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2. 定心應物이면 雖不讀書라도 可以爲有德君子니라
(정심응물 수불독서 가이위유덕군자)
마음을 안정하여 사물에 응대하면 비록 글을 읽지 않았더라도 덕이 있는 군자가 될 수 있다.
(해설)
많이 배워 지식이 많아도 행동(실천)이 따르지 못하면 죽은 지식이 되고, 인간 본연의 예절과 도덕적 염치가 결여되면 지식은 오히려 독이 됩니다. 모든 것은 마음에서부터 시작되는데 그 마음을 다스리고 안정을 갖도록 함이 바로 닦음의 기본이 됩니다. 바른 마음과 흔들리지 않도록 굳건하게 기초를 다지는 일이 선행되어야 비로소 틀이 잡히고 뜻과 의지는 서게 됩니다. 이때부터 올바른 길을 걸어가게 되면 어떠한 유혹(악의 길)에도 초연히 자신이 길로 정진할 수가 있는 것입니다.
마음이 바르지 못하고 혼란스럽거나 사욕에 차있거나 공포에 쌓여 있거나 어지러운 상태에서는 바로 보고 인식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져 있어 왜곡되거나 진실과 동떨어진 판단을 하게 됩니다. 횡설수설한다 말하지요. 심지어는 “미쳤나”하는 의구심을 나타나게 합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본심을 잃지 않는다는 것은 그만큼의 노력과 수련이 동반되어야 하는데 교육이란 것이 지식 습득과 좋은 학교로의 진학에 맞추어지고 특히나 한 자녀만을 낳아 기르다 보니 과보호되어 남을 배려하거나 참을성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현상을 가져왔습니다.
마음을 사물에 집중하지 못하고 딴생각을 같고 임한다면 책을 읽어도 글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으니 牛耳讀經(우이독경)이요 시간만 낭비하는 꼴이 된다. 독서삼매경이라 몰아의 경지에 들어가야만 진정한 독서가 되고, 독서가 아니더라도 그 沒我一體(몰아일체) 속에 얻는 깨달음은 그 무엇보다 소중하다. 깨달음은 문자나 말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나타나게 된다. 그러므로 깊은 산골이나 바닷가 혹은 시끌벅적한 시장에도 깨달음을 얻은 군자는 존재하기 마련이다. 불교에서는 話頭(화두)라 하여 선문답을 통한 깨달음을 얻기 위해 평생을 정진하기도 하지요.
건성으로 하기보다는 얼마나 집중하고, 또한 그 깨달음을 얻기 위해 얼마나 간절하게 바라는가에 따라 비록 글을 읽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 깨달음을 얻은 사람은 행동과 말에서 그 기품이 배어나오게 됩니다.
자원입니다.
應(응할 응)은 心과 鷹(매 응)의 합자인데 길들인 매가 주인이 부르는 소리 알아듣고 되돌아오다. 鷹자에서 새조 자를 뺀 자도 매 응 자로 그 뜻은 집(广)에서 사람(人)이 길들인 새(隹).
讀(읽을 독)은 言과 賣(팔 매)의 합자로 글을 말로 내 놓다. 소리 내어 읽다. 賣는 士는 出의 변형과 買의 합자로 사들였던 재물을 내다 팔다.
선량 12조
입후보자를 영어로 캔디디트(candidate)라 한다. 이 말의 뿌리를 더듬어 보면 흰옷 입은 사람이란 뜻이다. 고대 로마 선거에서 입후보자들은 모두가 순백의 장삼(toga)을 입고 선거에 임했던 데서 나온 말이다. 한 점 티끌도 없는 결백과, 사심이며 속임수며 비굴이며 변절이 없다는 유권자와의 약속을 그 흰 장삼으로 상징했던 것이다. 1896년 미국 대통령으로 출마했던 브라이언은 이 로마의 하얀 장삼차림으로 유세를 하고 다녀 인기를 모았던 일이 있었다.
선량은 정책공약 이전에 이 백의로 상징되는 인간적 도덕적 소양을 먼저 보장 받아야 했다. 돈에 오염 되지 않는 결백, 권력에 비굴하지 않는 용기, 사욕에 변질되지 않는 의지가 유권자에게 인정돼야 했다.
이렇게 하여 당선이 되면 그 하얀 장삼 깃에 끝동을 단다. 선량 표시오, 국회의원 배지 랄 것이다. 이 푸른 끝동에도 많은 의미가 부여돼 있다. 푸른 하늘은 그것을 가리는 한 점 구름이 없어야 하듯이, 진실하고 공평하며 사욕을 버려야 한다는 끝동색이요, 푸른빛이 어느 색깔과도 가장 조화가 잘된다는 데서 조화, 협조의 끝동색이며, 또 노복들이 입는 복색이라 하여 충실한 유권자의 심부름꾼이어야 한다는 끝동색이다.
중국이나 우리나라에는 백성이 사람을 뽑아 정사에 참여시키는 고대 민주주의의 흔적이 문헌에 적지 않다. 이를테면 작위 이름으로 통정대부니 인록대부니 하는 것이 있다. 고대 중국에서 백성이 뽑아 정치에 참여시켜 나랏일을 크게 부축한다는 뜻에서 大夫(대부)란 말이 생겨났던 것이다. 대부에도 지금 국회의원에 해당하는 장대부, 도의원에 해당하는 중대부, 면의원에 해당되는 소대부가 있다. 이를 통틀어 백성이 뽑는다 해서 선량이라 했으며, 선량이 갖추어야 할 조건으로 육덕, 육행 도합 12조라는 게 있었다. 여섯 가지 덕목은 지, 인, 성, 의, 화, 충이요, 여섯 가지 행실은 효, 우, 목, 겸, 임, 휼 이다.
삼국시대 이래 가장 훌륭한 수상으로 고구려의 을파소가 거론되는데, 바로 고국천왕 때 고구려 사부에서 백성이 선거한 농부출신의 대부로서 이 12조를 완벽하게 갖춘 분이기 때문이다.
또 다시 돌아오는 하얀 장삼에 푸른 끝동을 다는 선량을 뽑는 일, 뽑힌 선량들은 푸른 끝동이 갖는 뜻을 새겨 대부의 열두 덕행이 “개발의 편자”가 되지 않기를 희망해 본다.(이규태 코너 1988년)
萬里(만리) - 朴誾(박은) -
雪添春澗水(설첨춘간수) 눈은 봄의 골짜기 물을 보태고
烏趁暮山雲(오진모산운) 까마귀는 저무는 산 구름 속을 나네.
淸境渾醒醉(청경혼성취) 맑은 지경이라 술기운이 모두 깨고
新詩更憶君(시시경억군) 새로 시를 짓자니 다시 임 생각나네.
※ 誾(향기 은), 趁(쫒을 진), 渾(흐릴 혼), 醒(깰 성).
한스 카로사(독일, 시인, 소설가)
- 인생은 만남이다. 그 초대는 두 번 다시 되풀이 되는 법이 없다.
첫댓글 광순아! 한문서당만 열지말고 그 잘쓰는 시(詩)좀 올리거라!! 시인보다 훈장님이 더 좋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