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로 생긴 모낭염을 치료한 경우 (조세신보 치험례 89)
29세의 L 씨는 지방에 사는 분인데, 몇 년 전에 요통과 몽유병을 치료하러 오신 분이었다. 컴퓨터 작업을 많이 하다 보니 허리가 아팠었는데, 낮에 좀 무리해서 피곤한 느낌이 드는 날 밤에는 영락없이 몽유병이 나타나서, 그 병을 치료하기 위해 찾아왔던 환자였다.
그 당시 스트레스 과잉과 더불어 몸에 쓸모없는 열이 너무 많이 축적되어 있어서, 허열을 제거시켜주는 처방을 투약했었는데, 그 때 한약을 먹은 후의 반응이 아주 좋았었던 기억이 있어, 이번에도 필자의 한의원에 다시 찾아왔다고 했다.
<진단과 치료>
사실 한의원에 오기 전에 L 씨의 상담전화부터 있었는데, 피부에 여드름이 나는데, 홍삼 액을 먹어도 되느냐고 물어보는 전화였다. 차트를 살펴보니 몸에 열이 많은 체질이었고, 예전에도 열 때문에 고생했던 기록이 있어, 복용을 금지시켰다. 그리고 정확한 원인을 찾기 위해 한의원에 내원하시라고 안내를 드렸는데, 일주일 후에 정말로 찾아오셨다.
자세히 진찰을 하니, 피부에 여드름이 나는 정도가 아니었다. 몸의 상반신에 열감과 더불어 피부 증상이 나타나 있는데, 얼굴에는 여드름과 같이 증상이 나타나고, 특히 머리의 모낭염은 시작된 지 이미 8개월째라고 했다. 얼굴에 열감을 느낄 뿐만 아니라 코피까지 흘리기 시작했는데, 술 먹고 난 다음날은 이 모든 증상이 훨씬 심해지는 걸 느꼈다고 했다. 이러한 증상으로 미루어 볼 때, L 씨의 모낭염의 원인은 예전처럼 체내에 생긴 쓸모없는 열 때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원래 모낭염이란 세균(특히 포도상 구균)감염, 화학적, 물리적 자극에 의하여 모낭(털구멍)에 염증이 생기는 것을 말한다. 서양의학에서 모낭염은 스트레스나, 과로, 수면부족 등에 의해 면역력이 약해진 피부 속으로 균이 침투해 생기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치료 또한 염증과 세균을 없애는 쪽으로 치료를 하는데, 초기에는 곪은 부위를 절개하고 고름을 빼 낸 후 항생제를 복용시키고, 모낭염의 발생이 오래된 만성 염증에는 스테로이드 제제를 피부에 도포하여 치료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근본원인이 해결되지 않기 때문에, 반복적으로 재발이 되는 경우가 많아, 요 근래는 한의원을 찾아오는 환자들이 많아졌다. 치료는 크게 두 가지 기전으로 이루어지는데, 첫 번째는 인체에 발생한 열의 원인을 찾아 치료함으로써 쓸모없는 열을 제거시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약해진 저항력과 면역기능을 강화시켜 세균침입으로 인한 염증이 생기지 않게 해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화나 열이 비정상적으로 많아지는 원인에는 술이나 인삼 같이 열을 만들어내는 음식을 장기적으로 복용했거나 스트레스 과잉으로 인한 화병, 그리고 호르몬 부족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만들어지는 허열 등이 있다. L 씨의 경우에는 원래 선천적으로 열이 많게 태어난 체질인데, 발병 당시에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해 화가 많이 나는 상태였다고 했다. 그런데 피로회복을 위해 홍삼까지 복용했으니, 불에다 기름을 부은 격이 되었던 것이다. 상열감이 심하다 못해 코피까지 터질 정도였으니, 그 열이 매우 심각했음을 알 수 있었다.
열을 식혀주는 약재들로 구성된 처방에 머리를 맑게 해주는 총명탕 약재 들을 추가한 후, 면역기능 증강과 피로 회복을 위해 녹용과 자하거까지 추가해서 투약을 하였는데, 2주 복용 후에 상당히 많은 호전반응이 일어났다. 일단 몸에 있던 피부증상은 다 사라졌으며, 얼굴과 이마까지도 상당히 많이 호전되었는데, 특히 한약 복용 이후로 코피가 완전히 없어졌다고 했다.
그런데 이삿짐을 나를 일이 있어 육체적 정신적으로 과로를 했더니, 땀이 많이 나면서 얼굴과 목 주변 그리고 턱 주위에 다시 증상이 생겨났다고 사라져서, 아직 완전히 다 회복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고 했다. 그래서 추가로 2주 분의 한약을 더 투약하여 완전히 뿌리를 뽑기로 했다. L 씨의 경우처럼 모낭염도 장기적으로 계속 반복되어 재발하면, 근본원인을 찾아 해결해주어야만 치료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