널에서 십리포, 화력발전소, 장경리 방면으로 가는 마을버스 운행.
영흥도마을버스(011-9753-7048, 011-322-1652).
통일사(886-7529)는 장경리 해수욕장에서 내 6리 방향 도보로 30분 거리.
선재도의 선재우리밀칼국수(889-7044)는 해초와 우리밀을 섞은 칼국수에 진한 바지락 육수가 어우러져 맛이 일품이다.
싱싱한 해산물을 맛보려면 영흥대교 건너 우측으로 보이는 진두선착장을 찾으면 된다.
진두횟집(886-2044), 경영횟집(886-8475), 어촌풍경(886-3377), 바다횟집(886-4526), 대풍횟집(886-0510) 등.
장경리에도 장경리횟집(886-8359), 갯마을칼국수(886-9538) 등이 있다.
선재도, 십리포, 장경리 주변에 민박집과 펜션이 여럿 있다.
솔뱅팬션(www.solbang.net, 889-1080), 바다향기(889-8300), 성난파도(886-7378), 해오름빌리지(886-3381), 비치타운(886-2020), 왕건마을(886-7301), 바다와 들녘(882-3433), 몽블랑(889-1088), 바다와만남(889-8832) 등.
까르망(887-8005)은 영흥대교, 측도 등 주변 광경을 볼 수 있는 카페이다.
영흥도에선 배낚시도 즐길 수 있다. 영흥도신흥낚시(886-5523, 011-292-0760)에 연락하면 인원수에 따라 15, 16, 18, 22인승 배를 대여해 준다. 자세한 정보는 선재도닷컴(www.seonjaedo.com), 영흥도닷컴(www.yeongheungdo.com)을 참고하면 된다.
글: 김 초 록<여행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