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프 캠벨과의 첫만남은 내가 청춘의 절정에서 나락으로 떨어질 때였다. 28살로 넘어가는 시기에 난 처음으로 존경하는 작가였던 구본형 선생님과 만나게 되었다. 선생님이 운영하는 2박 3일 변화 프로그램이었는데, ‘내 꿈을 찾아가는 여행’이었을 것이다.
그때 2년 동안 백수로 지내다 취업을 하려던 기간이었다. 우연히 구본형 선생님과 만남을 갖게 되었는데, 그 시절 난 대인공포가 있어서인지 사회에 적응이 잘되지 않았다. 그래서 취업하려던 계획은 무너지고, 몇 년을 더 방황하며 지내게 된다.
이때 하나 내게 주어졌던 긍정적인 변화가 있다. 혼자서 책을 볼 때는 끌리는 책 위주로 읽다 보니 치우침이 심했다. 그런데 구본형 선생님과의 만남에서 ‘변화경영 연구원 도서 50권’을 알게 되었다. 이것과의 조우를 계기로 내가 책을 보는 눈이 한층 좋아졌다.
서두가 길었는데, 조지프 캠벨 또한 젊어서 나와 같은 방황을 하게 된 경험이 있다. 그는 대학에서 전공으로 삼던 공부를 하던 중 유럽으로 유학을 떠나게 된다. 그곳에서 지금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인물들과 만난다. 제임스 조이스, 토마스 만, 프로이트, 칼 융, 피카소, T. S. 엘리엇 등 현대를 일군 사람들을 책으로 읽은 것이다.
그리고 미국으로 돌아와 학교에 논문을 변경해서 쓰고 싶다고 말한다. 그런데 학교 측에서는 이것을 허락해 주지 않았다. 캠벨은 “그게 뭐 그렇게 중요하오?”라는 말을 남기고 얼마 남지 않은 졸업을 하지 못한 채 학교를 떠났다.
유럽에서 흥미로운 삶과 접했던 캠벨은 우연히도 우드스탁 숲으로 들어가 공부할 것을 계획한다. 사실 그때가 대공황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기였다. 그래서 취업도 되지 않으니, 숲속에 파묻혀 실컷 독서나 하자고 내심 마음을 먹은 것이다.
그곳에서 그는 재밌는 방식으로 독서를 했다. 니체를 읽었다고 하면, 니체가 쇼펜하우어를 언급하기에 그를 찾아 읽었다. 쇼펜하우어는 칸트를 말했고, 칸트를 자세히 이해하려면 괴테를 읽어야 하는 식이었다. 그렇게 그는 다양한 독서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런 방식의 독서가 좋았던 점은 하나의 주제를 따라서 읽다 보면, 자연히 그 뿌리가 되는 사상을 배울 수 있게 되는 것이었다. 또한, 진리는 단순하다고 하는데, 하나를 깊이 알게 되면 자연히 인생의 미묘한 이치를 깨닫게 되는 것이다.
방대한 독서 덕분에 캠벨은 숲속에서 지낸 5년 동안 많은 공부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사라 로렌스 대학에서 교수를 모집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처음에 그는 그 일을 할 생각이 없었었다. 그런데 우연히 그곳 캠퍼스에 가보니 여학생들로 붐볐고, 그는 교수직 제안을 받아들인다.
처음에는 외국어와 문학 강좌를 맡았는데, 서서히 자신의 전문 분야를 강의하게 된다. 그곳에서 교수 생활의 전부를 보낸 그는 43살의 나이에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이란 책을 펴낸다. 이 책은 큰 인기를 얻었고, 전문 연구자들에게 중요한 책으로 불리게 되었다.
그의 교수 시절의 에피소드로는 이런 것이 있다. 첫 수업 때 그는 읽어야 할 책 목록을 학생들에게 보여준다. 그러면 어느 학생이 이렇게 반문했다. “이것은 결코 읽을 수 없는 양입니다.” 그러면 캠벨은 “이번 학기에 모두 읽으려고 했나? 평생 읽으라는 것이네.”
마찬가지인 것이 내향적이고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 내게, 독서는 충분한 즐거움이었다. 삶의 팔 할은 우연일 것인데, 어쩔 수 없이 나는 책으로 삶을 접하고, 배우게 되었다. 나는 지나가는 말로 책을 내 인생 최고의 고통 치료제라고 하기도 했다. 그만큼 삶의 쓴맛과 단맛 그리고 깨달음을 책에서 익히게 되었다. 내가 가장 나다울 때는 책을 읽을 때였다.
김신웅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