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 어떤 일도 좋은 면과 나쁜 면을 동시에 갖고 있다. 재벌이 되는 건 좋아보이지만 평생 그 부를 유지하기 위해 잠 적게 자고, 더 많이 일해야 한다. 대통령이 되는 건 좋아보이지만 '국민술안주'가 되고 급기야 자살까지 한다. 반대 경우도 마찬가지다. 전쟁이 나쁜 것같지만, 실은 기술발달을 촉진시키고, 인구이동, 계급이동, 문화와 문명 이동 등 여러 가지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유럽의 경우 칭기즈칸의 몽골군 때문에 엄청난 전화를 입지만, 또 그 때문에 페스트로 수천 만 명이 죽지만 그로 인해 르네상스가 촉진되고 산업혁명이 일어났다. 이 힘으로 아시아보다 강해진 유럽은 19세기 다투어 아시아를 식민지로 삼았다. 칭칭기즈칸 효과 때문이다. 결국 아시아는 칭기즈칸이 던진 부메랑을 맞고 침몰했다.
일본은 한국을 점령하여 식민통치를 하고, 태평양 전쟁에 필요한 군사를 징집해가는 등 이웃나라들을 괴롭혔지만 역사상 최초로 핵폭탄을 두 발이나 맞는 가장 끔찍한 보복을 당했다. 미군이라면 발등이라도 ?아야 할만큼 패전 이후의 일본은 아득하고 참담했지만 그들은 그 미국에 의지해, 자신들의 형제를 죽인 원수인 미국 덕분에 재기할 수 있었다. 적을 친구로 삼는 순간 일본은 세계적인 경제 강국이 될 수 있었다.
우리 역시 일본 패전과 함께 나라가 분단되는 아픔을 겪지만 도리어 남북의 경쟁 체제 속에서 이만큼이라도 도약할 수 있게 되었다. 만일 분단이 되지 않은 채 광복이 됐거나, 조선왕조가 망하지 않은 채 오늘날까지 이어졌다면 또다시 나른한 유교주의와 왕조사관에 빠져 어떻게 됐을지 모른다. 임진왜란이나 병자호란 때의 처신을 미루어 보면 딱히 희망적이질 않다. 일본에게 패망하기 직전의 조선 조정은 차라리 망해 없어지는 게 나을만큼 부패하고 무력하고 무능했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
신종플루 H1N1이 유행하면서 한국인의 위생 관념이 날로 좋아지고 있단다. 신종플루가 돌면서 고질적이다시피한 술잔 돌리기가 줄고 있단다. (난 술잔 돌리기 싫어 술 마시러 잘 안나가고, 나가도 술 못마신다고 거짓말한다.) 탕 그릇에 여러 명이 숟가락질하는 문화도 사라질 듯하다. (모르는 이 여럿이 한식당 가면 난 탕은 먹지 않는다. 내가 숟가락 담근 탕을 다른 사람이 먹는 걸 보면 엄청 미안하다. 내게 간염항체가 있어도 그렇다.) 공중위생 의식도 부쩍 좋아진 모양이다. 20년 전만 해도 지방 버스터미널에 가면 화장실 가기가 겁이 났는데, 지금은 대부분 깨끗하다.
술은 즐기지만 술자리가 공포스러운 사람들에게는 반가운 일이다. 폭력적으로 술을 강권하고, 제 입술로 빨아댄 술잔을 거침없이 내미는 그 손이 없어진다니 다행이다. 국민교육은 교과서로 안되는 게 많다.
신종플루에 대해 정부가 좀 과민하지 않나 싶은데, 아마도 이런 위기를 널리 선전하면 통치자들이 가장 편안하기 때문인 듯하다. 예로 부터 국변, 국난이 생기면 통치권자들은 가장 편해진다. 평화시보다 전쟁 중일 때 통치자들은 가장 살맛이 난다. 그래서 전쟁이 그렇게 자주 일어나는 것이다. 만고의 법칙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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