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프레젠테이션이 열린 행사장 전경. 2 행사가 진행된 홍콩 사이버포트 호텔. 3 여행을 상징하는 모티브의 액세서리. 4 미니 린 모티브를 재해석한 라인의 웨지힐 과 트렁크. 5 골드와 실버 컬러가 추가된 ‘수할리’ 백. 6 2008 크루즈 컬렉션 룩과 뉴 ‘살리나’ 백.
비상경보처럼 자지러지던 매미들의 코러스도 마치 오래전의 일 인 양 잊혀져가고, 찬 기운을 머금은 가을비를 바라보며 옷장 안에 잠들어 있는 아우터들을 서둘러 깨운다. 하지만 패션 피플들은 이맘때쯤이면 슬그머니 고개를 내미는 크루즈 컬렉션을 기다리는 중. 한겨울의 추위를 피해 따뜻한 남국으로 크루즈 여행을 떠나는 이들이 옷을 주문하던 관습에서 비롯되어 리조트 컬렉션으로 불리기도 했지만, 이제는 원래의 의도에서 벗어나 사계절 착용이 가능한 룩으로 자리 잡았다. 또 시즌 컬렉션보다 디자인이 단순하기 때문에 브랜드의 가치와 퀄리티는 유지한 채 훨씬 더 웨어러블하고 실용적이라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지난 8월 28일 홍콩 사이버포트 호텔에서는 아시아 프레스를 대상으로 한 루이 비통 2008 크루즈 컬렉션 프레젠테이션이 열렸다. 이번 크루즈 켈렉션의 모티브를 말해주는 듯 모든 아시아의 프레스들은 페리를 타고 행사장으로 이동, 밝은 햇살 아래서 바닷바람을 만끽했다. 모델의 워킹으로 이뤄지는 기존의 행사와 달리 이번 프레젠테이션은 블랙 마네킹 디스플레이로 이루어져 의상을 한 벌 한 벌 직접 만져보며 디자인과 소재 그리고 디테일들을 꼼꼼히 살펴볼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
이번 2008 크루즈 컬렉션 프레젠테이션에서 가장 관심을 모은 것은 여행을 상징하는 비행기, 증기선, 돛, 요트 등을 모티브로 한 프린트다. 신선한 컬러와 함께 어우러진 프린트들은 정적인 분위기의 2007 F/W 컬렉션에서 벗어나 한층 가볍고 상큼한 분위기로 기분 전환을 한 듯했다. 1970년대의 자유로운 정신에서 영감을 받고, 루이 비통의 과거를 회상하는 듯한 엘리건트한 모티브를 시즌 주요 프린트로 하여 데이 웨어부터 이브닝, 그리고 도시에서 해변까지 다양한 배경을 넘나드는 아이템을 소개했다. 루이 비통의 시그너처 룩이라 할 수 있는 브레이슬릿 소매의 수트와 그래픽한 패치워크로 구성된 실크 소재 원피스, 1970년대 스포츠웨어 트렌드를 적용한 캐주얼한 느낌의 후드 재킷, 한쪽 어깨에 골드 체인이 더해진 글러머러스한 이브닝 룩 등.
이번 크루즈 컬렉션에서 이슈가 된 또 다른 아이템은 바로 백이다. 여행 가방으로 시작한 루이 비통에 있어 가방 컬렉션은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매 시즌 모노그램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가방을 선보임으로써 생동감을 부여해온 마크 제이콥스가 이번 시즌 선보이는 ‘네오 버켓’과 ‘살리나’ 백은 레드 컬러의 앨리게이터 프린트와 골드 스터드 장식을 가미해 매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기존의 미니 린 모티브를 새롭게 재해석한 트렁크와 ‘마리나’ 백은 고급스러운 빈티지가 어떤 것인지 외치는 듯 했다. 특히 1958년 처음 선보였다가 지난 2006년 다시 부활한 ‘락 잇’은 트렌디한 실버와 골드 컬러가 새롭게 추가되어 시선을 끌었다.
편안함과 심플함이 특징인 2002년, 도시적인 시크함이 돋보이는 2003년, 사랑스러운 소녀의 감성을 표현한 2004년, 럭셔리한 복고풍 스타일의 2005년, 그리고 재클린 케네디와 오드리 헵번에게서 영감을 받은 2006년에 이어 럭셔리한 스포티함이 특징인 2007년까지, 시즌을 거듭하는 동안 루이 비통의 크루즈 컬렉션은 진보를 거듭해왔다. 이제는 한겨울의 미니 컬렉션이 아닌 진정한 ‘시즌’ 컬렉션으로 인식될 만큼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
멀미의 기억이 아직까지 남아 페리를 한 번 더 타자고 한다면 손사래부터 치겠지만, 크루즈 컬렉션을 미리 훔쳐본 이 경쾌한 여운이 흐뭇해 뜻밖의 선물을 받은 기분이다. 얄미운 추위에 몸을 움츠릴 겨울이 코앞에 닥쳤지만 마음 안엔 미풍이 일렁인다. 홍콩에서 날아온 자유로운 ‘루이비통표’ 산들바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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