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고 박영재 열사 추모사업회 임미숙 회장
오는 22일은 박영재 열사 10주기가 되는 날이다.
박영재 열사는 통합진보당 부정경선사태 관련해 당원들의 명예 회복과 진상규명을 요구, 통합의 정신으로 돌아와 달라 외치며 2012년 5월 14일 서울 대방동 통합진보당 당사 앞에서 분신했다. 통합진보당의 분열에 문제 제기를 하며, 심상정, 유시민 등에게 통합정신으로 돌아오라고 온몸으로 절규한 것이다.
결국 39일 만인 6월 22일 운명했다. 6월 24일 통합진보당 당원장으로 장례가 치러졌다. 마석 모란공원 민족민주열사 묘역에 안장됐다.
박영재 열사에 대한 민족민주열사 추서는 한참이나 늦게 이뤄졌다. 4년 뒤인 2016년 5월 24일 제25회 민족민주열사·희생자 범국민추모제 행사위원회 대표자회의에서 결정됐다.
오는 19일(일) 오전 11시 마석 모란공원 박영재 열사 묘역 앞에서는 ‘진실한 당원, 참 노동자 박영재 열사 10주기 추모대회’가 열린다. 이번 추모대회의 기조는 ‘승리한 10년. 가자, 진보집권!’이다.
10주기를 앞두고, 박영재 열사 정신을 되새긴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고 박영재 열사 추모사업회 임미숙 회장을 17일 오전 진보당 경기도당에서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임미숙 회장은 진보당 경기도당 사무처장을 맡고 있다. 임 회장과 박 열사는 각별한 동지관계다. 임 회장이 통합진보당 수원시위원회 위원장으로 출마할 때 박 열사가 부위원장으로 같이 출마했다. 당시 박 열사는 부위원장을 하면서 노동위원장이기도 했다.
박영재 열사는 2005년에 민주노동당에 가입해 통합진보당으로 이어지며 7년 정도 당생활을 했다.
다음은 임미숙 회장과의 일문일답.
-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박영재 열사를 잘 모르는 분들도 계시다. 소개를 부탁드린다.
우리가 박영재 열사를 부를 때 ‘진실한 당원 참 노동자’ 박영재 열사라고 부른다.
먼저 ‘진실한 당원’이라는 데는 정치적 의미가 담겨 있다. 당원은 자신이 꿈꾸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정당에 가입해 활동하는 사람이다.
박영재 열사는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을, 통합진보당을 깨끗한 마음으로 사랑한 진실한 당원이다.
예를 들어, 우리 당 후보를 선거에서 당선시키기 위해 안 가던 식당에서 밥도 먹고, 안 다니던 교회를 다니기도 했다.
박영재 열사 약력 중에 서수원분회 부분회장 경력이 있다. 수원시의회 윤경선 의원의 선거구이다. 윤 의원이 달고 있는 금배지에는 박영재 열사의 손때가 묻어 있는 셈이다.
박영재 열사가 당에서 높은 직책을 맡은 것도 아니다. 진보정당에 대한 마음과 정성, 그것이 제일 중요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
- 그럼 ‘참 노동자’라는 데는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가?
두 가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먼저, 참 노동자라고 하면 자기가 노동자임을 깨닫고 노동자의 처지와 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나서는 노동자를 말한다. 이를 위해 노조를 결성하기도 하고 노동운동에도 나선다. 대표적인 예가 전태일 열사일 것이다.
다른 하나는, 박영재 열사는 노동자의 삶을 변화시키기 위해 노조 활동에서 멈추지 않았다는 점이다. 진보정당을 통해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이루어내려고 했다. 진보정당의 집권을 위해 목숨을 바치신 것이다.
그래서 ‘참 노동자’이다.
- 진보정당운동 선상에서 박영재 열사의 의미가 남다를 듯하다.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박영재 열사는 통합진보당의 분열에 문제 제기를 하며, 심상정, 유시민 등에게 통합의 정신으로 돌아오라고 외치며 분신하셨다.
지난 6.1 지방선거에서 전국적으로 녹색당, 정의당, 진보당 등 진보정당이 합심해 진보단일후보를 냈다.
그 진보단일후보에 박영재 열사가 외쳤던 통합의 정신의 맥이 흐르고 있다고 생각한다. 박영재 열사가 외쳤던 통합의 정신이 지금의 진보정당운동에 있어서도 중요한 의미를 띠고 있는 것이다.
- 지난 10년 동안의 추모사업회 사업에서 특별히 기억할 만한 사업이 있다면?
지난 8주기까지는 추모제를 지냈고, 작년 9주기에는 추모대회로 바꾸었다. 올해도 추모대회로 진행한다.
추모제와 추모대회 모두 ‘내가 박영재 열사다’라는 내용에 있어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의미에 있어서는 조금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이제는 ‘고 박영재 열사 추모사업회’가 아니라 ‘고 박영재 열사정신 계승사업회’로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7주기 추모제를 앞두고는 수원역에서 영등포역을 거쳐, 옛 통합진보당 당사까지 박영재 열사의 마지막 길을 따라 걷는 행사를 진행했다. 그 전에는 감히 엄두를 못 냈다. 박영재 열사가 분신한 그 자리에 간다는 것을 말이다.
2018년 윤경선 수원시의원을 당선시키고 2019년 7주기 추모제를 앞두고 걷기 행사를 진행한 것이다. 윤 의원 당선은 박영재 열사가 시킨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박영재 열사의 마지막 발자취를 따라 수원역에서 영등포역까지 기차도 타고, 영등포역에서 옛 통합진보당 당사까지 걸어도 보았다. 박영재 열사는 이 길을 걸으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분신 장소에서는 마치 박영재 열사와 같이 있는 듯했다.
참여한 한 사람 한 사람이 박영재 열사과 교감하면서 그 정신을 배우는 시간이었다.
- 이번 추모제의 기조가 ‘승리의 10년. 가자, 진보집권!’이다. 그 의미는 무엇인가?
‘승리의 10년’에서 ‘승리’라는 의미는 진보당이 제대로 힘을 모아 지난 6.1 지방선거에서 전국적으로 성과를 냈다는 의미이다.
박영재 열사가 돌아가신 후 통합진보당을 사수하고 동지를 지키는 피나는 과정이 있었다. 통합진보당은 진보당으로 이어졌고, 이석기 의원은 감옥에서 나왔다. 많은 당원들이 현장에서, 지역에서 정말 힘겹게 투쟁한 성과가 나타난 것이다.
‘가자, 진보집권!’에는 이제 앞으로 나아가자는 의미가 있다. 앞으로 10년 안에 진보집권을 이뤄내자는 염원을 담았다.
- 이번 10주기 추모대회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이번 추모대회에서는 박영재 열사를 재조명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난 10년은 망각과의 투쟁이었다. 제대로 기억해 내기 위한 투쟁이었다. 지난 10년의 과정을 되새기면서 추모사업회가 나아갈 방향을 정립하는 것이 한 축이다.
이번 10주기 추모대회에서는 3명이 추모사를 할 계획이다.
과거의 통합진보당 안동섭 사무총장과 현재의 진보당 김재연 상임대표가 추모사를 한다. 통합진보당에서 진보당으로 진보정당의 맥이 이어지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3선 당선’ 윤경선 진보당 수원시의원이 추모사를 한다. 진보정당을 통틀어 수도권 최초 3선 기초의원이다.
추모대회를 준비하면서 마음이 좀 뿌듯하다. 지나온 10년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10년을 상상하는 것이다.
- ‘박영재 열사 평전’ 출판을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다.
그렇다. ‘박영재 열사 평전’은 한 노동자의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될 것이다.
15세의 나이에 버스 차장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했다. 방송통신대학교를 다녔다. 민주노동당을 만나고 삶이 바뀌었다.
40대 초반, 그리 길지 않은 한 노동자의 삶의 이야기를 담으려고 하는 것이다.
박영재 열사를 생각하면 눈물부터 난다. 하지만 눈물의 의미가 좀 달라졌다.
이전에는 안타깝고 한스러운 눈물이었다. 이제는 좀 담담해진 듯하다. 박영재 열사의 정신을 어떻게 계승해 나갈 것인지를 먼저 생각하게 된다.
지금 박영재 열사를 생각하며 흘리는 눈물은 ‘전진의 눈물’이라고 할까! 이전의 눈물과는 확실히 다른 듯하다.
박영재 열사는 지금도 늘 우리와 함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10년 안에 진보집권을 이뤄낸다면 그때 가서야 비로소 박영재 열사를 제대로 재조명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진보정당이 집권해야 박영재 열사는 온전히 재조명될 것이다.
-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지나온 10년, 박영재 열사가 많은 역할을 해주셨다. 그리고 앞으로 가야 할 10년에도 박영재 열사가 많은 역할을 해주실 것이다.
박영재 열사가 꿈꾸었던 자주 민주 통일 세상, 당원들에게 당부했던 자주 민주 통일 세상을 실현하기 위해 반드시 진보집권을 이뤄내야 한다.
다가올 2024년 총선은 진보당이 자력으로 원내 진출을 이뤄내는 진보정치의 원년이 될 것이다.
해낼 수 있다. 멈추지 말고 쉼 없이 나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