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문의 시험 시행기관을 의협에서 의학회로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가운데, 이 같은 방침이 의료계 내부를 분열시키기 위한 목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최재욱 의료정책연구소장은 19일 오후 4시부터 의협회관에서 열리는 '전문의제도, 정부규제에서 민간자율로' 토론회에 앞서 이 같이 밝혔다.
최 소장은 "우리나라 전문의제도는 모든 것이 열악했던 6.25전쟁 중 '단기간에 전문의를 육성하겠다'는 국가목표에 따라 의료법에 규정된 것"이라며 "따라서 선진국을 넘보는 높은 의료수준과 의료수출을 국가적 아젠다로 하고 있는 오늘의 시점에서 보면, 더 이상 의료법으로 전문의를 관리하는 것은 몸에 맞지 않는 규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 주도의 전문의 관리는 많은 부분에 있어 문제를 야기시키고 전문의제도 자체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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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욱 의료정책연구소장 |
최 소장은 "최근 10여년간 계속 정부에 의해 관리되는 동안 전문의교육의 정체와 퇴보, 교육기간의 획일성, 높은 전문의의 비중, 3차기관의 비대와 의료의 왜곡 등 수많은 부작용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전문의 시험 시행 위탁기관을 의협에서 의학회로 변경하는 내용의 규정을 보건복지부가 입법예고한 것을 강하게 비판했다. 최 소장은 "사전에 아무런 협의없이 이런 방안을 추진하는 것은 의협과 의학회간 의료계 내분과 분열을 조장하는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전문의 자격 관리는 국가 중심이 아닌 민간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이 대세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주제발표를 맡은 이명진 원장(명이비인후과/전 의료윤리연구회장)은 미리 배포한 자료에서 "우리나라의 전문의 제도가 '국가관리형'으로 자리잡은 이유는 의사협회(구 의학협회)와 병원 운영자, 전문학회들의 이해관계가 서로 달라 갈등을 빚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국가주도 전문의 관리의 고착은 의사의 '전문가주의'(professionalism)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원장은 "의사란 직업은 의학지식·의료기술과 더불어 의학전문직업성을 갖춰야 한다"며 "그러나 의사들의 뜻과 무관한 각종 의료제도로 인해 전문가주의는 발달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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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진 원장 |
우리나라에서 의사의 전문직업성이 발달하지 못한 이유는 일제 교육의 잔재로 인해 전문직윤리·이념이 결여된 점에서도 찾을 수 있으나, 주된 원인은 국가의 지나친 개입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 원장은 "전문의 제도는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이 타당하다"면서 구체적으로 수련기간 위임, 수련병원 인증, 전문의 인원조정 등을 의사단체에 단계적으로 위임할 것을 제안했다. 전문의제도 주관은 의사협회(의학회)·전문학회, 또는 의사인력관리기구·전문의인력관리기구 같은 제 3의 기관이 수행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이 원장은 "전문가는 자율적으로 공부·교육하고 자율규제(self-regulation)할 줄 알아야 한다"면서 "자율규제 권한을 확보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토론회에서는 안덕선 고려대 교수가 나와 외국의 전문의 자격제도 운영사례를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안 교수에 따르면 미국 가정의학회의 경우 가정의학전문의 시험과 자격 유지를 결정하며, 영국의 성형외과 전문의 시험은 왕립외과의학회에서 주관한다.
안 교수는 "영국계열 국가들은 법정 민간기구, 미국은 순수 민간자율기구가 전문의 자격시험을 주관하며, 동아시아 국회들은 전문의학회와 의사회가 혼재돼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