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미친 듯이 축구를 본 지 얼마나 되었을까? 10년? 아니, 아직 그만큼의 시간이 지난 것 같지는 않다. 아마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만 9년 정도가 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축구를 보기 시작한 것을 내가 동대문 운동장에 출입한 시기부터 계산한다. 이것은 나만의 특별한 기준으로 나는 이 시기를 마치 초등학교 때 배웠던 산수와 중학교 때 배운 수학의 갈림 선과도 같이 커다란 차이가 있는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여자 친구를 사귀어도 몇 년이 지나면 힘든 시기가 오고, 결혼을 한 부부도 10년이 지나면 매너리즘과 함께 고뇌의 시기가 찾아오듯이 축구를 좋아하는 것에서도 그와 같은 시기는 찾아오는 것 같다. 나와 함께 축구장에서 인생의 많은 시간을 함께 했던 친구들 중 상당수는 더 이상 축구장을 찾지 않는다. 가끔씩 A 매치가 있을 때 표가 생겼다고 함께 가자는 전화가 오거나 프로축구를 오랜만에 보다가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정도이지 예전처럼 게임을 놓치면 죽을 것 같은 마음은 모두 사라진 것 같다. 나 역시도 아시안 챔피언스 리그 중계를 해주지 않는다고 인터넷 게시판을 테러하던 시절의 객기는 사라졌고, K리그 중계가 없으면 ‘역시 그렇지 뭐........’ 하는 식으로 체념하고, 망설임 없이 친구들과 술잔을 기울이러 나가곤 한다. 어쩌면 K리그 중계가 있어서 친구들과의 술자리와 축구를 놓고 비중을 따져야 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되는 것이 요즈음의 나에게는 오히려 편한 일일지도 모른다.
내가 축구장을 찾는 빈도는 매년 조금씩 줄어들고 있으며 나는 그 이유를 함께하던 친구들이 나에게 옮겨놓은 전염병과도 같은 현상, 바로 ‘축구와의 갱년기’에서 찾고 있었다. 그리고 주변의 친구들처럼 나 역시 자연스럽게 축구라는 굴레에서 빠져나갈 고민을 해 온 것도 사실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일의 경계에서 이제는 후자 쪽에 많은 비중을 두는 것이 나의 현실이고, 안정된 직장과 평온한 결혼에의 골인으로 축구장을 찾지 않는 친구들을 보며 나 또한 그들로부터 전해져 오는 ‘축구와의 갱년기’를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나는 과감하게 이제는 그들처럼 축구를 멀리할 수 있기 위한 자연스러운 노력을 해야 할 때라는 결론을 내렸다. A매치나 월드컵 때 한 번씩 축구를 즐겨보고, 그저 지나가다 들리는 포장마차처럼 가볍게 생각해 보기 위해 나는 최근에 많은 노력을 했다. 일부러 축구를 할 시간에 약속이나 일거리를 잡아 보기도 했고, 축구 사이트 접속 횟수를 줄여 보기도 했다. 그리고 나의 노력은 어느 정도 성과를 이루기 시작했다. 축구에 대한 나의 생각은 자연스레 메마르기 시작했으며 축구를 주제로 한 글들 역시 조금씩 뜸해졌다.
어느새 리그의 세세한 부분에 대해 하나, 둘 놓치기 시작하는 점들이 드러나고 이제 나도 나의 친구들처럼 축구로부터의 해방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나는 이 갱년기를 끝으로 축구와의 이별을 할 수 있으리라. 너무나 멋지고 그럴싸한 핑계로 나의 꿈을 향해 정진하며 공 하나를 놓고 노는 바보 같은 운동에 집착하지 않을 수 있는 멋진 인생으로의 도약. 그것은 얼마나 희망적이고 건강한 내 인생의 모습인가! 요즈음은 축구 생각을 하는 시간이 엄청나게 줄어들었고, 나의 바쁜 일상이 그 나머지 자리를 채워 넣었다. 나도 드디어 다른 친구들처럼 축구팬에서 일반인으로 변해가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축구와의 이별, 그 마지막 단계만을 남겨 놓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과정이 너무도 자연스럽고 편안했기에 나는 나 자신에 대해 한 치의 의심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 나의 그와 같은 기대는 한 순간에 무너졌다.
나는 오늘 우연찮게 축구 동아리의 후배들을 만났다. 그다지 가고 싶은 욕망이 강하지는 않았지만 오랜만에 보는 자리에 얼굴이라도 비추어야 할 것 같아 술자리로 향했다. 자리에 앉아 있다 보니 저 쪽 너머에 전북 팬인 후배가 앉아있다. 나는 갑자기 반갑게 녀석을 부른다. 녀석은 웃으며 나에게 다가온다.
‘축하한다.’
제일 먼저 나온 얘기가 축하한다는 얘기다. 이상하다. 이건 도대체 무슨 반사 반응이란 말인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맞물려 돌아가는 축구에의 사고. 결국 또 축구에 대한 얘기가 시작되고 만다는 사실에 나는 얼떨떨하다. 녀석은 천연덕스럽게 나의 악수를 받아들이며 어깨를 쭉 편다.
‘저는 믿었어요. 이길 거라고.......’
우리는 언제나 그랬듯이 웃으면서 축구 얘기를 이어간다. 결국 저녁 식사가 끝날 무렵 여러 후배들이 합세하고 고기집 앞에서 플레이오프 4강 구도를 분석하고 앉아있다. 저녁만 먹고 간단하게 집으로 돌아오겠다는 나 자신과의 약속은 지켰지만 집에 오면서 녀석들과 헤어질 때 한 얘기는 FA컵이 벌어지는 날 상암동에서 보자는 얘기였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피식 웃음이 나온다. 이건 나 자신에 대한 조소일까? 아니면 어쩔 수 없는 나의 병에 대한 인정일까? ‘축구와의 갱년기’를 빠져 나오는 나의 과정은 조금은 어설프지만 가장 설득력 있는 결론으로 치달았다. 결국 나는 축구와의 이별에 실패하고 집으로 돌아온 것이다. 나는 언제부턴가 축구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털어놓지 않는다. 마치 내가 담배 피는 것을 자랑스럽게 얘기하지 않듯 애써 축구팬임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다. 그것은 애써 나에 대해서 설명하기 싫은 귀찮음과 나 자신에 대한 약간의 짜증, 그리고 결과적으로 그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어쩔 수 없는 운명론이 복합적으로 나의 마음속에서 작용한 결과인 것 같다. 나는 ‘축구와의 갱년기’에서 이별로 접어들기에는 이미 너무 깊은 사랑에 빠져 있는 놈인가 보다. 나는 내 친구들과 다르다. 비록 축구로 밥 벌어먹고 사는 인생은 아니지만 나는 오늘 아직 그 놈과 헤어질 수 없다는 애매모호한 판단을 내린다. 그리고 지금 난 설기현의 경기, TV 중계를 기다리고 있다.
예전에 읽었던 소설가 알베르 까뮈의 말이 오늘따라 생각난다.
"내가 나의 축구팀을 그렇게도 사랑했던 이유는 결국, 열심히 뛰고 난 후에 뒤따르는 나른한 피곤함과 더불어 느껴지는 저 기막힌 승리의 기쁨 때문이었고, 또한 패배한 날 저녁이면 맛보게 되는 울음이 터져 나올 것만 같은 그 어리석은 충동 때문이었다."
나의 후배들이 ‘축구와의 이별’을 시작할 때쯤엔 나도 축구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아무튼 그 시기는 몇 년 후에나 다가오겠지....... 일단 오늘은 편안한 마음으로 설기현의 경기를 즐길 생각이다.(펌글)
2.운동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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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11월18일)는 견진성사가 있어 우리팀에서도 천관욱(이냐시오)정병길(다니엘)
박선용(미카엘)조윤형 형제가 그 주인공입니다.
견진성사후 조촐한 회식자리가 마련되어 모두가 축하하여 주었고,특히 박선용형제는내년 2월3일에 월계동성당에서 결혼식을 한다고 알려주었고 어여쁜 예비신부와 같이 참석하여 즐거운 상견례를...
오전에는 날씨가 춥지는 않았지만 운동장에 일찍 나와서 스트레칭으로 굳은 근육을 풀고,가벼운 볼 패싱훈련도 하였습니다.
공의 첫타치가 부드러워야 경기도 잘 될것이 아닌가 합니다.
교리반의 예비신자 한분도 축구단에 약간의 관심이 있었으니...
오후2시에는 k리그 참피언결정전 경기를 펀안한 마음으로 TV로 시청하였습니다.
(외국인 주심의 단호한 판정...)
성남의 우성룡의 결승골로 수원팀을 1-0으로...
어제밤의 프리미어리그의 설기현의 결승골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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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땅이 사라질지라도 내 말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마르코 복음 13장 24-32절)
오소서 주 예수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