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날과 다름없는 어느날 저녁이었습니다.
다음카페-기차여행기를 적는 사람들을 검색하고 있던중 청량리-강릉 통일호 열차가 운행된다는 소식에 반가운 마음으로 바로타 사이트로 들어갔었죠. 이번엔 운행이 안된다길래 체념하고 있었는데 이넘을 다시 만나게 되니까 반갑더군요.
자리는 임시편성이라 그런지 아직 많이 남아 있더군요. 여기 기차여행기를 적는 사람들의 여행은 9일날 있었지만 시간이 안맞는 관계로 아쉬운 마음으로 10일자로 예약을 하게 되었죠.
모처럼 만나는 급행 통일호를 탈 생각을 하니 마음이 설레이더군요. 먼저 11일 날은 아르바이트 휴일을 잡아놨죠. 그리고 자리도 창가로 다시 자리잡고요. 10일날은 일찍 일을 끝냈답니다.(이번달내로 끝내야죠.-.-;
그리고 잠시 계획을 세워봅니다. 먼저 9885를 타고 정동진까지 간 뒤에 이번 기회에 한 번도 못타본 백산-영주간 영동선을 타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번에는 사진도 찍어보고...
기대와 설레임을 가득 안고서 10일날 밤 청량리역으로 향합니다. 용인에서 바로가는 것이 정석이지만 시간이 워낙에 많이 남아있어 수원까지 가봅니다. 수원에서 다시 청량리역까지로요.
서울-대전, 서울-장항 구간도 이번에 임시 통일호가 운행되져. 전에는 광주나 목포까지도 운행했던것 같은데요.
웬일인지 전철은 한산한 편이로군요. 명절이라 그런지...
다시 용산에서 성북행 전철로 갈아탑니다. 그리고 출발 1시간 30분전 청량리역에 도착 미리 예매된 청량리-강릉 통일호 승차권을 구입합니다. 얼마만에 보는.....^^...감격!
요금은 학생할인으로 8200원 이번학기에는 복학한답니다. ^^
#9529, #9783, #9511의 개표를 차례대로 지켜보며 우리열차의 개표를 기다립니다. 매표창구에는 미리들 예약을 했는지 한산하군요. 전에는 줄을 그야말로 쫙 섰었는데..
청량리-제천 통일호(안동행) 입석 승차권도 겨우 구할 정도였죠. 나중에 강릉행 통일호로 갈아탔지만요.(1999년도)
개표전 줄을 선 사람들로 인산인해, 옆의 아주머니는 의외로 싼 기차요금에 의아해 하시는군요.
드디어 개표시작! 사람들은 그야말로 썰물처럼 빠져나갑니다. 잽싸게 뛰어가 객차중간부, 기관차 부분을 촬영해 봅니다.
그리고 저의 자리르 찾아갑니다. 5-45호석 객차는 원조통일호객차로군요. 모처럼의 통일호 기분을 내기에는 원조가 더 어울리지 안나싶습니다. 객차는 원조3, 당영3으로 편성되어있군요. 정기운행 당시 10량, 99년도 8량, 이제는 6량까지로 줄어들었군요. 워낙에 퇴역을 앞둔 객차들인지는 몰라도... 서글프다는 생각마저듭니다.
제자리 앞에 옆에는 정동진으로 놀러가는지 일가족이 자리를 잡는군요. 통일호 객차의 고전적인(!) 시설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듯... 우리야 사실 이런 통일호 편성을 재미삼아 타러 다닌다고 하지만 기차에 익숙치 않은 사람들은 시대에 뒤떨어 졌다는 생각을 하죠. -.-;
이윽고 열차는 힘들게 청량리역을 빠져나갑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급행통일호의 속도감! 예전에 전국각지를 신나게 달리던 통일호들이 그리워 지는군요. 옆에 손님덕에 맥주도 얻어먹어 봅니다.
승객들은 귀향객이며 등산이나 여행객들이 대부분이지만 우리철도 매니아들도 상당수 있죠. 특징이라고 한다면 1.혼자다닌다. 2.카메라를 지참하고 있다. 3. 스위치 백 구간구경은 꼭 한다.
다음 카페 철도동회회 회원분들도 상당수 탄 걸로 알고있죠. 급행이라는 속도감은 만족스럽지만 창밖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아쉽군요. 원주, 제천을 지나 태백선 구간으로 들어섭니다. 안그래도 한산하던길이 태백선어 들어오자 더욱 어둠에 싸여 밖은 암흑입니다. 쌍용역엔 정차하는군요. 예전에 승객이 많았던것 같은데 내리는 사람은 한명도 없군요. 영월역에선 제법 많은 사람들이 내립니다. 덕분에 우리열차는 한가해 지는군요.
어느새 열차는 조용해 지는군요. 전 열차후두부로 나가봅니다. 통일호라 뻥 뚫려있죠. 밖에보니 어둠뿐이군요. 산간지역이라 상당히 춥습니다. 무서운 느낌마저...-.-;; 간이역을 지나치며 간간이 비추어진 불빛은 외롭게 달리는 열차를 응원해주는 듯 합니다. 어느 간이역에서 정차합니다. 5분을 기다렸을까 청량리로 가는 무궁화호 열차가 어둠을 뚫고 반대편 철길로 사라집니다.
객차로 돌아와서 한 숨 자다보니 태백역입니다. 상당수의 손님이 하차.
태백선은 사실 이 지역 승객들을 실어나르기 위해 만들어졌던 노선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강릉가는 열차를 타면 많은 손님들이 여기서 내립니다. 다시 제법긴 시간을 달리다가 통리역 도착, 이용승객은 거의 없는듯.
그리고 강릉행 열차의 하이라이트 구간이죠. 꼬불꼬불 내려가는 철길과 스위치백 구간. 다시 열차 맨뒤로.. 역시 어둠뿐이군요. 눈이와서 그런지 사물이 구분되는 정도로군요. 산위에는 별들이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렇게 별을 선명히 보는 것은 오랜만입니다.
어느새 흥전역에 도착 여객전무님이 열차후부확인을 위해 나오시는 군요. 무전기로 흥전역, 나한정, 기관사님과 상황을 주고 받습니다. 철도매니아인 듯한 분들도 나와계시는군요. 여객전무님께 질문을 하시는 분들도 있고...
밤에 스위치백 구간을 보는것도 잼있군요. 상당히 어둡던데 열차는 별다른 어려움 없이 후진을 합니다. 약 5분간을 후진한 뒤 나한정역에서 다시 방향을 고쳐잡습니다.
이 구간도 이젠 루프식 터널구간으로 대체대죠. 터널길이가 무려 16KM가 넘는다는데 그럼 국내최장은 물론 세계에서도 손꼽는 철도터널이 될 듯 하군요. 하지만 좀 밋밋한 철도여행이 될 수도....ㅠ.ㅠ
신기역을 지나 동해역에 도착합니다. 여기서 기관차를 교체하죠. 몇년뒤면 이런 광경도 사라지겠군요. 강릉까지도 전철화되니까요. 편리함도 그렇고 경제적인면에 있어서도 조건이 좋아지겠지만 웬지 이런 모습이 그리워 질수도 있겠죠. 편리함을 바라다가도 그것이 이루어지고 시간이 지나면 옛날이 그러워지죠.
여기서 강릉까니는 졸음을 못이기고 잠이 들고 말았습니다. 잠을 깨보니 정동진역 도착을 알리는 안내방송이 나오는군요.
정동진역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바닷가로 나갑니다. 물론 모처럼의 연휴를 이용해 정동진역은 찾은 사람들일테죠. 가족, 연인, 친구들끼리 모두들 즐거운 표정들이군요. 하지만 저는 왠지 비참한-.-!.... 담부턴 이런데 혼자오지 말아야 겠습니다. ^^;;
일출장면이나 한 컥 찍고 갈수 있을까 했지만 #9524(강릉-청량리)시간 까지는 턱없이 모자라더군요. 날씨는 엄청 춥습니다. 사람들은 일출을 기다리며 동해바다로 고개를 향하고 있습니다. 저멀리 어슴프레 밝은 기운이 올라오는군요. 하늘 윗부분은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았는지 검푸른 빛을 띄고 있습니다. 빨강, 노랑, 백색, 녹색, 청색, 군청으로 희미한 경계를 이루고 있군요. 결국 기차시간이 촉박하여 일출촬영은 기차안에서 기약해 봅니다. 망상에 이르자 구름속에서 붉은 빛이 일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잠시후 구름을 박차고 붉은 몸뚱이를 천천히 드러냅니다. 기차안에서 이런 광경을 보는 것도 처음이로군요.
다시 동해역 도착. 정동진역에선 사람이 거의 없다가 동해역에서는 상당수 자리가 차는군요. 기관차고엔 8102호가 보입니다.
열차는 산사이를 헤치며 도계방면으로... 도계를 지나 다시 스위치백을 더듬어 올라갑니다. 힘겹게 산을 올라 통리역 도착, 7500호대 기관차가 몇대 있군요. 한 기관차에는 운행을 시작하는지 기관사분이 007가방을 들고 기관차에 오릅니다.
태백, 영동선 삼각대를 지나 터널 몇 군데를 통과한 뒤 문곡역에 도착합니다. 철길아래론 태백시가지가 보이는군요.
문곡역은 상당히 간이역입니다. 역사안에는 사람들이 제법 차 있군요. 설을 맞아 근처로 가는 손님들인듯..
다시 개표를 받고 나가니 8101호를 선두로 한 #1245 통일호 열차가 들어옵니다. 객차를 촬영하고 객차에 오르니 자리가 거의 차 있습니다. 저는 객차끝에 자리가 남아 자리를 잡습니다. 거의 자리를 다 채운듯...
백산, 철암에서는 손님을 더 태워 입석손님까지 생깁니다. 철암역에서는 소화물을 싣고 내리는지 상당히 오랜시간 정차합니다. 승무원분들은 여기서 식사를 수령받는군요. 동점역에선 동대구발 강릉행 열차와 교행합니다. 영동선은 거의 벽지에 위치해 있어 버스가 다니지 않는곳이 많은지 계속 손님이 늘어납니다. 춘양역에선가만 버스가 다닌다고 하는군요. 입석손님도 많고 햇빛이 많은 날이라 블라인드를 내린 창이 많아 창밖 구경은 하기 힘들군요. 그리하여 난간으로 나가서 봤는데 정말로 강이나 산이외에는 보이는 것이 없습니다. 경치는 정말로 장관이군요. 그런데 어느분 얘기로는 밤에 지나가면 무섭더라고... 철암에서 손님이 다 내려 자기 일행만 있었다는데 썰렁하고 밖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더랍니다. -.-!!
얘기로만 듣던 승부역도 지나갑니다. 나중에 따로 와봤으면 하는군요.
춘양역에서는 버스가 다니는지 그리 많은 손님이 타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역을 거칠수록 손님은 계속 늘어납니다. 춘양역을 지나 봉화역 사이를 지나는 동안 아까의 대자연 속에 있는 듯한 풍경은 사라지고 한가한 농촌마을의 풍경이 눈에 들어옵니다. 봉화역을 지나자 다시 자리가 납니다. 제가 앉았던 자리는 노인분들께 양보했었죠. ^^*(잘했죠?)
2량짜리 통일호 객차는 손님을 가득싣고 영주역에 도착합니다. 건너편 홈에는 청량리-부전 1221 열차가 잠시 다리쉼을 하고 있군요. 여기서 홍익회 교체, 소화물차 1량이 추가되죠.
영주역엔 민영화 반대 집회가 크게 열어지는지 노동가가 울려퍼지고 집회시설이 갖추어져 있군요. 우리 철도매니아 사이에선 커다란 이슈가 되고 있는데 지금의 민영화에는 대부분 반대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도 개인적으로는 민영화를 반대합니다. 게다가 지금 당장 부채가 커진다는 이유로 민영화를 하겠다는 다급한 발상은 그야말로 어불성설이죠.
그런식이라면 엄청난 부채를 떠안고 철도를 인수하는 기업은 그것을 매꾸느라 철도요금을 무리하게 올릴것은 불을 보듯 뻔하고 대규모 인원감축으로 인한 철도노동자의 사고 증가와 대형사고 유발을 가능성도 더더욱 커지죠. 철도의 합리적인 발전을 위해서도 이러한 억지춘향이식 민영화는 당장 철회되야 합니다.
민영화 되어있는 버스도 벽지노선이나 인구가 적은 지역은 공영으로 운행되고 잇는 곳이 많습니다. 그만큼 민영화만으로는 철도발전의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제 생각이죠.
민영화를 추진한다 하더라도 그건 경쟁력이 확보 되어야지 성공적으로 이루어지지 이런 문제가 있으니까 당장에 바꿔야 한다는 논리도 억지고요. 철도는 공영시설인 만큼 어러한 부채는 스스로 해결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죠. 게다가 지금의 부채는 고속철도를 건설하면서 생긴것이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얘기가 길어졌군요.
다시 여행이야기로 돌아가서..
영주역 앞에 한식집에서 해장국밥을 시켜 먹습니다. 영주, 안동지역에서 볼 수 있는 음식인데 육개장 보다야 간소하지만 값도 저렴하고 든든하게 먹을 수 있어 여기서는 많이 애용하는 음식이랍니다.
여기서 안동발 청량리행(#9506)-12:49발 무궁화를 타고 원주에서 내려 용인가는 시외버스를 타고 집으로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