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피부과학회가 발표한 ‘피부 건강 10계명’의 첫번째 항목은 ‘과도한 햇빛을 피하고 자외선 차단제를 바른다’이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자외선 차단제에 대한 잘못된 지식을 갖고 오용하는 경우가 많다.
모든 자외선 차단제에 써 있는 SPF(Sun protection factor)는 피부를 검게 그을리게 하고 붉은 화상 및 물집을 일으키는 주범인 자외선B를 차단하는 지수다. 보통 SPF지수는 ‘지수 곱하기 15분’동안 자외선을 차단한다는 개념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잘못이다.
사실 SPF는 시간 개념이 아니라 자외선의 양에 관련된 지수이다. 즉 SPF 15의 자외선 차단제를 발랐을 때 맨 피부보다 15배의 자외선의 양을 받아도 피부가 붉게 변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물론 개인차, 피부색, 신체 부위, 나이, 차단제를 바른 양에 따라 차이는 있다.
특히 실제 사람들이 바르는 차단제 양은 실험실보다 훨씬 적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SPF 지수는 실험실에서 피부 1cm2에 2㎎씩 두껍게 바르고 실험한 결과인데, 보통 사람들은 그 4분의1 정도밖에 바르지 않는다. 그러므로 더더욱 SPF 지수를 시간 개념으로 맹신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많은 여성들이 기초 화장품이나 메이크업 제품에 자외선 차단 효과가 있다고 안심하는데, 이 역시 너무 얇게 바르므로 제대로 차단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자외선 차단제는 반드시 따로 사용하고, 지수와 상관없이 자주 덧발라주는 것이 차단 효과를 높일 수 있다.
그러면 이 SPF만 다일까? 자외선B는 여름에만 높지만 깊은 주름, 두껍고 거친 피부로 나타나는 광노화의 주범인 자외선A는 사시사철 일정량 내리쬐며, 자외선B보다 10배나 많은 양이 피부에 침투한다. 그러므로 자외선 차단제를 고를 때는 반드시 자외선 A 차단 지수도 꼭 확인해야 한다. 아직 법제화되어 있지 않으므로 소비자가 신경써서 PPD지수, UVA지수, ++ 등이 표시된 제품을 고르는 게 좋다. PPD나 UVA 지수는 10이상, +는 2개 이상이 좋다.
또 다른 오해는 어린이에게 자외선 차단제가 자극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점이다. 최근 30~40대 주부를 조사한 결과 약 40%가 “아이에게 한 번도 자외선 차단제를 발라 준 적이 없다”고 대답했다. 그 이유로 “자외선 차단제가 자극이 될까 봐”, “아이 피부는 건강하니까”라고 말했다.
아이는 어른보다 방어 능력이 미성숙하고 약해 오히려 더 신경을 써줘야 한다. 4, 5월이면 목 부위에 일어나는 광발진 증상이 일어나 매년 피부과를 찾는 어린이 환자가 있다. 이런 광발진은 한 번 생기면 평생 가므로 미리 자외선 차단제를 발라 조심하는 것이 좋다.
또 자외선 차단제를 고를 때는 민감성 피부를 대상으로 테스트했는지를 반드시 확인하고 어린이를 위해선 어린이용 제품을 따로 쓰는 것이 좋다. 자외선 차단제는 물리적, 화학적 필터가 들어가 있으므로 저녁에는 반드시 세안을 깨끗이 해야 한다.
/화장품을 연구하는 피부과 의사들의 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