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칼국수를 만들 때 손으로 만져보면 촉감이 좋던,
밀가루 반죽 같은 그 말랑거림을 즐기는데,
어매! 누나의 눈이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으니, 웬 창피!
큰 일 났구나! 했더니,
누나의 손이 갑자기 내 가랑이로 쑥 들어오면서,
그걸 잡고는.’
“네가 내 젖 실 컨 만졌으니 나도 네 것 좀 만져봐야 밑지지 않겠지?”
“어! 누나 만지지마 나 이상해져.”
“괜찮아 요런 고추가 만진다고 뭐가 어떨 라고 귀엽게 생겼네. 어때? 좋아?”
‘주물락! 주물락! 아래위로 쓱쓱 서너 번, 그렇게 몇 번인가 하자,
무언가 온 몸이 허공에 붕 뜨는 것 같더니 머리가 띠 이 잉!
우와! 뭐 이런 것이 다 있지?
처음으로 느낀 쾌감,
누나가 일어나더니 자기 방으로 건너가서 수건을 갖고 와 닦아주면서
뭐라고 그랬더라?’
“너, 이런 것 처음이니? 요놈 생긴 것 봐서는 아닌 것 같고.”
“으응, 몇 번인가 꿈을 꾸면서 무언가 모르게 기분이 좋아지고,
자고나면 팬티가 젖어 있고는 했던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정신이 다 몽롱하도록 기분이 좋았던 적은
이번이 처음이야.
헤헤헤 누나 또 해 줄 거지?”
“이건 비밀 중에 비밀이다. 남이 알면 큰 일 나는 거야.
여기서 쫓겨나는 거 너도 알지?
대신 시간 나는 대로 내가 이 방에 와서 같이 자면서 말을 잘 들으면,
이렇게 가끔 해 줄게.”
“알았어, 그럼 나도, 누나 젖 나하고 잘 때는 만져도 되는 거지?
난 누나 젖이 너무 좋다.”
“그래, 우리 약속 했다? 이건 우리 둘 만의 비밀이라는 거?
자, 어서 손가락 걸고 맹세.”
짱구를 만나고 나서 그 날 이후
어찌된 일인지 정길이 기다리는 것을 알면서도 옥분이 발걸음을 않는다.
정길이를 보면서도 별 내색도 않고 말도 걸지 않는다.
정길의 마음이 섭섭해지고 왠지 가슴이 쓰라리다.
뭔가 배신을 당한 거 같고, 버림을 받은 거 같은
우울한 기분이다.
‘참! 그 짱구 형 어떻게 그 누나를 꼬였기에 누나가 다시는 내 방에 자러 안 오는 거지?
왜나만 보면 슬슬 피하기만 하고, 그 형 여자 후리는 솜씨가 좋은가 보네.
짱구형이 젖을 만져 줘서 누나가 저러는 건가?
내가 만져 주는 거 보다 좋은가?
그 형 고추가 엄청 크던데 그 고추도 나 같이 해줬을까,
응? 엄마가 월급날도 아닌데 웬 일이지?
엄마 얼굴이 심각해 보이네. 무슨 일이 있나? 동생들이 아픈 건가?
에이! 그럼 또 돈 때문에 그러는 거구나.
요즘에 양 색시 집에 밥 해주러 다닌다고 했는데,
거기서 꾸어달라고 하던지,
얼마 되지도 않는 돈 내가 갖다 줄 때까지 기다리면 좋을 텐데,
어렵다고 해도 늘 와서 가불해가니 엄마는 창피하지도 않은가!
에이! 얼마나 어려우면 엄마가 그러시겠어. 나도 참~ 눈물 나려고 하네.’
여전한 발걸음으로 배달을 하고 평양 옥에 들어가려는데,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던 모친을 보고
정길이 마뜩치 않은 눈으로 바라보며 그 앞으로 걸어간다.
모친의 얼굴이
무슨 일인지 몰라도 심상치 않다.
“엄마! 오늘 일 해 주는 집에 안 갔어요? 저녁 밥 할 시간인데,
왜 무슨 일이 있어요?”
“정길아, 영등포에 살 때 너도 잘 아는 오 씨 아저씨를 길에서 만났는데,
그 분 말이 아버지를 강원도 삼척에 있는 동양시멘트 공장에서 본 사람이 있다고 하는 구나.
네 생각은 어떠냐? 찾아가 볼래?”
“잠깐만요. 엄마 숨 좀 돌리시고, 오 씨 아저씨 어디 가면 만날 수 있어요?
오늘 만날 수 있어요? 엄마는 참, 여기로 같이 모시고 왔으면 좋았을 걸.
그래야 자세히 물어 보지요.”
“아니 벌써 갔다. 시간이 급해서 바로가야 한다고 하더라.
이제는 서울에서 산다고 하더구나.
나중에 더 자세히 알아보고 연락 해 준다고는 하기는 했는데,
그래서 우리 동네 반장 집으로 전화를 하라고 했다.
오 씨가 반장 집 전화번호 적어가지고 갔다.
오 씨 한테 연락 올 때까지 더 기다려 볼래?”
‘그 아저씨가 거짓말 하는 사람은 아닐 텐데!
강원도 삼척이라고 했지만 주소도 잘 모르고, 그
렇다 해서 마냥 기다리기 보다는,
그래요 엄마,
나도 이렇게 살기 싫어서 어떻게 할까 하던 참인데,
잘 됐어요, 가보지요.
거기 아버지가 없어서 못 찾더라도
공장 지대라니까 일자리를 찾아보고 일해서 돈을 벌어 보낼게요.
일할 데가 아무래도 여기보다는 많겠지요,
우리 식구 먹고사는 일에 걱정 없게 하겠어요.
엄마와 동생들이 보고 싶겠지만 그거야 어쩔 수 없지.’
“엄마 알았어요. 그럴 게요, 한 번 찾아보지요. 이왕 나서는 거 끝까지 찾아보겠어요.”
“그래, 찾아보고 아니면 바로 돌아오도록 해라.
너 잘못되면 그게 더 큰 일이니까 알았지?”
“염려 마세요. 공장이 많은 곳이라 했으니 여기보다 낫겠지요.
아버지를 못 찾는다해도 일자리를 알아보고 취직할 수 있다면,
우리 식구들 모두 그리로 이사 가던지
해보지요 뭐.”
‘사장님하고 상의부터 해보고 언제 떠날 지 결정하자.
당장 일할 사람이 없으니 구할 때까지는 있어야겠지?
뭐 할 사람이야 얼마든지 있을 테니 걱정 없고,
옥분누나는 요즘 나와 말도 잘 하지 않으니
에이, 그래도 말은 해야지.
그런데 어째서 마음이 이렇게 개운해 지는 거지?’
“사장님 말씀드릴 것이 있는 데요. 엄마가 아버지 소식을 알아 오셨어요,
그래서 그 곳에 가서 찾아보려고 합니다.”
“이리 들어 와서 자세히 말해봐라. 어머니가 누구에게 들은 거냐?
무작정 가면 찾지도 못하고 괜한 고생만 한다.”
평양 옥 사장이 종업원들이 여럿 있는데,
월급을 차별해서 정길이만 많이 줄 수는 없었을 지라도
그 나머지 즉,
그의 잠자리를 별도로 마련해 준다거나,
그의 옷을 사준다거나, 그의 먹는 음식에 신경을 쓰는 데는 배려를 아끼지 않았었다.
또한 가끔
집에 보낼 때에는 음식 재료, 특히 고기를 많이 싸주고는 했었다.
고마운 분 이었다.
이야기를 들어보고는 객지에서 참고할 몇 가지를 당부한 후에,
날 수가 많이 남아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월급을 그대로 쳐서 주고,
또 차비를 하라며 월급에 해당하는
돈을 손에 쥐어 주는 멋있는 사장이었다.
정길이 사장에게 공손히 인사를 하였다,
주방장 외에 종업원들에게는 그 날 저녁 일을 마친 후에 작별 인사를 했다,
사장이 특별히 송별회를 하라고 차려주는 음식을
종업원들과 같이 먹고 이별을 고한 후
밤늦게 집으로 갔다.
하루를 가족과 함께 보내고, 그 다음 날 아침 행장을 꾸렸다.
‘어디 먼데를 한 번도 혼자 가 본 적이 없어 걱정 되는걸.
돈 이라도 충분하다면 좋으련만,
걷는 건 자신 있으니까 웬만한 거리는 될 수 있는 대로 걸어보자.
삼척에 갈 차비하고 밥을 사먹을 돈도 충분하지는 않은데,
여관에 들어갈 돈은 필요 없다고
엄마한테 주어버렸으니, 바로 못 찾으면?
잠은 대합실이나, 파출소나 회사 경비실,같은데서 자면 되겠지.
지금까지 키운 게 뱃장뿐이잖아!
내가 가진 게 그 것 밖에 뭐 더 있나.
그래도 사장님이 두 달 치가 넘는 돈을 더 주어서 너무 다행이다.
집의 생활비가 당분간은 염려 없겠지?
오랜만에 기차를 타니 좋다.
영등포에서 송탄으로 이사 올 때 처음 기차를 탔었지,
그 후 몇 번인가 영등포 갈 때 타 봤고.
좋은 기분이 드니 뭔가 일이 잘 될 거야.
아웅! 한 잠 자고 볼까?
여기가 서울역인가?
처음 봤을 때보다 작아진 것 같네.
후후 내가 그만큼 자랐다는 거겠지? 우선 밥을 먼저 사먹자,
하루에 두 끼만 먹어야지.
정 배고프면 국화빵이나 사먹던지 하자.
무조건 아끼는 수밖에 없어.
못 찾을 경우를 생각해서 일할 데를 찾기까지 견디려면 아껴야지.’
“아저씨 길 좀 물을게요.
종로 5가 시외 버스정류장이 어디로 가는 거예요.
아니 걸어 갈려고요. 아! 걱정 마세요. 제가 걸음이 빨라서 금방 갈 수 있어요.
네! 네 감사 합니다.”
어려서 모친과 왔던 서울이 아니었다.
너무나 변해버린 서울거리를 이리저리 둘러보며
그래도 잰 걸음으로 걷는 정길의 뒤와 앞에 손재간 부리는 이들이 붙었지만,
그것도 모른 채 정길은 주변을 보랴, 빨리 걸으랴 정신이 없다.
앞에 가던 사람이 별안간 서는 바람에 그의 등 쪽 어깨에 부딪히자
그가 돌아서서 화를 내는 사이에,
뒤에서 따라 붙던 자가 어느새 작업을 끝냈고,
그들이 사라지자마자 정길은 뭔가 허전해 가슴쪽을 보니,
위 옷 안주머니에 돈을 넣고 핀을 두 개씩이나 꽂아 놓았던
주머니 아래가예리한 칼로 그어져 있고,
안에 있던 돈은 한 푼도 남김없이 사라져 버렸다.
세상에 나오자마자 호된 신고식을 치룬 것이다.
‘아이 구! 이거 큰일이네! 이런 개 새끼들!
그게 얼마나 귀중한 돈인데, 다 훔쳐 간
거야? 이걸 어쩌지! 옷도 찢어졌네,
옷을 하나 더 가져오기는 했지만, 참 나! 이거
돈이 없으니 어떡하지?
그나마 갈 차비를 따로 넣어 두었기 망정이지,
쌍! 에이!
이런 개 같은 자식들 그 돈쓰다 확 뒈져 버려라.
어떻게 하지? 아이고 골치야. 떠나자마자 이게 뭐야?
어쩌지? 괜히 걸어오느라 고생만 하고 돈은 다 잃어버리고,
그렇다고 도로집에 갈 수도 없잖아.
에 라 모르겠다. 일단 삼척까지 간 다음에 생각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