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로의 귀환, 노장과 신진의 조화였다. 이변이든 의외든, 일부 예상을 깬 심사결과도 있었으나 전반적으로는 보수적인 결과였다. 흥행이나 영화제 수상성과 등 올해 대형 화제작들이 크게 주목 받지 못한 것도 특징이다. 지난해 5월 1일부터 올 9월 4일까지 제작된 작품을 심사대상으로 해, 수상작 중 전년도 작품이 눈에 많이 띄었다.
6일 밤 8시50분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제46회 대종상 영화제(중앙일보·한국영화인총연합회·SBS·대성그룹 공동주최). 최기환 아나운서와 배우 한예슬이 진행한 시상식에서 최고 영예인 최우수작품상은 김유진(60) 감독의 ‘신기전’에 돌아갔다. 조선의 비밀병기 신기전 개발을 둘러싼, 팩션사극이다. ‘마더’ ‘해운대’ ‘국가대표’ 등 쟁쟁한 경쟁작을 물리쳤다. 올해로 데뷔 23년째, 충무로에서 활동하는 몇 안 되는 현역감독인 김유진 감독과 제작자 강우석 감독을 함께 격려하는 의미가 컸다. 김 감독은 몸이 불편한 9순의 노모를 돌보느라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신기전’은 편집상(김현), 음향기술상(오세진·블루캡)도 차지해 최다 수상작(3관왕)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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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은 먼 곳에’에서 남편을 찾아 베트남으로 가는 억척녀로 분한 수애. 연기 변신이 돋보이는 작품이라는 평과 함께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임현동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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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주연상은 ‘내사랑 내 곁에’의 김명민, ‘님은 먼 곳에’의 수애가 각각 수상했다. 루게릭병 환자 역을 맡아 20㎏를 감량한 김명민은 생애 첫 영화주연상을 수상하며 연기투혼을 보상받았다. 인기상도 함께 받았으나 건강상의 이유로 현장에 참석하지 못해 아쉬움을 더했다. 여우주연상의 수애는, 영화평론가협회상·중국 금계백화전영절 등에서 잇따라 주연상을 받으며 강력한 수상 후보로 점쳐졌던 ‘마더’의 김혜자를 제치는 이변을 연출했다. 수애는 “‘님은 먼 곳에’는 이준익 감독님이 제게 연기인생의 전환점을 마련해준 작품”이라며 “(지난 5월 타계한) 제작자 고 정승혜 대표께 이 상을 바친다”며 울먹였다.
감독상은 ‘국가대표’로 흥행과 비평 모두를 석권하며 올해를 최고의 해로 만든 김용화 감독이 차지했다. 6일 현재 관객 853만 명을 기록한 ‘국가대표’는 이미 영화평론가협회상 감독상 등 각종 영화상을 휩쓸고 있다. ‘국가대표’는 100% 국산 CG기술을 선보여 영화기술상(정성진)도 수상했다. 반면 ‘국가대표’와 쌍끌이 흥행을 한 1000만 영화 ‘해운대’는 기획상을 수상하는 데 그쳐 간신히 체면치레했다.
남녀조연상은 오랜만에 스크린 나들이한 ‘애자’의 김영애와 ‘마더’의 진구에게 돌아갔다. 김영애는 극중 딸로 출연한 최강희에게 “딸 같은 후배지만 절친한 친구 강희를 만나서 행복했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진구는 “봉준호 감독님, (나를) 잘 선택하셨다”는 말로 객석의 웃음을 끌어냈다. 신인남우상을 받은 ‘7급 공무원’의 강지환은 신인상 수상 행진을 이어갔다. 지난해 영화 데뷔작 ‘영화는 영화다’로 백상예술대상·영화평론가협회상 등 5개 신인상을 받아 최다 기록을 세웠던 그다. 신인여우상의 영예는 독립영화 ‘똥파리’에서 강렬한 카리스마를 보여준, ‘독립영화계의 히로인’ 김꽃비가 안았다.
글=양성희 기자
사진=임현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