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3주 동안 지내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아프리카에서 지내면서 내가 가장 힘들어 하는 부분은, 뜨거운 날씨와 진지한 대화를 나눌 사람이 없는
인간적인 외로움이다. 건기 막바지인 10월과 11월에는 더위가 기승을 부려 한낮에는 48도까지 오르는데,
말라위 사람들에게는 일상인지라 크게 어려움이 없다.
하루에도 몇 번이고 썬 크림을 바르며 헉헉 대는 나를 바라보면서 그들은 아주 느긋하게
“우리는 그런 썬 크림이 필요 없다”며 농담을 걸어온다.
때로는 전쟁을 치룬 듯, 녹초가 되어 집으로 돌아와 침대위에 쓰러지면 어둠이 쌓일 때까지 일어날 수가 없을 정도로 지쳐 있다. 또 전기마저 안 들어오는 때는 밤이 그렇게 길 수가 없다. 그럴 때 마다 그 누군가 나에게 따듯한 위로의 말을 걸어와 준다면 아마도 나는 천사의 말을 들은 듯 기뻐하리라. 하루 종일 나에게서 많은 도움과 에너지를 받은 말라위 사람들은 저녁이면 그들의 집으로 돌아간다. 그들은 분명 내일도 나를 찾아 올 것이고 또 무엇인가
나에게 기대하면서 그들의 딱한 사정을 내게 털어 놓을 것이다. 그러나 밤이 되면 나는 혼자가 된다.
바람이 불 때마다 나무에서 와르르 열매 떨어지는 소리에 잠을 설치거나, 우기 때는 자주 밤에만 비가 쏟아지는데, 양철지붕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는 마치 총알을 쏘는 소리처럼 요란하다. 또 밤이면 우기 때 기어 다니는 이상한
동물들이 비를 피해 집안으로 들어오는데, 이에 놀란 내가 비명을 지르면 밤에 집을 지켜주는 경비원이 달려와서
아무것도 아닌 듯 손으로 그 동물을 집어 들고는 의기양양한 웃음을 띄우며 “굿 나잇 맴” 하며 사라진다.
이런 나날을 아프리카에서 보내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나는, 같은 마음으로, 같은 언어를 하는 사람들이 많이 그리워진다. 그래서 친구들, 제자들 그리고 후원자들과 만나는 기쁨으로 늘 설레 있다. 이번에도 많은 대화, 특히
내가 어떤 생각을 하면서 아프리카에서의 삶을 살아가는지 나누고 싶은 기대로 많은 사람들과 약속을 했다.
그리고 또 많이 만났다.그러나 나의 기대와는 달리 어떤 만남은 나를 더욱 허전한 마음으로 돌아오게 한 것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 본 결과, 내가 만났던 몇 사람들은 내게 100% 그들의 시간과 마음을 주지 않았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러나 더 많은 사람들은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위로하며 힘을 보태주는 감동을 안겨주지 않았던가?
한국 사람들은 아마도 이 세상에서 가장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일 것이다. 좀 산만하다는 느낌마저 받는다.
어떤 사람들은 같은 시간에 몇 사람을 만나기도하고, 몇 가지 일들을 동시에 해결하고 싶을 정도로 시간들이 없다. 아니, 시간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루 24시간은 누구에게나 다 주어진다.
많은 사람들은 그 24시간을 가장 중요한 일들부터 우선순위로 정해놓고 일하기보다는,모든 일들이 다
중요한 일인 듯 착각하면서 우선순위 없이 일을 진행하다보니, 시간에 쫓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다보면 몸과 마음이 지쳐버리고 너도 나도 “하는일 없이 바쁘다”는 한탄이 쏟아질 수밖에 없다.
이번에는 이런 일도 겪었다. 한국 사람들의 마음이 점점 자기중심적으로 변해가는 증거가 아닌가 싶다.
나는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아주 절친한, 사업하는 친구를 그녀의 회사에서 만나기로 약속했었다.
그녀의 비서는 내게 “ 사장님이 아직 도착하시지 않았지만 곧 도착하신다는 전화가 왔다” 며 차 한 잔을 내왔다.
나는 차를 마시며 처음에는 아주 편안한 마음으로 기다렸는데, 40분이 지나도록 친구는 나타나지 않았다.
내가 아프리카에서 아무리 인내심을 훈련 받았다고 해도 좀 너무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늦은 것에
사과하면서 지금 옆방에 아주 중요한 손님들이 기다리고 있어서 가봐야 한다며 또 사라졌다.
30분이 지나도록 아무런 소식이 없다. 나는 눈을 감고 쉬기로 했다. 거의 1시간이 지나서야 친구는 나와
마주앉아서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것도 주로 그녀가 현재 벌이고 있는 사업에 대한 이야기였다.
우리 둘만이 하기로 했던 저녁 약속이 일방적으로 그녀의 계획에 따라 장소와 시간이 변경 되었고,
우리는 그녀가 현재 건축하고 있는 곳에 쓸 자재를 꼭 봐야 할, 그 어떤 레스토랑으로 가서 아주 비싼 식사를
했는데, 그것도 나와 단 둘이 아닌, 다른 사람이 합석하면서 내가 기대했던 깊은 대화는 결코 이루어질 수 없었다.
톨스토이가 이런 말을 했다는 사실을 그 친구는 과연 알고 있을까?
“가장 중요한 일은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고,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나와 함께 하는 사람이며,
가장 중요한 시간은 현재이다”
우리가 그 무엇을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무엇을 어떤 마음으로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우리는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일에 열중하기보다는, 지난 과거에 일어난 일들에 묶여 있던지,
아니면 오지도 않은 내일 걱정으로 우리들의 귀한 현재를 낭비하고 있다.
영적인 삶의 기본이 되는 'Here and Now"의 의식은 훈련되어질 수 있다.
우리들이 하고 있는 일에, 지금 만나는 사람에, 바로 지금 이 순간에 온 마음을 집중하면 된다.
그것이 바로 다른 사람을 향한 사랑이고, 일에 대한 열정이며, 과거와 미래에 휘둘리지 않는 자유함의 시작이다.
첫댓글 오늘은 주일이예요. 전교의 주일 이라 김교수님 생각을 많이 하며 기도 드렸어요. 우리의 삶이 만나고 헤어짐의 연속인데 나이가 든다는것은 헤어질때 마음이 예전보다 허전함이 크네요. 어제는 딸이 미국으로 갔어요. 그래서 우리가 함께할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귀중한지 절감하고 있어요. 삶의 가치를 어디다 두고 사는지에 따라 우리의 삶의 질이 달라지겠지요. 하여 김 교수님은 누구보다 행복한 사람이고 주위에서 동참하는 모든이들도 더불어 행복한 사람들이죠. 그래서 남은 삶은 주님이 보시기에 좋은 삶을 살아야하겠지요.지금 만나는 사람 지금 하고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요.
지금 바로 여기가 천국이라고 신학원시절에 배웠습니다. 아주 중요한 사실이지요. 우리 모두 지금, 나하고 있는사람에게 충실하기를 바랍니다.
“가장 중요한 일은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고,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나와 함께 하는 사람이며,
가장 중요한 시간은 현재이다” 더욱 가슴에 새겨두고 실천할 말씀...감사합니다.
잠시 귀국중에 서운한일도 있으셨나보네요. 그렇지만 그런거 교수님께서 지금하시는 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요. 저도 현재 내주변에 있는 사람에게 충실하자고 다짐합니다.
요셉 형제님, 고마워요.서운했다기 보다, 사람들의 마음을 알아가는 훈련을 받는다고 생각해요. 그친구는 전혀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해서 미안함을 갖지 않았을거에요. 우리가 다른 사람을 향해 그렇게 무뎌져서는 안되겠다는 교훈을 받은거지요.
선생님~ 이제서야 잘 도착하셨는지 여쭙게 되어 죄송해요
지금을 차곡차곡 밟아가며 성실히 매 순간을 소중히 여기겠습니다~! 선생님처럼요...^^
아마도 한국은 각종매체에 눈과 귀가 바쁜 것 같아요.
심지어 지하철에서는 앉아있는 반대편 사람들을 보면 8명이 앉아있다면 정말 거짓말 안하고 5~7명이 휴대폰을 들고있다니까요~ 저도 세삼 놀랬어요. 그런데 남일이 아니더라구요. 가끔은 눈과 귀를 조용히 쉬어주어야 할 때가 필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찬찬히... 둘러보고 생각하고 ... 그렇게 선생님의 마음을 공유해 보렵니다...
사랑하는 딸, 안녕, 카페에서 만나니 기쁘다. 나는 독일을 들려서 지금은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 왔어, 가을에서 여름으로 또 돌아가니 나의 몸도 많이 혼란스러울거야.그지?ㅎㅎ 이곳은 많이 더워, 그런데 보라빛 쟈카란다가 너무도 많이 예쁘게 피어있단다. 너도 언젠가 이꽃을 한번 보게 되길 바라면서 사랑을 보낸다.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나와 함께 하는 사람이다.. 정말 마음에 와닫는말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