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나무골에선 처음으로 깡통 로켓스토브 화덕과 깡통 나무난로를 만들고 난 뒤
어디서든 깡통만 눈에 보인다는 그 분 이번엔 작은 깡통 두 개로 나무가스 화덕을 만들었다.
나무가스 화덕은 바깥에서 주로 쓰는 가스버너 대용으로 쓸 수 있다.
한 번 쓸만큼의 나무를 넣고 위에서 불을 붙이면 아래로 타들어가는데
다른 로켓스토브 화덕이나 나무난로처럼 나무가 완전연소하기 때문에 그을음이 거의 없고 불길이 세니 나무를 적게 써도 된다.
나무가스 화덕은 깡통 두 개를 서로 포개 만든다.
산책길에 주워 온 (버려진지도 아주 오래된) 멸치젓 깡통과 땅콩 깡통이 나무가스 화덕 만들기에 꼭 들어맞았다.
바깥 깡통으로 쓸 큰 깡통은 아래쪽에 돌아가며 병뚜껑만한 구멍을 뚫는다.
큰 깡통 속에 들어갈 작은 깡통은 윗쪽에 돌아가며 못 구멍만한 구멍을 뚫고 바닥에도 구멍을 여러개 뚫는다.
작은 깡통을 큰 깡통 안에 넣고 두 깡통 사이를 깡통뚜껑이나 함석조각으로 맞춰 끼워야 하는데
우리가 주워 온 멸치젓 깡통은 뚜껑이 땅콩 깡통과 꼭 맞게 막혀있어 한가지 일을 덜었다.
작은 깡통이 큰 깡통 속으로 쑥 빠지지 않도록 윗면에 가윗집을 넣고 바깥으로 꺽어 큰 깡통에 걸친다.
흙을 이겨 윗면의 빈 틈을 막는다.
깡통 안에 한 번 쓸만큼의 나무를 차곡 차곡 넣는다.
아랫쪽에 조금 더 굵은 나뭇가지를 넣고 윗쪽에는 불이 잘 붙는 솔가지를 넣는다.
윗쪽 솔가지에 불을 붙이면 신기하게? 아래로 타들어 간다.
다 만들어진 나무가스 화덕의 불길이 쓸만한가 보려고 밥을 지어봤다.
불구멍이 너무 넗어 함석조각을 잘라 구멍을 좁히고 받침대를 놓고 솥을 올렸다.
나무 조각 몇 개만 넣었는데도 불길이 넘실거리더니 10분만에 칙칙거리기 시작한다.
빠르다.
밥이 거의 다 되어갈 때쯤
화덕안의 나무가 거꾸로 타고 있는 것을 보이기라도 하듯 아래쪽 구멍으로 불빛이 발갛게 비친다.
이제 불 쓰는 일은 바깥에서 해야 할 것 같다.
뭔가를 오래 끓이거나 달일 땐 나무를 계속 넣어가며 불을 지피는 로켓스토브 화덕을 쓰고
밥 짓기나 물, 라면 끓이기 같은 간단한 조리를 할 때는 나무가스 화덕을,
추위를 피하고 몸을 녹이려면 로켓스토브 나무난로를 쓰면 된다.
세가지 로켓스토브가 마당에 한 자리 차지하고 있으니 겨우내 쓸 땔감 걱정을 절반은 덜었다.
석유에너지를 쓰지 않고 적은 나무로도 필요한 만큼 이상의 열을 내고 불을 쓸 수 있는 로켓스토브가 있어 올 겨울이 든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