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리노에서 남쪽으로 60㎞ 정도 떨어진 곳에 알바(Alba)라는 작은 마을이 있다. 큰 도시도 아니고 유명한 관광지도 없지만 사시사철 전 세계에서 부유한 관광객들이 찾아온다. 이곳에서 나는 두 가지 음식 때문이다. 서양의 3대 진미 중 하나로 알려진 트뤼프(송로버섯)와 ‘이탈리아 와인의 왕’으로 불리는 바롤로(Barolo) 와인이 알바 인근에서 생산된다. 가을날 트뤼프와 와인 축제가 열릴 때면 미식 여행을 즐기기 위해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것이다.
마을 주변을 둘러싼 산과 언덕, 그 사이를 따라 흐르는 타라노 강. 알바는 아름다운 자연을 느끼면서 미식을 즐길 수 있는 동네이다. 프랑스와 인접한 지리적 여건으로 인해 피에몬테에서는 이탈리아의 여느 지방과는 다른 메뉴들을 만날 수 있다.
알바에 있는 그 많은 식당들 중에 스파게티를 파는 곳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스파게티가 없는 이탈리아? 믿을 수 없겠지만 사실이다. 대신 칼국수를 얇게 썬 것 같으면서 소면처럼 부드러운 타야린(Tajarin)이라는 파스타가 있다. 다른 파스타들도 손이 많이 간 앙증맞은 음식들이다. 만두와 유사한 라비올리를 깜찍하게 빚은 라비올리니(Raviolini), 찹쌀떡처럼 쫄깃쫄깃한 뇨키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는 뇨케티(Gnocchetti) 등은 피에몬테라면 어디서나 쉽게 접할 수 있는 파스타들이다. 또한 쌀 생산량이 많은 지방이라 다양한 형태의 리소토(Risotto)를 맛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