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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수이야기 <49> 비보풍수(裨補風水) |
비보풍수는 풍수 부족한 점 인위적 보완 |
용맥·장풍·득수·형국 등 주요 부분 적용 |
2006/05/06 022면 09:39:56 PDF보기 |프린터 출력 |뉴스 배달서비스 |
물은 풍수적으로 어떤 지형을 감싸고 돌거나 굽이굽이 흘러야 좋다. 만약 물길의 방향이 흉하다면 그 자체를 좋게 변형시킨다. 유로(流路)를 둥글게 판다거나 못을 만들어 물이 일단 고였다 나가도록 하는 방법을 쓸 수 있다. 행주형 지형이라면 '배의 노는 앞에 물이 있어야 한다'는 원리가 적용된다. 이에 따라 못을 파거나 돛대가 세워진다. 봉황형국이면 오동나무나 대나무를 심는다. 무엇이든 형국다운 형태를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면 그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모자라는 부분을 보충시킨다. 비보풍수는 어쨌든 일체의 풍수적 단점을 풍수원리를 원용해 인위적으로 꿰맞추며 고치는 것이다. 고려 때는 비보가 얼마나 성행했는지 신종 원년에는 산천비보도감이란 임시 관아까지 만들었다. 국내 산천에 두루 풍수술법을 보완해 그 지덕(地德)을 부활코자 했다. 여기에 주술적 의미까지 가미된다면 비보는 갖가지 기발한 방법으로 다양하게 적용될 수밖에 없다. 이를 염승풍수(厭勝風水)라 한다. 대구의 경우,주산인 비슬산이 화산(火山)이라서 불기운이 강하다고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책으로 대구 제일여중이 있는 위치에 돌거북을 갔다 놓았다고 하는 설이 전해진다. 또 서울 관악산의 화기(火氣)를 제압하기 위해 중턱의 샘에 구리로 만든 용을 집어넣었으며,연주대 봉우리에 방화부 9개를 묻었다는 등등의 이야기가 그것이다. 서울 4대문 중 숭례문(崇禮門)도 화기 진압을 위해 그 이름이 붙여졌다. 숭(崇)과 예(禮)란 글씨는 오행 중 화기다. 두글자가 겹쳐지면 불탈 '염(炎)'이다. 이게 관악산 화기를 누설시킬 수 있다고 본다. 남녀 성기 상징인 남근석(男根石),여근산(女根山) 등도 이 범주에 속한다. 조선시대 안동읍의 예가 있다. 여근산이 읍내를 보고 있는 탓에 음기가 발동해 여자들의 음풍이 드셌다. 그래서 산기슭과 이 산이 잘 보이는 읍내 2곳에 남근석을 세워 이를 진정시켰다는 것이다. 하지만 비보풍수의 문제점도 있다. 이를 맹신하면 풍수지리 원칙에서 일탈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비보풍수가 염승풍수와 결합되면서 풍수를 지나치게 신비주의로 흐를 수 있게 한다. 이에 따라 비보풍수는 풍수지리가 지향하는 바인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되레 깨뜨리는 역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 결국 비보풍수의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인간의 일방적인 욕심이나 염원을 다 충족시키기엔 풍수가 제대로 뒷받침해 주거나,따라와 주지 않기 때문이다. 음택의 경우,땅속 모든 지형까지 풍수적으로 바꾸기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음택은 비보의 효과가 별로 없다고 본다. 단지 비보풍수는 경우에 따라,물과 바람이 미칠 수 있는 부정적인 기운을 어느 정도 막을 수는 있겠다. 이를 생활과 환경에 잘 맞춰 활용할 수 있는 측면도 없지는 않다. 그런 점에서 양택이나 집단취락지,또는 도시 개발 등 어떤 분야에서는 비보풍수가 일정부분 효과를 낼 수도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이동걸 논설위원 ldg5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