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인문·과학·기술·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학문을 통합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이 한창이다. 인문학적 감성과 지식을 갖춘 과학도, 과학적 논리력과 창의력을 겸비한 인문학도. 이같은 융합 인재 양성이 교육의 트렌드다. 대학도 전공의 벽을 허물고 융합 커리큘럼으로 운영하는 학과도 늘어나고 있다. 한데, 융합 학문은 18세기 조선에서 전성기를 누린 바 있다.그 대표적인 인물이 다산 정약용. 정약용을 읽으며 이 시대가 요구하는 융합 인재에 대해 생각해봐도 좋겠다.
담당 김지민 리포터 sally0602@naeil.com
다산 선생 지식 경영법
지은이 정민 펴낸곳 김영사 값 2만5천 원
그는 경전의 미묘한 뜻을 낱낱이 파헤친 걸출한 경학자였다.
그 복잡한 예론을 촌촌이 분석해낸 꼼꼼한 예학자였다.
목민관의 행동지침을 정리해낸 탁월한 행정가요, 아동교육에 큰 관심을 가져 실천적 대안을 제시한 교육학자며, 지나간 역사를 손금 보듯 꿰고 있었던 해박한 사학자였다. (중략)
나는 그를 세계의 정보를 필요에 따라 요구에 맞게 정리해낼 줄 알았던 전방위적인 지식 경영가라고 부르겠다.
_지은이의 말 중에서
18세기는 조선, 아니 우리 역사가 최초로 경험한 정보화 시대였다. 다산의 작업 역시 이런 18세기적 지식 경영의 산물이었다. <목민심서>는 역대 역사 기록 속에서 추려낸 수만 장의 카드를 바탕으로 정리한 목민관의 행정지침서다. <목민심서>를 집필하다 보니, 형법 집행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이 부분만 따로 확대해서 <흠흠신서>를 썼다. <경세유표>는 이러한 부분 작업의 결과들을 국가 경영의 큰 틀 위에서 현장 실무 경험을 살려 하나의 체계로 재통합한 것이다.
이 책은 이처럼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다산 정약용의 정보 판단과 지식 편집을 중점적으로 살펴보는 책이다. 지은이는 “다산치학 10강(綱) 50목(目) 200결(訣)’이라는 부제처럼, 열 개의 큰 줄기를 세워 각각 다섯 가지의 방법론으로 배열하였고, 하나의 방법론 안에 네 개의 소제목을 따로 두었다. 이를 통해 다산 지식 경영법의 핵심을 파악하고, 방법적 노하우를 분석했다”고 설명한다. 이 책은 다산의 효율적인 공부 방법과 정보 처리와 정리의 방법, 주제를 정해 생각을 발전시키고 가설과 목차를 세워 논거를 바탕으로 결론으로 도달하는 방법까지 친절하게 설명한다. 다산의 탁월한 생각과 논리를 따라가다 보면 ‘조선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란 그의 별명이 못마땅해진다. 정약용은 레오나르도 다빈치보다 더 전방위적인 역량을 지닌 사람이다.
함께 읽으면 좋을 책들
엔지니어 정약용, 조선 근대 공학의 개척자
지은이 김평원 펴낸곳 다산초당 값 1만8천500원
정약용이 세계가 인정한 사상가이자 실천가인 건 사실이지만 우리는 그를 실학을 집대성한 학자로 한정짓는 경우가 많다. 정약용은 청년 관리 시절 엔지니어로서 남다른 두각을 나타내며 신도시 수원 화성을 설계했고 거중기를 비롯해 다양한 건설 기계를 발명했다.
과연 정약용은 학자일까, 엔지니어일까?
지은이는 정약용의 업적을 토목·건축·도시·기계·자동차·조선 공학 등 여섯 개 분야로 나누어 200여 개의 도판과 함께 구체적으로 보여주며 엔지니어로서의 정약용을 재조명한다. 책 속에 담긴 정약용이 활동하던 시기에 태동하던 조선 근대 공학의 움직임도 흥미롭다. 자세한 사진과 설명으로
지루할 틈이 없다. 정약용의 모든 발명품은 나라에 대한 충성, 백성에 대한 사랑에서 나왔다. 지식과 능력이 어떻게 쓰여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융합형 인재, 다산 정약용을 말하다
지은이 동화고등학교 STEAM 정약용 프로젝트 연구팀 펴낸곳 지식공감 값 1만4천 원
이 책은 다산 정약용의 위인전이다. 일반적인 정약용의 생애에 대한 연대기적 연구·서술 방식이 아닌, 교사와 학생이 함께 작업하며 정약용이라는 인물을 STEAM이라는 새로운 렌즈로 들여다본 특별한 위인전이다. 교사와 학생들은 1년 동안 정약용의 삶을 읽을 수 있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다산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도를 했다.
정치·경제·사회·과학·공학·군사학 등 다방면에 걸쳐 훌륭한 업적을 남긴 융합형 인재 정약용. 그에 대한 기존의 분과적인 접근을 넘어 서학·가족·서민·유배·화성·만남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서학을 넘어 실학을 열고, 유배를 통해 이뤄낸 다산의 학문과 애민 정신 등을 재조명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교사와 학생들의 눈에 비친 다양한 개성이 살아 숨 쉬는 정약용을 다시 만날 수 있다.
화성, 정조와 다산의 꿈이 어우러진 대동의 도시
지은이 김준혁 펴낸곳 더봄 값 2만 원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화성은 실용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성곽과 백성을 위한 정신을 품고 있다. 다산 정약용은 정조의 인본주의와 조선의 개혁을 꿈꾸던 깊은 마음을 담은 화성을 설계했다.
지은이 김준혁 교수는 “정조와 정약용의 꿈에 주목했다. 그들의 인간 존중 정신이 화성에서 어떻게 구현됐는지 이야기하려 이 책을 썼다”고 전한다.
정조가 만들고자 했던 이상적인 나라는 평화롭고 평등하며 외세에 침탈당하지 않는 자주적인 나라였다.
이 책을 읽다 보면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눈물을 흘리고, 밤을 새워가며 새로운 정책과 대안을 마련했던 정조와 다산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또한 백성을 중심으로 추진하는 정책과 학문, 기술은 후세에 반드시 정당한 평가를 받는다는 교훈 역시 이 책이 주는 선물이다.
미즈내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