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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우스워보여?] 안홍란
S#1. 프롤로그 (낮)
암실.
동규,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두리번거린다.
이때 문 열리는 소리와 함께 문틈으로 들어오는 한줄기 빛.
동규, 놀란 얼굴로 보면
복면 쓴 검은 사내가 뚜벅뚜벅 걸어오더니 동규의 머리에 총을 겨냥한다.
놀란 나머지 멍 때리는 동규, 그리고 방아쇠를 당기는 복면!
(E) 탕!
탕! 탕! 내리치는 법봉.
헉! 하며 눈을 번쩍 뜨는 동규. 서류에 적힌 ‘10개월’에 침이 뚝 떨어진다.
카메라 빠지면, 어느 법정 검사석에 앉아있는 동규다.
판사 (한심한) 검사, 최후 진술 하세요.
허둥지둥 침 묻은 서류를 들고 일어서는 동규.
피고인(‘나꼼수’의 김어준 느낌)을 슬쩍 보고
청와대 1인 나체시위 사진을 가리킨다.
동규 에... 이 사진을 보십시오. (서류를 그대로 읽는) 피고인 나공수는 패소 판결에 항의해 불법시위를 벌이고, 청와대를 향해 노상방뇨를 저질렀습니다. 뿐만 아니라, 근거 없는 막말로 여론을 선동했습니다. 이는 엄중한 사법부와 국가를 조롱한, 명백한 범죄인 것입니다. 이런 피고인 나공수에게 징역... (실눈으로 자세히 본다)
<인서트> 침에 번져 ‘1개월’로 보이는 ‘10개월’
동규 (뭔가 이상하지만) 징역.... 1개월을 구형합니다.
순간, 판사와 피고인 측 뜨악하고. 방청객들은 멍하거나 웅성웅성..
시간경과.
피고인 측 자축하고, 방청객들 동규에게 비웃음을 날리며 나간다.
힘이 쭉 빠진 채 텅 빈 법정을 둘러보는 동규에서
타이틀 백 ‘내가 우스워 보여?’
S#2. 동규의 검사실 (낮)
고개를 푹 숙이고 앉아 있는 동규.
차장검사, 동규를 한심하게 내려다본다.
차장 아니, 써준 대로 읽는 것도 못해? 10개월하고 1개월하고 구별도 못하냐고?! 대체 할 줄 아는 게 뭐야?!
동규 그게 하필이면 침이 거기 똑 떨어져가지고....
차장 침~?... 누굴 탓하겠나. 백전백패 자네한테 맡긴 내가 미친 거지. (획 나가며) 어떻게 그 아버지에 저런 자식이 나왔는지 원...
김계장,직원 (안됐다는 듯 동규를 본다)
동규, 품 안에서 봉투를 꺼내 보면 사. 직. 서.
S#3. 동규 집 주방 (밤)
<인서트> 거실 벽에 걸린 법관들의 사진.
맨 끝 제왕 같은 살벌한 사진에서 오버랩 된 동규부, 밥 먹고 있다.
동규와 영규도 묵묵히 먹는다.
영규 얘긴 들었다. 재판 중에 졸았다구?
동규 (동규부 눈치를 보는) 아니, 그게 아니고 잠시 생각 좀 하느라...
영규 그나마 그 자리가 왜 멀쩡한 줄 아냐? 그게 다~ 아버지 덕으로,
동규부 (O.L 카리스마 작렬) 밥이나 먹자.
영규 ....
동규 (식탁 밑으로 사직서를 만지작거리는) 저...
영규 아버지, 한국당 정대표가 내년 총선에 공천을 제안한다는데....
동규부 (찌릿) 정치는 안 된다 했을 텐데. 우리 집안은 대대로 법관 집안이다. 판검사 때려치고 변호사까진 허락했지만 그 이상은 안 돼!
영규 아니, 저 말고 아버지요.
동규부 (띵..... 국을 후루룩 마시다가 사래 기침을 미친 듯이 하는)
동규 (사직서를 얼른 넣고 물 따라 주느라 정신없다)
S#4. 어느 식당 룸 (밤)
고등학교 동창회.
동규, 들어오면 ‘어이, 한동규’, ‘야~ 얼굴 보기 힘들다’,
‘대한민국 검사가 얼마나 바쁜데’ 등등 반갑게 맞이하는 분위기.
동규 (어정쩡하게 인사 받으면서 누군가를 찾는) 근데 창호는 안 왔냐?
동창1 넌 어째 창호만 찾냐? 안 와, 안 와. 걔 어디서 뭐하는 지 아무도 몰라. 야, 앉어라. 검사님한테 술이나 한 잔 따라보자.
동규 (실망한) .....
S#5. 동 룸 밖 (밤)
동규, 문을 닫고 몇 걸음 걷는데 룸 안에서 들리는 소리.
동창1(E) 야~ 저 자식이 검사가 될 줄 누가 알았겠냐?
동창2(E) 그래도 집안은 빵빵하잖아. 형은 신화로펌 수석이라며?
동창3(E) 그래봤자 꼴통은 영원한 꼴통이거덩.
재미있다는 듯 낄낄거리는 동창들.
동규, 그다지 심각하지 않게 심드렁할 뿐.
S#6. 달리는 버스 안 (낮)
운전석 바로 뒤에 앉아있는 동규.
창밖으로 머리를 쑥 내민 채 바람과 하늘을 만끽하고 있다.
기사 (느물느물 타이르는) 아저씨... 그러면 안돼요...
동규 아, 죄송합니다. (하며 머리를 빼는 척하더니 눈까지만 걸친다)
이때, 신호에 걸리는 버스. 동시에 동규 옆으로 나란히 서는 오토바이.
오토바이 뒤엔 ‘구두 불패’란 깃발이 펄럭인다.
동규, 의아하게 운전자를 보면 헬멧을 쓴 유니다.
동규 (감탄) 오... 구두 불패...
유니 (무심코 동규를 본다)
동규 (씩 웃어준다)
유니 (무시하고 앞을 본다)
신호 바뀌면, 오토바이 먼저 쌩하니 출발하고. 버스 뒤따른다.
동규, 오토바이를 쫓느라 고개를 쑥 내미는데..
기사 (화는커녕 그냥저냥) 아저씨... 자리 많은데 왜 여기서 그러세요.
보면, 동규 뒤로 텅 빈 버스 안.
냉큼 바로 앉는 동규, 맨 앞자리에 앉은 모습이 아이처럼 천진난만한데..
법원 정차 방송이 나오면 허둥지둥 뒷문으로 간다.
S#7. 검찰청 앞 (낮)
학교 가기 싫은 아이마냥 검찰청을 바라보는 동규.
컨테이너 구둣방을 지나다가 살짝 열린 구둣방을 돌아본다.
동규, ‘어?’ 하다가 그 옆에 세워진 오토바이와 깃발을 보고.
동규 구두불패? (구둣방을 의아하게 본다)
S#8. 컨테이너 구둣방 안 (낮)
의아한 동규의 얼굴, 보면 유니가 구두를 닦고 있다.
동규, 1평 남짓 좁아터진 공간에 멀뚱하게 서서 유니를 내려다본다.
동규 여기 아저씨 어디 가셨어요? 문은 언제 다시 열었대요?
유니 (슬쩍 보고 닦는) 이제 제가 주인인데요. 참고로 구두만 닦습니다. 수선은 안 해요.
동규 아쉽네. 아저씨랑 작별인사도 못했는데..
유니 (멈칫하다가 닦는) 그래서 닦을 거예요, 말거예요?
동규 (냉큼 앉는) 닦아야죠.
동규, 구둣방 안을 유심히 살펴보며.
동규 이런 거 할라면 어디서 배워야 돼요? 학원에 다녀야 되나?
유니 (무시하고 닦기만 하는)
동규 오늘 보니까 참 괜찮네. 누구 눈치 안 봐도 되고, 슥슥 닦다가 배고프면 짬뽕이나 시켜먹고... 졸리면 낮잠 한숨 자고 (하는데)
유니 (보는) 구두 닦는 게 우스워 보여요?
동규 에? (유니의 맨얼굴을 멍하게 보다가) 아! 아니, 그게 아니고, 나도 장사나 한번 해볼까 해서...
유니, 동규 가슴 팍 보고 피식 웃는다. 보면, 누런 검사배지.
동규 (유니 시선 따라 검사배지 본다)
유니 주세요.
동규 (검사배지 만지며) 이거요?
유니 아니, 구두요.
동규 아! (하며 구두 벗는, 고개 돌려 냄새 킁킁 맡고 준다)
S#9. 은행 건너편 (낮)
은행을 바라보는 남자(창호)의 뒷모습, 염색약이 묻은 작업복 차림이다.
S#10. 구둣방 안 (낮)
동규 앞에 놓인 반짝거리는 구두.
동규, 구두를 신기는커녕 TV 아침 드라마에 빠져 있다.
유니 오천 원이요.
동규 (TV만 응시한 채 감동 먹은) 오천 원....
이때, 아가씨 들어와 동규 옆에 앉는다.
아가씨, 동규의 감동모드에 불편하고 어이없다.
유니 오천 원입니다~. (하며 나가라는 턱짓한다)
동규 이것만 보고 가면 안 될까요?
아가씨 (짜증난) 다음에 올게요. (하고 나간다)
유니 (TV 확 끄고 손바닥 내미는) 오천 원.
동규, 하는 수 없이 지갑 꺼내 보면 현금 땡전 없다.
눈치를 살피면서 슬그머니 내미는 카드.
유니 (구두닦이 천을 툭 놓는) 이 아저씨가 진짜.
동규 (움찔)
S#11. 은행 안 (낮)
CD기에 줄을 서는 동규.
은행 풍경을 슥 훑어보다가 구두를 기분 좋게 내려다보는데..
순간, 사람들의 비명!
동규 놀라서 보면, 대출창구 직원(정민)에게 총을 겨누고 있는 복면강도!
사색이 된 대출 직원, 돈다발을 들이밀고..
사람들은 엎드리거나 도망가느라 정신없고..
동규는 나가려다 사람들과 엉켜서 허우적대는. 난장판 그 자체.
순간, 검사배지가 아줌마 손에 뜯겨 툭 떨어진다.
아줌마와 눈이 마주친 동규, 배지를 주우려는데 사람들에게 밟히는 이리저리 배지이고. 어느 발에 채여 문밖으로 또르르 굴러간다.
동규, 에라 모르겠다 도망친다.
S#12. 은행 밖 (낮)
비명을 지르며 뛰쳐나오는 사람들. 휴대폰으로 신고하는 사람, 각양각색..
동규, 미친 듯이 뛰쳐나오는 순간 경찰차 사이렌 소리가 울린다.
우뚝 서는 동규, 더러워진 구두를 내려다보다가 뭔가를 발견하는데,
보도블록과 블록 틈새로 쏙 들어간 검사배지(꼬챙이로 빼야 할 수준)..
동규, 머뭇머뭇 그냥 간다.
S#13. 검찰청 전경 (낮)
S#14. 검사실 (낮)
책상에 탁 놓이는 조서묶음. 동규, 김계장을 올려다본다.
김계장 이번 사건입니다. 은행털이 현행범이라 구형만 때리면 돼요.
동규 (뜨끔) 은행털이요?
김계장 왜 있잖아요, 요 앞 00은행 강도사건. (자리로 가며) 자식이 뇌가 없는 건지 간이 부은 건지, 어떻게 검찰청 앞 은행을 털어?
동규 (조서를 넘겨보다 의아한)
S#15. 검찰청 복도 (낮)
동규, 뚜벅뚜벅 걸어와 취조실 앞에 선다.
설마 하는 얼굴로 문을 살포시 열고 틈새로 보면,
창호가 수의 차림으로 담담하게 앉아있다.
동규 !
S#16. 고등학교 교실 - 과거 (낮)
동규, 창문 너머 창호를 본다.
<인서트> 수돗가에서 물배를 채우는 창호.
동규, 책상에 펼쳐진 오색반찬 도시락을 보고 다시 창호를 보는데..
순간 뒤통수를 후려치는 정민, 패거리 1,2,3과 함께 동규를 에워싸고.
동규, 늘 그런 양 아무렇지도 않게 뒤통수를 만진다.
정민 어라? 꼴통, 신발 샀네?
보면, 동규의 나이키 운동화.
정민 꼴통, 샀으면 샀다고 형님한테 보고를 해야지, 벗어 봐.
동규 어? 어어.. (일어나 쭈뼛쭈뼛 벗는다)
정민 (갈아 신는) 야~ 딱 맞네. 며칠만 신자. (자기 흰 운동화를 툭 차는) 인심 썼다, 넌 이거 신어.
동규 ....
정민 왜, 싫어?
동규 아아아니... (하며 신는) 좀 작은 거 같은데..
정민 신으라면 신어 새끼야.. 잠깐, 뭐가 빠진 거 같은데...
정민, 실 웃으며 쪼그려 앉더니 흰 운동화에 사인펜으로 뭔가를 쓴다.
한 쪽엔 ‘나는’, 다른 한 쪽엔 ‘꼴’까지 쓰는데.
이때 뒷문 열리고 창호 들어온다. 정민, 창호를 보고 손이 멈칫.
패거리1 뭐하냐? 쓰다 말고?
정민 (망설이는 손끝)
창호 (상황을 잠시 보고 자리에 앉는다)
정민 (그제야 ‘꼴통이다’ 쓰고, 호기롭게) 야, 너한테 이게 딱이다, 딱.
패거리들 낄낄거리며 나가고, 반 아이들도 키득거린다.
동규, 우두커니 서서 흰 운동화를 내려다본다.
점프.
책상에 탁 놓이는 나이키 운동화.
동규 창,창호야....
창호 (가볍게) 왜 그렇게 사냐? (하고 자리로 간다)
동규 (할 말을 잃은 듯 창호를 얼빠지게 본다)
S#17. 취조실 - 현재 (낮)
마주 앉아 있는 동규와 창호.
동규 (반가운) 이창호, 나... 못 알아보겠어? 나, 한동규...
창호 ?
동규 (실망감 스치지만 밝게) 명진고 2학년 8반, 말더듬이 꼴통.
왜 있잖아, 유리창 청소하다 떨어져가지고 청소 무한 면제된 놈...
창호 (무반응)
동규 ..... 나이키 운동화.
창호 (똑바로 본다)
동규 기억나? 야~ 기억나는구나...
창호 ......
동규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
창호 보면 몰라?
동규 아, 그런가... 난 보다시피 이렇게 됐다. 좀 웃기지?
창호 여전하다, 넌.
동규 (멋쩍어서 머리를 긁는) 그렇지 뭐... 물어볼 게 많은데, 뭐 이제 자주 만날 테니까. 히히.
창호 왜? 빼주기라도 하게?
동규 아.. 그건 좀... (하다가) 아! 대신, 내가 좋은 변호사 소개시켜줄까?
이때, 영규 들어온다. 동규, 영규를 보고 의아한데서..
S#18. 취조실 밖 (낮)
놀란 얼굴의 동규.
동규 형이 맡았다고?... 형 비싸잖아..
영규 아, 국선이야. 큰 일 하려면 이런 커리어도 좀 쌓아야지. 야, 형이 이렇게 고생하는데, 동생으로서 뭐 느끼는 거 없냐? (하고 간다)
동규 (뭔가 떨떠름하다)
S#19. 은행 앞 (낮)
보도블록에 쪼그려 앉아 배지를 찾는 동규.
동규 (두더지 마냥 여기 저기 솟으며) 요긴가.. 조긴가.. 헷갈리네..
이때 울리는 동규의 휴대폰 벨. 동규 받는다.
김계장(F) 검사님, 어디십니까.
동규 (계속 찾는) 여기 은행인데, 왜요?
김계장(F) 야.. 별일이네. 벌써 참고인 만나러 가신 겁니까?
동규 (멈칫) 어, 그쵸, 참고인. 제가 참고인 만나러 왔지, 은행에 뭐 찾으러 왔겠습니까? 근데 참고인 이름이 뭐였더라... (사이) 네? 박정민이요? (하며 스윽 일어나 은행을 의아하게 본다)
S#20. 은행 대출창구 (낮)
복사를 하는 정민의 뒷모습. 동규, 살짝 굳은 얼굴로 정민을 본다.
동규 박정민.. 씨?
정민 (돌아보는)
동규 !
정민 어? 이게 누구야? 동규 아냐? (반색하며 다가오는) 야~ 이게 몇 년 만이야? (주변 동료들에게) 내 고등학교 친구, 검사예요, 검사.
동규 (그다지 반갑지 않은 듯 어색하게 웃는다)
S#21. 은행 고객 룸 (낮)
마주 앉아 있는 동규와 정민.
동규 참고인 중에 박정민이 넌 줄은 꿈에도 몰랐다.
정민 나도 그날은 정신이 없어서 있는 대로 진술했는데, 생각해보니까 그 자식 안됐더라. 사정이 얼마나 급했으면 그랬나 싶은 게.
동규 아마, 넌 줄 몰랐을 거야. 나도 못 알아보더라고.
정민 실은 나도 몰라봤어. 솔직히 친했던 것도 아니고, 십 수 년 만에 그것도 그런 상황에서... 경찰서나 가서 알았다.
동규 (이해가는)
정민 네가 다 알아서 하겠지만 친구 좋다는 게 뭐냐? 잘 좀 봐줘라.
동규 그래. (일어나는) 참, 동창회서 들으니까 결혼 한다던데, 날짠 잡았어?
정민 아, 아직.. 곧 잡아야지.
S#22. 검사실 (낮)
CCTV를 보고 있는 동규와 김계장.
<CCTV 화면>
정민에게 총을 겨누고 있는 창호, 복면을 벗고 총을 버리는데서 정지...
동규 뭔가 좀 부자연스럽지 않아요? 갑자기 복면도 벗고 총도 버린 게..
김계장 아무래도 혼자선 통제하기 힘들었겠죠. (증거품 건네는) 이게 사건 당시 복면과 총입니다.
<인서트> 비닐 속에 있는 복면과 총.
동규 (복면을 받고 보는) 너무 안 어울리네요, 이거....
김계장 대체 이번 사건엔 왜 그러십니까?
동규 네?
김계장 아니, 뭐든 대충대충 그냥저냥 하시는 검사님 아니십니까. 미수로 그친 데다 현행범인데 수사할 게 뭐 있습니까.
동규 (윗옷 걸치며) 그럼 전 피고인 만나러 구치소 좀 다녀올게요.
김계장 무슨 검사가 피고인 면횔 가십니까? 그냥 일루 송치하면 되지.
동규 아, 여긴 공기가 나빠서요. (하고 나간다)
김계장 (냄새 킁킁 맡다가 동규를 어이없이 본다)
S#23. 특별 면회실 (낮)
테이블에 펼쳐진 고급 도시락 초밥.
동규와 창호, 창살 없이 마주 앉은 형태다.
동규 (젓가락 쩍 갈라 앞에다 놓아주고) 먹자, 먹으면서 얘기하자.
창호 (반응 없는)
동규 (하나 넣고 우적우적 씹으며 아무렇지도 않게) 은행은 왜 털었어?
창호 폼 나잖아.
동규 폼? 그치, 폼 나지. 근데 조서엔 돈이 필요했다던데?
창호 돈, 안 필요한 사람도 있나?
동규 ..... (초밥 하나를 들이미는) 야, 한 번 먹어 봐라. 이거 엄청 비싼 거야. (눈길도 주지 않자 자기가 날름 먹는) 그럼 총은 왜 버렸어?
창호 계획이 틀어져서.
동규 혹시 정민일 알아보고 관둔 거야?
창호 ......
동규 정민이가 너 걱정 많이 하더라..... 다음 주가 첫 공판이야...
S#24. 구둣방 앞 (낮)
갑자기 쏴아 내리는 비.
동규, 우산 없이 뛰다가 구둣방 안으로 냉큼 들어간다.
S#25. 구둣방 안 + 밖 (낮)
동규, 오천 원을 쑥 내민다. 유니, 자장면을 먹다가 본다.
유니 (돈을 받으며, 혼잣말로) 빨리도 갚네.
동규 비 오는 날은 짬뽕인데..
유니 (먹는데 열중하는) 그래서요?
동규 (냉큼 앉는) 그래서 구두 좀 닦을라구요.
유니 비 오는 날 세차하는 거 봤어요?
동규 (쩝... 들으라는 듯 중얼중얼) 비가 너무 많이 오네, 가야 되는데..
동규, 구석에 있는 우산을 거지처럼 빤히 본다.
유니, 그런 동규를 보고 짜증나는 듯 턱짓으로 가려가란 시늉한다.
동규, 스윽 우산을 집고 나가려는데,
유니 먹고 튀면 절도죄로 고소할 거예요.
동규 .... 저기요, 누가 죄를 졌거든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닌데 그랬다면, 왤까요?
유니 그걸 왜 나한테 물어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닌 사람한테 물어야지.
동규 아~ 그르네~ (쫙쫙 내리는 비를 보며) 그럼 오늘도 많이 닦으세요.
유니 (누구 약 올리나.. 보는)
동규, 우산을 활짝 펴면 창살 반이 나간 병신 우산.
유니에게 어색한 웃음을 짓고는 병신 우산을 쓰고 간다.
그마저 바람이 불어 훅 뒤집어지고.
S#26. 법정 (낮)
각자 자리에 앉아있는 동규와 영규.
동규, 창호가 들어오면 반갑다는 듯 손을 살짝 흔든다.
무시하고 착석하는 창호. 괜찮다는 듯 손을 슬그머니 내리는 동규..
시간경과.
동규 (옹알거리듯 읽는) 피고인 이창호는 범행 당시, 복면을 쓰고 총을 소지한 채 은행에 난입해 은행원 박정민에게 총을 겨누고...
영규 (동규를 한심하게 본다)
S#27. 구둣방 + 밖 (낮)
유니에게 슥 내밀어지는 캐릭터 우산.
유니, 구두를 닦다가 동규를 본다.
유니 내 우산은요?
동규 그게 우산이 접히지가 않아서... 다음에 꼭 갖고 올게요.
동규, 우산을 가지런히 세우고는 마땅히 할 게 없는 듯 어색하다.
동규 (우산을 집어 보는) 야~ 좋네, 좋아. 그림도 예술이고...
(폈다 접었다 하는) 이거 자동예요, 삼단 자동. 뭐냐, 아! 초경량에 녹슬지 않는 알루미늄. 그래서 비싼가..
유니 (손으로 먼지 날리며) 아우 먼지! 갖고 가, 갖고 가!
동규 (냉큼 자리에 놓는다)
시간경과.
어이없어 하는 유니의 얼굴. 동규가 입을 헤 벌리며 졸고 있다.
뒤통수를 쿵.. 쿵 처박다 놀라 깨는 동규.
안 잔 척 문틈으로 고개만 빠끔히 내밀면 동규 시선의 파아란 하늘.
동규 (중얼중얼) 야.... 하늘 참 좋다. 가슴이 탁 트이는 게... 대체 여기만 오면 왜 이렇게 편한 거야? 전생에 구두닦이였나...
유니 (무시하고 여자 구두 굽을 떼려는데)
동규 (보는) 어? 수선 안 한다면서요?
유니 내 구두거든요.
동규 에게... 그럼 진짜 구두 닦는 것만 할 줄 알아요?
유니 구두닦이도 엄청난 기술이 필요한 거거든요? 구두 굽 달은 상태만 봐도 손님 척추는 물론, 몸 구석구석을 알 수 있다구요.
동규 오.... 구두 닦는 건 어서 배웠어요?
유니 ..... 아버지한테서요. 여기 전 주인이 우리 아버지예요.
동규 와, 진짜요? 그럼 아저씬 어디 가셨어요?
유니 구치소에 계세요.
동규 에?... 무슨 죄... 아니, 무슨 일로요?
유니 (굽 떼려고 안간힘을 쓰며) 알면 그쪽이 빼줄 거예요?
동규 그건 좀... 대신, 그건 내가 빼줄 수 있을 거 같은데. 한 번 줘 봐요.
유니 (망설이다가 준다)
동규 (역시 잘 안 되고, 우악스럽게 떼는데 아예 밑창이 나가버린다, 한 손엔 구두, 한손엔 밑창 들고) 어?
유니 (멍하게 구두를 보는)
동규 ..... (순간 냅다 버리고 튄다!)
유니 (나와서) 야! 너, 내 손에 잡히면 죽어~!
S#28. 공장 마당 (낮)
염색소 간판 ‘00염색소’
동규, 허름한 폐공장과 옆에 달린 조그만 집을 본다.
문 앞 널브러져있는 우편물들. 몇 개 들어보면 발신인 모두가 ‘00병원’
동규 ....... 계십니까? (하며 집 도어를 열면 문이 열린다)..??
S#29. 창호의 집 거실 (낮)
동규, 비루한 세간을 둘러본다.
그리고 창호와 연희의 행복한 사진액자들.
동규, 엷은 미소를 띠다가 연희의 독사진 액자를 들어 보는데..
그 언저리에 소형 녹음기가 놓여있다.
순간 부스럭거리는 소리. 인기척을 느끼고 돌아보면
문가에서 콤비처럼 몰래 훔쳐보는 외국인 노동자 둘(자밀과 씽).
동규 (겁먹은) 누,누구세요?!
자밀과 씽 놀란 토끼처럼 도망치고, 동규도 액자를 놓고 튀어 나간다.
액자와 함께 보이는 소형녹음기.
S#30. 논두렁 (낮)
미친 듯이 도망치는 자밀과 씽.
“거기서요! 잠시만요!”를 외치며 쫓는 동규.
동규, 다 잡을 듯하다가 제 발에 걸려 논두렁에 떼굴떼굴 구른다.
그제야 돌아보는 자밀과 씽, 겁을 더 집어먹고.
자밀 우리 불법체류자 아닙니다! 공장 사람입니다! 나쁜 사람 아닙니다!
동규 (머리에 볏짚 지푸라기가 잔뜩 묻은 채 보는) ?
S#31. 공장 안 (낮)
바닥에 놓인 중국집 음식(자장면, 짬뽕 정도).
동규, 자밀, 씽이 둘러 앉아 먹는다.
동규 (휑한 풍경 보며 우적우적 먹는) 공장은 왜 닫았어요?
자밀 공장 사고 나서 싸장님 다쳤습니다. 그래서 어려워졌습니다.
동규 다쳐요? 어딜 다쳐요?
자밀 (아차) 아, 아닙니다. 이제 다 나았습니다. 그런데, 우리 싸장님 언제 오십니까?
동규 그건 아직.... 저기, 다른 특별한 일은 없습니까?
자밀 싸장님이 돈 구했다고 했습니다. 씽 한테는 걱정하지 마, 집에 보낼 돈은 꼭 줄 테니까, 했습니다. 사모님 수술까지 돈 꼭 필요했습니다.
동규 수술이요?
자밀 사모님 많이 아팠습니다. 1년 넘게 병원에 있었습니다.
동규 그럼 사모님은 지금 어딨습니까?
자밀 얼마 전에.... 죽었습니다.
동규 (순간 목에 턱 걸린) .....
자밀 다음 달 사모님 49재라고 합니다.. 우리 싸장님 언제 오십니까?
씽 (울먹이며 어눌한) 싸장님 보고 싶습니다.
동규 ......
S#32. 달리는 버스 안 (낮)
연희의 독사진을 보며 착잡하게 앉아있는 동규.
자밀(E) 돈은 친구 은행에서 준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수술 못했습니다.
S#33. 은행 일각 (낮)
정민, 난감한 얼굴로 동규를 본다.
정민 실은, 창호가 대출신청한 건 맞는데 승인이 안 난 건 내 잘못이 아니다. 친구랍시고 애는 썼지만 조건이 돼야 말이지.
동규 근데 왜 거짓말 했어? 그날 처음 봤다며?
정민 톡 까놓고 친구사이라면 위에서 날 가만 두겠어? 그것도 그렇고, 창호한테 괘씸죄다 뭐다 붙을까봐 영 꺼림직 하더라고.
동규 그래서?
정민 미안하다 했지. 그 자식도 난처하게 해서 미안하다며 그냥 가더라.
동규 돈이 왜 필요한지는 알고 있었어?
정민 구구절절이 설명하는 놈도 아니고, 그냥 공장사정이 안 좋다던데.
동규 그러니까 대출이 안돼서 은행을 털려고 했다, 그거야?
정민 사정이 얼마나 급했으면 그랬겠어? 그렇다고 난 또 뭔 죄냐?
동규 (이해는 되지만 착잡한) ....
S#34. 면회실 (낮)
또 고급 도시락. 그리고 마주 앉아 있는 동규와 창호.
동규, 연희의 사진을 슥 건넨다.
창호 (대수롭지 않게 보고) 누구야?
동규 (엉덩이 들어 사진을 보는) 어? 제수 씨 사진 아니야?
창호 (!... 사진을 들어 본다)
동규 맞지? 난 또 잘못 갖고 왔는지 알았네.
창호 .....
동규 (조심스럽게) 제수 씨 얘긴 들었다.
창호 !
동규 경찰조사 때 왜 사실대로 말 안했어? 사정 얘길 했으면 정상참작이라도 됐을 텐데.
창호 (피식) 그래서 있던 죄가 없어지냐? 더 이상 귀찮게 하지 마.
동규 ........ 자밀하고 씽이 너 언제 오냐 묻더라.
창호 ........
S#35. 구치소 정문 밖 (낮)
동규, 착잡한 표정으로 터벅터벅 나온다.
S#36. 동규 집 거실 (밤)
TV 뉴스를 보는 동규네 삼부자.
동규 형, 저기.. 이창호 말인데.. 그날 이후로 만나는 봤어?
영규 (TV만 보는) 뭐 하러?
동규 아니, 그래도 (하는데)
이때, 뉴스에서 리드멘트를 하는 앵커.
앵커 얼마 전 흉기를 들고 파출소에 난입한 강도사건을 기억하십니까? 경찰들이 강도를 잡기는커녕 파출소에서 도망을 쳤는데요. 이번엔 은행 강도 현장에서 줄행랑 친 검사가, 인터넷에서 화젭니다.
동규 (눈이 휘둥그레진)
동규(모자이크)가 고객들과 앞 다퉈 줄행랑치는 화면.
아줌마(E) 아니, 자기 먼저 나가겠다고 내 옷을 막 잡아당기는데, 그 남자한테서 검사배지가 떨어지는 거예요. 정말이지 국민 혈세가 아깝습니다. (멀어지는 소리) 근데 그 사람 진짜 검사 맞아요? 생긴 건 기생 오래비처럼 생겨가지고, 다리는 얼마나 빠른지.. (기자 화면 이어지는)
동규부 (멀어지는 소리에서) 저런, 저런! 저런 놈 때문에 공직자들이 욕을 처먹는 거야! 저런 놈은 당장 모가지를 잘라야 돼! 당장!
동규 (모가지 잡고 얼음...)
기자(E) 일명 ‘검사인 볼트’로 화제가 된 이번 사건은, 한 검사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검찰의 현 주소가 아닌지 되짚어보아야 할 문제입니다.
영규 요즘 검사들, 웃기는 놈들 많습니다. (동규에게) 야, 너도 처신 똑바로 해. 집안 망신시키지 말고.
동규 (리모컨으로 채널을 돌리며) 드라마 할 시간인데...
S#37. 구둣방 밖 (낮)
구둣방 TV에 뉴스가 흐르고.
유니, 구두를 닦는데 중년 남자가 내려다보며 씩씩거린다.
동규, 그 광경을 힐끔힐끔 보며 걸어온다.
중년 손바닥 만 한 데서 구두닦이가 뭔 규칙?! 좋은 말할 때 이 세 켤레 닦아서 5층 김택기 검사실로 와!
유니 손바닥 만 하든, 발바닥 만하든 검찰청엔 배달 안합니다.
동규 (동시에 못 본 척 살금살금 지나간다)
유니 (동규 보고) 이봐요, 당신!
동규 (앗 걸렸다! 쭈뼛쭈뼛 돌아서고 씩 웃는다)
유니 (동규 앞에 서서 망가진 구두를 얼굴에 들이밀며) 이거 어쩔 거예요? 어쩔 거냐고오?
동규 그래서 말인데, 사과의 의미로 제가 구두를 배달해드리면 어떨지...
중년 지금 뭐하자는 거야?! 니들 내가 누군 줄 알아?!
동규 아저씨, 아까 택기라고 했죠? 5층이면 나랑 같은 층인데, 새로 오신 계장님이신가 봐요?
중년 택기? 5층? (헉) 아, 나중에 다시 오,오겠습니다. (황급히 간다)
유니 (다 안다는 듯 팔짱 끼고) 이걸로 무마됐다 착각하면 큰 오산예요.
동규 네?
유니 검사는 고스톱으로 땄나, 남의 물건을 파손했으면 배상을 해야죠?
동규 아... 배상.. (순간 뒤춤에서 양손으로 심하게 화려한 구두를 꺼내, 유니 앞에다 탁 놓는) 자, 여기 배상.
유니 (멍...) 이런 걸 어떻게 신어요? 내가 신데렐라예요?
동규 그쵸? 그럴 줄 알고 제가 지금 바꾸러 가는 길이거든요. 그럼 전 이만. (하며 냉큼 구두 드는데)
유니 (구두를 확 낚아채고) 이름이 뭐예요?
동규 (당황한) 왜, 왜왜요?
유니 한 번만 더 내 눈앞에서 튀면, 고소장 날리려구요.
동규 동규요, 한동규.... 그럼 고소인 이름은...
유니 오유니.
이때, 다음 뉴스로 나오는 동규의 모자이크 동영상.
유니 (영상 보고) 검사를 달리기로 땄나, 누구처럼 잘도 튀네.
동규 (헉!.. 냉큼) 그럼 유니 씨, 정신적 보상은 식사로 대신하고 싶은데.
S#38. 굴다리 밑 (밤)
바닥에 놓인 통닭과 소주병. 그 옆에 놓인 신데렐라 구두.
동규, 양반 다리하고 앉아서 닭다리를 뜯고
유니, 벽에다 스프레이로 그라피티를 하고 있다.
동규 거기다 막 낙서해도 돼요? 혹시, 작가?
유니 작가까진 아니고, 미술 했어요. 근데 돈이 안 되거든요.
동규 저기... 아저씬 진짜 어떻게 되신 거예요?
유니 (여기저기 뿌리며) 오토바이 타고 배달하시다가 차랑 부딪혔어요. 근데, 그 차가 재수 없게 높으신 검사나리 차였지 뭐예요.
그날 또 하필이면 그 검사 아들이 대학을 떨어졌대요.
동규 아....
유니 평생 검사들 구두만 닦다가 그 구둣발에 인생 우습게 된 거죠.
동규 근데 왜 아직도 거기서 닦아요? 검사 구두라면 지긋지긋할 텐데.
유니 그런 뭐 같은 검사도 있지만.. (보는) 괜찮은 검사도 있을 거니까.
동규 (빤히 보는)
유니 내 말이 아니라, 우리 아버지 말씀이에요.
동규 아.... 저기요, 제 별명이 뭔 지 알아요? 꼴통이에요, 꼴통. 전~혀 안 믿기죠?
유니 바로 믿기는데요.
동규 (쩝...) 그래서요, 전 친구가 없어요. 근데 이번에 고등학교 친굴 만났거든요. 피고인으로. 그 친구가 글쎄 은행 강도라네.
유니 아~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닌 사람?
동규 그 친구, 어떤 놈인 줄 모르죠? 등록금도 못 내고 다 떨어진 교복을 입고도 늘 당당한 놈이에요, 그 놈이. (혼잣말처럼) 항상 혼잔데도 진짜 멋있었는데..
유니 그 친구가 한 건 확실해요?
동규 네... 저기, 사람이 그렇게 쉽게 변할까요?
유니 그야 모르죠. 그래도 그쪽은 많이 변했네요. 꼴통이 검사가 된 걸 보면.
동규 실은 어쩌다 보니 된 거지, 영 별루예요.
유니 그럼 뭘 하고 싶은데요?
동규 딱히 그런 것도 없고, 할 줄 아는 것도 없고. 있다면.... 구두닦이?
유니 (피식 미소 짓고, 물감을 통째로 뿌린다)
동규 와, 재밌겠다. (하며 벌떡 일어나 다른 물감을 뿌린다)
유니 안 돼! (이씨...) 이거 돈 받고 하는 거란 말이야!!
동규 (헉!... 물감통을 던지듯이 버리고 냅다 튄다)
유니 뭐야, 저거 진짜!
S#39. 검찰청 전경 (낮)
동규(E) (놀란) 뭐라구요?
S#40. 검사실 (낮)
놀란 얼굴로 김계장을 보는 동규.
김계장 아니, 박정민이 교육 갔대서 지금 다른 직원이 조회를 해줬는데, 대출신청을 아예 안한 거 같은데요.
동규 (.... 튀어나간다)
S#41. 은행 안 (낮)
다른 남자직원이 앉아 조회중이다. 동규, 초조하게 기다린다.
직원 맞습니다. 신청내역이 없어요. 승인과 상관없이 전산엔 남아있어야 하거든요.
동규 그럼 신청자가 작성한 서류는요?
직원 안 그래도 찾아봤는데, 없습니다. 담당자 오면 다시 물어보세요.
동규 ..... 그럼, 그달 CCTV 전부 부탁드립니다.
S#42. 검사실 (낮)
텅 빈 검사실에서 CCTV를 확인하는 동규.
<CCTV 화면>
1. 정민이 창호에게 지영을 소개하면, 창호와 지영 서로 인사한다.
2. 창호, 총을 겨누고. 정민과 지영 새파랗게 질려있다.
동규 (여직원에 줌인하고 뭔가 이상한) ........
S#43. 취조실 (낮)
지영, 동규와 마주 앉아있다.
동규 사건이 지나고 얼마 후 다른 지점으로 옮기셨더군요.
지영 이미 경찰 조사에서 진술했는데요.
동규 네, 봤긴 봤는데.. 이창호를 사건 당일 처음 봤다고 적혀있어서요.
지영 그런데요?
동규 아는 사이던데요, 그전에도.
지영 (뜨끔한)
동규 위증죄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하더라구요.
지영 그건 재판에 설 때나,
동규 (O.L) 그럼 재판에 서실래요?
지영 ...... 결혼할 사이였어요, 정민 씨와 난.
동규 네? 그럼 정민이가 결혼한다는 사람이...
지영 지금은 아니에요. 그 일로 파혼했으니까. (하며 표정 어두워진다)
S#44. 은행 대출창구 - 과거 (낮)
정민, 창호를 보고 반색하며 일어나고. 옆 자리 지영이 창호를 슬쩍 본다.
정민 창호! 이창호 맞지?
창호 ?
정민 나야 나, 박정민. 명진고 2학년 8반.
창호 아...
정민 혹시 대출하러 왔냐? 잘 됐다, 인마. 내가 또 대출담당이잖아.
시간경과.
<인서트> 놓여있는 대출서류. 칸에 심하게 벗어난 비뚤비뚤한 글씨.
정민 (들어보는) 야~ 글씨 한 번 멋있다? 근데 돈은 어디다 쓰게?
창호 공장 사정도 그렇고... 실은 (하는데)
이때, 정민에게 다가와 청첩장을 내미는 지영.
지영 청첩장 샘플 나왔어. 이쁘지?
정민 (살짝 당황하고) 아, 인사해. 고등학교 친구. 여긴, 내 약혼녀.
지영 안녕하세요. (하고 자리에 앉는)
창호 (살짝 목례하고, 정민에게) 결혼하는구나. 축하한다.
정민 어... (얼버무리는 듯이) 암튼 딴 데 빠꾸 됐다고 안 될 거 없으니까 나만 믿어. 무슨 일이 있어도 그날까진 입금 될 거니까.
창호 괜히 나 때문에 니 입장 곤란하면,
정민 (O.L) 또, 또. 본사 여신팀장이랑 대학 선후배야. 이미 전혀 문제 없다 했어. 야, 친구 좋다는 게 뭐냐? (서류 보며 웃는다)
S#45. 은행 건너편 - 현재 (낮)
동규, 은행을 멍하니 바라본다.
이때 헉헉... 숨 가쁜 소리. 고개를 획 돌리면, 창호가 미친 듯이 뛰어 온다.
동규를 지나치는 창호에서.
S#46. 은행 - 과거 (낮)
창호, 사색이 된 얼굴로 정민을 본다.
창호 정민아... 돈이... 돈이 안 들어 왔어.
정민 야~ 이거 어뜩하냐. 미안하게 됐다. 일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네...
창호 그게... 무슨 소리야?
정민 위에서 승인을 안 해주는데 난들 어뜩하냐. 딴 데 구할 데는 없고?
창호 지금 장난해?!
정민 바쁘니까 나중에 다시 얘기하자. (하고 자리 뜨는데)
창호 박정민!
정민 (멈칫, 돌아서며) 참, 이창호.
창호 .....
정민 근데 너, 기억 나냐? 옛날에 나 개망신 준 거.
창호 ?!
정민 왜 있잖아, 꼴통 운동화. (하고 씩 웃으며 대출 서류를 찢는다)
S#47. 학교 공터 - 과거, 현재 비전 (낮)
정민이 신은 나이키 운동화.
정민과 패거리 1,2,3 불량하게 쪼그려 앉아 시시덕거리고 있다.
이때, 지나가는 창호를 본다.
패거리1 박정민, 너 아까 저 새끼한테 쫄았지?
정민 그만해라.
패거리2 (흉내 내며) 손끝이 막 떨리던데? 야, 내가 다 써주고 싶더라.
정민 그만하라고, 새끼들아! (하고 한 짝을 벗어 창호에게 던진다)
창호 앞에 툭 떨어지는 운동화.
창호, 멈칫하지만 그냥 간다.
정민, 벌떡 일어나 다른 한 짝을 있는 힘껏 던진다.
창호 등에 퍽 맞고 떨어지는 운동화.
패거리들 오....
창호 (돌아보는)
정민 갖고 와, 새끼야.
창호 (무시하고 간다)
정민, 성큼성큼 가더니 창호 어깨를 확 젖히고 선방을 날린다.
창호, 가뿐히 피하고 정민의 얼굴을 가격한다.
쓰러지는 정민, 피를 슥 닦고 “이 새끼가!” 하며 창호에게 달려든다.
창호, 그대로 정민의 멱살을 잡아채고 벽에 몰아세운다.
패거리2 (벌떡 일어나는데)
패거리1 냅 둬 봐, 구경 좀 하게.
정민 (패거리들을 슬쩍 보고) 이거, 안 놔?!
창호 (더 세게 조른다)
정민 (숨이 턱 막혀 버둥대는, 창호만 들리게끔) 내,내내가 잘못했어. 이거 좀 놔 줘. (하며 패거리들을 본다)
이때, 운동화를 하나 씩 집는 어느 남자의 손. 현재의 동규다.
운동화 두 짝을 내려다보는 동규..
창호와 정민 쪽을 보면 텅 빈 공터이고. 손에 든 운동화도 사라지고 없다.
S#48. 구치소 안 - 현재 (밤)
벽에 기댄 채 착잡한 얼굴의 창호.
S#49. 병실 - 과거 (낮)
침대에 앉아있는 연희, 소형녹음기에 대고 녹음한다.
연희 여보, 나야. 병원에 있으니까 심심해서.. 내 목소리 어때? 이쁘지?... 당신 힘내라고 목소리 들려주는 거야.
S#50. 창호 방 - 과거 (낮)
연희의 영정사진.
창호, 멍하니 앉아 손에 든 소형녹음기를 본다.
연희(F) 여보, 앞으로 다 잘 될 거야. 그러니까 우리 힘내자. 알았지?
녹음기를 꽉 쥐는 창호. 시선을 옮기면 바닥에 놓여있는 복면이다.
창호, 복면을 쓰고 거울 앞에 선다.
복면 쓴 자신과 마주 한 창호의 공허한 눈빛...
거울 속 창호가 그대로 은행에 서 있다.
S#51. 은행 대출창구 - 과거 (낮)
새파랗게 질린 정민과 지영. 창구에는 돈다발이 쌓여있다.
정민에게 총을 겨누고 있는 창호.
창호 하나... 둘...
지영 정...민 씨...
정민 (지영을 멍하니 보고 털썩 무릎을 꿇는) 사,사살려 주세요..
창호 셋. (하고 방아쇠를 장전하는 순간)
지영 제가! 제가 할게요, 인질.
창호 (정민에게) 넌?
정민 저, 저, 저 여자가 간다잖아요.
순간, 정민 이마를 사정없이 누르는 총구!
창호, 방아쇠를 당기기 일보 직전이다.
정민, 애걸의 눈으로 창호를 올려다보는데
창호의 흔들리는 눈빛. 서서히 복면을 벗는다.
놀라는 정민의 얼굴에서.
S#52. 은행 밖 공터 - 현재 (낮)
한 방 맞고 쓰러지는 정민, 동규를 쏘아본다.
정민 뭐하는 짓이야?!
동규 왜, 이번엔 어떤 식으로 갚아줄래? 난 돈도 필요 없는데.
정민 (일어나 먼지를 툭툭 털어내고 실 쪼개는) 꼴통새끼.
동규 .......
정민 대한민국 검사가 사람을 막 치네. 검사 옷 벗고 싶어?
동규 (멱살을 잡는) 너, 내가 우습게 보여?
정민 기억 안나? 너~ 내 밥통이었어. 돈 없으면 열어보는 밥통. (하며 거칠게 뿌리친다)
동규 너 때문에 지금 창호가 어떻게 됐는지 알아?!
정민 그게 왜 나 때문이야?
동규 뭐?
정민 너 때문이잖아. 그 날도 지금처럼 한 방 멕이든가, 맨날 병신같이 굴더니 왜 이제 와서 나서고 그러냐? 너 답지 않게.
동규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해? 그깟 운동화 하나 때문에,
정민 (O.L) 뭔가 착각하나 본데, 니가 그래서 꼴통이라는 거야.
동규 ?!
정민 그깟 운동화?... 지랄하고 있네.
S#53. 교실 - 과거 (낮)
수업이 파한 듯 텅 빈 교실.
동규, 정민의 새까만 맨발을 보고 머뭇머뭇 나간다.
정민, 사물함을 열면 눈에 바로 들어오는 ‘나는 꼴통이다’ 흰 단화.
정민을 보고 있다. 정민, 이를 악물고 쾅 닫는다.
S#54. 버스정류장 - 과거 (낮)
고개를 숙이고 있는 정민, 상처 난 얼굴로 애써 화를 참는다.
여고생들, 정민의 신발을 보며 키득거린다.
보면, 물에 씻은 듯 번져있는 ‘나는 꼴통이다’...
이때, 버스가 서고. 정민 마지막으로 타려는데 누군가에게 툭 밀린다.
정민 놀라서 보면, 패거리 1,2,3이 정민을 비웃으며 버스에 오른다.
패거리1 (창밖으로) 야, 꼴통! 안타냐?
정민 (!.... 차마 타지 못한다)
버스 출발하는 찰나, 창밖으로 고개를 내미는 패거리2.
패거리2 (창호에게 당한 걸 흉내 내듯 자기 목을 죄며) 살려줘요오~~
정민 .....
서로 반대방향으로 향하는 버스와 정민.
정류장엔 ‘나는 꼴통이다’ 신발만 덩그러니 놓여있다.
S#55. 은행 밖 공터 - 현재 (낮)
동규 난 그냥... 그러니까 그게 돌려주려고..
정민 고맙다.... 돌려줘서. 이 꼴통새끼야. (하고 간다)
동규 ..................
정민 (돌아서는) 아, 맞다. 나도 돌려줄 게 있는데....
S#56. 거리 (낮)
힘없이 터벅터벅 걸어오는 동규.
행인들, 동규를 힐끔거리며 키득거린다.
동규, 횡단보도 앞에 서서 구두를 내려다보면
한쪽엔 ‘나는’, 다른 한 쪽엔 ‘꼴통이다’라고 쓰인 구두.
신호가 바뀌고. 동규, 건너지 않고 멍하니 구두만 본다.
차가 섰다 지나가다를 반복하는 사이
동규, 보도 턱에 앉아있고 그 앞에 유니의 오토바이가 서있다.
유니 (동규의 구두를 한참 내려다보고) 오천 원이요.
동규 (정신 차리고 보는) .....
유니 다음에 주든가. 카드 말고 현금으로. (하고 내려서 가방을 연다)
동규 앞에 쪼그려 앉아 구두를 닦는 유니, 그리고 먼 전경에서.
S#57. 동규의 집 주방 (밤)
식사마저 엄숙한 동규네 3부자.
동규 형, 이창호 사건, 지금이라도 제대로 할 수 없어?
영규 제대로? 제대로 하고 있잖아, 지금.
동규 아무리 국선이라도 그렇지, 이제 곧 결심공판인데, 단 한 번도 안 만났잖아. 이창호, 내가 조사해보니까 다 사정이,
영규 (O.L) 사정? 죄 지은 놈 중에 사정없는 놈도 있냐? (조기 반찬 가리키는) 야, 이 조기도 여기까지 올라오는데 다 사정이 있는 거거든? 그딴 썩어빠진 정신으로 하니까 맨날 지는 거야.
동규 (화는 나지만) .....
영규 넌, 아버지가 현직에 계셨으면 벌써 아웃이야. 안 그렇습니까? 아버지?
동규부 (동규를 무표정하게 보고 묵묵히 먹는다)
이때, 영규의 휴대폰 벨.
영규 아, 예. 은행장님. (동규부 보는) 아, 아버님이요? 옆에 계시는데..
동규부 (O.L 숟가락을 탁 놓고) 없다 그래!
영규 (동규부 눈치를 보며 냉큼 나간다)
동규 (영규를 본다)
S#58. 영규 방 앞 (밤)
동규, 노크하려다 영규의 웃음소리에 멈칫한다.
영규(OFF) 안 그래도 제가 직접 출마하려고 준비 중입니다. (사이) 후원금은 무슨.. 하하.. (사이) 아, 강도사건이요? 그럼요, 요즘 은행 이미지가 얼마나 중요한데. 걱정 마십시오. 항소 없이 1심으로 끝내겠습니다.
동규 .....
S#59. 구둣방 밖 (낮)
유니, 문을 걸어 잠그고 어디론가 가는데.
동규(OFF) 어디가요?
유니 (동규를 돌아보는) 아버지 면회요.
S#60. 달리는 버스 안 (낮)
나란히 앉아있는 동규와 유니. 유니, 창밖을 보는 동규를 슬쩍 본다.
S#61. 구치소 앞 (낮)
저만치 보이는 구치소 정문. 그 앞으로 뻗은 사람 하나 없는 길.
그 길 따라 걷는 동규와 유니다.
유니 그쪽은 누구 보러 가요?
동규 친구 놈이요.
유니 아..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닌 사람? 왜 그랬는지는 알아냈어요?
동규 ........ 저기요... 아주 작고 오래된 일이 어마어마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단 거 알아요? 근데 그 결과가 최악이라면... 그게 나 때문이라면 어떻게 해야 돼요?
유니 ....
동규 내가 조금만 더 괜찮은 놈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렇다고 내가 지금 뭘 할 수 있을까요?
유니 모르죠, 나도.
동규 (어깨가 더 처지는)
유니 하지만, 지금의 또 작고 보잘 것 없는 일이 나중에 어마어마한 결과를 낳을 거란 것쯤은 알죠. 사는 게 원래 뺑뺑이니까.
동규 (우뚝 멈추고 유니를 본다)
S#62. 면회실 (낮)
마주 앉아있는 동규와 창호. 긴 침묵이 흐르고..
동규 미안하다.
창호 뭐가?
동규 그냥... 그냥 다...
창호 ...... (일어나 돌아서는데)
동규 (들릴 듯 말 듯) 그래도 그러지 말지.
창호 (멈칫... 나간다)
S#63. 몽타주
- 구둣방 밖, 쏴아 내리는 비.
- 유니, 구둣방에서 구두를 닦다가 밖을 보고.. 신데렐라 구두를 본다.
- 검사실 창밖으로 쏴아 내리는 비. 동규, 병신우산을 펼쳐보고 박스에 담는다. 물건과 함께 책상 달력을 담다가 ‘제수 씨 49재’ 메모를 본다.
S#64. 창호의 방 (낮~밤)
환하게 웃는 연희의 영정사진.
동규, 분향을 하고 살풍경한 방안을 훑어본다.
디졸브로 어두컴컴한 방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는 동규.
벌떡 깨고 시계를 본다. 양복을 집어 들고 나가다 영정을 향해 목례한다.
S#65. 창호의 거실 겸 주방 (밤)
방에서 나오는 동규, 거실을 지나다가 빈 액자를 본다.
액자를 들어 보고 다시 놓는 동규.
액자가 미끄러져 넘어진다.
동규, 다시 세우고 가는데, 액자가 미끄러지며 녹음기를 툭 친다.
툭 떨어지는 녹음기(재생버튼이 눌러진).
연희(F) 여보, 나야.
동규 !.... (돌아본다)
연희(F) 병원에 있으니까 심심해서... 어때? 내 목소리 이쁘지?
동규 (씁쓸한 미소가 어리는) ....
<인서트> 창호 방에 있는 연희의 영정사진.
동규 (뭔가 충격을 먹은 듯, 녹음기를 꽉 쥐는) !
연희(F) 여보, 앞으로 다 잘 될 거야. 그러니까 우리 힘내자. 알았지?
이때, 들어오는 자밀과 씽. 동규를 보고 놀라는데..
S#66. 검사실 (밤)
텅 빈 검사실. CCTV 앞에서 녹음기를 멍하니 보는 동규.
자밀(E) 우리 싸장님이 얘기하지 말랬습니다! 사람들이 알면 공장 망한다고 했습니다! 난 무조건 우리 싸장님 편입니다!
동규, CCTV를 켠다. 복면을 벗는 창호만 확대해 보는데.....
순간, 눈에 들어오는 창호의 마지막 한 마디. 뭐라는 거지?
동규, 줌인 한다. 모르겠다. 줌인을 반복하며 한 자 한 자 메모한다.
<인서트> ‘외.그.러.게’..
모니터 화면이 실제 현장으로 변하고.
S#67. 은행 창구 - 과거 (낮)
정민 앞에서 서서히 복면을 벗는 창호.
창호 (담담한) 왜 그렇게 사냐?...
S#68. 다시 검사실 - 현재 (밤)
CCTV 속 ‘왜 그렇게 사냐’ 하는 창호와 어린 창호 교차 되며.
어린창호(E) 왜 그렇게 사냐?
창호(E) 왜 그렇게 사냐?....
동규, 자신에게 한 소리 마냥 멍하고... 품에서 사직서를 꺼내 본다.
그런 동규의 뒷모습에서 F.O
S#69. 은행 앞 (낮)
바쁘게 지나가는 행인들 풍경.
동규, 행인들 사이로 허수아비 마냥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다.
그 시선 따라가 보면 블록 틈새 사이 끼어있는 검사배지.
동규, 작렬하는 태양을 보며 눈을 찡그리곤 우뚝 서있는 법원을 바라본다.
S#70. 피고인 대기실 (낮)
창호, 혼자 앉아있다. 문이 열리면 동규가 고개만 빠끔히 내민다.
동규 (가볍게) 창호야.
창호 (보는)
동규 (찌그러진 검사배지를 단 채 나란히 앉는다)
창호 (조금 편안하게) 좀 있으면 볼 텐데 뭐 하러 왔냐?
동규 그땐 그때고. 사실 그게 보는 거냐?
창호 .....
동규 (툭) 공소대로 구형할 건데, 괜찮아?
창호 그걸 왜 나한테 물어? 네 뜻대로 하는 거지.
동규 내 뜻?
창호 ......
동규 에이.. 그런 거 없어. 그냥 공부하라 하면 공부하고, 먹으라면 먹고, 검사하라 해서 검사 됐을 뿐이다. 한 번도 내 뜻이 뭔지 생각조차 안했어. 그게 얼마나 편한지 아냐? 사는 데도 전혀 지장이 없더라.
창호 ......
동규 근데.... 15년 전도, 지금도 난 여전히 꼴통이야... 좀 우습지?
침묵.
창호 처음에 만났을 때, 내가 여전하다 그랬나?
동규 ?
창호 취소할게.... 많이 변했어, 너.
동규 ....
이때, 교도관이 문을 연다.
창호 (일어나고) 만나서 반가웠다. 다음에 내가 밥 한번 살게, 비싼 초밥 말고. (하고 간다)
동규 (창호의 뒷모습을 보는)
재판장(E) 사건번호 2012 고합 1507 피고인 이창호.
S#71. 법정 (낮)
동규, 최후 진술서를 물끄러미 보고 있다.
무미건조하게 최후 변론하는 영규.
영규 피고인이 파산에 이르러 심신이 미약했던 점, 죄를 깊이 반성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최대한 선처를 베풀어주실 것을 호소합니다. (하고 앉아 서류를 정리한다)
재판장 증거 및 주장사실이 더 있습니까?
동규 (최후 진술서를 탁 덮고) 있습니다!
시간경과. 증인석에 말똥말똥한 눈으로 앉아있는 자밀
동규 증인은 5년 전엔 더 큰 공장에서 일했죠? 그런데 왜 피고인의 공장으로 옮겼습니까?
자밀 옛날 공장에선 작은 방에서 6명 잤고, 월급 주지 않았습니다. 싸장한테 돈 달라고 했다가 얻어맞았습니다. 그때 우리 싸장님 나 살려주고 거래도 잘렸습니다.
동규 지금은 어떻습니까?... 행복하십니까?
영규 이의 있습니다. 지금 검사는 사건과 하등 상관없는 심문으로 법정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습니다.
동규 피고인이 단지 돈 때문에 저지른 범행이 아님을 증명하기 위한 심문입니다.
재판장 (잠시 생각하고) 이는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언일 수 있습니다.
변호인이 이런 증언에 이의를 제기하는 겁니까?
영규 ?...
재판장 검사, 이럴 거면 공소 변경을 신청하든지, 차라리 기소유예를 하세요. 지금 뭐하자는 겁니까?
동규 구형은 변경하지 않습니다. 다만, 판사님의 현명한 판결을 위해 진실을 밝히는 것뿐입니다.
영규 (어이없게 동규를 본다)
동규 증인, 다시 묻겠습니다. 지금은 행복하십니까?
자밀 행복합니다! 행복합니다! 지금은 우리 싸장님 집에서 살고 있습니다. 싸장님 기술교육 보내줘서 나 불법 체류자 아닙니다. 하지만 지금 슬픕니다. (재판장 보는) 판사님, 우리 싸장님 언제 나오십니까?
판사들 (안타깝게 본다)
창호 (자밀을 본다)
영규 (벌떡 일어나) 잠시 휴정을 신청합니다.
S#72. 법원 복도 (낮)
영규, 성큼성큼 다가와 동규의 어깨를 확 젖힌다.
동규의 손에서 복면 툭 떨어지고.
영규 뭐야? 너! 검사면 검사답게 굴어! 집안 망신시키지 말고!
동규 좀 망신당하면 어때? 한 사람 인생이 달린 건데.
영규 내 말했지? 그 딴 쓰레기 인생 따위 니가 알 바 아니라고! 잔말 말고 그냥 하던 대로 해! (하고 가며) 에휴, 에휴 한심한 놈..
동규 .... (복면을 주워본다)
S#73. 법정 (낮)
모두 착석한 상태. 단 검사석만 텅 비었다.
동규부, 살며시 들어와 맨 뒷자리에 앉고 검사석을 본다.
재판장 검사, 검사 어디 갔습니까?
영규 (그럼 그렇지, 씩 웃다가 동규부를 의아하게 본다)
재판장 그럼 검사측이 최후진술을 포기한 것으로 간주하고 다음 선고공판은 0월 0일, (하는데)
순간, 꺅! 비명을 지르는 사람들.
보면, 복면을 쓴 남자가 문가에 짠하고 서있다. 동규다!
법원 경비, 다급히 제지하려는데,
동규 (요리조리 도망가며) 접니다, 저! 검사 한동규 입니다!
일동 ?!
재판장 검사! 당장 벗으세요! 더 이상 법정을 모독하면 검사를 구류할 수도 있어요!
동규 (동규부를 보고 주춤한 것도 잠시) 법정에서 복면을 쓰면 안 된다는 법 있습니까?! 단지, 피고인이 썼던 증거물로 범행동기를 밝히려는 것뿐입니다.
동규부 (미간을 찌푸리는)
영규 (어이없는)
동규 00은행 박정민을 증인으로 신청합니다!
시간경과.
복면을 쓴 동규, 왔다 갔다 하더니 정민에게 얼굴을 쑥 들이밀고.
정민, 놀라서 몸을 뒤로 젖힌다.
동규 증인, 어떻습니까? 제 모습이?.... 웃기죠?
방청객들, 우스꽝스러운 광경에 킥킥대고.
동규 다른 이들은 저렇게 웃을 수 있지만 증인은 웃을 수 없을 겁니다... 왜냐? 이 복면을 피고인에게 씌운 장본인이 바로 증인이니까.
정민 (난처한)
영규,재판장 ??
동규 증인은 피고인에게 대출을 약속하고, 대출 당일까지도 입금이 된다며 안심시켰죠?
정민 ... 네.
동규 하지만 증인은 아예 대출신청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이유가 뭡니까?
정민 (창호와 동규를 번갈아 보다가) 전 정말 아내 수술비가 필요한지는 몰랐습니다! 창호 아내가 죽는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나는 단지...
동규 그러니까 증인은, 단지 개인적인 감정 때문에 쇼를 한 거군요?
정민 (고개를 숙이는) ....
영규 (벌떡 일어나는) 지금 검사는 검사의 신분을 망각하고,
동규 (O.L) 당신이 안하니까 내가 하는 거잖아!... 요!
영규 (벙~)
술렁이는 법정.
재판장 조용! 조용히 하세요!
동규 (복면 밑으로 흐르는 땀을 닦는) 하... 덥군요. 그럼 마지막으로, 피고인 심문을 신청합니다. (하며 창호를 본다)
시간경과. 증인석에 앉아있는 창호.
동규 피고인, 왜 갑자기 복면을 벗고 총을 버렸습니까? 애당초 은행 강도를 할 마음이 없었죠?
창호 아니요.
동규 (머리를 긁적이는) 그래요? 그럼 그건 그렇다 치고..
영규 (그럼 그렇지, 한심하게 본다)
동규 그렇다면, 강도를 목적으로 박정민을 인질로 삼았다, 그겁니까?
창호 네.
동규 과연, 그럴까요?.... (하고 CCTV를 켠다)
<CCTV 화면>
복면을 쓰고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오는 창호.
처음엔 다른 직원 자리로 간다. 다시 정민에게로 향하는 모습에서 스톱.
재판장 저게 뭘 어쨌다는 겁니까?
동규 아.. 그럼 제가 더 쉽게 보여드리겠습니다.
동규, 창호와 거리를 두기 위해 멀찌감치 떨어져 선다.
그러고는 사진포즈로 손가락 브이~~ 더욱 우스꽝스럽다.
동규 피고인, 이게 몇 개죠?
창호 !
영규,일동 ??
동규 몇 개인지 모르겠죠? 그럼, 이건 뭔 지 아시겠습니까? (품에서 녹음기를 꺼내 보인다)
창호 .....
동규 알 리가 없죠. 왜냐! 피고는 눈이 안 보이니까!
놀라는 영규와 재판장, 웅성거리는 사람들.
동규 (창호 앞에 바짝 서서 녹음기를 보이는) 이제는 보이죠?
바짝 마주 한 동규와 창호의 얼굴 사이,
<플래시백> # 연희의 사진을 보고 “누구야?”하는 창호.
놀란 정민의 얼굴에서.
<플래시백> # 글씨가 칸에서 심하게 벗어난 대출서류란.
동규, 재생버튼을 눌러 보이면, 조용한 법정에 울려 퍼지는 연희의 목소리.
연희(F) 여보, 어때? 내 목소리 이쁘지? 당신 힘내라고 목소리 들려주는 거야. 에이, 내가 빨리 일어나야 되는데.... 자밀과 씽 밥도 챙겨줘야 되고.. 당신 나 없인 안 되는데. 대신, 나 매일매일 기도한다? (사이) 당신 눈 꼭 낫게 해달라고... (목소리 떨리는) 여보, 미안해...
창호 (흔들리는 눈빛) ....
동규 (녹음기 스톱하고) 피고인은 3년 전 염색사고로 시력을 거의 잃었습니다. 이런 피고인이 은행 강도를 성공할 확률이 과연 몇 프로나 될까요?
일동 .....
동규 다시 묻겠습니다. 피고는 처음부터 은행을 털 마음이 없었죠?
창호 .....
동규 은행을 털 마음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애당초 박정민을 죽일 수도 없었습니다. 그렇죠?
창호 .....
동규 그렇다면, 피고는 왜!.. 왜 모든 걸 놔 버렸을까요? 도대체 왜!
창호 .....
일동 .....
동규 피고는.... 사랑하는 아내를.... 죽였으니까요.
창호 (눈을 감고... 두꺼운 눈물 한 방울이 뚝 떨어진다)
서서히 복면을 벗는 동규.
머리와 얼굴이 땀으로 떡이 됐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진지하다.
동규 피고인 이창호는 은행 강도행각을 벌이다 경찰에게 잡혔습니다. 이것이 경찰이 단 나흘 만에 수사하고 검찰이 제기한 공소사실입니다. 하지만 피고인의 진정한 죄는, 아내를 지키지 못한 자신의 참담한 처지요, 친구를 믿었던 어리석음입니다. 그 벌을 받기 위해 범행 아닌 범행을 꾸민 것입니다.
창호 ....
동규 물론, 그렇다 해서 피고인의 죄가 없어지는 건 아닙니다. 아내의 죽음도 운명일지 모릅니다.
사람들 모두 집중하고..
동규 그러나 만에 하나... 내 아내가, 내 자식이... 친구의 장난으로 어처구니없이 죽었다면, 그 심정은 어떨까요?
창호 ......
동규 단 한 치의 부끄러움 없이 살아왔던 피고인이, (복면을 들고) 이 복면을 쓰기까지, 그리고 이걸 벗기까지 어떤 심정이었을까요?...... (자조적으로) 이 복면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웠을까요?....
엄숙한 법정 오래 비추고.
동규 아, 참!
영규,동규부 ??
동규 (공소장 들고) 끝으로, 국선변호인 한영규의 직무유기죄로 공소장을 제출합니다.
영규 (벌떡 일어나) 야! 너 미쳤어?!
동규 변호인.... 검사가 그렇게 우습게 보입니까?
영규 (벙....)
동규부 (슬며시 미소를 띠고 나간다)
시간경과. 막 폐정이 된 법정.
정민, 망설이다가 창호에게 사과의 눈빛을 보내고 법정을 나간다.
창호, 동규를 보고 동규도 창호를 본다.
교도관에 이끌려 법정을 나가는 창호, 그리고 서서히 닫힌 문에서 F.O
S#74. 검사실 (낮)
고개를 숙인 대신, ‘그래서 어쩌라고’라는 듯 멍 때리는 동규의 얼굴.
차장검사, 씩씩거리며 내려다본다.
차장 너 진짜 미쳤어?! 이젠 하다하다 피고인을 변호 해? 그것도 복면을 쓰고?!
동규 (말똥말똥)
차장 그리고 뭐? 국선변호인 직무유기죄? 듣도 보도 못한 기소거리로 절차 다 무시하고 법정에다 쇼를 해?
동규 폼 나잖아요.
차장 야!!
동규 그게 아니라... 하필이면 그 때 검사선서가 생각나서...
차장 ?
동규 특히, 이 대목 말입니다. 공익의 대표자로서 정의와 인권을 바로 세우고.. (머리를 긁적이는) 또 뭐더라. 아, 힘없고 소외된 사람들을 돌보는 따뜻한 검사로서 오로지 진실만을 따라가는... 계속 할까요?
차장 (멍... 나가며) 에이, 어쩌다 그 아버지에 저런 자식이 나왔는지 원..
김계장 저.. 항소는...
동규, 실 웃으며 사직서를 짝짝 찢어 휴지통에 버린다.
S#75. 에필로그
어딘가에 나란히 그라피티를 하는 동규와 유니.
동규 (귀퉁이를 톡톡 두드리는) 아, 여기, 여기가 뭔가 2% 부족하네.
유니 그냥 대충해요.
동규 그럼 이건 어때요? (하며 달린 배지 보이는) 검찰 마크.
유니 미쳤어요? 재수 없게.
동규 그쵸? 나도 그렇게 생각해요. 근데, 예전에 있잖아요. 왜, 닳은 구두 굽만 봐도 그 사람 문제를 알 수 있다는.... 내 구두는 어때요?
유니 척추는 이상이 없고, 문제는 머린데... 나사가 여섯 개쯤 빠졌네요.
동규 (.....)
유니 그래도 심장은 팔딱팔딱 제대로 뛰는 거 같아요.
동규 (헤헤)
유니 다했다!
카메라 빠지면, 형형색색 컨테이너 구둣방.
동규와 유니, 흐뭇한 표정으로 감상하다 잘 마르라는 듯 후후 부는데...
순간, 거짓말처럼 후두둑 떨어지는 빗방울.
동규 (헉!)
유니 (멍..) 뭐야, 비잖아.... (보는) 안 온다매? 안 온다매? 안 온다매?!
동규 아니, 그게 내 잘못인가? 기상청 잘못이지? (하며 구둣방에 들어가 문을 냉큼 닫는다)
유니 (문을 확 여는) 이 아저씨가 진짜! (하며 들어가 냉큼 닫는다)
쾅 닫힌 문에 걸린 팻말, ‘검찰청 배달, 카드 대환영’.
그 앞을 행인들이 우산 쓰고 지나가고.
예쁜 구둣방 전경에서 점점 멀어지는 소리. 그리고 엔딩.
동규(E) 오늘 보니까 참 이쁘네.
유니(E) 누구?.. 나요?
동규(E) 아니, 구두요. 누가 고른지 몰라도 진짜 이쁘다. 근데 왜 안 신어요?
유니(E) 사이즈가 맞아야 신지. 아무리 봐도 산 거 같지가 않어. 이거 주웠죠?
동규(E) ..............
유니(E) 어? 왜 대답 안 해? 주운 거 맞죠? 어~ 주웠구나, 주웠어. 어쩐지.. 이런 걸 누가 신는다했네.
동규(E) 그러지 말고, 비도 오는데 짬뽕이나 시켜먹을까요?
유니(E) 안 먹어, 안 먹어.
2>
동규(E) 오늘 보니까 참 이쁘네.
유니(E) 누구?.. 나요?
동규(E) 아니, 구두요. 누가 고른지 몰라도 진짜 이쁘지 않아요? 그러지 말고 한 번 신어보시지.
유니(E) 이런 걸 어떻게 신어요? 그냥 관상용이지.
동규(E) 아... 관상용... 그럼 비도 오는데 우리 짬뽕이나 시켜 먹을까요?
유니(E) 난 짜장.
첫댓글 잘볼께요~~
감사합니다. 잘볼께요~^^ 드라마스페셜에서 봤는데 잘 된 작품이란 생각이 들어요 ...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