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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교산 취재팀이 경부선 원동역 인근 갈대가 흐드러지게 핀 낙동강 자전거 길을 걷고 있다. 원동역을 지나면 곧 가야진사가 나온다. 강 건너 김해의 산들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다. |
이번에 '근교산&그너머' 취재팀이 답사한 황산잔도·작원잔도 길은 옛길의 흔적은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작원잔도 일부 구간과 함께 중간중간 벼랑을 옆에 끼고 가는 길에는 옛길의 흔적을 어렵사리 찾아볼 수 있다. 또 용화사와 동래부사 정현덕 공덕비, 가야진사, 작원관 등 볼거리도 적지 않다. 자전거를 위한 길이지만 온전히 자전거에만 양보하기엔 아까운 길이다. 찰랑대는 낙동강의 물결과 좌우와 앞뒤로 가까워졌다가 멀어지는 인근 봉우리를 평소와 다른 높이에서 조망하는 재미도 색다르다. 출발하면서부터 금정산과 오봉산, 무척산, 토곡산, 석룡산 등 부산, 양산, 김해의 산들을 볼 수 있다. 전체 코스의 거리는 길지만 시간이나 체력이 부담스럽다면 중간 지점인 원동을 경계로 두 번에 나눠 걸어도 된다.
이번 코스는 경남 양산시 경부선 물금역을 출발해 물금취수장~용화사~물문화관~동래부사 정현덕 공덕비~경파대~원동취수장~서룡문화생태공원~원동 입구~원동문화생태공원~가야진사~작원잔도 유적~선착장~작원관(~다시 선착장)~처자교 안내판~삼랑진문화생태공원을 거쳐 삼랑진역에서 마친다. 이번 코스의 전체 거리는 21㎞ 정도로 순수 답사시간은 5~6시간, 휴식을 포함하면 7시간 정도 걸린다.
경부선 물금역을 나서면서 바로 출발한다. 역 광장을 나와 11시 방향 도로로 10m가량 가서 왼쪽으로 꺾어 2차로 도로로 간다. 200m 정도 가서 서부아파트 앞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가면 바로 지하차도가 나온다. 입구에 자전거길 이정표가 있다. 차도 오른쪽의 자전거길로 지하차도를 지나간 뒤 오른쪽으로 올라가면 곧 낙동강 둑길이다. 200m 정도 가면 낙동강 종주 자전거 길과 만난다. 왼쪽으로 내려가면 을숙도 방향이고 답사로는 직진이다. 물금취수장 옆을 지나가면 갈림길이다. 답사로는 직진하는 '베랑길'이지만 왼쪽으로 내려가 용화사를 들렀다가 간다.
경부선 아래 굴다리를 지나가면 곧바로 보물 제491호 석조여래좌상이 있는 용화사다. 아담한 대웅전 안에 불상이 모셔져 있다. 마당에는 용화사를 비롯한 원동면 화제리가 무대로 등장하는 요산 김정한의 소설 '수라도' 기념비가 서 있다. 용화사는 소설 속에서 미륵당으로 나온다. 되돌아 나와 자전거 길로 올라가면 바로 물문화관을 지나 강물 위로 지나가는 교량 길이다. 정면으로는 토곡산과 그 앞의 용굴산이 우람한 덩치를 보여준다. 곧바로 동래부사 정현덕 공덕비가 물가에 서 있고 주변으로 옛길의 흔적이 보인다.
◇낮은 데서 올려다본 주변 산들 색다른 감흥
보물 제491호 석조여래좌상이 있는 용화사 대웅전. |
계속 낙동강 물 위를 걷는다. 300m 정도 더 가면 조선 시대 선비들이 앉아 시를 읊던 바위 경파대다. 잠시 뒤 다리 구간이 끝나고 콘크리트로 포장된 강변 길이다. 자전거 종주 인증센터를 지나면 원동취수장이다. 취수장 입구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화제마을이다. 답사로는 가야진사 방향 직진하는 왼쪽 길이다. 작은 다리를 건너면 길옆에 1739년 세운 양산화제석교비가 있다. 너른 둔치 가운데로 길이 이어진다. 오른쪽에 보이는 산은 양산 오봉산이고 정면에는 용굴산이다. 토곡산은 용굴산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다시 토곡산이 살짝 모습을 드러낼 즈음 쉼터가 있는 서룡문화생태공원이다. 여기서 10시 방향 강 건너에는 김해 금동산이 보인다. 남쪽으로는 오봉산 뒤로 금정산 고당봉도 볼 수 있다. 강변으로 이어지는 길에서는 호안 정비공사가 한창이다. 1시간가량 경부선 철길 바로 아래 둑길을 지나면 원동역 옆을 지나고 곧 원동으로 들어서는 길이 갈라지는 삼거리다. 답사로는 직진이다. 단풍이 든 토곡산 정상이 손에 잡힐 듯하다. 강가엔 갈대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20분 정도 가면 삼거리다. 자전거 길을 벗어나 왼쪽 '원동지구' 방향으로 가면 팔각정자가 있는 원동문화생태공원이다.
◇거리 부담스럽다면 원동역 경계로 나누면 적당
작원잔도 유적을 지나 삼랑진으로 가는 덱 자전거 길. |
주차장 끝에서 11시 방향에 보이는 가야진사로 간다. 낙동강에 바로 붙어 있는 가야진사는 예전 나루터가 있던 곳으로 순조로운 뱃길을 기원하고 범람을 막고자 제사를 올리던 곳이다. 오른쪽은 천태산 자락이고 강 건너 툭 튀어나온 곳은 용산으로 두 곳의 기운이 모이는 곳이 가야진사 자리라고 한다. 용신제 전수관 앞의 길을 따라간다. 100여 m 가서 사거리에서 왼쪽으로 가면 너른 둔치를 가로지른다. 20분 정도 직진해서 가면 다시 자전거 길과 만난다. 이정표에 '삼랑진 4.2㎞'로 표기돼 있다. 20분 정도면 '밀양 1㎞' 안내판을 지나 곧 다리를 건넌다. 다시 낙동강 위 교량 자전거 길이다. 오른쪽 앞에 보이는 암봉은 시루봉이다. 양산과 밀양 경계를 지나면 길옆에 작원잔도 안내판이 있다. 경부선 작원관터널 옆으로 옛길의 흔적을 볼 수 있다.
1㎞ 이상 이어진 교량 길을 지나면 다시 콘크리트 길이고 곧 선착장이다. 선착장 옆 굴다리를 지나 왼쪽으로 가면 복원한 작원관과 위령탑이 있다. 다시 선착장으로 되돌아온다. 20분가량 가면 처자교 안내판이 있다. 4대강 공사 과정에서 발견한 처자교 유적은 현재는 보존을 위해 다시 모래로 덮어둔 상태라 찾기가 어렵다. 10분가량 더 가면 작은 목재 덱 다리를 건너기 직전 자전거 길을 벗어나 오른쪽에 원형의 쉼터 있는 곳으로 꺾는다. 철로 쪽으로 올라가 50m가량 가면 지하통로다. 건너가서 도로를 따라 왼쪽으로 가면 삼랑진역이 나온다.
# 떠나기 전에
- 옛길 따라가는 길 용화사·경파대·작원관 등 볼거리
낙동강 옛길을 따라간다는 건 언뜻 운치 있어 보이지만 실제 낙동강 줄기를 거슬러 자전거 길을 걸어보면 약간은 지루함을 느낄 테고 또 약간은 발의 피로함을 느낄 것이다. 획일적으로 콘크리트 포장이나 덱 교량을 만들어 길의 변화는 느끼기 어렵다. 자전거 타고 휙 지나가 버린다면 모르겠지만 뚜벅뚜벅 한 걸음씩 걸어가기엔 힘겨운 길이다. 특히 그늘이 거의 없다 보니 여름에 이 길을 걷는 건 아예 생각하지 않는 게 좋고 강바람 거센 겨울도 피하는 게 좋다. 그렇다면 햇볕도 견딜 만하고 바람도 선선하게 느껴지는 요즘 같은 때가 그나마 걸을 만하다.
걷는 것에 비한다면 상대적으로 '빠르게' 움직이는 자전거 이동은 그래서 길을 벗어나기 어렵고 길 밖의 것들을 보지 못하고 지나치기 쉽다. 옛길을 따라가는 만큼 황산잔도와 작원잔도에는 역사와 문화의 자취도 찾을 수 있다. 다만 아담하고 소박한 유적들이 자전거 길 공사 이후 한층 옹색해져 버린 듯해 아쉽다.
덱 교량 길을 걷는 도중 유적을 만나면 다리 위에서 내려다보는 수밖에 없다. 물문화관에서 이어지는 길에는 '동래부사 정현덕 영세불망비'와 경파대를 볼 수 있다. 영세불망비는 동래부사를 지낸 정현덕의 덕을 기려 1871년 세운 비다. 물문화관 직전 갈라지는 용화사의 보물 석불은 전형적인 통일신라 시대 양식으로 양산에서는 유일하게 볼 수 있는 형식이다. 작원잔도의 작원관도 자전거 길을 한참 벗어나야 볼 수 있다. 작원관은 교통과 군사의 요충지로 임진왜란 때 300명의 군관민이 왜적에 맞선 곳이다. 경부선 철도를 개설할 때 자리를 옮겼다가 1936년 대홍수 때 유실된 것을 1995년 이 자리에 복원했다.
# 교통편
- 경부선 열차로 물금역·삼랑진역 편리하게 접근
이번 코스는 경부선을 따라 걷는 길이라 기차를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출발지점인 물금역으로 가는 무궁화호 열차는 오전 6시35분(첫차), 7시50분, 8시42분, 9시25분, 10시27분 등 하루 11차례 있다. 부전역에서 물금으로 가는 열차는 오전 6시25분, 8시25분, 10시40분 등 하루 다섯 차례 있다. 25분 안팍 소요.
삼랑진역에서 부산으로 가는 열차는 오후 5시55분, 6시22분, 7시4분, 7시48분 등에 있다. 부전역으로 가는 열차는 오후 3시38분, 8시12분, 9시4분 등에 있다.
문의=생활레저부 (051)500-5151, 이창우 산행대장 010-3563-02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