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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주 목요일마다 진행하는 음악치료 프로그램 중에 자원봉사자 양기석씨 기타 연주에 맞춰 핸드벨을 연주하는 암 환자들. |
"이젠 다 나았어요."
유방암 말기로, 암 세포가 폐와 간으로 전이돼 지난해 4월 성모꽃마을에 들어온 45살 ㄱ씨는 활짝 웃었다. 물론 완치된 건 아니다. 암 세포가 커지다 성장이 정지하는 '암 동면 상태'가 9개월째 유지되고 있을 뿐이다. 그래도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상태에서 들어와 하루하루 아침 햇살을 마주하며 생명을 이어가는 나날이 천국 같다.
지난해 뇌종양으로 병원에서 실려온 36개월 된 아기는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들어와 지금도 9개월째 생명을 유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의식도 되찾았다. 다 지난해 성모꽃마을에 개설된 '암환자 요양시설' 덕분이다.
청주교구 호스피스의 집 성모꽃마을(지도 박창환 신부)이 '암환자 무료 요양시설'을 개설한 것은 '말기 암환자 호스피스'를 하던 중 환자들이 암 치료 이후 떨어진 체력과 면역력을 향상시켜 암 재발을 막도록 하고자 '7박 8일간 면역력 향상 프로그램'을 시행한 게 계기가 됐다. 대부분 암 환자들이 병원에서 항암 치료를 마치면 오갈 데 없는 현실도 한몫했다.
2006년 7월에 충북 청원군 내수읍 원통리 259의 1에 새로 지은 본관 2층에 36병상 규모의 깨끗한 암환자 요양시설을 개설하고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무료로 숙식과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기초 투병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아울러 자가치료를 위한 수지침 강의(침관이나 침은 본인 준비)와 함께 독소 제거ㆍ산소 공급ㆍ혈액순환 강화법, 자연치유 명상 요법, 기공 요법, 음악치료, 운기행공 마사지 요법, 산양삼 추출물을 이용한 테라피 요법, 미술치료 등을 제공했다.
암환자라면 아무 때나 신자, 미신자를 막론하고 무료로 받아들였다. 그래서 평균 15~16명 안팎 암 환자들이 들락날락하며 '쉼'을 얻는다. 7박 8일간 프로그램을 연장하며 1년 가까이 숙식하는 이들도 있다.
신자들을 위해서는 매일미사를 봉헌하고 기도생활에 도움을 준다. 최근엔 요양시설 36병상으로 부족해 본관 앞에 추가로 30병상 규모 새 건물 신축에 들어가 오는 5~6월께 완공한다.
박창환 지도 신부가 이처럼 암환자 사목에 열심인 이유는 지난 1994년 내수본당 주임 시절 우연찮게 자궁암에 걸린 미신자 할머니를 만난 게 계기가 됐다.
"본당 빈첸시오회에서 연락이 와서 부인암에 걸린 한 할머니를 만났는데 피투성이에 처참한 상황이었지요. 그 할머니 소원이 솜이불 깔아보는 것이었는데, 푹신한 이불을 준비해 드렸더니 하룻밤 덮고 나서 돌아가셨어요. 그 때는 호스피스가 뭔지도 몰랐는데, 그제서야 암환자들이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걸 알았지요."
그래서 박 신부는 2000년 2월 성모꽃마을을 설립, 암환자 호스피스 활동에 들어가 8년째 이들을 위한 사목에 헌신해왔다. 40대 중견 간호사들도 10명이나 동참, 말기 암환자들을 돌보고 있고 봉사자도 주ㆍ야간 합쳐 100명이 넘는다.
박 신부는 "투병 중인 암 환자들이 들어와 교육을 받고 나면 '세상에 이런 데가 있느냐'고 반문하는데, 암환자 호스피스를 통해 얻은 경험을 암환자들과 나누고 싶어 계속하고 있다"며 "암으로 투병하는 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세상이 따뜻하다는 걸 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문의 : 043-211-2112~3 오세택 기자
sebastiano@pbc.co.kr#박창환 성모꽃마을 지도 신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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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모꽃마을에서 만난 박창환 지도 신부 |
"환자는 뭘 해야 하는 게 아닙니다. 쉴 때는 온전히 쉬어야 합니다."
암환자 사목에 8년째 헌신해온 박창환 신부는 "흔히 투병에서 이길 수 있는지 여부는 정신적 측면이 7, 육체가 3이라고들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9:1로 본다"고 강조한다. 투병 중인 암환자들을 위해 새로 개설한 7박 8일 프로그램도 그래서 '살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는데' 주력한다. 말기암환자들에게는 통증과 증상 완화를 통해 삶의 질을 높여주고, 투병 중인 이들에겐 재발의 위험성이 낮아지도록 하는데 힘을 쏟는다.
"호스피스 시설하면 누구나 죽음을 연상하고 죽을 때에나 들어가는 곳이라 생각하지만, 그렇지가 않습니다. 호스피스란 우리 모두에게 꼭 필요한 것임을 깨달아야 합니다."
이를 위해 박 신부는 건강한 이들에게도 호스피스의 의미를 가르치고 암 예방법을 전하는데도 애를 쓰고 있다.
박 신부는 그래서 투병 중인 암환자 모두에게, 특히 어렵고 가난한 암환자들에게 항상 문을 열어놓고 있다. 이를 위해 신자, 미신자를 가리지 않고 받아들이는 '100% 무료 시설'을 지향한다.
"무료라고 하면 다들 안 믿는데, 투병 중인 이들에게 삶의 희망과 용기를 줄 수 있도록 하려는 취지에서 만든 시설인 만큼 최선을 다해볼 작정입니다. 이왕 퍼주는 것, 퍼줄 수 있는 데까지 퍼주겠습니다." 오세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