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헬기장
주룩주룩 내리는 빗줄기를 맞으며 용미1리 버스정류장 옆길로 들어가 부대정문을 바라보며 능선으로 붙어 철조망을 따라간다.
농가와 밭을 지나서 무성한 풀밭을 헤치고 올라가면 신발과 바지는 금새 축축하게 젖는데 철조망 안으로는 반들반들한 마루금이 신나게 따라온다.
부대훈련장을 지나고 황톳길을 따라 공터가 있는 능선갈림길에 오르니 비안개 깔린 어두운 숲에도 "산벗회" 표지기 하나가 걸려있어 반가워진다.
적막한 오솔길을 한동안 따라가니 능선이 갈라지는 두곳에는 박성태님의 노란 표지기가 걸려있지만, 서쪽으로 갈라지는 희미한 마루금을 놓치고 지능선으로 내려갔다 올라온다.
되돌아서 헬기장이 있는 봉우리까지 오르고는 진행방행으로 길을 찾다가 빗속에서 방향감각을 잃고 이리저리 헤멘다.
마지막 표지기 있던 곳까지 돌아가서 차근차근히 길을 찾아가면 처음 올라갔던 헬기장이 맞는 곳이고 그제서야 나뭇가지에 가려있던 "운천 김광순"님의 빨간 표지기 한개가 길을 확인해 준다.
(한적한 기맥능선길)
- 56번지방도로
숲은 녹음이 우거지고 비는 부슬부슬 내리는데 길은 보이지 않아, 왔다갔다 헤메이다 시멘트도로를 넘고 건너편 산으로 올라가지만 잡목만 울창하고 억새와 까시나무들이 앞을 막는다.
까시덤불을 피해 숲으로 들어가니 곳곳에 참호들이 파여있고 버린 흙더미에 발은 쑥쑥 빠지며 쓰러진 나무들은 미끄럽고 넘기 힘들다.
거미줄을 걷어가며 간신히 밀림을 헤치고 올라가면 무덤들이 즐비하고, 무덤사이를 힘겹게 빠져나오니 넓은 임도가 나오는데 마루금 방향과 일치한다.
편한 길을 한동안 내려가니 전진부대의 관사가 나타나고 왼쪽으로 얕으막한 마루금이 보이지만 커다란 건물들이 막고있어 그냥 길따라 56번지방도로로 내려간다.
후줄구레한 모습으로 의자도 없는 간이버스정류장에서 비를 피하며 김밥 한줄에 소주 한컵으로 몸을 덥히고, 파주오산지방산업단지가 마루금을 차지하고 있는 상촌고개로 올라간다.
(기도원이 있는 상촌고개)
- 기도원
도로를 건너고 "최자실기념금식기도원"으로 들어가다 주차장 옆으로 교회묘지를 올라가면 정자쉼터에는 무아지경에 빠진 노인 한분이 큰 소리를 지르며 기도를 하고있다.
능선에서 왼쪽으로 올라 오래된 삼각점이 있는 봉우리를 확인하고, 되돌아 얕은 산줄기를 내려가니 왼쪽은 공장지대이고 오른쪽은 교회묘지인데 밑으로 내려섰다가 무심코 방호벽이 있는 2차선 포장도로를 넘는다.
온갖 까시나무들로 무장한 무덤지대를 오르고, 방치된 탑같은 군시설물을 지나, 깃대와 토치카가 있는 봉우리에서 길을 찾다가 맞은편으로 지나가는 마루금을 발견하고 급히 돌아간다.
도로를 다시 건너고 이어지는 능선으로 올라가면 군부대 철조망이 나오는데 지저분한 숲속에서 젖이 퉁퉁 불은 사냥개 한마리가 으르렁대며 달려 들어, 도망가다 멀리 돌아 철조망에 붙는다.
(기도원 위의 삼각점이 있는 봉우리)
- 철조망
키낮은 잡목과 억새들이 꽉 차있는 산마루를 힘겹게 올라서니 철조망은 끝없이 이어지고 그 끝에 유격장인듯 사다리처럼 높게 세워놓은 시설물이 보인다.
안부를 향해서 내려가면 가시나무들은 마구 찔러대고, 아카시아와 상수리 나무들이 막아서며, 풀속에 가려있는 참호에 연신 발이 빠지지만 역시 힘들게 지나갔을 "운천 김광순"님의 표지기 한개가 보여 위안이 된다.
부대에서 내려오는 지저분한 하수구를 넘고 이리저리 잡목들을 헤치며 올라가니 보라색 꽃을 환하게 피운 산도라지들이 곳곳에서 맞아주지만, 한여름에는 통과하기 힘든 곳이고 처음부터 도로따라 가지 않은것을 후회하게 된다.
얼굴에는 거미줄을 뒤집어 쓴채 철조망 속의 뻔뻔한 마루금을 힐끔거리며 잡목들을 헤쳐가면 묘지들이 나오고, 고생길이 끝난듯 마루금은 부대를 버리고 오른쪽으로 갈라져 내려간다 .
황톳길 따라 폐기물처리장을 지나고 천주교 삼각지교회 묘지관리소 옆에서 한숨 돌리고 있으니 훈련나온 어린 군인들이 길에 앉아 쉬고있다.
(어렵게 철조망을 따라온 능선)
- 78번지방도로
묘지사이로 산을 올라가면 연신 무덤들이 나타나고, 토치카가 있는 어둠침침한 정상에서 오른쪽으로 꺽어지는 마루금을 찾고 있으려니 밑에서 봤던 군인들이 중화기들을 들고 올라오는데 거의 중대수준의 많은 병력이다.
무덤 끝에서 길을 찾다가 군인들이 내려간 쪽으로 뚜렸한 능선을 발견하고 따라가니 곧 78번지방도로가 나오고 "금광비철금속"과 방호벽이 있는 고개가 200m정도 위에 보이니 지능선으로 잘못 내려온 것이다.
고갯마루에서 도로를 건너고 임도따라 넓직한 헬기장에 오르면 한쪽 끝에서는 연대장과 군간부들이 동쪽의 탁 트인 평야지대를 살피며 작전회의를 하고있고, 마루금을 찾는 산꾼은 북서쪽의 봉우리를 바라보고 까치발을 하며 지형을 살펴본다.
분명히 북서쪽으로 마주 보이는 산을 향해 내려가야 하는데 능선이 전혀 없는것 같아 우왕좌왕하다, 서쪽으로 이어지는 능선으로 들어가 보니 길도 뚜렸해지고 방향도 조금씩 북쪽으로 꺽어진다.
안부를 지나고 돌탑들이 서있는 봉우리에 올라선 다음에야 마루금에서 멀어지는 것을 깨닫고, 다시 안부로 내려가 마을이 가까운 시멘트도로로 내려선다.
공장들을 지나고 좁은 수로가 다리처럼 길을 건너가는 고갯마루로 올라서면 헬기장 봉우리는 바로 위니까 길이 없어도 방향만 맞추고 바로 내려왔어야 했다.
(다리처럼 수로가 넘어가는 고개)
- 1번국도
개들이 울부짖는 사육장을 지나 길도 없는 사면을 치고 오르니 군부대 철조망이 마루금을 막고있어, 오른쪽으로 우회해서 눈을 부릎뜨고있는 북한군 모형들을 보며 부대 뒷문으로 내려간다.
넓은 임도따라 부대를 길게 우회하며, 새카만 소금장이들이 놀고있는 물웅덩이들을 지나 부대정문과 만나고, "제일테이프"공장을 보며 포장도로를 내려간다.
"승일콘크리트"공장 앞에서 오른쪽 비포장 길로 꺽어지면 "소봉금속"공장이 보이고 옆으로는 경의선 철로가 가깝게 지나간다.
넓은 길을 따라가다 제일 높은 고개쯤에서 1번국도를 향해 왼쪽으로 꺽어져 내려가니 길은 없고 온갖 잡초와 가시덤불에 갇혀 고생을 하다가 간신히 도로로 나온다.
도로따라 육교로 철로를 건너고 차량통행이 많은 1번국도를 무단횡단하면 "상승백마벽"이라는 커다란 기념석이 서있는데, 허기에 지쳐 사과 하나 까고 소주 한잔 마시며 앉아있으니 트럭들이 옆으로 씽씽 지나가며 바람을 일으킨다.
(과선교가 있는 1번국도)
(상승백마벽)
- 다락고개
표지석뒤의 벙커로 올라가면 왼쪽으로는 공사장이 깊이 패여있고, 잡초들을 헤치고 조금 올라가다 넓은 비포장길과 만난다.
물범벅이 된 길따라 368번 지방도로로 내려서고 왼쪽으로 도로를 따라가다 공적비가 서있는 오른쪽 시멘트길로 들어서니 "월롱예비군교장"이라는 이정판이 있는데 아마 이쯤이 다락고개가 될것이다.
얕은 고개를 넘어 내려가다 오른쪽으로 보이는 산으로 올라 붙으면 앞에 "한국세이컨"이란 공장이 보이고, 주택부지를 조성하는지 땅이 왕창 도려져있어 오른쪽 절개지로 내려가 공장을 나선다.
다시 헤어졌던 도로와 만나고 예비군교장이 있는 부대정문까지 올라가 철조망 왼쪽으로 남의 집을 통과해 산으로 붙는다.
(공덕비가 서있는 다락고개)
(세이컨공장너머로 보이는 월롱산)
- 월롱산
훈련장을 지나고 뚜렸한 산길따라 참호들이 파여있는 118.8봉에 오르니 삼각점이 있고 커다란 붉은 기가 펄럭거리며 앞에는 월롱산이 마주 보인다.
넓은 훈련장을 지나고 갈림길에서 "하나산악회" 표지기가 달려있는 오른쪽 길로 들어서면 갈림길마다 표지기들이 붙어있고 뻥 뚫린 길이 이어진다.
이정표가 서있는 용상사갈림길을 지나고 가파른 나무계단을 올라 전망대같은 절벽지대에 서니 금촌시내의 조망이 훌륭하고 멀리 한강이 희뿌옇게 보여서 가슴이 설레어진다.
바위지대를 따라 관목들이 무성한 등로를 지나고 넓은 초지가 형성되어 있는 월롱산(229m)에 오르면 헬기장과 산불초소가 있고 정상에는 쉼터가 있으며 가야할 기간봉이 마주 보인다.
(깃발이 날리는 118.8봉)
(월롱산너머로 보이는 한강)
(쉼터가 있는 월롱산 정상)
- 한라시멘트 도로
정상을 내려가니 북서쪽 임도로 이어지다가 남서쪽으로 꺽어지며 기간봉으로 향하는 마루금이 선명하게 보이고, 금촌의 아파트들은 마치 견고한 성벽처럼 불쑥 솟아있다.
시멘트도로를 내려가다 안부에서 길은 비포장으로 바뀌고 헬기장에서 앞에 보이는 봉우리로 올라가면 길도 없고 잡목과 억새들이 빽빽하다.
산을 내려가 남서쪽으로 기간봉을 향하여 넓은 진흙길로 들어서니 잠시후 소로로 바뀌고, 밑에는 한라시멘트공장이 잘 보이며 기간봉 중턱에는 묘지들이 조성되어 있어 길잡이가 된다.
잡목들이 무성한 길따라 2차선 포장도로로 내려서면 한라시멘트공장 앞에는 커다란 하이마트 물류센터가 있고 차량통행은 많지만 버스는 안 다닌다고 한다.
도로를 건너고 물이 퀄퀄 내려오는 수로옆으로 기간봉을 오르다 비에 찌들고 쓸린 몸둥이도 아프고 꾀가 나 산행을 접기로 하고 다시 내려간다.
택시라도 잡을려고 한동안 도로에 서 있다가 마침 업무차 한라시멘트를 찾은 분의 승합차를 운좋게 얻어타고 금촌으로 향한다.
엉터리 독도를 하며 하루종일 엉뚱한 산속에서 비를 맞고 헤메다가 잡목과 가시덤불에 혼쭐난 힘든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