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01.
온천욕
쉬고 싶다. 매일 쉬고 있지만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표현이 더 정확한지도 모르겠다. 정해진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얽매여 끙끙거릴 고민거리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가끔은 휴식을 생각하게 된다. 몸도 마음도 묶인 끈을 놓아버릴 한순간의 평안함이 그리울 때가 있다. 휴식 속에서도 휴식이 필요할 때가 있지 않은가? 나는 그럴 때가 간혹 있다. 지금처럼.
물에서 쉬는 게 휴식이다.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근다는 생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유황 향에 쌓인 온천탕이나 온천수의 미끈거림이 더해지면 순식간에 피로가 풀리고 마음이 차분해진다. 시간이 날 때마다 온천을 찾아다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나에게 있어서 온천욕은 만족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다.
아버지가 가르쳐 줬다. 경험으로 배운 휴식법 중에 하나다. 아버지와 함께하는 온천욕은 청장년이 되고 중년이 되어서도 계속되었다. 탕의 가장자리에서 반신욕을 즐긴다. 가족사를 이야기하거나 고민을 털어놓기도 하고 위로받고 격려받으며 보내는 시간이다. 온천욕의 평안함은 머릿속이나 가슴 깊이 늘 잠재해 있다. 온천욕이 곧 휴식이라는 인식은 은연중에 아들에게도 전달된 듯하다. 아들도 아빠와 같이 보내는 휴식 장소로 온천을 최고로 꼽는다. 그래서 나는 행복하다.
휴식처가 전국에 널려있다. 순위를 매길 수는 없지만 덕구온천, 백암온천, 부곡온천, 유성온천, 수안보온천 등을 좋아한다. 지하수의 양이나 온도에 따라 온천으로 정해지는 법적 규정이 있다고 하지만 내게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우리 가족은 고향인 포항 주변의 유황 함유량이 높은 약알칼리성 온천수를 아주 좋아하기 때문이다.
온천여행은 계획부터 설렌다. 전라남도 유명 온천은 어디일까? 수소문해 보니 담양온천, 화순온천, 낙안온천, 보성녹차해수온천이라고 한다. 화순은 수질이 별로였고 낙안은 시설이 낡고 관리가 미흡했다. 온천탕에서 푸른 바다를 즐길 수 있는 보성은 색달라서 만족스러웠고 녹차를 가미한 수질이 나쁘지는 않았다. 지나는 길이면 생각이 날 듯하다. 이제 담양만 남았다.
휴식을 넘어 치유라 한다. 온천욕은 의학이 미비했던 시대에는 각종 질병의 환자들에게 널리 이용됐다고 한다. 기이한 이야기를 빌려 온천수의 약성을 전하는 이야기도 다양하고 많다. 온양온천은 조선 역대 임금이 자주 내왕하였던 곳이라고 전한다. 온천욕을 즐기고 나면 피부도 건강해지고 몸도 가벼워지는 느낌이다. 잘 알진 못하지만, 치유와 무관하지는 않을 것 같다.
산동면에 더케이지리산온천이 있어 구례가 더 끌리는 귀촌 지역인 것은 사실이다. 더케이지리산온천에서의 온천욕 역시 휴식으로 만족도가 높기 때문이다.
첫댓글 아버지!목욕갑시다!
그랍시다.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