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분 혹시 평소 지병이 있었나요?” “모르겠는데요.” “친군데 모르세요?” “여기 왔다가 오늘 오랜만에 우연히 만났거든요”
얼마 전 저는 아이와 함께 문화센터에 갔다가 가슴이 쿵, 내려앉는 장면을 목격했답니다. 문화센터 로비에서 저희 옆에 앉아, 친구와 수다를 떨던 중년 아주머니가 갑자기 바닥에 픽 쓰러지시더니 의식불명 상태가 되더군요. 안내 데스크 여직원들과 백화점 홍보과 직원들은 예기치 못한 상황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는데요. 안절부절 하던 직원 중 한 명이 곧 119에 신고를 했답니다.
약 7-8분 후 119응급구조대가 도착했는데요. 기도확보 등 간단한 조치를 취하고 나서 환자의 휴대폰 번호로 안심콜 등록여부를 확인 후 친구에게 다급히 묻는 겁니다.
“혹시 이 분 평소 지병이 있었나요?” “지병이 뭔지 혹시 알고 계세요?”
하지만 우연히 만났다는 친구분이 알 리가 없지요. 119응급구조대원들은 급히 환자의 휴대폰으로 가족들에게 연락을 취했습니다. 배우자 등 가족들과도 연락이 잘 되지 않았는데요. 몇 번의 시도 끝에 환자의 딸이 전화를 받았답니다.
“혹시 어머니 평소 지병이 있나요?”
응급환자의 경우 불과 몇 분 차이로 생사가 엇갈린다는 걸 감안하면 이분은 가족을 ‘수배’하고 지병을 확인하는 데 금쪽같은 시간을 사용한 것이지요. 만약 이 분이 가까운 소방서에 ‘U-안심콜’(집전화, 휴대폰 번호, 이용하는 병원 등 신상정보와 병력을 등록)서비스를 신청해두었다면 119구조대원들의 응급처치가 매우 용이해진답니다.
경기도 수원소방서 권선119안전센터 이수미 소방장이 적극 이용해보기를 권장하는 서비스가 바로 이 ‘U-안심콜’이기도 합니다. 그는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얼마 전 세류동에 거주하는 60대 모 할머니가 쓰러져 의식이 없다는 신고가 저희센터로 접수됐는데요. 다행히 할머니는 ‘U-안심콜 등록’을 하신 상태라 할머니의 당뇨 병력과 인적사항 등 해당정보가 119구급대로 자동 통보되었어요. 그래서 혈당측정기와 포도당 등 당뇨환자 응급처치에 필요한 장비만을 준비해서 곧바로 출동했답니다. 할머니 집에 도착해서 준비한 포도당 정맥주사를 놓자 할머니는 곧 의식이 돌아왔어요.”
포도당을 투입하자 거짓말처럼 의식을 회복하는 모습을 보고, 신고를 한 이웃 아주머니는 할머니에게 “연극을 한 것 아니냐”고 우스개 소리를 했다고 합니다.
할머니가 어떻게 됐냐고요? 맞춤 응급처치로 위험한 고비를 넘긴, 할머니는 평소 이용하던 인근 빈센트 병원으로 이송해서 적절한 치료를 받고 퇴원하셨다고 하네요. 당뇨의 경우 만만한 질병으로 보이지만 저혈당으로 갑자기 쇼크사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응급처치 단계에서 신속한 대처가 필수적인 질병이라고 합니다.
그 후 할머니는 감사하다고 권선센터에 떡을 해서 가져왔다고 합니다. 또 할머니의 가족들이 대원들에게 큰 절을 올렸다는군요.
당뇨 외에 고혈압 심장병 뇌혈관 질환 등 만성 질환이 있는 경우에도 안심콜을 이용하면 정말 유용하답니다. 만약 응급상황 발생시 환자의 병력을 알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시간이 지체되어 위급한 순간을 맞을 수도 있다고 하니 본인은 물론 부모님이나 조부모님이 지병이 있다면 잊지 말고 꼭 이용해 보시라는 당부도 잊지 않으시네요.
이수미 소방장은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분들이 심폐소생술을 비롯 각종 응급처치로 소생하는 것을 보면 소방장으로서 그보다 큰 보람은 없다고 하네요. 소중한 한 생명을 살렸다는 사실이 그렇게 기쁘고 감사할 수가 없다고요.
인간은 누구나 서로에게 이로운 존재로 살고 싶은 것이니까요. 아무리 세상이 경쟁 지향적이고 살기 힘들어도 우리는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일을 했을 때 기쁘고 행복해지는 것 같습니다.
지난번에도 소개해드렸듯이 ‘U-안심콜’은 현재 경기도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실시하고 있는데요. 가까운 소방서를 찾아가시거나 안심콜 신청 페이지(http://u119.nema.go.kr)를 이용해서 가입하실 수도 있지만, 경기도의 경우 도민안방이나 민원전철 등을 통해 많이들 신청하신다고 하네요.
첫댓글 조은정보 감사요~ 알아두시면 좋을거 같네요.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