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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24.목요일
혹자는 이야기를 들어준 것만으로도 위안을 삼아 떠나기도 하고, 혹자는 한 번만 검토해 달라며 가지고 온 서류를 무작정 내밀고 휘적휘적 뒷모습을 보이고 떠나기도 한다. 두 경우 모두 사무실을 삶의 피곤함과 절망, 그 헛헛한 체념으로 가득 채워버려, 도저히 숨쉴 틈 없는 무게를 선사한다는 점은 동일하다.
대외사업업무를 담당하다보니 쓰고 싶은 것도 못 쓰고, 원래 딴지에 입사 결심을 했을 때 계획했던 일들도 다 틀어져 버린 본인에게 어느 날 전화가 한통 걸려왔다. 워낙 많은 사람들과 만나다 보니, 어찌어찌 건너건너 인연이 되었고, 차마 뿌리칠 수 없어 한번 말씀이나 들어보고자 했던 일이 이 모든 사단의 시작이다.
2.
부동산, 그중에서도 아파트란 존재.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불패의 신화'를 써내려가던 대한민국 재산 증식의 대표주자로. 돈이 있든 없든, 직장초년생이든 과장이든 부장이든 누구나 가지길 원했고 가진 이들조차 자고 나면 변하는 아파트 가격에 울고 웃던 시절이 있었더랬다.
아파트로 유럽을 꿈꾸는 나라, 아파트가 자신의 이름이 되는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어떤 직장이든지 누가 어디에 집을 사서 몇 억을 벌었다느니, 아파트를 몇 채를 구입했다느니 하며 모든 사람들의 부러움을 독차지 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자산 수십억의 재력가로 통하는 사람이 있었을 만큼 서울에서 아파트란 존재는 정말로 특별했다. 그 중에서 재건축이 갖는 매력은 가히 김태희를 넘어선 김연아의 매력도를 넘는 로또에 버금가는 존재라 할 수 있었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아파트가 로또로 변하는 일은 허다했었다.
실제로 가카가 서울시장 하던 시절, 마이다스의 잦이처럼 찍는 곳 마다 골드로 변화시키겠다는 '뉴타운 정책'에 너도 나도 우리에게도 은총을 내려 달라며 졸라대기도 하고, 2008년 오세훈 서울시장 당시에는 여•야 할 것 없이 서울에 출마한 모든 국회의원들이 우리 동네도 뉴타운 지정을 약속받았다며 목청을 높이던 시기도 있었으니, 그 매력도야 그냥 상상에 맡기겠다.
'나도 약속받았다'고 했다가 오세훈이 '언제?'라구 발빼자
재판까지 받은 굴욕의 사나이도 있었다.
그러나 말이다. 다들 알다시피 그곳에 살던 집주인, 세입자 할것 없이 마치 발기된 불기둥처럼 그곳에 우뚝 솟은 재력과 지위의 상징에 실제로 입주하는 건 힘들기만 하다. 여기에 착각이 존재한다. 집주인들이야 건설사에서 주는 이주비 받고, 있던 집 보상금도 받아 다시 재입주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하는데 기득권들의 법과 경제가 그리 만만하지 않다.
물론 그 가능성이란 게, 그냥 내몰리고 쫓겨나고 항거하다 폭력적인 철거에 삶까지 송두리째 뿌리 뽑히는 세입자들보다 나은 형편이기는 하다. 그러나 집주인이라고 상황이 크게 변하지 않는다. 온 세월을 통해 모은 재산이 평당 얼마라는 숫자로 변하고 나면 건설사와 그 중간에 낀 조합, 업무대행사들의 어려운 법률적 내용과 다양한 편법, 탈법적인 수단에 의해 결국 만신창이가 되기 일쑤이다. 결국, 자격이 박탈되거나 울며 겨자 먹기로 권리를 양도하면서 자신들의 삶터에서 쫓겨나야하는 것은 동일한 것이다.
이 기록은 대한민국 부동산 잔혹사의 아직도 진행 중인 현장이다.
시작은 작년 8월의 지하 벙커1 딴지일보 사무실이다.
2012년 8월 어느 날.
한눈에 보아도 그냥 본 기자의 부모님과 같은 세월과 고생의 흔적들을 고스란히 담은 어르신 몇 분들이 방문하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해당 지역 주민들 대부분이 70세 이상의 노인분들이셨다.
원래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했지만 본인들도 이야기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본 기자에게 내민 자료도 디지털 문서로 환산하자면 수십 GB가 훌쩍 넘는 양이라 그 자료의 검토가 아닌 속독에도 몇 달이 걸릴 만큼 방대했다.
따라서 필요한 몇 몇 부분만 제외하면 현재까지의 상황을 단편으로 재구성하여 하나의 스토리로 풀고자 한다. 독자 열분들이 전체적인 그림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라서다. 미리 이야기하자면 한 편의 대하 서사시만큼 길고 복잡한 사연이다.
서울 강남에 인접한 한 지역에 2006년 모 건설사와 공동사업주체로 지역주택조합이 탄생한다. 약 200여 세대의 지역민의 단독, 다세대, 연립주택들을 모아 450여 세대의 아파트단지로 변모시키는 대신, 당시 집주인들에게는 106.92 ㎡ (예전으로 환산하면 33평형)아파트를 분양가 이하의 금액으로 입주를 하도록 하겠다거나, 그 면적 이상의 집을 보유한 사람에게는 남은 면적만큼 건축비를 소위 말하는 퉁치는 방식으로 입주를 보장하겠다는 장밋빛 미래가 이 사업의 시작이었다.
여행에서 기분 좋을 때는 공항에 도착까지라고 했나?
재건축도 딱 조합설립때까지가 기쁨의 끝이다. 그 다음부터는 복마전이 시작된다.
지역 자체가 강남에 인접해 있을 뿐, 대부분의 지역주민들은 서민의 삶을 산다. 막노동을 하거나 파출을 나가는 사람, 회사원이거나 자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평생을 모아 집을 사고, 자리를 잡아 가던 지역으로 이해하면 된다. 그들에게 지금 살고 있는 집을 주면 새로운 아파트를 하나 준다는 약속은 거부할 이유가 없는 제안이다. 그렇게 소위 말하는 지역주택조합이 탄생한다.
장밋빛은 딱 여기까지다. 그 다음부터는 서로의 이익을 위한 복마전이 시작된다.
사업에 관여하는 주체가 크게 잡으면 지역주민들이 설립한 지역주택조합, 그리고 공사를 책임지는 시공사, 시공사의 업무를 대행하여 처리하는 업무대행사가 존재하는데 모든 문제의 시작은 이 업무대행사에서 시작된다. 업무대행사는 조합과 시공사의 관청의 인허가, 분쟁해결, 세입자문제 등 재건축과정의 복잡다단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지는 일종의 프로젝트 전문회사라 이해하면 된다. 늘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업무대행사들은 시공사와 원청-하청의 관계를 가지는 데, 시공사의 담당직원이 파견근무 형태로 근무하기도 한다.
문제는 이 업무대행사가 사실 프로젝트가 끝나면 사라지는 회사라는 것이다. 실제로 사업 도중에 업무대행사는 여러 번 간판을 바꿔달기도 하고, 대행 사업권을 타 업체에 넘기기도 하면서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한다. 시공사는 시공사 나름대로 문제가 생기더라도 자신들과는 무관하다며 발뺌하기 딱 좋은 구실이기도 하다.
실제로 모델하우스에서 소비자를 만나 상담하고 계약하는 분양대행업체나 이와 같은 업무대행업체의 직원들은 현장마다 다니면서 그때그때 팔 것만 팔고 떠나는 선수와 다름없다. 계약이 끝나면 다른 현장으로 떠나야 하는 이 선수에게 믿음을 보내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일반인들이 부동산 거래현장에서 만나는 모델하우스 분양대행사 직원들이나
업무대행사의 직원들은 사실상 약간의 권한만 위임받은 '선수'들이다.
그것도 한시적인 선수들이다.
이들의 말은 말일 뿐 계약서에 표기된 사항 외에는 아무것도 믿어서는 안된다.
사진의 선수는 본 건과 무관한 본 기자의 취향이다.
모든 건설은 시간이 돈이다. 공사기간이 늘어날수록 은행 등에서 빌린 파이낸싱자금의 이자, 인력비용, 건설 기자재 등등이 예상 외로 불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시공사와 업무대행사는 이 공기를 지키거나 단축하기 위한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한다.
이곳과 같은 재건축, 또는 지역주택조합의 경우 가장 중요한 것은 조합장과 조합원에 대한 회유이다. 사업주체인 조합에서 반대하거나 어떤 안건에 대한 의결이 미뤄질 경우, 사업자체에 대한 이익이 줄어 들 수밖에 없기에 실제로 현장에서 벌어지는 작업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일들이 벌어진다. 여기에 대한 관리나 감독이 소홀해질 경우, 이 모든 사태들은 사기와 불법의 영역으로 순식간에 진입한다.
시공사와 조합을 대신하는 업무대행사, 모든 서류와 자금의 중계자역할을 하기에
언제 어떻게 다른 손으로 무슨 일을 하고 있을 지
문제가 불거지기 전까지는 아무도 모른다.
여튼 이 지역주택조합에서 애초에 계약을 맺은 업무대행사에서 새로운 업무대행사로 사업권이 몇 번 이전되면 얼마 되지 않아 최초에 약속된 계약들이 소리소문없이 심지어 조합원들도 인지하지 못한 상황에서 파기되고, 변경되기 시작한다.
공사비 증가를 빌미로 세대 당 수천만 원씩 추가분담금이 발생되었고, 결국 각 가정당 총 비용 3억여 원이 추가 부과되었다. 이것을 조합 총회에 승인 받기위해 개별 조합원들에 대한 선물, 회유, 협박이 난무하고 갈등을 조장되며, 심지어 유령조합원이 등장하기까지 한다.
게다가 업무대행사나 조합에 관련된 몇몇 사람들은 그 와중에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엄청난 액수의 비용을 부풀려 매매차익을 실현시키는(실제로는 배임이나 횡령에 가까운) 일을 거리낌 없이 자행하기도 한다.
이 와중에 최초의 조합장은 내부 조합원에 의해 쫓겨나다시피 물러나야 했다. 새로운 조합장이 다시 사업을 추스르고 있는 상황이긴 하지만 이미 문제가 된 사건들의 증거 자료나 서류 대부분은 파기된 후다. 결국 문제를 원점에서 다시 풀어야 하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추가 분담금 문제는 법원에서 지역조합원(주민)의 손을 들어준 판결로 인해 한숨 돌린 상황이지만, 문제는 누군가가 이 증가한 공사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게다가 해당 시공사에서 다시 846억 원을 조합에 요구하는 황당한 경우가 발생했다.
입주하려면 846억원을 내놔야 한단다. 차라리 건물을 사겠다.
건설사의 주장에 따르자면 조합원 개인으로 따져 자신의 모든 재산인 집을 내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총액 9억에 가까운 비용을 별도 지불해야 겨우 그 지역 33평형 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는 것이다.
일단, 큰 그림은 여기까지다. 애초에 기대했, 조합과 시공사 간의 약속은 사라지고 지역민들은 엄청난 금액의 추가부담금을 내놔야 입주가 가능해졌으며, 그 중간에 지역민들의 다툼과 갈등이 발생하고, 믿었던 조합 관련자와 업무대행사는 불법적인 유령조합원까지 등장시키며 자신들의 이익만을 생각하고 있었다. 여기에 금융권과 이 사업에 대한 돈을 엄격히 관리 해야 하는 대한주택보증같은 관리사 마저 결코 조합원들의 편, 그러니까 주민들의 편에 있지 않았다.
업무대행사는 업무대행사대로, 건설사는 건설사대로 관계자들이 자신들을 이익을 위해 조합원들의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고, 그로 인해 공사가 지연되고, 그 와중에 거대한 이익을 챙기고, 그 이익만큼 다시 공사비가 상승하는 악순환 속에서 부담은 지역조합원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되었다.
이 와중에 시공사는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고, 그 직전 기업어음을 발행하고 그룹총수가 고발되기도 하는 등 - 다행히(?) 법원의 무죄판결을 받아 돌아왔지만- 아직 해결되지 못하는 문제들이 다시 엉킨 실타래처럼 복잡해지고 있다. 결국 주민들은 자신들의 집과 재산을 잃고, 수억대로 추가될 비용을 감수하고 입주하거나 아니면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앞서 밝힌 대로 한때 영광의 부동산이었던 아파트 거품도 이제 빠졌고, 더 이상 치부나 재산증식의 수단으로는 사망선고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자신들의 집값에 미련을 못 버린 분들이 존재한다. 길을 가다보면 아직도 조합추진위가 설립되었다며 축하플랭카드가 붙고, 낡은 아파트 외벽에 붙은, 선정된 시공사의 '최선을 다 하겠다'는 메시지에 가슴 가득 희망이 부풀어오르는 사람들이 많다. 이것이 어쩌면 새누리당을 절반 가까이 지지하는 사람들의 공통된 심정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이 있다. 돈은, 자본은 결코 당신의 편이 아니라는 사실 말이다. 돈은 거짓말과 편법과 불법을 편승해서라도 자신의 덩치를 키울 수 있다면 정의나 도덕, 사람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사실. 이것이 이 기록을 시작하는 목적이다.
자본은 이익을 위해 굴러갈 뿐이지, 사람은 고려대상이 아니다.
본 기자는 앞으로 업무대행사, 조합, 시공사로 영역을 나눠 자신들의 이익을 챙겨가는 방식을 가진 자료를 바탕으로 기록해 나갈 예정이다.
2013년 1월, '이수역 LIG 리가'에 입주를 앞둔 서울 동작구 사당동 171번지 주민들의 겨울은 유난히 길고 추울 것 같다.
2013년 5월 입주예정인 사당동 171번지 '이수역 LIG리가'
그러나, 얽힌 실타래처럼 꼬여버린 현장 상황이
찌푸린 날씨만큼이나 어둡게만 느껴진다
1. 퍼펙트 스톰
영화 '퍼펙트스톰' 알지? 2개 이상의 폭풍이 한꺼번에 부딪치면서 엄청난 크기의 폭풍이 만들어지는 상황을 영화화 했던 거 말야. 그 속에 떠 있는 배는 그야말로 망망대해에 나뭇잎 같은 신세로 변하지.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 할 수 없는 수준의 상황이 벌어지는 데 이제부터 이야기하고자 하는 사당동 171번지 [LIG 이수역리가]현장이 바로 그 상황이야.
심지어 폭풍 2개가 아니라 대여섯개의 폭풍이 겹쳐진 채, 한마디로 부동산 건설 현장에서 생길 수 있는 모든 악재를 다 품은 정말 'Perfect' 한 재앙이 되어버렸어.
퍼펙트 스톰- 이수역 LIG리가의 조합원들은
2개가 아닌 최소 3개 이상의 초거대 태풍을 만난 셈이야.
이거 어떻게 해야해?
전편의 이야기를 요약하자면 이래. 있는 거라곤 집 한채 달랑 가진 사람들이 지역조합을 통해 재건축을 진행해. 당시 아파트 시세를 예측하여 산정된 사업성 예측이 틀어지면서 애초에 약속된 것들이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해버렸어.
애초에 조합원들에게 약속된 것은 평대평으로 아파트 교환, 예를 들면 자기 집 33평짜리 땅을 내놓으면 33평 아파트를 준다는 것이 기준이야. 여기서 집 평수가 모자라면 조합원 분양가로 돈을 더 내고, 넘는다면 건축비로 상계(편집자 주 : 채무자와 채권자가 같은 종류의 채무와 채권을 가지는 경우에, 일방적 의사 표시로 서로의 채무와 채권을 같은 액수만큼 소멸함. 또는 그런 일. [비슷한 말] 상쇄.)한다는 것이 첫번째 약속이었어. 거기에 사업 진행동안 살 곳이 있어야 하니 주택당 1억 5천만원이라는 이주비가 무이자로 지급되는 것이 두번째 약속이었고 말이야.
계약서-건설사, 업무대행사, 조합원이 맺은 최초 계약서,
이주비와 조합원 분담금에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현재는 무의미한 것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그 상황이 지금은 조합원 1인당 사업분담금이란 명목으로, LIG 공문에 따르면 9억여원을 내야 하는 것이 되어버렸고, 무이자라고 알고 있던 이주비에도 1억 5천만원 기준으로 8천여만원의 이자를 납부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 거지.
결국 조합원들이 33평 아파트에 입주하기 위해선 자신이 살던 집을 내놓고도 무려 8~9억 여원 가까운 돈을 내야 가능해진단 스토리야. 졸라 우끼지? 그 동네 시세로 33평 형은 5억도 안되는 데 말야.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2. 피해자는 있으나 가해자가 읎다.
지난 1월 25일 오후, 사당동 171번지 주민들이 제일II저축은행 사무실에 모였어. 하루하루 살아가는 서민이 생계를 포기해가며 모인 이유는 무이자라고 알았던 이주비에 연체이자까지, 그러니까 1억 5천만원 기준으로 약 8천5백만원의 이자까지 상환하라는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야.
여기에서 묘한 상황이 발생 해. 서류 상으로 주민들이 받은 이주비가 은행에서 개별적으로 개인에게 대출된 게 아닌 거지. 당시 업무대행사로 230억원이 대출되었다가 업무대행사가 조합원들에게 무이자라고 나눠준 것으로 되어 있거든. 대출의 주체는 조합원인데, 돈을 받은 곳은 업무대행사인 거지.
대출당시 주민들에게 제일II저축은행 논현지점에서 개별적으로 대출자서(편집자 주 : 대출을 위한 자필서명)을 하게 해. 아무것도 모르는 어르신들은 무이자란 말만 믿고 시키는 데로 이름을 쓰고 도장 찍고는 돌아왔어. 연대보증인에 건설사와 업무대행사가 올라가 있었으니 그냥 책임져 주는가 보다 했을 거야.
당시 주민들이 대출서류에 자서를 할 때, 이자 부분은 공란으로 되어있다는 거야. 이자에 몇 퍼센트라고 표기가 되어 있었으면 당시에 문제제기를 했을 텐데, 아무도 본 사람이 없었다는 거야. 나중에 누군가 임의로 써넣은 이자라고 조합 측에서 주장하는 데 지금으로는 입증할 방법이 없어. 물론 서류에 자서한 사람의 필적과 이율을 표시한 필적이 완전히 달라서 어쩌면 그럴 수도 있었겠구나 정도야. 당시 이 업무를 담당하셨던 분이라도 좀 나타났으면 좋겠어.
당시의 대출신청서
연대보증인에 LIG건설과 업무대행사 이름이 올라가 있다.
그리고는 2012년 4월까지는 아무 문제가 없었어. 대출 이자에 대해 어떠한 통보를 받지 못했지. 그러다 시공사인 LIG건설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이자대납(LIG입장에서는 이자대여)가 불가능해지면서 연체사실이 알려지게 돼. 결국 체납된 이자도 고스란히 손실금이 되어 조합원들의 부담금으로 돌아와 버렸고 말야.
상황이 답답하기만 한 어르신들
식사시간이 지나고,한 시간 정도 후에 은행 담당직원이 돌아오자 비로소 시작된 이야기.
조합에서 이주비에 대한 사업비 부담도 고스란히 지고 있는 상황에, 전체규모와 각각 조합원들에게 지급된 내역을 확인해달라고 했음에도 몇 달이 지나도록 은행 측은 자료를 찾고 있다고만 이야기하고 있는 상황이었던 거야. IT강국 대한민국에서, 그것도 은행에서, 한 지역에 대출된 자료를 찾는데 몇 달이 걸린다고 하니 화가 날만도 해.
급기야 이주비 이자로 언성이 높아지게 되었어. 당연하지. 조합도 조합이지만, 개개인들에게는 무이자인 줄 알았던 이주비가 엄청난 이자 폭탄을 달고 떨어져버렸으니 말야. 고성이 오고가고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오셨던 분들의 억울함과 분노가 담긴 항의와 질문을 쏟아 붓고 있던 중, 본 기자도 납득되지 않는 점이 있었어.
격앙된 분위기, 문제는 현재 담당 직원도
최근 들어 이 업무를 떠안게 됐다는 것.
알잖아. 저축은행들이 어떤 사태를 겪었는 지 말야.
제일II저축은행도 그 사태를 겪으면서 감독기관의 관리하에
회생의 길을 걷고 있는 와중이야.
게수다) 서류를 보다보니 보통 2008, 9년 이주비 대출이 일어났는 데, 작년까지 이자에 대한 통보나 관련서류가 주민들에게 전달되지 못한 이유가 무엇인가?
은행) 당시, 대출은 주민들에게 했지만, LIG건설 측에서 대납하여 연체사실이 없었기에 은행 측에서는 신경쓰지 않았다.
게수다) 대출자가 아닌 제 3자가 이자를 대납 중이었는 데, 그것에 대한 안내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인데, 이상하지 않는가?
은행) 은행입장에서는 이자가 제대로 납부된 다면, 문제 삼을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게수다) 그렇다면, 그전까지 LIG 건설 측이 이자를 대납했다는 것을, 그러니까 사실상 이자에 대한 책임이 LIG에 있.을.수.있.다.는 정황을 은행 측도 알고 있었다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2012년 4월(추정) 이후 갑자기 이자에 대한 책임을 주민들에게 돌리고, 지금에 와서야 연체에 대한 책임까지 지우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보여지는 데...
은행) 그것은 LIG측에 문의해봐야 할 사항인 것 같다.
게수다) 알겠다. 한가지 더 질문이 있는 데, 사실상 기업간의 돈 거래 관계인데, 이자를 대납한다는 것을 어떠한 관련자료나 계약도 없이 받았다는 것도 납득이 되지 않는다. 그에 관한 관련 서류는 없는가?
은행) 확인해보겠지만, 현재까지 발견된 관련서류는 없다.
사실, 무이자에 대한 약속은 계약서 상에서 볼 때 업무대행사가 한 약속이야. 그건 당시에 LIG건설사도 계약당사자로 있었기에, 책임은 없다해도 알고는 있던 상황이라는 추측이 가능하지. 이주비에 대한 부분은 현재 담당자도 당시의 상황에 관여했거나, 알고 있는 직원이 아니었기에 일단 넘어가기로 했어.
그런데, 조합쪽에서 요구하던 자료가 또 있었다.
사업 진행 당시, 사업의 업무대행사와 LIG건설, 그리고 은행이 맺은 약정서가 있다고 했어. 순간, 어쩌면 그 서류에는 이 문제에 대한 실마리가 존재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어. 왜냐하면, 기업체간의 돈거래에서 돈의 출처가 없거나 불분명한 상황에서 입출금이 관리될 리가 없거든. 무슨 구멍가게도 아니고 말야.
그런데 문제는 계약당사자에 조합이 껴 있지 못한 관계로 조합의 열람요구는 묵살되었어. 아마도 조합에서는 그 약정서에 뭔가 건설사나 은행이 밝히기 꺼리는 내용이 존재한다고 생각한 것 같아. 그 부분을 다시 물었어.
게수다) 당시에 맺은 약정서에 이자 대납이나 책임에 대한 내용은 없나?
은행)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게수다) 조합업무를 대행한 업무대행사와 건설사, 은행이 사업관계로 약정을 맺었는데, 게다가 이주비 무이자에 대한 약속은 사실 업무대행사가 한 것으로 봐서, 그 부분에 대한 책임소재가 없이 약정을 맺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은행) 본인이 봤을 때 그런 항목은 있지 않았다.
게수다) 반출은 안되어도 현장에서 열람조차 불가능한가?
은행) 조합이 건설사에 요청하여, 건설사가 조합에 열람이나 복사하도록 허용한다면 볼 수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 조합이 건설사 측에 요청해야 한다.
분명 조합 사업과 관련된 내용인데 해당주체인 조합이 볼 수는 없는 자료가 존재한다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문제는 조합 측에서 이 자료를 건설사에 요청했으나, 건설사도 이 문제에 대해서 예상대로 묵묵부답이다는 거야. 게다가 최초 조합장이 물러나면서 이런 저런 자료를 모두 파기시키면서, 현재 조합에서 보유하고 있는 자료도 극히 적어서 객관적인 사실을 따져보는 것 조차 힘든 지경인거야.
이에 대한 LIG건설의 입장은 또 달라.
실제로 사업주체는 조합이고, , 자신들은 도급관계일 뿐이라는 거야. 특히, 이주비 같은 부분은 본인(조합원)들이 해당금융기관(제일II저축은행) 자서를 한 것이고, 애초에 조합사업비-그러니까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었을 때 이익분에서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에서 -에서 운용되는 것이라고 말하며 건설사와는 상관없다는 주장.
이자 대납부분 역시, 애초에 사업자금으로 금융권에서 일으킨 PF자금이 땅값과 보상금 등으로 소진된 후, 자금이 부족하고 조합사업비가 없던 관계로 LIG건설이 사업진행을 위해 조합에 대여한 것으로 설명하고 있어. 오히려 돈을 빌려줬다는 거지.
앞에서 봤던 계약서의 상세 내용.
여기서 '을'은 업무대행사였던 피엔씨에이원이란 회사야.
결국 계약내용에서 확인했듯, 무이자에 대한 약정은 업무대행사가 한 거야. 그런데 현재는 이 업무대행사는 조합과 소송중이며, 사업자등록번호만 확인되었으며, 본 기자도 수차례 이런 저런 방법으로 접촉을 시도했으나 할 수 없었어.
모든 상황이 이런 식이야. 피해가 발생했고, 그 피해에 대한 책임소재는 불분명하거나 아니면, 핵심관계자는 사라진 상황. 결국, 빼도박도 못하고 모든 사업 손실을 고스란히 조합원들이 떠안아야 하는 상황인 거야. 답이 안보이는 상황인 거지.
결국 조합은 전 조합장과 업무대행사, 그리고 건설사와 동시에 여러 건의 소송을 진행하고 있어. 법적인 책임소재를 밝혀 사업분담금을 줄이겠다는 의도인데, 상황이 그렇게 조합에게 유리하게 돌아가지 않는 것 같아. 일단, 늦어도 4월에는 사전입주가 시작될 상황이라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고, 게다가 은행과 건설사들이 그 정도 법적인 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업을 진행하지는 않았을 것 같은 거야. 여튼 이 소송에 대한 자세한 소식은 앞으로 진행되는 데로 자세히 알려 나갈 예정이야.
3. 욕망의 재건축
오늘도 출근하면서 고속도로를 타고 오다보니, 어느 아파트단지에 재건축추진위원회가 설립되었다는 플랭카드가 보이더군. 그동안에는 지나가다 그런 플랭카드가 보이면 그냥 그런가 보다 했는 데 이제는 앞 뒤에 붙은 '경축'이란 단어가 굉장히 낯설어 보였어.
재개발, 재건축, 뉴타운, 지역주택조합사업 등등 우리가 혼용하며 쓰고 있는 '재건축'이라는 단어 속에도 굉장히 복잡다단한 사업 방식과 체계가 있어.
재개발, 재건축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의해서 진행되는 주거환경개선사업인데, 이 법률에는 4가지 종류의 사업형태가 규정되어 있다고 해. 주거환경개선사업, 주택재개발사업, 주택재건축사업, 도시환경정비사업 등이 그것인데, 도시의 기반시설 수준과 사업내용, 사업주체에 따라 구분 해놓은 거야. 일단 법 문제로 들어가면 머리만 아플 테니 패쓰할게.
'사당동 171번지'이야기는 사실 지역주택조합사업이야. 일반적으로 재개발, 재건축이 도시및 주거환경 정비법이 적용되는 대신에 지역주택조합사업은 주택법의 적용을 받게 되는데, 굳이 순위를 매기자면 지역주택조합사업은 절차상의 관리나 감독이 가장 느슨한 편이라 저렇게 퍼펙트스톰에 빠지게 되는 경우가 많아.
재건축 재개발은 상대적으로 개별 단계마다 점검이 되고, 절차와 자료들이 보전되는 편이라 조금 낫지만 결과적으로 관공서든, 조합이든, 건설사든 여러 이익과 욕망이 교차하면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동일하다고 생각해야 해.
일단, 재건축에 대해서 간략하게 이야기 하자면, 재건축은 한마디로 '민간'이 주도하고 책임지는 사업이라고 생각하면 돼. 물론, 사업인가나 조합설립인가등은 해당 지자체에서 관리하게 되는 데 사업비를 지출하고 손실이나 이익에 대한 책임도 민간이 설립한 재건축조합에서 지게 되어 있어.
원칙 상으로 볼 때, 동네 주민끼리 모여서 그 안에서 조합장을 선출하고, 임원들이 선출되어서 사업주체로 조합을 운영해 나가는 아주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방식처럼 보여. 거기에서 발생하는 손실이든 이익이든 '니들이 알아서 해라'여서 1편에서 이야기한 데로 아파트 가격이 조변석개하던 시절에는 어떤 동네에 재건축 들어간다고 하면, 다들 '우와~ 겁내 부럽다' 뭐, 이런 반응들이었다고.
그러다보니 예전에 재건축개발이익환수법이란 게 만들어질 때, 나라가 두쪽날 뻔 한거야. 왜 우리 걸 국가가 맘대로 환수하니 뭐니 하냐고 말야. 지금은 부동산 시장 자체가 망해서 환수할 만큼 수익이 나는 곳도 찾아보기 힘들지만 말야.
여튼, 문제의 시작점은 동네 주민들이 모여 조합이란 것을 설립해서 몇 천억짜리 사업을 진행하는 것에서 시작해. 일단 지자체에서 어떤 지역을 정비구역으로 지정되고 나면, 추진위가 설립되는 데 그냥 주민들이 모여서 '자, 이제부터 추진위를 만들어요' 하는 방식이 아닌 거야.
이미 이 시기에 건설사들과 업무대행사의 작업이 시작된 거야.
이때부터 복마전에 빠지는 거지.
이미 정비구역으로 지정되는 순간, 건설사와 (사실상 건설사와 관련된) 업무대행사의 작업이 시작돼. 추진위도 마치 선거처럼 복수의 추진위가 '우리랑 함께 하면 혜택이 더 많아요' 라는 식으로 주민동의서를 받으려 다녀. 토지 소유자 1/2을 먼저 달성 하는 쪽이 결국 최종 승리자가 되어 조합설립까지 가는 거지.
그러다보니, 추진위는 동의서를 받기 위한 일종의 공약을 남발하게 돼. 공약을 남발하기 위해서는 거의 필수적으로 건설사와 유착관계를 형성하게 되고, 그 유착의 연결고리는 조합의 주요임원들이나 업무대행사가 되는 거야.
원래는 조합설립 이후 공정(?)한 경쟁에 의해서 시공을 맡을 건설사를 지정하게 되겠지만, 수천억짜리 공사를 그렇게 운(?)에 맡길 회사는 없는 거지. 시중에 떠도는 이야기로는 건설사끼리 재건축을 지역별로 나눠먹기한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인데 공정은 개뿔, 물 건너간 소리인 거지.
추진위 시절에 더 많은 동의자를 빠른 시기에 이뤄내기 위해서는 일정 정도의 자금이 필수야. 사람들을 만나서 하다 못해 음료수라도 사들고 가거나, 소위 말하는 영업이 시작되는 데 그 비용을 추진위 하겠다고 나선 사람들이 무슨 자선활동하는 것도 아니고 자신들의 생돈을 갖다 바치면서 일하진 않을 거 아냐?
이 필요 자금이 건설사에서 나올 수 밖에 없어. 건설사는 사업진행 과정에서 회수하면 되는 거고 말야. 결국 시작부터 건설사에 코 꿰이게 되는 거지. 물론 중간의 업무대행사가 마치 자신들의 투자인 양, 나중에 안 갚아도 된다는 것으로 포장이 되긴 하지만 말야.
필요한 자금을 외부에서 받는 순간, 코가 꿰이는 거지.
사실상 게임 끝이야. 백원 먹으면 백만원 토해내야 한다고
조합장을 맡는다면 일반적으로 집 한채를 공짜로 먹는 정도는 용인하겠다는 게 이 바닥의 묵시적인 룰인데, 사실은 굉장히 사소해 보이는 음료수 값에서 부터 헤어나오지 못하는 욕망의 늪으로 빠져들게 되는 거야. 그 욕망이 눈덩이 처럼 굴러서 집한채까지 가는 것인데 나비의 날개짓이 나중에 허리케인으로 돌아오게 되어 있어.
그러니 조합장이나 임원에 대한 사소한 문제를 눈감는 순간, 자신들의 재산권이 더 크게 침해 받는 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어. 실제로 이런 분쟁자체가 본인들의 집값을 떨어트릴까봐 전전긍긍하면서 '좋은 게 좋은 것'이라고 하거나 강건너 불구경 하듯이 그냥 관망만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 상황이 돌입되면 당신들의 집은 절반 정도 날아가 버린 거야.
결론적으로 추진위가 만들어졌고, 동의서에 도장을 찍고 넘겼다면, 이제부터는 자신들의 집을 내놓고 새집에 입주한다는 단순한 생각을 버려야해. 지금까지 피땀흘려 쌓아온 인생을 타인의 관리에 넘겼다고 생각해야 해. 그리고 어쩌면 그 인생이 단 일년 사이에 모조리 날아가 버릴 수 도 있다고 생각해야 하고 말야.
머리 아프지? 아직 시작도 제대로 하지 못한 이야기들이야.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재건축 상황에서 벌어지는 요지경 문제들을 다룰 거야. 실제로 업무대행사가 건설사와 어떤 관계에 있는지, 그리고 그들의 활동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 지, 생생한 현장의 이야기를 보게 될 거야. 그럼 대한민국 재건축 잔혹사 3편 '요원S를 만나다' 많은 기대 부탁해. 이번엔 시간 안 끌고 금방 나올 거야.
투비컨티뉴드.
담에 보자구.
졸라.
1. 벼랑끝에 몰리다.
상황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었다. 건설사든 저축은행이든 대한주택보증이든 조합원들의 요구나 협의 사항들을 무시하고 있다. 모두가 저기 가서 이야기해 보라며 핑퐁 게임 중이고, 어느 한 구석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사당동 171번지 지역주택조합원들을 토끼몰이하듯 탈출구 없는 벼랑 끝으로 몰아 넣고 있다. 9억여원에 달하는 분담금도, 이주비 이자도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 이제는 조합원들의 통장마저 가압류 되어 버렸다. 집도 날리게 된 상황에 그나마 생계유지를 위해 들고 있던 현금이나 카드마저 사용이 불가능해져 버린 상태, 죽든가 백기를 들어라는 선택지를 던져 놓은 거다.
은행은 절차대로 했을 거다. 이 절차가 지금 현 시점에서 법적으로 타당한가는 잠깐 접어둔다 하더라도, 문제는 일반 서민들에게 통장을 압류하는 것은 그냥 죽어버리란 이야기와 동일하다. 과장이 아니냐고? 난 그들과 매일 이런 대화를 하고 있다.
본인에게 선택사항은 없다.
정말 마지막 동전 한닢, 아니 마지막 영혼까지 강탈 당한 다음에야
비로소 멈출 수 있다.
사람들은 이야기 한다. 나는 괜찮을 것이라고, 우리 현장은 이정도까지는 아니라고. 마치 철없는 아이들처럼 전쟁이 나도 자신들은 죽지 않고 살 것이라는 헛된 믿음을 가지고 있다. 시작부터 불공정한 게임이다. 부패와 탈선이 예비된 사업이고, 전국의 모든 현장이 동일하다고 볼 수 있다.
일단 재건축사업의 일반적인 절차를 살펴보자.
왼쪽은 재건축, 오른쪽은 재개발 사업 추진과정으로 이해하면 무리가 읎따.
복잡한 것 같지만 일단 이것만 알고 있자. 사업준비 단계에서 해당지자체에서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정비구역을 지정하면 조합설립에 들어간다. 먼저 주민들이 각자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승인받은 후 창립총회를 거치면서 비로소 조합설립이 이뤄진다. 여기까지 아무런 탈 없이, 그리고 외부적 요인 없이 정말 순수하게 주민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해줄 추진위원회를 선정하고 조합 설립까지 간다면 그나마 낫다.
하지만, 세상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정비구역으로 지정되는 순간, 이미 복마전이 시작된다. 이번 이야기는 이 복마전에 관한 생생한 증언이다. 지금부터 각 잡고 디벼보자.
2. 시작부터 끝까지 조합의 이익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 인터뷰는 2013년 3월 어느 날, 벙커1에서 두차례에 걸쳐 이뤄진 것이다. 전직 업무대행사 직원이었던 그는 그 바닥에서는 'OS요원' 또는 '컨설턴트(CS요원)'라 불린다. 본 기자는 이 제보자를 '요원S'라 부르기로 한다. 워낙 방대한 분량을 이야기해버린 상황이라 일단 필요한 부분만 발췌해서 전한다.
게수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요원 S) 네. 안녕하세요.
게수다) 일단 자기소개 좀 부탁드려요.
요원 S) 2010년에 모 지역에서 활동했던 흔히 말하는 업무대행사 대행원이었습니다. 공식적인 직함은 각 건설사 도시정비사업팀 수주기획과장이라는 명함을 받고 활동합니다. 활동을 하다보니 솔직히 법적으로는 걸리는 것이 없는데, 이건 등쳐 먹는 겁니다. 일은 편한데 사람을 등쳐먹는 짓이고 속여 먹는 짓이라 못해 먹겠더라구요. 그래서 제보를 결심하게 되었어요.
게수다) 어떻게 해서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나요?
요원 S) 대학 때 어찌어찌 알게 된 건설사 이사님이 계셨는데 그 분의 권유로 시작하게 되었어요. 아파트 분양이나 상가 분양에서 업무대행사까지 모두 경험을 해봤습니다.
게수다) 일반인들에게 OS요원이나 수주기획컨설턴트란 직업자체가 생소한데...
요원 S) 업무대행사에서 사업진행상 인허가 문제와 해당지자체 문제, 그리고 대민(조합)관련 업무를 진행하는 사람들을 의미합니다. 보통은 OS요원,컨설턴트(CS요원)라고 불리우는데, 컨설턴트들은 기본적으로 세 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첫번째는 가장 잘 알고 있는 건설회사 소속으로 전체 수주기획에 따라서 움직이는 팀. 두번째는 조합 소속으로 전체 개발기획에 따른 동의서 작성 및 조합원회의에 참여하지 않은 분들의 서면자료를 만들기 위한 팀. 세 번째는 흔히 있지만 표면에 잘 드러나지 않고 조합원들도 가장 파악하기 힘든 A건설회사 소속이지만 마치 B건설회사 소속인양 다니며 뒷공작을 하는 팀으로 나뉘게 됩니다. 상황에 따라서 세가지 유형 전부 다 재개발, 재건축 현장에 나타나는 경우가 있고, 한두가지 유형만 나타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결국, 할 일, 못할 일, 모든 일을 다 한다는 뜻이다.
갑자기, 댓글 달던 국정원여직원이 생각났다.
게수다) 이해하기 쉽게 일단, 직접 일하신 곳부터 시작해보죠. 그쪽 상황은 어땠나요?요원 S) OO동 같은 경우, 세 가지가 모두 진행되었던 현장입니다. 당시에 그 구역에는 가장 노른자위 땅이 A구역과 B구역이 있었는데 A구역은 이미 시공사 선정이 끝나고 철거작업이 진행되던 상황이었고 B구역으로 들어갔죠. 그 지역은 막 조합이 설립되어 활동이 시작되던 단계였습니다. 조합 쪽에 붙어서 CS요원이 활동하게 될 때는 어떤 식으로 활동하게 되냐면, 조합이 최초에 설립될 당시 추진위가 한군데만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게수다) 추진위가 한군데가 아니라면?
요원 S) 어느 정도 규모가 있다면, 그 구역 내에서도 추진위가 여러 개, 그러니까 정치세력과 똑같다고 보시면 됩니다. 어디에 가보면 교회가 중심이 된 세력, 어디는 지역유지가, 또 어디는 어깨들이 와서 만들어진 조직, 이렇게 초기에는 여러 추진위가 각자 활동을 하게 됩니다.
게수다) 그렇다면 조합설립은 어떻게?
요원 S) 추진위에서 조합을 설립하려면 조합설립 동의서를 받아야 하는데, 조합원들에게요. 그것을 '징구'라고 표현합니다.
게수다) 징구?
요원 S) 네, 징구라고 합니다. 도장 받는 것을 징구라고 하는데, 이건 법률 용어입니다. 그것을 가지고 얼마나 많은 수를 끌어들여서 조합설립신청을 하느냐? 이것을 가지고 나중에 조합장이라든지, 조합이사들이 그 안에서 다 나오는 거죠.
게수다) 그렇다면, 추진위가 여러 개라면 업무대행사도 여러 업체가 들어가겠네요?
요원 S) 적지는 않은데, 업무대행사는 실제적으로 간을 많이 보죠.
게수다) 어느 추진위가 가장 유력한지?
요원 S) 그것도 있지만, 건설사랑 업무대행사가 같이 가는 경우가 많아요. 첫번째 기사에서 업무대행사를 떳다방 형식으로 표현하셨는데, 그건 아니고. 업무대행사는 점조직형태로 되어 있어서 건설사에 속해 있는 업무대행사가 몇 개 있고 그 업무대행사는 건설사를 왔다갔다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업무대행사는 지속적으로 활동하는데 사실 그 안에 속한 사람들을 뜨내기라고 표현해야 맞는 것 같습니다.
대행사 자체로는 단독적으로 움직이기는 힘듭니다. 조합이 최초에 설립되어 운영될 때 운영비가 얼마정도 들어간다고 생각하세요? 좀 작은 지역 같은 경우, 그러니까 사당동 지역조합도 큰 조직은 아닌데, 대충 최초 조합비가 60억 정도 걷힌 것으로 파악됩니다. 이건 적은 편에 속합니다. 일년 조합장과 조합이사들 인건비, 인허가 비용 등으로 30억 가지고 일년을 버티지 못합니다.
결국 조합에서는 큰 비용이 필요한 셈인데, 업무대행사가 조합쪽에 '얼마의 돈이 필요한지' 일단 타진을 해봅니다. 조합에서 얼마가 필요하다고 하면 업무대행사도 융통할 수 있는 자금적인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것을 건설사에서 끌어오게 됩니다.
이때부터 조합은 이자와 같은 금융비용을 지게 됩니다.
사실, 이 시기는 건설사가 도급관계를 맺기 전의 일이다.
그런데 업무대행사는 건설사에서 돈을 끌어다 조합에도 꽂을 수 있다는 것이다.
법적으로야 조합설립 이후에 도급건설사를 공정한 경쟁에 의해서 선정해야 하지만
이미 업무대행사의 요원들이 활동을 시작하게 되면
게임은 끝난 상황이다.
게수다) 이자율은 얼마나?
요원 S) 은행이자보다 확실히 높다는 것은 말씀드릴 수 있지만, 그게 몇 %이자라는 것을 명확하게는 알 수 없습니다. 당시에 사용된 비용이 얼마이니 얼마가 나갔다는 형식으로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공사진행시 추가비용이 계속 붙게 되잖아요? '임금상승요인이 있다, 물가가 올랐다'는 등으로 공사비 중에 다 포함되어서 날아오기 때문에 알 수 없습니다.
게수다) 사실상 찾아내기 힘들다?
요원 S) 네, 돈을 주고 받았다는 문서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금액이 정확하게 입출금된 내역이 없을 거라서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봐야 합니다.
게수다) 아까 얼핏, 건설사와 업무대행사가 함께 간다고 하셨잖아요. 사당 현장 역시 최초 업무대행사에 LIG와 관련된 박부장이라는 사람이 있었지만 아무리해도 찾을 수가 없더군요. 이런 사람은 어떻게 봐야 하는 건가요?
요원 S) LIG 건설 사람은 아니고 아마도 그쪽 관련 선수였을 겁니다.
게수다) 듣기로는 LIG건설에 있다가 퇴임한 사람으로...
요원 S) (건설사 명함을 꺼내며)저도 이렇게 다니면 건설사 사람인데요. 아마도 관계가 없을 것입니다.
실제로 취재 중에 입수한 실제 건설사 직원과 업무대행사 직원의 명함.
한 자리에 놓으면 약간 다른 점들이 발견되는데, 일반인들은 그 차이를 알 수 없다.
게수다) 아... 네...(웃음) 이런 식이군요. 그래서인지 아무도 이 분의 풀네임을 아시는 분이 없더군요.
요원 S) 그럴 것입니다. 저도 제 위의 팀장 이름도 모르는 경우가 있었는데요. 그 사람들은 어떤 활동을 하는지에 대해서도 같이 일을 해도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여기서도 발생한다.
여러 추진위에서 원하는 추진위를 조합으로 만들기 위해서 온갖 영업 속 약속이 오가지만,
사후엔 당시의 일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을 찾기는 불가능한 거다.
게수다) 그렇다면 업무대행사의 업무범위를 어떻게 봐야 할까요?
요원 S) 관공서와 외부적으로 발생하는 모든 업무를 대행한다고 보면 됩니다.
게수다) 원래는 조합의 업무를 대행하는 곳이지 않나요? 지금까지 이야기를 들어보면.
요원 S) 법률적으로 따지면 조합이 업무대행 맞습니다.
게수다) 그런데도 실상은?
요원 S) 돈이 조합에서 나오지 않으니까요.
게수다) 업무대행사가 조합업무에 관여하는 시기는 언제부터 언제까지 인가요?
요원 S) 조합설립 시기부터 조합청산까지 입니다. 왜냐하면 그때까지 빨아먹을 것이 있기 때문이거든요.
게수다) 그러면 조합 업무대행외 업무대행사가 일반 분양에도 관여를 하나요?
요원 S) 그렇죠. 일반 분양도 업무대행사가 빼먹기 딱 좋죠. 실제로 분양대행사(필자 주: 일반 아파트 분양이 시작되면 모델하우스 등 현장에서 실제로 판촉, 영업을 진행하는 회사로 이쪽도 건설사 명함을 파고 활동하나 실제로는 건설사 직원은 아니다.)에서 업무대행사 업무를 진행하는 것은 힘들어도 업무대행사가 분양대행사 업무를 하는 것은 쉽습니다.
게다가 업무대행사의 대행원들은 부동산 법률상의 문제나 업계에 돌아가는 이야기들을 워낙 잘 알고 있어서 일반분양으로 아파트를 파는 것은 더 쉬워요.
여기서 잠깐. 업무대행사가 단순히 업무대행이 아니라 자신들의 이익에 혈안이 되는 이유는 이렇다. 기본적으로 업무대행사는 일들이 꾸준히 있는 게 아니다. 프로젝트별로 3~4개의 건설사 소속(또는 관리 하의)업무대행사가 돌아가면서 현장을 맡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꾸준히 수익을 보장 할 수 없으니, 한 번 맡게되면 그 현장에서 뽑을 수 있는 것은 다 뽑아야 한다는 계산이 설 수 밖에. 게다가 그들은 이런 일에는 이미 수 많은 경험을 쌓은 선수들이다.
자신의 생계를 유지하는 다른 일을 하면서 이들을 감시하고 관리하고 감독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사실, 조합장이나 임직원들이 해야 하는 업무지만 이들이 제일 먼저 구워삶아 놓는 대상도 바로 이들이니 말이다.
게수다) 자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조합 내에서 업무대행사가 하는 일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죠. 일을 진행하다보면 의견이 갈리거나, 사업에 대한 부정적인 조합원들이 있을테고 자금집행에 대한 의문점을 제시하는 조합원도 있을텐데 사실 그 관리를 업무대행사가 한단 말이죠. 어떻게 이런 부분들을 관리해 나가게 되나요?
요원 S) 담배 하나 피워도 되나요?
게수다) 아... 그럼요. 저희는 그냥 핍니다. 나도 하나 피울까? 이거 금연 중인데... 이거. 으하하하 (둘다 웃음) 듣다보니 점점 답답해져서. 이거 참. 이러면 안되는데... (요원의 담배를 뒤적뒤적)
요원 S) 이게 답답한 문제라서. 하하 (웃음)
10분간 휴식 후 다시 시작.
게수다) 자 그럼 일단 하셨던 현장을 중심으로 말씀 좀 해주세요. 시작이 언제였나요?
요원 S) 2009~10년 즈음으로 기억합니다. 그러니까 현장은 시공사, 설계사 선정 이후의 일이었는데, 당시에 본계약 들어가고 이주비 지급한 후, 철거하고 공사를 시작하면 되는 시점이었어요.
저는 주로 반대하시던 분들을 담당했었는데, 그 분들이 조합회의에 참석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주업무였어요. 조합원들이 회의에 참석을 안해도 무조건 조합회의는 굴러가게 되어 있거든요.
실제로는 조합원들 50%의 찬성이 있어야 조합안건이 의결이 되는데, 저희 OS요원들이 무조건 50%를 넘기게(서면의결을) 받아 오도록 되어 있어요. 그러니(조합원들이 참석하지 않아도) 회의는 굴러가게 되죠.
진짜 심한 경우에는 주민보다 대행사 요원이 더 많을 수도 있어요. 주민 한 명당 요원들이 대여섯명씩 붙는 거죠. 그러니 그거 한 장씩 빼오는데 50% 못 넘기겠어요? 그것은 반대쪽에서 아무리 해도 못 막아요.
게수다) 부정적인 조합원들 관리도 그렇게 다...
요원 S) 굉장히 체계적이죠. OS요원들은 기본적으로 크게 2종류의 팀으로 나뉘어서 움직이게 됩니다. 조합원이긴 하지만 재건축, 재개발 지역에 거주하지 않는 조합원들을 상대하는 '외지'팀과 지역에 거주하는 '내지'팀으로 나뉘게 돼요. 그 중 내지 팀의 경우 일반적인 조합원을 상대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이지만...
전체적인 반대자들만 상대하는 이른바 '블랙리스트'팀과 조합이사장부터 시작해서 간부급만 상대하거나, 조합지역내 지역 영향력있는 지역유지들만 상대하는 'VIP'팀으로 세부적으로 나뉘게 됩니다.이 블랙리스트팀과 VIP팀의 경우, 외모가 준수하거나(특히 젊고 몸매, 외모가 되는 여성들 위주) 말을 잘하는 사람들만으로 구성해서 사람들을 각 건설사가 원하는 방향으로 만들게 하는데, 이들의 경우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수당이 더 붙게 되죠.
블랙리스트 같은 경우, 가서 이야기만 들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게수다) 불만 사항이라든지
요원 S) 뭐가 불만인지, 어떤 사항이 있는지, 가서 '아 그러시냐'고 이야기를 들어주게 돼죠. 저희 같은 경우는 일부러 상대 건설사로 위장해 들어가서 이야기를 들어주게 됩니다.
소위 말하는 블랙리스트에 접근 할 때는 자신들의 소속(?) 건설사가 아닌
다른 건설사로 접근하게 된다. 일종의 위장요원인데 이건 뭐 간첩도 아니고...
점점 이야기는 접입가경이다.
게수다) 다른 건설사라니... 굳이 그렇게 할 필요가?
요원 S) 그렇게 일부러 상대 건설사 이름으로 만나보면 더 쉽게 이야기가 진행되니까. 이쪽 이야기를 조금씩 흘리면서 이야기를 하면, 이제 편하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그렇게 이야기하다 보면, 블랙리스트가 확실하게 구분되는 사람들도 보이긴 하지만 그렇지 않은, 그 중에서도 이쪽에 호의적인 사람들이 비로소 보이게 됩니다.
게수다) 완전히는 아니고 일부 부정적인... 그러니까 잘 관리하거나 설득하면 충분히 가능한 사람들...
요원 S) 그렇죠. 저희같은 경우에는 사람들과 만나서 커피 몇 잔 마시고, 무슨 이야기를 어떻게 했고, 이런 이야기들을 매일매일 서면으로 보고를 합니다. 거기에 갔더니 조합원 누구누구가 있었고 이런 것들을 보고하는데, 그렇게 되면 일이 이렇게 진행이 됩니다.
만약에 언제 조합회의가 있다고 한다면 요원들이 붙어서 그 블랙리스트라고 판단되는 조합원들은 회의에 참석을 못하게 합니다. 어디 데리고 가서 밥을 먹는다던지, 아니면 버스를 대절해서 관광을 간다던지, 노래방에 간다던지.
그래서 VIP쪽과 마찬가지로 블랙리스트들에게도 젊고, 이쁘고 몸매되는 여자 요원들이 많이 붙는데, 이유가 여기 있는 거죠. 가진 것은 없는데, 그냥 집 한채 가진 나이드신 남자분들이 많으니까. 젊고 이쁜 여자들이 옆에 붙어 관리하면서 그 사람들을 마음껏 요리하는 거죠.
관리나 설득이 아니라
접대와 기만술이 횡행한다.
웃기는 일이다.
게수다) 어이가 없어서. 하하. 이거 참 거부하기 힘든 유혹이겠군요.
요원 S) 대행사 요원들이 사업승인이나 징구나 이런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뒷작업까지 다 하는 거죠. 실제로 부부싸움도 많이 하는 걸루 알고 있어요.
게수다) 당연히 그렇겠군요. 후후 (둘다 웃음)
요원 S) 저 같은 경우에도 그 지역에서, 그 때는 젊었으니까, 젊은 친구들 몇명을 붙여주더라구요. 그래서 블랙리스트들을 싸악 정리해서 그분들이 다른 조합원들을 만날 기회를 없애 버리는 거죠.
게수다) 그렇게 되는 군요.
요원 S) 게다가 이 지역 같은 경우에 원래 A건설사가 먼저 선점해서 들어간 겁니다. 그 지역이 원체 넓어서 몇몇 건설사들이 나눠먹기식으로 사업을 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래서 A건설사가 사업자로 지정되어 들어갔는데, 사람들이 이미 알아버린 거에요. '아 이 건설사가 여길 먹으려고 하는구나'라고 말이죠.
그래서 사람들이 총회를 열어서 A건설사 사업을 무산시켜버렸어요. 그래서 조합장이 A사와 이야기하고는 '상황이 그렇다면 우린 컨소시엄(편집자 주 - 건설 공사 따위의 수주에서 여러 기업체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방식. 또는 그런 모임.)형태로 하겠다.'고 해서 A사가 B사 함께하고, C컨소시엄과 D컨소시엄이 함께 들어가는 등 3파전이 된거죠.
그런데 사실 A-B사 컨소시엄에는 건설사 직원과 함께 쟁쟁한 업무대행사들이 다 붙었던 반면, C컨소시엄은 저희 같은 현장요원만 20명 안팍으로 달랑 들어갔구요. 저쪽은 200명이 넘는데 D컨소시엄은 아예 한명도 안들어갔구요.
게수다) 일종의 담합...
요원 S) 네. 일종의 담합이죠. 사실은 A사가 다 조종을 한거죠. 그런데 저희쪽 (C건설사 컨소시엄)의 임금도 C사가 아니라 A사에서 지급됩니다. D컨소시엄은 이름만 빌려준 거고.
사업설명회 당시, 가 보면 A-B사 컨소시엄에서는 제대로된 사업계획서가 들어갑니다. 어떻게 지을 것이고, 어떤 혜택이 있고 등등 모든 것이 딱 맞춰 들어가는데 C사는 사실 업무대행사 직원이(그것도 A사 업무대행사직원이 위장한) 대충 브리핑을 하게 되는 거죠. D사는 아예 참여도 안하고 말이죠. 계약서만 내밀고.
투표를 하면 당연히 A사로 몰빵이 나올 수 밖에 없는 거죠.
말이 좋아 경쟁입찰이지.
남의 재산을 가지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담합을 넘어서 협잡까지 불사하는,
온갖 불법과 편법이 판치는 세상이 되어버린다.
이게 재건축 시장에서 굉장히 일반적인, 그리고 관행적인 일이라는 것에
더욱 충격을 받았다.
게수다) 참...뭐라고 말을...
요원 S) 조합과 건설사 사이에 대행사가 있는데, 조합에서 나온 정보가 대행사를 통해서 건설사로 들어갑니다. 건설사의 의도가 대행사를 통해 조합으로 가기도 하지만.
게수다) 안가는 예가 더 많죠.
요원 S) 네. 안가는 이야기가 더 많죠. 돈뿐만 아니고 정보도 마찬가지구요. 하여튼 건설사 입장에서 대행사에 요구하는 것은 딱 하나입니다. '그냥 너희는 수주만 해와' 이거 거든요. 조합에서 대행사를 통해 건설사에게 하는 요구사항은 거의 전달이 안됩니다. 대행사에서 건설사로 들어가는 정보는 이런 겁니다.
'수주가 될 것 같습니다. 아닐 것 같습니다. 돈이 얼마 필요하고 이번에 어떤 지원이 필요합니다.' 딱 여기에서 멈춥니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발뺌하기 딱 좋은 구조죠. 이주비든 평대평 교환 방식이든 그건 대행사에서 약속한 것이고 건설사와 관계없는 것이 되는 겁니다.
그래서 사당동도 가망이 없어 보인다는 거구요.
게수다) 그렇게 건설사가 비용을 대고 업무대행사를 부리고...
요원 S) 사실 건설사의 돈이기도 하지만 따지고 보면 다 조합원들 돈이죠. 어차피 그렇게 돌고 도니까요.
게수다) 그 돈으로 밥솥도 돌리고...
요원 S) 밥솥의 경우도 재미있는 게 많아요. 밥솥도 홍보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해서 한 5톤 트럭에 가득싣고 일부러 큰 길로 갑니다. 사람들 보는 사업지 공터에 다 내려놓고는 요원들이 보는 앞에서 조합원들에게 가지고 가는 거죠. 그리고 조합원들에게 말합니다.
"아 이번에 총회가 있는 데, 총회 참석을 못하실 것 같으면 여기에 서명만 해주시면 되요. 그러면 저희가 이것도 선물로 드리고..." 뭐 이런식으로 접근을 하죠. 혹시라도 조합원 중에 "무슨 안건이냐?"고 물어와도 "어차피 이걸 빨리 하셔야 사업진행이 빠르게 진행 되고 더 좋은 집에 사니까..."
게수다) 오오 이야기가 막 똑같은 데요.
요원 S) 네. 그래서 '더 좋은 집도 집이지만, 빨리 진행이 되어야 추가분담금이 적어지니까 찍으시라고 하면서 다니죠. 고생하시는데 이 밥솥도 받으시구요.' 하면서 서명받고 밥솥주고 그러고 오는 거죠. 이런 식으로 해서 이뤄지는데 사실 밥솥은 굉장히 약소한 판촉행위죠.
이런 식으로 모든 것을 관리하고 시공사 선정이 마무리되고 난 후, 재산평가 후 부터는 그렇게 일이 많지는 않습니다. 그 이후는 다 정해진 과정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개입할 여지가 그렇게 많지는 않죠.
대행사 활동이 가장 피크인 시기가 추진위 시절부터 조합설립 이후, 설계사 및 시공사 선정까지 입니다. 이주, 철거 단계에서는 용역업체들이 주로 활동하게 됩니다. 하여간 시공사 선정 이후부터는 최소인원만 상주하게됩니다.
이렇게 되어 애초에 온갖 약속을 하던 사람들은 사라지고
아무것도 모르는 척 하는 건설사와 헛된 약속을 믿은 조합원들만 남는다.
누군가는 이익을 챙기겠지.
게수다) 보통 그렇게 일을 하시면 대우는 어떻게 되나요?
요원 S) 사실, 최초에 조합설립 때까지는 징구, 그러니까 도장 받는 일을 주로 하게 되고, 시공사 선정과정에서는 홍보일을 주로 하게되는데, 가장 돈이 많이 풀리는 단계는 바로 이 홍보일을 진행할 때입니다.
보통 CS요원들은 일당 10만원에서 그 이상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 매일 매일 받는 건 아니고 보통 어떤 단계가 끝나게 되면 일괄적으로 지급받게 됩니다.
게수다) 월급제가 아닌 성과급 형태로...
요원 S) 이게 길어지면 달마다 끊어 줄 수도 있지만, 저희가 월급만 받는 건 아니고, 여기 들어가는 사람들은 사실 돈 없으면 들어가지 못합니다.
저희가 징구를 받으러 가게 되거나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 원래는 법적으로는 선물로 못하게 되어있죠. 그런데 어떻게 조합원들 만나러 가는데 빈손으로 갈 수도 없고 해서 뭐라도 사서 갈 수 밖에 없죠. 여튼 식사를 하든 물건을 사든 모두 다 지역내에서 사야 하는데, 이렇게 지출해도 돈 나오는 데까지는 시간이 걸리거든요. 그래서 기본적으로 돈이 없으면 하기 힘든 직업입니다.
게수다) 일 10만원이라면 평균적인 임금수준이 300 정도?
요원 S) 한 달에 평균적으로 300~400 수준인데, 하는 것에 따라서 다르긴 해요. 평균적이라고 말하기는 힘들고, 예를 들면 징구를 할 때, 어째든 조합이 건설사가 원하는 쪽으로 설립이 되어야 하는 거거든요. 무조건.
추진위가 가장 많은 징구를 해오는 쪽이 조합설립이 되다 보니까, 이 징구 때가 되면 조합원들이 거꾸로 물어봐요. 이 때가 되면 마치 이승만 정권 때 선거행태랑 비슷해요. '작대기 하나 찍으라는거야? 두개짜리 찍으란 거야?' 이렇게 물어보시죠. 그러면 자연스럽게 저희가 원하는 쪽으로 유도하게 되는 거죠. 그러고는 백지에 도장을 받아가는 거에요. 어느 쪽이다, 어떻게 한다, 이런 건 없고 그냥 백지에요. 그걸 가지고 가서 원하는 대로 대행사에서 써먹는 거죠. 하여간, 이런 징구에는 한 장당 수당이 붙어요. 장당 삼십만원, 오십만원 이렇게.
예로부터 1번찍을까? 2번찍을까?라고 묻는거.
그런 투표가 성공한 예는 없다.
게다가 백지에 날인이라니.
다음편에 쓰겠지만 사당동 이주비 문제도
이렇게 찍어준 일종의 백지위임장이 불리하게 작용해버렸다.
게수다) 일종의 성과급이군요.
요원 S) 성과급이죠. 그런데 참 재미있는 게 CS요원끼리도 어느 건설사가 더 짜더라. 나중에 약속을 안지키더라 이런 이야기도 나돌곤 해요. 하여간 이 때는 거의 목숨걸고 하죠.
게수다) 음...그럼 유령조합원은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 건가요?
요원 S) 그런 건 너무 많아서요.(웃음) 재건축 같은 경우는 건물뿐만아니라 대지지분이 있어야 조합원 자격을 갖추게 돼요. 그런데 사당동 같은 경우에는 외부에서 조합자격을 사고 팔 수 있으니까 조금 더 쉬울 수는 있겠네요.
게수다) 그래서 연립같은 경우는 방단위로 쪼개더라구요.
요원 S) 방뿐만 아니라 대지도 이렇게 저렇게 쪼개서 파는 경우가 많아요.
게수다) 이것들이 저희가 일반적으로 보는 조합원 자격을 판다는 플랜카드나 기획부동산들에게서 전화오는 유형인 거죠?
요원 S) 네. 그런 방식인 거죠. 뉴타운같은 재개발 사업은 법리적으로 그런 일이 벌어지기 힘들어요. 왜냐면 공공사업이니까 조금 까다롭게 되어 있어요. 물론 안하는 건 아니지만.
그런데 재건축에서는 민간사업이라 자기들끼리 규약을 고치면 되니까 그런 일들이 비일비재하죠. 심지어 건설사직원들이 조합원 자격으로 들어와서 주요 의결 때 권한 행사를 하고 빠지는 경우도 많이 봤어요.
게수다) 재개발의 경우에도 관리, 감독이 사실상 없는 것 아닌가요?
요원 S) 뉴타운, 재개발의 경우 대지지분만 있으면 들어갈 수 있어요. 그래서 쪼개서 들어가기가 가능하기도 한 거죠. 그래서 오세훈시장 시절 준공영제라고 공공감리 제도를 도입해서 감시를 하겠다고 했던 건데, 재미있는 건 제가 말씀드리는 이 부분에 대해서 공무원들이 모르는 경우가 굉장히 많아요.
게수다) 아, 모르나요? 어떻게 모를 수가 있지?
요원 S) 공무원들 같은 경우, 추진위에서 조합설립하겠다고 서류가 오면 서류가 구비된 것만 확인해요. 서류에 문제가 없으면 굳이 문제 삼을 이유가 없는 거죠. 확인하고 도장만 찍으면 끝인 거니까요. 굳이 공부할 필요가 없는 거죠.
다음편에 이야기될 내용인데,
청주의 한 현장에는 1평 땅을 십수명이 소유하고 있는 기현상이 벌어졌었다.
문제는 지자체의 입장인데 도덕적으로는 문제가 있지만,
법적으로는 아무런 하자가 없다고 이야기한다.
결국, 건설사와 업무대행사가 마음만 먹는다면 조합원들이 아무리 힘써봐야
자신들의 의지를 관철시키기에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거다.
요원 S) 준공영제할 때 어떻게 들어가게 되었나면, 아예 업무대행사 실적이나 투명성을 점수 매겨서 합법적으로 활동하게 해줬는데 이게 오히려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기게 된 거죠.
게수다) 오히려?
요원 S) 네, 오히려. 예전에는 업무대행사가 암암리에 활동할 수 밖에 없었는데, 이것을 완전히 끄집어냈어요. '이제 마음대로 활동해, 단 법리 안에서만.' 이렇게요. 기존에 음지에 있을 때만 하더라도 할수 있는 건 다 할 수 있었는 데, 이제 운동장을 깔아주니 양지에서 할 수 있는 것에 기존의 활동까지 얹어서 진짜 뭐든지 할 수 있게 된 거죠.
게수다) 하아~. 지금까지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건 악순환인데, 그렇다고 도시정비사업이라고 하는 재건축, 재개발을 진행 안할 수도 없는 거고, 이런 감시와 관리가 어떻게 하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까요? 무슨 특수기구 같은 것을 만들어야 하나?
요원 S) 그게 될까요?(웃음) 저는 개인적으로 이렇게 생각해요. 지금 사업진행되고 있는 것들 중에서 진도가 많이 나가지 않은 것들, 그러니까 매몰비용이라고 하죠? 그런 비용들이 크게 들어가지 않은 것들은 특히나 시공사 선정 이후에 자산평가하고 이주가 시작되기 이전 것들은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만들어가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이 매몰비용도 결국 고스란히 지역민,
그러니까 조합원들의 부담으로 해결된다는 것도 또 다른 문제이긴 하다.
게수다) 원점에서 재검토한다 하더라도 똑같은 절차와 시스템 하에서 운영되다 보면 역시 또 똑같은 문제를 야기하지 않을까요?
요원 S) 그렇다고 할지라도 이미 부동산 거품이 한 번 꺼졌고, 추진위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면 예전 사람들의 시각과 지금의 시각은 차이가 많을 거라고 생각해요. 지금 박원순시장님께서 일단 원점 재검토를 지시한 것, 굉장히 잘하신 것이라 생각하는데 이곳에도 맹점이 없진 않아요. 올해까지 한 번 다 보겠다고 하셨는 데, 건설사든 은행이든 아쉬울 것이 없어요.
게수다) 그러게요. 공사지연에 대한 피해는 결국 조합원들에게 다 부담될 수 밖에 없으니까요.
요원 S) 네, 시공사든 은행이든 자기들이 책임질 것이 하나도 없으니까요. 결국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집도 다 넘어가 있을 상태인데 결국 그분들 책임만 가중되겠죠.
게수다) 마지막으로 조합장이란 위치에 대해서 이야기를 좀 해보죠. 사당동도 전 조합장이 현재 재판 중인데...
요원 S) 항상 그렇습니다. 실제적으로 가장 많이 다치는 쪽이 조합장이에요. 결국 다 뒤집어 쓰게 되어있죠. 재개발 재건축 현장에서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조합장 정도 했으면 고생했으니까 아파트 한 채정도는 인정해주겠다. 이런 분위기인데 사람들 욕심이 보통 3채에서 4채정도를 바라니까. 조합장과 대행사의 관계가 횡령과 배임문제 등으로 혼탁해지는 이유이기도 하죠.
이게 조합장부터 시작해서 조합조직 내에서 먹는 것, 중간에 떼어먹는 것, 쓸데없는 이유로 사업이 연기되고 추가비용이 발생하는 것 때문에 조합원들의 손해가 발생하는 것이거든요. 때로는 이런 일도 있어요. 건설사에서 일부러 반대세력을 키우고 갈등을 만드는 경우도 있어요.
게수다) 일부러 갈등을 조장한다...
요원 S) 알박기보다 더 나쁜 것이 그것인데, 이유는 이거죠. 이게 처음에 계획한대로 모든 일들이 차곡차곡 진행이 되면 상관없겠지만, 그렇게 되면 추가비용을 끼워넣기가 힘들죠.
하지만, 지연이 발생하면 추가비용을 청구해지기 쉬워지는 거죠. 백억이라면 큰 돈이지만 조합원들에게 오천만원씩 발생했다고 분담시키면 되니까. 이렇게 티 안나게 사람들 부담을 키우는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이런 경우 가장 잘 이용하는 곳이 종교시설, 특히 교회죠.
게수다) 종교시설?
요원 S) 종교시설은 학교나 공공시설처럼 지역내에 어떻게 하라는 규정이 없는 것인데, 이 분들 욕심이 뭐냐? 똑같은 지역은 아니더라도 이 건물하나 부서지더라도, 다른 곳에 땅을 얻게되면 이것보다 더 크고 좋은 시설을 갖출 수 있는 돈 좀 나오고 이런 것을 바라게 되죠.
게수다) 하긴, 절이 시내에 들어와 있지는 않으니.
요원 S) 절도 그렇고, 성당도 교구관리를 하는 것 같으니 상관없는데, 일단 교회가 문제되는 경우가 거기 장로분들이 부동산쪽에 또는 건축회사에서 일을 하시는 분들이 꼭 한분씩은 계시거든요, 그 분들이 들고 일어나면 상황이 굉장히 복잡해지는 거죠.
게수다) 사탄의 무리들이 우리의 성전을 빼앗아... 으하하하.
요원 S) 네. 일단 모이기도 쉽고, 이야기 전파도 빠르니까요. 사실 교회를 어떻게 보상해야 한다고 법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어요. 그런데 조합은 이 교회를 해결해줘야 해요. 사람들 세를 활용해서 오히려 조합보다 큰 힘을 갖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서 비상대책위가 가장 쉽게 만들어지고 사업자체가 5년 걸릴 일을 10년이 걸리도록 하는 것도 가능한거죠.
그렇단다.
게수다) 알면 알수록 답이 안나오는 군요.
요원 S) 제가 생각하기에는 그래요. 사람들이 조합장부터 시작해서 건설사, 업무대행사들이 재건축, 재개발이 정직하게, 그리고 정해진 규정에 따라 운영된다면 조합원들이 손해 볼 일은 드물어요. 물론 기본적으로 부담금을 낼 수 밖에 없는 비용은 내야겠지요. 그래도 손해는 굉장히 줄어들 것이라 생각해요. 이게 가능하다면 말이죠.
게수다) 가능할 것 같지는 않은데요.
요원 S) 희망사항이죠. 뭐 하하하.
이후로도, 본 기자가 입수한 자료와 사례에 대한 의견청취와 함께, 비단 재건축 문제가 아닌 부동산 시장에서 벌어지는 어처구니 없는 다양한 사례를 이야기하며 속절없이 2회에 걸쳐 5시간이 훌쩍넘는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일단 재건축, 재개발 상황의 업무대행사 역할에 대해서는 이 정도다. 다른 이야기들도 차차 펼쳐나갈 예정이니 머리 아프게 벌써 알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 바닥도 무척이나 좁아서 요원S는 자신이 활동한 지역과 자신의 사진이 나가는 것을 몹시도 꺼려했다. 그나마 고마운 점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본 기자의 취재 방향이나 요령 등을 계속해서 도와주기로 했다는 거다. 어쨌든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인터뷰에 응해준 '요원S'에게 고맙단 말을 지면에서 대신한다.
3. 허공에 쓴 계약서
실상은 이렇다. 업무대행사는 사실상 건설사의 사주(?)를 받아 현장에서 활동을 시작한다. 목표는 공사의 수주이고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 사람을 관리하고 조직하고 접대를 하는가 하면, 허허실실 기만도 자주 한다. 서류를 조작하기도 하고, 빼돌리기도 하고 아무런 강제조항 없는 약속도 남발한다. 지켜지면 좋은 것이고 아니면 마는 것들 말이다.
건설사는 자신들의 등장순서를 기다리며, 이 복마전을 지켜본다. 그리고 막상 자신들의 차례가 왔을 때 말한다. 업무대행사와 자신들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그리고 자신들의 명함을 들고 건설사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되는 자금으로 지역민들을 작업(?)해왔던 업무대행사에 모든 책임을 전가한다.
이들의 장단에 조합장과 임원들이 눈앞의 이익에 급급해 춤을 추기 시작하면 더 이상 답은 없다.
사업에 대해 문외한일 수 밖에 없고, 생업에 바쁜 조합원들은 자신의 의지와는 별개로 진행되는 사업 앞에 맨몸으로 노출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절망하고 체념 할 수 밖에 없는 현실 앞에 좌절하고 결국 죽기보다 힘든 현실 앞에서 출구없는 미로를 헤매기 시작한다.
지자체가 책임져야 하지 않냐고? 지자체에겐 이건 그냥 사업일 뿐이다. 지자체장이나 지역정치인들이 내거는 재개발, 재건축 공약은 세금수익과 인기를 위한 것일 뿐, 관리, 감독에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 그들이 관심 가지는 건 사업승인까지만이다. 발생된 문제는 애써 모른 척하거나 잘 알지도 모르는 법조항을 들이대면서 법리 상에 문제가 없다고 발뺀다.
도대체, 국가가 해야하는 도시정비사업을 민간에게 떠넘겨 버리는 재건축 사업, 그 민간에 지역민들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굴러가는 이 시스템을 계속 유지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해법은 있는 것인지, 취재 내내 떠나지 않는 질문들이었다. 그리고 아직도 그 대답을 누구에게도 듣지 못하고 있다.
그냥
좀 더 가보자.
지난 기사를 요약하면 이렇다.
사업인가 이후, 추진위가 만들어지는 시점부터 건설사들이 현장에 관여하기 시작한다. 건설사는 자신들과 직,간접적으로 관계를 맺어온 업무대행사를 통해 현장을 통제하기 시작하고, 그 방식은 정상적인 광고, 홍보의 범위를 뛰어넘거나, 또는 의도적으로 갈등을 조장하기도 한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여러 현장을 거쳐온 건설사와 업무대행사의 선수들이 재건축, 재개발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없는 조합을 요리하는 거다. 그냥 석쇠판에 올려서 가지고 있는 기름 쭈욱 빠질 때까지 달달달 볶는달까.
문제가 발생하면, 조합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고 조합장을 총알받이로 만든다. 조합장이 총알받이가 되기위해서는 사전에 편법이든 불법이든 모든 혜택을 건네 놓고 그 자신도 그 시점에 아무런 회피나 해명을 못하도록 옭아매어 놓는다. 이 시점에서 도시정비사업이 도시‘욕망’ 사업으로 변화하게 된다.
1. 청주 재개발 조합의 과거이야기
청주 방서지구는 재개발지역이다. 총 2,800여 세대의 대규모 단지로 개발되는 이 지역은 2006년 5월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 후 2007년에 조합이 설립되었다가 전 조합장이 구속되는 등 내홍을 겪고 있다 작년에 다시금 조합이 정비되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청주 방서지구 현장 -
2006년에 사업인가가 났으나, 아직 여러가지 문제로 첫삽도 뜨지 못했다.
사람들은 재개발, 재건축, 그리고 본 기자가 따라 붙고 있는 지역주택조합 사업이 사업주체와 방식이 다른데 왜 함께 놓고 보는지 질문한다. 본인도 아직 몇개 되지 않은 현장을 살펴 본 상황에서 이런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성급한 감도 없지 않지만 결론을 이야기하면 이렇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모든 종류의 도시정비사업은 사업 진행상 구조적으로 동일한 문제점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문제가 발생하는 과정 역시 동일하다. 사람들의 욕망이 존재하고, 눈 앞에서 수천억 단위의 돈이 오간다는 것, 그리고 행정적인 관리, 감독이 느슨한 이상 계속해서 발생할 수 밖에 없는 문제인 것이다.
- 청주 방서지구의 규모 -
공동주택으로 분류된 아파트만 얼추 2,800여 세대로 잡고
한채 당 분양가 2억만 산정해도 5천억이 넘는 돈이다.
단위가 이렇게 올라가면 그 속에서 몇 억정도는 눈먼 돈이다.
어떤 지역이든지 투기세력이 존재하고, 투기기업이 존재한다. 그 와중에 아무 생각없이 땅이나 집을 가진 사람들이 저들의 이익을 위해 희생되는 게, 모든 현장에서 동일하게 이뤄지고 있다.
방서지구는 2007년 조합출범 당시부터 투기세력으로 인한 부침을 겪게 된다. 당시의 도시개발법에 의하면 땅의 크기와 상관 없이 본인이 보유하고만 있다면 원주민과 동일한 조합원자격을 획득하게 되어 있는데, 당시의 신문기사를 검색해보면 1평도 채 되지 않는 땅을 47명이 소유하고 있던 것으로 나왔다. 그리고 그 사람 중 한명은 지역의 부동산 중개업을 하고 있으면서, 동시에 조합의 이사자리에 앉아 있었다.
이곳에서는 신문지 한 장만 한 땅을 심지어 십수명이 보유한 사태가 벌어진다.
지분쪼개기의 주된 이유는 조합의 의사결정과정을 좌지우지하기 위한 방편이다. 정비사업마다 차이는 있지만 총 조합원의 몇 %참석에 과반수 이상의 찬성이 일반적인 의사결정과정이다. 대부분의 일반 조합원들이야 자신들의 생업과 직장이 존재하고 대부분 진행과정에 대해서도 무신경하다. 그냥 건설사 사람이라고 믿고 있는 업무대행사의 약속이나 이야기를 믿고, 새집으로 한시라도 바삐 들어가길 원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어서 매번 조합 총회를 참여하기도 힘들다. 설사 참여한다고 해도, 진행된 상황을 알기에는 정보나 관련 지식도 부족할 수 밖에 없다.
방서지구의 조합원이 2007년 당시 230여명 정도였는데 나중에 80여명이 이 지분쪼개기를 통해 새롭게 조합원 자격을 얻게 된다. 기획된 부동산투기세력이라고 봐야하는 이 80여명은 실제로는 1/3도 채 되지 않지만, 이 정도의 숫자로도 조합의 모든 의사결정을 임의로 할 수 있는 세력이 되기에 충분하고도 넘친다.
여기까지 완성되고 나면 조합장은 자신의 입맛대로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다. 회계자료 감사는 고사하고 공개조차 하지 않는다. 건설사 등과 어떤 협의가 오가는지 제대로 정보가 전달되지 않는다. 자신의 지위를 이용하여 조합돈을 자신의 개인구좌정도로 여기게 되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조합원들의 이익을 축소하거나, 심지어 불리한 협상에도 도장을 찍게 된다. 방서지구 역시, 이러한 일들이 횡행하다 결국 조합장 자신은 구속되기에 이른다.
눈 먼 돈 같아 막 쓸어 담다 보면 어느새 자신도 쓰레기통으로 들어가게 되기 마련
지분쪼개기를 단순히 투기세력의 알박기로 치부해서는 안된다. 사업이 이렇게 진행되어도 해당지자체는 법적인 하자는 없다고 상황파악을 회피하거나 책임을 전가해 버린다.
그리고 실제로 해당관청이나 지자체들이 건설사의 입장에서만 사업을 진행하고 발생된 문제를 덮어버리는 일들이 오히려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용산재개발 문제가 워낙 크고 비중있게 다뤄져 상대적으로 사람들의 관심 밖의 일이 되어버렸지만 서울에서도 지자체의 방조 또는 책임방기에 의해서 벌어지는 사건이 있다. 바로 북아현 재개발 현장, 이건 다음편에서 제대로 각잡고 이야기해보자.
2. 사당지역주택 조합장의 이야기
올해 4월 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사당동 171번지의 전 조합장과 업무대행사 사장에 대한 횡령혐의에 대한 공판이 열렸다. 그동안 조합장과 업무대행사 사장은 변호인 선임문제 등을 이유로 수차례 공판을 연기해오거나 피해왔던 것으로 파악되었는데, 비로소 열리는 공판현장에 조합원들은 큰 기대를 하고 온 것 같았다.
주요 쟁점은 조합장과 업무대행사 사장이 서로 공모하여, 조합돈을 횡령하고, 조합장의 건물을 시세보다 훨씬 높은 가격으로 매입하였고, 그 손해를 고스란히 조합에 전가했다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돈의 문제보다 이들의 잘못에 대한 단죄를 원했고, 그것을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 했다. 꽤 많은 조합원들이 공판 현장에 참석했으니 말이다.
공판이 벌어졌던 418호 법정
그러나 공판은 기대 밖이었다. 검찰은 아직도 공소사실을 특정하지 못하고 있었고, 오히려 재판장은 자신의 이야기가 검찰에게 조언이 될까 걱정할 정도 였다. 검찰이 사건을 제대로 다룰 의지가 있는 것인지, 또는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조합장과 조합임원들에게 부당한 이득을 주는 이유는 당연하게도 노예로 만들기 위함이다. 일단, 보상문제이든 대출이든 타 조합원들보다 유리한 조건을 걸어 놓으면 그 이후는 조합의 이익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의 이익을 위해 움직일 수 밖에 없는데, 당신들이 받아 들인 이득들은 사실 상 뇌물에 가깝다.
그것도 다른 사람들에게 골고루 돌아가야 할 이익을 강탈한 뇌물이니, 강도질한 장물로 받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사실에 죄책감을 느끼는 조합장을 아직은 만나지 못했다.
심지어 청주 방서지구의 전 조합장은 출소 후 사업구역지정 및 조합설립에 대한 성과급으로 30여억원을 내 놓으라고 현 조합에 거꾸로 소송을 제기할 정도니 말이다.
사업형태가 달라도 매번 똑같은 상황이 무한반복되고 있는 것인데, 이건 개인적인 성향이나 인품의 문제가 아닌 도시정비 사업 내에 구조적인 문제가 존재한다는 반증이 아닐까?
3. 다시 사당동 171번지 조합원들의 현재
조합 분담금 문제나 이주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이곳은 5월 말을 입주예정으로 달려가고 있다. 기존 설계사무소가 부도난 상황이라 새로운 설계사 사무소를 통해 준공검사를 진행해야 하는 상태에서 조합과 건설사는 또 다른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조합은 LIG건설이 부실시공에 대한 의혹을 지적하며 자신들이 선정한 설계사를 준공검사에 투입되기를 원했고, LIG건설은 건설사대로 그쪽에서 추천한 설계사무소를 통해 진행하기를 요구해왔다.
몇 차례 조합원들의 항의 방문 이후, 이것이 조합과 건설사 측의 협의로 재조정 될 기미가 보이고 있던 중, 조합에 새로운 공문이 접수되었다.
니들의 요구사항은 필요없고, 자신들의 뜻대로 진행할테니 백기투항하란 거다.
그 마저도 지금 통장이 압류당한 조합원들의 약점을 잡아서 말이다.
게다가 지난 기사에서 설명했듯이, 이주비 이자 문제로 조합원들의 통장이 모두 압류 당했다. 생계와 관련된 문제라 조합은 '일단 밀린 이자를 지급하겠다'며 자금을 담당하고 있는 대한주택보증에 비용지급을 요청했으나 대답은 이렇다.
‘시공사인 LIG건설에서 요청하면 주겠다.’
조합원들은 급기야 LIG건설 앞에서 철야농성에 들어갔다. 이주비 지급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것인데, 어느 한군데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곳이 없자 결국 이렇게 매달리는 것이다.
철야 농성에 들어가신 어르신들.
이것이 금일 오전까지의 상황이었으나, 이 기사를 쓰는 도중에 계속해서 문자가 울렸다.
건설사 직원에 의해서 LIG건설에서 쫒겨 났으며,
천막을 부수고 철거하는 것을 몸으로 막는 와중에 몇 몇 조합원들은 다쳐 병원으로 갔다는 내용.
3. 중재자가 필요하다.
상황은 점점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중재안은 존재하지 않고, 기업과 은행은 그냥 배째라고 나온다. 조합원들 피해는 쌓이고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건설사는 조합원들의 피해가 가중되는 상황에서, 오히려 그것을 미끼로 자신들의 의지를 관철시키는 무기로 쓰고 있다. 자금관리를 맡고 있는 대한주택보증은 돈을 모조리 움켜진 채, 꼭 필요한 사업비조차 지출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사업은 지연되고 피해는 또다시 불어나고 있다. 그리고 사람들이 다치고 삶의 희망마저 잃어 버린다.
지금 문제시 되고 있는 현장을 두고, 도시개발방식을 변경한다든가 입법문제를 다툰다든가 하는 것은 한가해 보인다.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적절한 중재와 피해 축소인데, 시간은 결코 주민들의 편이 아닌 상황이다. 지자체든 국토부든 특수기구이든 전국적으로 벌어지는 모든 도시정비사업 현장에 대한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조사가 필요하다. 문제된 현장에 대한 적극적인 개입과 중재가 필요해 보이나, 원래 설거지는 인기없는 것이라 그런 계획이나 의지는 전무한 것 같다.
도시정비사업의 목적이 사람들에게 쾌적하고 보다 나은 삶의 터전을 만들어주는 것일텐데, 자본의 이윤과 욕망만이 그 속에 살고 있다. 우리가 재건축해야 하는 것이 정말로 무엇인지 궁금하기만 하다.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 오늘 이야기는 여기까지하고. 일단 다녀와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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