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 날의 동학의 목소리
동학농민운동 - 최시형의 유언
누가 해월에게 물었다. "개벽이 언제 이루어지리이까?"
해월은 말했다. "산이 검어지고 길에 비단이 깔리고 만국의 병마가 이 땅에 왔다가 물러갈 때니라.“
동학농민운동 - 녹두장군 전봉준의 죽음에 대한 탄식
나를 죽일진대 종로네거리에서 목을 베어 오고가는 사람에게 내 피를 뿌려주는 것이 가할진대 어찌 컴컴한 적굴 속에서 암연히 죽이는가?
때가오니 하늘과 땅이 다 힘을 합치는데 운이 가니 영웅이라도 어찌해볼 도리 없다.
나라위한 붉은 마음 그 누가 알리 교수대에서 헛되이 외로운 넋이 되려는가.
동학농민운동 - 1894년 9월 18일, 동학교주 해월 최시형 기포 명령
경주황오리에 고아로 태어나
가사 여의치 않아 배움도 얻지 못하고
이집 저집 머슴살이
영일군 오덕동 제지소에서
종이를 떴다
마북동 검등꼴 화전민 되어
신유년 서른 다섯 살
수운선생님의 가르침을 받았다
하늘님 소리 듣고파서
가진 고행 마다하지 않았다
허나나는 들을 수 없었다
하늘님의 소리를
그런데 어느 날 우연히
하늘님의 소리를 들었다
그냥 지나가는 사람에게서
옳다 사람의 소리 곧
하늘의 소리구나
그때부터 천지가 열렸다
나는 쉬지 않고 일했다
자나 깨나 도인들의 고통을 나누며
죽도록 일했다
평생토록 보따리하나
걸머지고 조선팔도 도바리
아니 도망 다닌 곳이 없었다.
그래서 얻은 별명
최 보따리
그 보따리엔 하늘님이 계셨다
이제 나는 그 보따리를
불사르고자 한다.
개 같은 왜적 놈 총부리 앞에
불사르고자 한다.
이게 나의 천명이요
이게 너의 천명이다
나 너에게 이르노니
나는 이제 가노라
천명을 다하고
허나 나는 말한다.
너는 너는
높이 날으고
멀리 뛰어라
너는 너는
높이 날으고
멀리 뛰어라
동학농민운동 - 전봉준의 제 2차 기포 명령문
이 땅의 살아있는 동포에게 포고한다. 우리는 왜놈을 이 땅에서 축멸(逐滅)코자 다시 기포한다! 관민을 불문하고 우리의 창의에 합세하는 것은 충의(忠義)요 이반하는 것은 반역(反逆)이다. 충의지사(忠義之士)는 모두 삼례역으로 모여라.
동학농민운동 - 백산격문(白山檄文)과 농민군 4대 행동강령
우리가 의(義)를 들어 여기에 이름은 그 본의(本義)가 결단코 다른데 있는 것이 아니요 창생을 도탄에서 건지고 국가를 반석위에 두고자 함이며, 안으로는 탐학한 관리의 머리를 베고 밖으로는 횡포한 강적(强敵)의 무리를 축멸 코자 함이라. 양반과 부호 밑에서 고통 받는 민중들과 방백수령(方伯守令)밑에서 굴욕당하는 소리(小吏)들은 우리와 같이 원한이 깊은 자라. 조금도 주저치 말고 이 시각으로 일어서라. 만일 이 기회를 잃으면 후회하여도 미치지 못하리라.
첫째, 함부로 사람을 죽이지 말고 가축을 죽이지 마라!
둘째, 충과 효를 다하여 세상을 구하고 백성을 편안케 하라!
셋째, 왜놈을 몰아내고 나라를 깨끗이 하라!
넷째, 군사를 몰아 서울로 쳐들어가 권세 있는 자들을 모두 박멸한다.
동학농민운동 - 사발통문과 녹두장군 노래
사발통문
낫네 낫서 난리(亂離)가 낫서
에이참 잘 되뒶지
그냥 이대로 지내서야
백성이 한사람이나
어듸 나머 잇겟나
첫째, 고부성을 격파하고 군수 조병갑을 효수할 사.
둘째, 군기창과 화약고를 점령할 사.
셋째, 군수에게 아첨(阿諂)하여 인민을 침어(侵漁)한 탐리를 격징(擊懲)할 사.
넷째, 전주영(全州營)을 함락하고 서울(京師)로 직향할 사.
녹두장군 노래
새야 새야 녹두새야
웃녁새야 아랫녁새야
전주고부 녹두새야
함박쪽박 열나무 딱딱
동학농민운동 - 고종의 회유문
관리의 탐학과 살상은 내 반드시 엄하게 징치하리라. 세상에는 대의가 있는 것이요, 조정에는 명분이 있는 것이다. 어찌 진을 치고 기를 꽂아 창의라 내세우며 대의를 어지럽히는가? 너희들은 모두 양민이니 각각 집으로 돌아가 업에 편하라. 그리하면 내가 그대들의 소원을 펴게 하리라.
동학농민운동 - 최시형의 통유
묵은 밥은 새 밥에 섞지 마소서.
묵은 음식은 반드시 끓여 드소서.
침을 뱉지 말며, 뱉거던 반드시 땅에 묻으소서.
노변에서 대변을 보았으면 파묻고 가소서.
물을 끓여 먹고 구정물은 아무데나 버리지 마소서.
집안과 내 몸을 하루에 두 번 씩 청결히 닦으소서.
그리고 춘추로 이회씩 정기적으로 사십구일기도를 하소서.
동학농민운동 - 수운이 대구감영에서 해월에게 준 글
燈明水上無嫌隙
柱似枯形力有餘
吾順受天命
汝高飛遠走
등불이 물위에 틈 없이 밝았다
기둥은 죽어 말랐으나 오히려 힘이 있나니
나는 하늘님의 부르심을 받겠노라
전봉준의 공초 사료
법무아문(法務衙門) 대신(大臣) 서광범(徐光範)과 전봉준의 독대
공초사료(供草史料)중에서
서광범: 네 이름이 무엇이냐?
전봉준: 전봉준(全琫準)이다.
서: 전명숙(全明淑)이라는 자는 누구냐?
전: 명숙은 나의 자(字)다.
서: 전녹두는 누구냐?
전: 사람들이 나를 그리 부른다.
서: 왜 난을 일으켰으냐?
전: 어찌하여 날보고 난을 일으켰다 하느냐? 작란(作亂)을 하는 것은 바로 왜놈에게 나라를 팔아먹고도 끄떡없는 부패한 너희 고관들이 아니냐?
서: 관아를 부수고 민병을 일으켜 죄 없는 양민을 죽게 한 것이 난이 아니고 무엇인가?
전: 일어난 것은 난이 아니라 백성의 원성이다. 민병을 일으킨 것은 기울어져가는 나라를 구하고자 함이요, 백성의 삶에서 폭력을 제거코자 했을 따름이다.
서: 그리하면 지방의 방백수령을 혼내주면 됐지 왜 서울에 입성 코저 했는가?
전: 국체를 무시하고 궁궐을 침범한 왜놈들을 응징코저 한 것이다.
서: 그럼 서울에 살고 있는 외국인을 다 내쫓고자 했는가?
전: 아니다. 외국인은 통상만 하면 되는 것이다. 헌데 왜놈들은 군대를 주둔시켜 나라를 집어삼키려 하고 있다는 것을 그대들은 아직도 모르고 있단 말이냐? 어찌 뿌리가 썩었는데 가지를 친다함이 의미가 있을손가?
서: 너는 동학의 괴수(魁首)냐?
전: 나는 의를 펴고자 일어났을 뿐이다. 동학의 괴수라 함은 가당치 않다.
서: 동학엔 언제 입당하였느냐?
전: 삼년전이다.
서: 왜 입당하였는냐?
전: 사람의 마음을 지키고(守心) 하늘님을 공경하는 것(敬天)을 가르치기 때문이다.
서: 동학의 주의(主意)가 무엇이냐?
전: 보국안민(輔國安民)이다.
서: 그렇다면 그대는 하늘님을 공경하는 것 보다는 보국안민이라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 동학이라는 조직을 이용한 것밖에 더 되느냐?
전: 동학은 본시 우리 해동 조선 땅에서 일어난 것이며 그 도학(道學)에 종교와 정치의 구분이 있을 수 없다.
서: 송희옥(宋喜玉)을 아는가?
전: 면식은 있을지 모르나 나는 그 자를 알지 못한다.
서: 송희옥이 전라일도 도집강(都執綱)이요 너의 가까운 친척이라는데도 알지 못한단 말이냐?
전: 그는 본시 부랑자로 홀왕홀래했을 뿐 나는 그를 알지 못한다.
서: 송희옥의 기서(奇書)에 의하면 너의 재차 기포는 국태공(國太公) 대원군과의 밀약에 의한 것이라는데 그것이 사실이냐?
전: 어찌 척양척왜가 대원군 한사람의 주장일까 보냐? 그것은 만백성이 원하는 바이다. 내 창의문에 써 있는 몇 구절로써 그런 억측을 일삼는 것은 참으로 가소로운 일이다 대원군은 우리의 의거가 해산되기만을 효유했을 뿐이다. 우리의 의거는 대원군과 하등의 관련도 없다.
서: 너는 대원군을 서울 운현궁에서 만난 적이 있다는데?
전: 유언비어일 뿐이다. 나는 대원군을 만난 적이 없다.
서: 동학에 남접 북접이 있다는데 그 구별은 무엇이뇨?
전: 그것은 호남과 호서의 지역적 구별일 뿐 동학이 두개인 것은 아니다. 동학은 삼십년 전 경주에 살던 최제우(崔濟愚)로부터 시작하였고 동학의 모든 접주는 최법헌(崔法軒)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최법헌이 팔도(八道)의 접주의 직책을 총괄한다.
서: 최법헌이 누구인가?
전: 해월 최시형이다. 이름은 최경상이다.
서: 그럼 너도 기포의 허락을 최법헌으로부터 받았는가?
전: 진리를 펴는데 무슨 허락이 필요한가? 충의(忠義)란 본심(本心)이다. 그대 발 등에 불이 떨어졌는데 그대는 그것을 허락을 받고 치우겠는가?
서: 최법헌을 언제 처음 만났는가?
전: 작년 춘삼월 보은 장내리에서 였다.
서: 그때 그대는 거기서 무엇을 했는가?
전: 나는 그 대집회에 참석한 전라도 도인들의 식량을 운반하는 운량도감의 책임을 맡았으며 또 금구 원평집회를 주도했다.
동학농민운동 사료 : 자성록의 서문
우리나라 조선은 여장 이성계가 고려의 명을 갈아세운 나라다. 맹자 이래 소위 혁명이라 말한 것이 바로 이를 일컬음이다. 남의 명을 갈았다 하는 것은 바로 자기의 명이 다시 갈릴 수 있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므로, 그 명은 부단하게 새로워지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시경』에서 "기명유신"(其命維新)이라 한 것이 바로 이것이다. 대저 명은 하늘에서 오는 것이지만, 하늘은 곧 민을 뜻함으로 명은 곧 백성의 명이다. 즉 다스리는 자가 백성의 마음을 듣지 못하면 하늘의 명도 끊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명을 갈아야하는 것이다.
내가 판단컨대 조선은 이미 하늘의 명을 스스로 새롭게 할 수 있는 능력을 잃어버렸다. 조선조의 건립은 고려의 귀족적 지방분권제의 난맥상을 청산하고 통일된 사대부 관료체제에 의한 중앙집권제의 확립을 의미하는 것이었으니 양반관료정치를 가능케 한 과거제야말로 그 제도적 핵심이었다. 이러한 제도는 초기에는 긍정적 의미를 지녔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경직되고 폐쇄되어 백성의 삶을 대변하지 못하고 문벌의 작은 이권싸움의 수단으로 전락했을 뿐이니 권력의 타락은 극에 이르렀도다.
사는 민에 의하여 먹이어지는 자임으로 민에 의하여 부리어지는 것이 마땅한 사리임에도 불구하고 사는 민을 부리고 지배 할려고 만하며 그들의 삶의 요구를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사가 이와 같이 민을 외면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우리나라의 중앙관료체제를 유지시키고 있는 조세제도에 큰 결함이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우리나라 양반은 처음부터 면세계급이었으며 그 관록이 전지로 세습되어 그 본래적 유동성을 상실했다는데 있다. 과거란 결국 면세 집단에 한 다리 끼기 위한 특권쟁취의 수단이외의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리고 조세와 공물의 유통방식의 결함은 상인계급의 자연발생을 철저히 봉쇄시켰고 따라서 화폐경제는 발전할 수 없었다. 이렇게 상업이 발달치 못한 결과로 농민의 조세부담만 가중되어갔고 양반계급자체가 빈궁화 되어갔을 뿐이다. 이것이 곧 삼정의 문란이라는 참상을 초래한 이유며, 민생이 극빈상태에 도달하게 되자 백성은 도처에서 민란을 일으켜 자신의 의로움을 주장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니, 조선조의 명은 그 수가 다했다고 말할 수 있지 않겠는가? 더우기 지방관리인 향리에게는 아무런 봉록을 주지 않았으니 이는 백성을 적당히 갈취하여 먹고 살라고 국가가 보장하여 준 셈이다. 이들의 횡포는 차마 눈을 뜨고 볼 수가 없으니, 이도 그들을 나무라기 전에 우리나라의 제도적 결함을 반성해야 할 것이다.
아아! 슬프다! 이 땅의 식자는 보아야 할 것을 보지 않고 말해야 할 것을 말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보고 말해야 하는 모든 것이 자기 자신의 특권을 포기하는 자기 부정으로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다. 오늘의 민폐를 구원하는 길은 오로지 양반에게서 조세와 공물 부역의 특권을 박탈하고 사농공상의 평등을 구현하는 대동사회의 이상을 실현하는 것이다. 사민은 제각기 가지는 고유한 공능을 다할 뿐인즉 신분적 고하에 의하여 규정될 수 없는 것이다. 인성의 고귀함은 사민의 모든 인간에게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다산과 같은 석학도 『목민심서』속에서 현 체제의 개선을 논했을 뿐 현 체제의 개혁을 논하고 있질 않다. 행정상의 방법만을 이야기할 뿐 양반계급의 특권을 제약시킬 생각을 하지 않는다. 오늘은 혁명의 시대다. 혁명이란 주어진 제도내의 국부적 개선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제도자체를 개혁하는 개제를 말하는 것이다. 이것은 곧 대동의 실현이며 민권의 실천이다.
나의 생각이 이 시대에 이해되기에는 너무도 원대하고 근원적이어서 고독과 비관의념을 금할 수 없다. 허나 하늘은 우리민족의 염원을 결코 외면치 않을 것이다. 곧 사민평등의 새 시대가 도래 할 것임을 나는 예감한다. 그러나 지금 나의 생각을 펴기에 부족감을 절감한다. 후세에 반드시 내 뜻이 이루어질 것을 확신하며 스스로를 반성한다는 뜻으로 자성록이라 이름하여 후생의 귀감으로 삼고자 하노라.
김남주 시인, <황토현에 붙이는 노래 녹두장군을 추모하면서>
한 시대의
불행한 아들로 태어나
고독과 공포에 결코 굴하지 않았다
암울한 시대 한가운데
말뚝처럼 횃불처럼 우뚝 서서
뭇 백성의 아픔을
온몸으로 한 몸으로 껴안고
피투성이로 싸웠다
뒤따라오는 사람들을 위하여
승리 없는 투쟁
어떤 불행 어떤 고통도
결코 두려워하지 않았다
누구보다도 이 시대를
정열적으로 사랑하고
누구보다도 이 시대를
격정적으로 노래했다
그리고 싸웠다
그리고 사라지련다.
이 시대와 더불어 기꺼이 사라지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