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12일) 있었던 제 34회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설계수명 30년이 끝난 월성1호기의 수명연장 심사가 상식을 벗어난 행태로 진행돼 사실상 정상적인 논의가 불가능한 상황이었지만 이은철 원자력안전위원장은 밤 8시경‘끝까지 한 번 해봅시다’라며 사실상 표결을 암시하며 회의 속개를 강행했다.
◯ 오전 10시가 조금 지나서 시작한 회의에서 오전 내내 한국수력원자력(주)의 조석사장의 보고를 들었다. 2시간마다 10분씩 쉬겠다던 이은철 위원장은 점심시간이 되어도 정회 없이 회의를 강행했다. 오후 2시가 되어서야 점심식사를 위해 정회되었고 3시에 속개된 뒤에는 8시까지 회의를 강행했다. 회의 집중력이 떨어지고 충분한 심의가 이루어지기 어려운 상황이므로 회의 중단을 요구하는 위원이 있었지만 위원장은 ‘끝까지 한 번 해봅시다’라며 도시락을 시키면서 강행했다. 위원장은 위원들이 요구한 것이라는 핑계를 대지만 회의 주재자로서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 회의에 앞서 11일 이은철 원안위원장은 국회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안전성을 충분히 판단할 때까지 심의하겠다"며 원활한 논의과정을 국민들에게 약속했다. 하지만 시간만 길게 끈다고 충분한 심의가 아니다. 충분한 휴식과 식사를 보장해야 심의가 원활하게 이루어진다. 위원들을 혹사시켜서 지치게 만든 다음에 표결로 몰아가려고 한 것이 아닌 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 위원장의 비정상적인 회의 운영 빌미를 제공한 위원들이 있다. 임창생, 최재붕, 조성경 위원은 8시경 정회한 자리에서‘오늘 결정하자’, ‘오늘 밤새서라도 끝내자’라며 노골적으로 표결을 요구했다. 심의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는데 정회 후 돌아 온 자리에서 갑자기 요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 월성원전 1호기 수명연장 안전성 심의에는 스트레스 테스트 검증결과에 대한 것과 계속운전 심사결과에 대한 것 두 가지로 나뉜다. 스트레스 테스트에서는 민간검증단과 원자력안전기술원이 전혀 다른 결론을 내렸고 원자력안전전문위원회는 원자력안전기술원 손을 들어줬다. 첫 심의를 진행한 15일에는 스트레스 테스트 검증결과가 무엇인지 이해하는데만 10시간을 할애했는데 그것도 다 하지 못했다.
◯ 어제 심의에서는 13시간 비정상적인 마라톤 회의였지만 한수원 보고 이후에 월성원전 1호기 스트레스 테스트 검증에 대한 심의는 1분야인 지질지진분야만 마쳤을 뿐이며 나머지 스트레스 테스트 검증결과의 차이에 대해서는 최신기술기준 적용여부 논의 후로 미루었고 외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는 자리를 끝낸 상황에서 법적인 심사인 계속운전 심의는 본격적으로 들어가지도 않았다. 그때가 저녁 8시였는데 정회한 상태에서 임창생, 조성경, 최재붕 위원이 결정을 요구하는 발언을 이어간 것이다. 정작 회의시간에는 발언이 전혀 없던 위원이 무작정 ‘오늘 결정하자’고 입을 떼자 강행발언이 이어졌다. 김익중 위원이 9쪽에 이르는 계속운전 심사 과정의 질문 내용을 제출하자 조성경 위원은 밤을 새서라도 끝내자고 재촉했다.
◯ 월성원전 1호기에 영향을 미치는 지진영향을 평가하는데 달랑 인근의 두 개 단층만 고려했다. 논문으로까지 보고된 62개의 활성단층을 민간검증단이 찾아냈지만 이를 배제한 부실한 평가에 대해서 어떻게 할 것인지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캐나다는 1991년부터 의무화했고 최근에는 더 강화한 최신안전기술기준 중에 R-7(격납건물 압력경계 이중화)을 반영하지 않았다는 것이 확인되었는데 이은철 원자력안전위원장은 회의를 주재하면서 ‘R-7 철학’만 반영되면 된다는 편향된 주장을 계속하면서 더 이상 문제를 제기하지 말라고 논의를 잘랐다. 하지만 정작 위원장이 그 ‘철학’을 제대로 모르고 있었고 최신기준미반영이 원자력안전법 위반이라는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 원자력안전법 시행령 38조에는 ‘계통·구조물·기기에 대하여 최신 운전경험 및 연구결과 등을 반영한 기술기준을 활용하여 평가할 것’이라고 명시되어 있고 국회 입법조사처는 “계속운전을 위한 주기적 안전성평가에는 반드시 최신기술 등이 반영되어야 함”이라고 법령해석을 한 바 있다(장하나의원 조사의뢰에 의한 국회 입법조사처의 2015년 2월 5일 조사회답).
◯ 이날 회의에 참석한 원자력안전과 미래의 이정윤 대표는 ‘R-7'의 핵심의미는 금속 용기(metal containment)' 즉, 격납건물은 금속으로 완전히 차단되어 있어야 한다는 점이란 것을 인지시켜 주었지만 월성 1호기는 금속이 아닌 물로 경계가 되어 있거나 아예 그런 경계조차 없는 곳이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월성 2~4호기는 당시 최신기준을 적용해 1호기와 달리 수문게이트와 격리밸브를 달았다. 원자력안전기술원은 개선된 사항에 대해 "돈만 많이 들고 방사선 안전성 측면에서 별 효과가 없다는 거다."라는 궤변을 늘어놓았다. 김익중 교수가 월성 2호기에는 있지만 1호기에는 없거나 적은 14가지의 밸브와 설비를 지적했는데 회의시간이 길어지자 부위원장인 김용환 사무처장은 다음부터는 이런 문서 가져오지 말라며 노골적으로 타박을 줬다.
◯ 참석한 외부전문가들이 자료의 접근성 보장과 공개토론을 요구했지만 이 역시 묵살되었고 민간검증단은 원자력안전전문위원이 월성1호기 스트레스 테스트 평가가 기준에 적합하다고 한 점과 안전개선사항을 수명연장 이후에 진행해도 된다고 검토보고서를 올린 것에 대해 공개토론을 제안했지만 이 역시 묵살되었다. 제기된 문제에 대해서 제대로 심의하지도 않은 채 심의할 내용이 더 남아있다는 다른 위원들 무시하고 타박을 주면서 표결을 강행하려고 한 것이다.
◯ 원자력안전기술원과 원자력안전전문위원을 믿어야 한다는 얘기는 지난 회의에 이어서 이번에도 나왔다. 그런데 질의응답과정에서 서균렬 전 원자력안전전문위원이 준비된 문서만 받아본다고 답변했고 장순흥 원자력안전전문위원장 역시 ‘원자력안전기술원이 작성한 자료(심사보고서)를 볼 뿐 원 자료를 보는 게 아니다’라고 실토했다. 원자력안전기술원은 재정적인 독립도 못한 출연기관으로 직원도 충분하지 않아 심사능력이 있는 지 의문인데 심의 중간 중간 한수원에 의지하는 모습이 보이면서 사실상 사업자 대변 역할을 했다.
◯ 심의과정에서 문제가 제기되어서 제대로 심의하지도 않고, 법을 위반하고 있는 지도 모르고 표결을 강행하려는 이들이 원자력안전위원으로서 자격이 있는가. 원자력안전기술원과 안전전문위원을 믿어야 한다는 건 스스로 거수기임을 자청한 것이다. 국민의 안전과 원전 안전을 지키기에는 너무나 무책임한 이들, 뻔한 의도를 가지고 표결강행하자고 주장하는 위원들에 밀리는 척하면서 회의 운영도 제대로 못하는 위원장, 짜고 치는 고스톱이 따로 없었다.
◯ 다음회의에도 이런 식으로 비정상적인 회의를 진행하면서 제대로 심의하지 않으려면 차라리 원자력안전위원직을 사퇴하라. 어제 회의로 이들에게 원전의 위험으로부터 국민안전을 지킬 역할을 맡길 수 없다는 게 더 분명해졌다. 해결되지 않는 안전성 이슈가 있는데도 해결하지 않고 표결을 강행하려던 위원들의 결정을 앞으로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는가. 월성 1호기는 공청회, 공개 토론회 한 번 없었다. 이제라도 국회에서 제대로된 검증위원회를 구성해서 월성1호기 안전성은 물론 경제성, 주민수용성, 국민결정권 등을 포함한 전반적인 논의를 책임있게 진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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