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한다’는 것은 ‘좋아한다’는 말과는 격이 다르다. ‘존경’이라는 말에는 그 사람의 인격·사상·행위 등을 인정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내가 일하고 있는 영역에서 존경받는 인물이 된다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일이다. <시사저널>은 미디어리서치와 공동으로 총 30개 분야에서 ‘가장 존경하는 인물’을 선정했다. 과연 누구에게 영광이 돌아갔을까.
정치 분야에서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쟁쟁한 정계 거물들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정치적 영향력을 평가하거나 차기에 유력한 대통령 후보감을 선택하는 것이 아닌 역사적인 인물까지 통틀어 조사한 ‘존경하는 인물’에서 나온 결과치고는 의외이다. 한때 정치 라이벌이었던 이명박 대통령(3위)을 따돌렸고,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5위)보다도 앞섰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김대중 전 대통령(2위)도 박대표에게 뒤쳐졌다. 박대표가 차기 대통령 후보 ‘0순위’인 것을 감안하면 의미심장한 결과이기도 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명박 대통령과 함께 3위를 차지했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 박정희 전 대통령, 손학규 전 대통합민주신당 대표, 독립운동가 김구 선생, 정세균 민주당 대표, 심상정 진보신당 대표는 나란히 5위에 올랐다.
분야별로 나눠서 가장 존경하는 기업인 1위는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뽑혔다. 정명예회장은 맨손으로 현대그룹을 일구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후에는 통일 사업에 헌신했다. 그는 ‘개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쓴다’라는 말을 몸소 실천한 기업인이다.
금강산 관광 사업을 직접 성사시켰고, ‘통일소’라고 불린 소떼 5백 마리와 함께 판문점을 넘었다. 남북 민간 교류의 물꼬를 튼 사람이 바로 정주영 전 명예회장이었다. 국민의 가슴속에는 아직도 ‘정주영 향수’가 적잖이 남아 있다.
2위에는 부자지간인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와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공동으로 올랐다.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과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유일한 유한양행 창업주는 4위이다. 6위 그룹에는 윤종용 삼성전자 상임고문, 최태원 SK그룹 회장,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 강덕수 STX 회장, 잭 웰치 전 GE 회장 등이 올랐다.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 권위자’ 안철수, IT 분야 1위
정보기술(IT) 분야에서는 안철수 안철수연구소 이사회 의장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나타났다. 서울대 의대를 나온 안의장은 컴퓨터 바이러스 잡는 의사로 유명하다. 오명 전 과학기술부장관과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장관이 2위이다. 이용태 삼보컴퓨터 회장은 3위, 손연기 한국정보문화진흥원 원장, 박성덕 전 정보통신부 차관, 빌 게이츠 전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이 공동으로 5위에 뽑혔다.
금융 분야에서는 투자의 달인으로 불리는 워렌 버핏 버크셔헤더웨이 회장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선정되었다. 국내의 내로라하는 금융 전문가들을 모두 제쳤다. 현재의 경제 위기 상황이 영향을 미친 결과라고 보여진다. 국내 금융 전문가들에 대한 불신이 그만큼 반증일 수 있다.
국내에 ‘CEO 주가’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김정태 하나은행장이 2위이고, 황영기 KB금융지주그룹 회장과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이 3위이다. 강정원 KB국민은행장과 조순 서울대 명예교수는 6위로 선정되었다.
검찰 수사받은 최열 환경재단 대표도 환경 분야 선두
존경하는 여성에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심상정 진보신당 대표,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공동 1위이다. 박 전 대표의 경우 정치와 여성 부문에서 1위에 올라 2관왕을 차지했다. 심상정 진보신당 대표는 비록 18대 국회에 진출하는 것은 실패했지만, 여성 정치인으로서는 성공을 거두었다.
내년 4월29일 재·보궐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한 전 국무총리는 지난 2006년 3월 당시 이해찬 총리가 사임하면서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국무총리가 되었다. 지금은 민주당 상임고문을 맡고 있다.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 유재근 한국환경기술진흥원 감사, 조용진 충주대 교수, 조광명 인하대 교수가 나란히 2위 그룹에 포진했다. 이만의 환경부장관, 이경률 환경실천연합회 회장, 이규용 전 환경부장관, 윤서성 전 환경부 차관이 6위에 이름을 올렸다.
초대 대법원장을 지낸 가인 김병로 선생이 법조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인물로 나타났다. 김 전 대법원장은 일제 강점기 6·10 만세운동이 일어나자 관련자들의 무료 변론을 맡았다. 8·15 광복 후 한민당 창설애 참여해 중앙감찰위원장이 되고, 1948년 초대 대법원장이 되었다.
음악 분야에서는 정명훈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이 1위에 올랐다. 지휘자 겸 피아니스트인 정명훈 감독은 1989년 프랑스의 국립 바스티유오페라극장 음악 총 감독 겸 상임지휘자를 맡았고, 지난 2006년부터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을 맡고 있다. 그 뒤를 이어 김운용 전 IOC위원장이 2위, 축구 코치 홍명보씨가 3위, 김성집 전 태능선수촌장·김정행 용인대 총장·문대성 IOC 선수위원·이연택 대한체육회장·임번장 체육인재육성재단 이사장·마라톤선수 이봉주씨가 공동 4위이다.
연예 분야에서는 나눔의 삶을 실천하는 가수 김장훈씨와 국민배우 안성기씨가 사이좋게 1위에 꼽혔다. 탤런트 최불암씨 3위, 가수 조용필씨·영화배우 문근영씨 4위, 가수 비와 탤런트 나문희씨가 6위이다.
한국무용협회 이사장인 김복희 한양대 교수가 무용 분야 1위이다. 김이사장은 지난 2005년 1월부터 무용협회 이사장을 맡았으며 지난해에는 문화관광부 문화예술상을 수상했다. 국수호 국립무용단 단장 2위, 발레리나 강수진씨와 현대무용가 육완순씨 3위, 무용가 이매방씨 5위, 김백봉 경희대 명예교수 6위이다.
연극분야에서는 오태석 국립극장 예술감독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나타났다. 오감독은 그동안 숱한 명작들을 연출하며 무대에 올렸다. 동랑레퍼토리의 <루브>의 연출로 연극계에 데뷔한 이래 <태> <춘풍의 처> <어미> <부자유친> 등의 작품을 연출했다.
건축 분야에서는 유춘수 이공건축 회장이 1위이다. 이회장은 한양대 건축학과를 졸업했으며,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을 설계한 것으로 유명하다. 건축가 김수근씨 2위, 건축가 김중업·송효상 씨 3위, 김광현 서울대 교수와 윤장섭 서울대 명예교수가 5위이다.
강사장은 재생지 쓰기 운동을 펼친 환경운동가이기도 하다. 박석희 경기대 교수는 한국공원휴양학회 회장, 한국관광자원개발학회 회장, 한국농촌관광학회 회장 등을 지냈다. 오지철 한국관광공사 사장, 박상환 하나투어 사장, 이장춘 경기대 교수, 손대현 한양대 교수, 이선희 경기대 교수, 정광환 배제대 교수 등도 존경하는 인물군에 들었다.
복지 분야에는 1위부터 5위까지 3명이 전·현직 보건복지부장관이다. 현직 전재희 보건복지부장관이 가장 존경받는 인물로 꼽혔다. 김상균 서울대 교수 2위, 최성재 서울대 교수와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장관 3위, 손학규 전 보건복지부장관이 5위에 올랐다.
출판 분야에서는 박맹호 민음사 회장과 강맑실 사계절출판사 대표가 공동 1위이다. 박은주 김영사 대표, 정진숙 을유문화사 대표,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 나성훈 예림당 대표 3위에 올랐다. 정락인 기자 freedom@sisapress.com / <시사저널> 지령 1,000호
------------ <시사저널>은 여론조사 기관인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우리 사회 30개 분야의 전문가 1천5백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두 달 가량 샘플을 선정하는 작업을 한 뒤 지난해 11월17일부터 11월26일까지 10일간 조사원이 전화로 조사했다.
미디어리서치가 선정한 각 분야 전문가 50명에게 각각 ‘(해당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50세 미만의 차세대 인물은 누구인가’ ‘(해당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 매체는 어디인가’ ‘(해당 분야에서) 가장 존경하는 인물은 누구인가’를 물었다. 또 분야와 관계없이 ‘우리 시대의 진정한 영웅은 누구인가’라는 질문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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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정락인 기자의 취재수첩 원문보기 글쓴이: 시그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