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뭍으로 올라왔어도 상처뿐이구나
치미는 분노이며 슬픔이구나
길가 노란 개나리 발랄한데
철조망에 노란 리본 처절하구나
어미 마음처럼 찢기고
또 찢겨 나부끼누나
화신(花信)
벚꽃 몇 송이
봄내 치열하게 시달렸던
삶의 끝자락을 잡고 있고
벚나무 아래 숨 죽이고 있던
철쭉이 비죽비죽
연분홍 꽃잎을 수줍게 내밀다
개복숭꽃 흐드러지게 피지만
달디 단 열매 맺기 글렀으니
눈으로만 호강하리
등나무꽃 요염한 향이
화엄사 아래 식당촌을 감싸 돌아
식객들의 후각을 어지럽히고
산벚향기 알 듯 모를 듯
연기암 문수보살 앞 피워 올린 향과
어우러져 노고단 허리를 감아 오른다
차라도 한 잔 얻어 마실 요량으로
시줏기와 옮기던 스님을 도와
기와 몇 장 옮기려 했더니 손사래를 친다
가는 저 것
봄이나 어찌 해보라는 뜻인가 보다
네가 붙들고 있는 것
그것부터 내려 놓으라는 뜻인가보다.
첫댓글 세월호는 세월속에 영영 살아 있고 화신속엔 구례화엄사의 옛추억이 얼굴에 다가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