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용유
식용유
저도 그런 충격을 처음 받은 것은 1989년, 제가 먹거리 오염의 진상을 소상히
알게 된 때였지요. 그리고 나서 유해화학물질 문제를 어느 정도 소상히 알게
된 것은 제가 환경단체에 있던 1993,4년 경이었고, 제가 환경단체를 그만두고
주부의 일상으로 돌아온 1997년, 우리 생활 속 도처에 웅크리고 있는 여러 가
지 문제들을 생활 속에서 한가지씩 알아가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저는 속속 새로운 사실들을 발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제 더 이
상 그런 충격을 받지 않습니다. 가지수로 한가지 두가지 따지자면 헤아릴 수 없
을 정도로 많은 것 같지만, 여러 가지를 알다보면 그 안에 숨은 원리가 보이지
요.
그 원리가 보이기 시작하면 일은 아주 쉬워집니다. 그 다음부터는 새로운 문제
들을 알게 되어도 그것이 추가적인 문제로, 혹은 문제가 더 커졌다는 느낌으로
다가오기 보다는, 이제까지 매스컴이나 주위 사람들의 영향으로 주저하고 있던
부분까지도 과감히 정리하게 해주는 촉진제처럼 느껴지지요.
그렇게 해서 바뀐 생활은 참 좋습니다. 더 간편하고 더 편안하고 더 시간이 많
이 나고 더 또렷한 정신을 가지게 해주며 더 여러 사람들과 가슴을 열고 만날
수 있게 해주는 생활이지요.
질문하신 식용유의 문제점은 그간에도 꽤 말씀드렸습니다만, 한번 다시 정리해
보죠.
말씀하신대로 시판되는 식용유의 가장 큰 문제점은 유전자 조작 재료로 만들어
진다는 것입니다. 유전자 조작 식품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일단 그 원리만 간단
하게 4월 29일자 718번재 편지에 말씀드렸으니까 참고로 하시구요.
요컨대 유전자 조작 식품의 유해성은 농약과 화학비료로 농사를 짓은 화학농법
작물의 피해성과 비교도 되지 않게 독성이 강하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유해한 유전자 조작 농산물로서 가장 많이 실용화가 되어 있는 것
이 콩, 옥수수, 면화, 유채의 4가지입니다. 이 작물들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식
용유의 원료라는 거지요.
식용유의 원료가 주로 실용화된 이유는 일단 식용유의 원료로 한번 쓰고, 기름
을 짜고 난 찌꺼기는 사료의 원료로 쓸 수 있기 때문에 이중으로 돈을 벌 수 있
어서입니다.
그러니까 요즘 고기를 먹으면 건강이 나빠지는 것도 이해할 만하죠.
식용유에는 원료의 문제 말고도 제조 공정의 문제도 있는데요, 특히 콩을 원료
로 하는 대두유는 지방분의 함량이 그리 많지 않아 짜도 기름이 많이 나오지 않
기 때문에 충분히 기름을 우려내기 위해 화학용제를 씁니다.
그리고 어떤 원료를 쓰든 짜낸 기름을 맑게 정제하기 위해 또 화학약품을 쓰고
냄새를 제거하기 위해 쓰며, 오래 보존하기 위해 방부제도 쓰여집니다.
특히 올리브유처럼 짜낸 기름 속에 유기물질이 많이 들어 있는 종류는 더욱 방
부제를 많이 치며, 올리브유는 수입 제품이라 유통 기간과 거리가 길어 더욱 많
이 치지요.
정리해봅시다. 일단 유전자 조작 원료로 만들어졌을 의심이 있는 것부터 피해야
겠지요. 대두유, 옥배유, 면실유, 유채유(카놀라유) 등입니다.
또 이것으로 만들어진 마가린(옥수수유나 면실유를 주로 쓰지요), 마요네즈(유
채유를 주로 씁니다), 쇼트닝(면실유, 유채유, 옥수수유) 및 그것이 든 제품을
피해야겠지요.
다음으로는 방부제가 많이 들어 있을 수 있는 올리브유가 꺼림칙하지요.
그래서 요즘 저공해 식품 매장이나 생협에서는 현미유를 많이 취급합니다. 그런
데 원료를 국산으로 쓰는 곳이 있고 말레이지아 등 쌀이 많이 나는 동남아시아
국가 것을 쓰는 곳도 있습니다.
국산일 경우에는 반드시 국산이라고 표기되어 있는데, 가격이 좀 더 비쌉니다.
그런데 국산이라고 해도 완전 무농약 현미를 쓸까, 이것은 제가 자신이 없고 확
인을 해보지 못한 부분입니다. (전화를 걸어서 확인해보았는데요, 모른다는 대
답 밖에 들은 것이 없습니다.)
농약을 쳤다 하더라도 현미 배아에는 농약 및 중금속을 해독하는 성분이 있으니
까 보통 야채와는 다르겠지만, 그래도 좀 꺼림칙하지요.
결국 이런 문제가 전혀 없는 기름은 국산 유기농 깨와 들깨를 원료로 한 참기름
과 들기름 뿐입니다. 그러나 이런 기름을 식용유 쓰듯이 볶고 튀기는 데 쓸 수
는 없지요.
그러다 보니 볶고 튀기는 요리를 점점 하지 않게 됩니다. 그런데 이건 참 바람
직한 방향이지요. 아무리 좋은 기름이라도 가열해서 120도 이상이 되면 (볶음이
나 튀김에서는 당연히 그 이상이 되지요) 불포화지방산이었던 식물성 기름의 주
성분이 과산화지질이 되는데 이것은 발암성과 염색체 변이성이 강한 독성 물질
이지요.
결론, 옛날 우리네 어머니들이 하셨듯 나물에 참기름이나 들기름을 조물조물 무
치셨던 방법이 가장 건강에 좋은 식용유 사용법이라는 걸 알게 되지요.
굳이 전을 부쳐야 할 때는 그분들이 그러셨듯이 아주 얇게 발라 기름을 적게 쓰
는 게 좋겠지요. 볶을 때는 다른 재료와 함께 넣어 볶아 온도를 낮추는 게 좋
을 것 같구요.
그 밖에도 기름을 쓰지 않고 음식을 익히는 요령이 점점 늘어납니다. 예를 들
면 생선도 간을 해서 약간 말려 쪄서 먹으면 훨씬 담백하고 소화도 잘 되구요.
저희 식구는 녹두 빈대떡을 참 좋아하는데, 이 빈대떡을 부치려면 식용유가 참
많이 들지요. 그래서 이제는 조그만 파이 접시에 빈대떡의 모든 재료. 즉 녹두
불려서 간 것, 고기 대신에 버섯 다진 것, 신김치와 파 다진 것을 넣어 그대로
오븐 토스터에서 약 10분 정도 구워내면 아주 담백하며 감칠맛 있는 녹두 파이
가 된답니다. 만들기도 훨씬 손쉽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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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아님이 시공사(http://www.sigongsa.com) 게시판에 올리신글 퍼온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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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아(환경정의시민연대 지도위원)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독문학과 학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인류학과 석사. 경실련 환경개발센터 사무국장. UN 지속가능위원회 NGO네트워크 아시아 지역 간사 및 여성환경네트워크 운영위원장 역임. 현재 전업주부이자 환경정의시민연대 지도위원, 여성환경연대 운영위원, 여성민우회 환경센터 지도위원으로 활동 중
여러분들도 식용유에 의존하지 않는 식단을 개발해보세요. 성공하신 메뉴가 있
으시면 올려주시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