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보와 함께 단비와 함께
지난 23일 대전에서 100리쯤 떨어진 서대산 남쪽 한 시골 마을을 찾았다. 지난 3월 중순부터 시골에 들어가 올 농사를 짓겠다고 들어간 동서가 함께 점심이나 하자는 뜻을 따른 것이다. 대전에서 사왔다는 얼지 않은 돼지 삼겹살을 구어 시골 맑은 공기 마시며 문 밖에 핀 들꽃과 곱게 물드는 연초록 산자락을 구경하며 맛있게 먹었다.
동서는 자신이 심은 채소가 자라지 않아 대전에서 사온 상추를 먹으니 맛이 제대로 나지 않는다며 비가 너무 오지 않는다고 혀를 찼다. 무엇보다 걱정은 못자리할 물이 없어 큰 일이라고 했다. 산에 들에 들 매화가 하얗게 만발할 때면 못자리를 서둘러야 할 때인데 바람만 불면 먼지가 뿌옇게 일어나는 가뭄이 계속되고 있다며 하늘만 쳐다보았다.
그로부터 나흘째 되는 날 아내와 서울에 다녀 올 일이 생겼다. 서대전 역에서 8시15분에 떠나는 무궁화호를 탔다. 4월1일부터 고속철 시대가 열리면서 다시 조정돼 운행되고 있는 용산을 종점으로 하는 새로 생긴 노선이다. 일기 예보에서는 오늘 오후부터는 중부 지방에서도 비가 올 것이니 외출 할 때는 우산을 준비하라고 했다.
전에 아침 8시5분 전후해 대전이나 서대전 역을 떠나 서울역을 종점으로 하던 무궁화호는 아무리 찾아보아도 없다. 고속철 시대가 열리면서 무궁화호를 이용하던 승객들의 불만이 높아지자 조정해 8시15분 발차하는 무궁화호라고 하지만 그 시간대에 서울역을 종점으로 하는 무궁화호는 없다.
8시15분 서대전 역을 출발하는 이 무궁화호를 타고 서울에서 오전에 볼일을 보아야 할 사람들은 일단 종점 용산역에서 내려 전철이나 다른 교통 수단을 이용해 서울시내로 들어가야 한다. 서울에 사는 사람 아니고는 전철이나 시내버스 이용 정보가 어두워 많은 불편과 시간 교통비를 더 써야만 하는 것이다. 서울에서 내려오는 것도 마찬가지다.
고속철 시대가 열리기 전에는 서울을 종착역 시발역으로 하는 무궁화호가 많아 이용이 쉽고 시간과 교통비 절약도 도모할 수 있었으나 고속철 이후는 달라졌다. 대한민국 철도에서 고속철 시대가 열리며 무궁화호 가뭄 현상이 각 노선에 들어 열차 가뭄을 제일 많이 타는 것은 서민층이 된 것이다.
서울에서 오후 일까지 다 보고 종전 같으면 서울역에서 무궁화호 표를 쉽게 사서 많은 시간을 기다리지 않고도 바로 내려 올 수 있었으나 사정이 달라진 것이다. 서울에서 발차하는 무궁화호가 줄어 든 만큼 무궁화호 발차가 많아진 용산역을 대신 이용해야 하는 실정인 것이다. 그러나 용산역을 찾아도 이용에는 많이 기다려야만 했다. 오후 3시10분 호남선 무궁화호가 떠난 후 4시50분 그리고 5시10분에야 이어지는 호남선 무궁화호였으니 말이다. 경부선 쪽 무궁화호 사정도 마찬 가지여서 그 시간대에는 운행하는 열차가 없기는 마찬 가지였다.
고속철 시대가 열리면서 무궁화호 가뭄시대가 열린 것만 같다. 용산역에서 매표 후 2 시간을 기다려 5시10분 떠나는 무궁화호 좌석에 앉아 차창 밖을 보니 다행히 예보대로 단비가 내리고 있었다. 긴 봄 가뭄이 단비로 해갈되어 목타던 농민의 목을 축여 주 듯이 무궁화호 가뭄도 좀 더 풀릴 수 있었으면.... 봄 가뭄에 목타던 동서도 이제는 단비에 웃음을 짓고 있겠지! (2004. 4. 28.)
고속철 시대를 열면서 통일호는 아에 없어지고 무궁화도 이렇게 이용하기가 어렵다니 너무 화가 나, 교통 정책자들이여, 고속철을 타야할 사람 있고 무궁화호 탈 살람 따로 있다는 것을 왜 모르나? 참여정부 당국자들이여 ! 어디에나 횡행하는 획일주의, 이것이 곧 군사문화라는 것을 아는가 모르는가!
첫댓글 나도 27 일 오후 서대전 역에서 모처럼 기차를 타고 서울에 올라오면서 서울역에 도착하는 무궁화호를 한참동안 찾은 천규와 똑 같은 경험을 하였다네.우산을 받고 주말농장에 나가보고서 단비의 단맛을 직접 맞보기도 하였네.
외국에서 고속철은 원래의 기능이 항공기 이용승객에게 보다 저렴하고 보다 빠른 이동수단을 제공하는 즉 편의와 이익을 주는 것이고 기존의 철도승객에게 고운임을 강요하는 것이 아닌데 우리는 고운임 강요정책이 되어버렸네 원래의 의의는 그게 아닌데 말이야 ...
고속철 시대를 열면서 통일호는 아에 없어지고 무궁화도 이렇게 이용하기가 어렵다니 너무 화가 나, 교통 정책자들이여, 고속철을 타야할 사람 있고 무궁화호 탈 살람 따로 있다는 것을 왜 모르나? 참여정부 당국자들이여 ! 어디에나 횡행하는 획일주의, 이것이 곧 군사문화라는 것을 아는가 모르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