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주 (시인, 공주문화원장) : 김완하 시인은 등단 초기 매우 선명하면서도 독특한 자기 목소리와 스타일을 지니고 우리들 앞으로 신선하게 다가온 시인이었다. 귀가 쭝긋한 젊은 당나귀와 같았다. 그런데 어느 날 대학교 교수가 되더니 그 쭝긋한 귀가 한쪽으로 늘어지고 시도 조금 그렇게 보였다.
그런데 몇 차례 바다 건너 큰 나라 미국 나들이를 하면서 시가 달라지고 눈빛이 달라지고 그 쭝긋한 당나귀의 귀가 살아나고 있었다. 또 하나의 큰 나라 중국 사람들은 즐겨 이런 말을 하곤 한다. 행만리로行萬里路 독만권서讀萬卷書 교만인우交萬人友. 그렇다. 사람이 제대로 마음의 눈을 뜨고자 한다면 이런 과정 없이는 안 된다. 김완하 시인의 그동안의 행보가 그랬다. 산이라 해도 산 안에서만 살던 사람에게 보이는 산과 산을 떠나 바다를 다녀온 사람에게 보이는 산은 다른 법이다.
이번에 보이는 김완하의 시편들이 그러하다. 유년의 체험을 시로 썼어도 이전의 것과는 다른 것이 되었고 외국 여행의 감회를 적었어도 이전 것과는 많이 다른 것이 되었다. 시인으로서 한 고비를 넘어선 것이다. 이번 시집은 그동안에 충분히 값을 지불하고도 남는 바가 있다. 축하하는 마음이다.
시인들은 살아서는 결코 시인이 아니고 죽어서야 비로소 시인이 된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다. 우리는 어디까지나 지금은 예비 시인이고 준시인이다. 김완하의 시인이 되기 위한 노력과 몸부림과 시에 대한 목마름이 평생을 가되 끝까지 가서 커다랗고도 아름다운 꽃송이를 많이 피워 주기 바라는 마음이다. 좋은 시집 앞에 박수와 그리고 웃음을 보내드린다.
1987년 『문학사상』 신인상으로 등단하여 작품 활동을 시작한 김완하 시인의 6번째 시집 『집 우물』이 시작시인선 0254번으로 출간되었다. 시인은 그간 다수의 시집을 상재하면서 인간의 존재론적 조건에 대한 탐구를 지속해 왔다. 이번 시집에서도 인간의 숙명에 대한 숙고가 서정의 샘을 만나 깊은 우물과도 같은 시적 사유의 과정을 보여 준다. 주제를 다루는 방식에 있어서 이전의 시집들과 맥을 같이하고 있고 정서적 측면에서도 유사한 부분이 많지만 시인은 시점의 변화를 통해 ‘자기 성찰’의 정수精髓를 보여준다. 가령 시인은 이전의 시집에서 전략적 소재로써의 ‘허공’을 거울삼아 자신을 들여다봤다면, 이번 시집에서는 시점이 ‘허공’에서 ‘지상’으로 옮겨져 왔음을 알 수 있다. 해설을 쓴 송기한 문학평론가는 “『집 우물』은 제목도 그러하거니와 시집의 1부 역시 고향, 안성, 아버지와 같은 지상적인 것으로 되어 있다. 이런 소재들은 경험의 차원에서 형성되는 것이기도 하거니와 모두 근원과 연결되어 있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니 그의 시선들이 하늘이 아니라 땅, 보다 정확하게는 자신을 만들어낸 공간으로 향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평했다. 시인의 시선은 유년의 집과 우물에 가닿고 나아가 농경문화의 한 단면을 복원시켜 우리 앞에 아름다운 이미지로 재현하고 있다. 시인은 단순히 과거의 고향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시적 상상력을 통해 기억을 재구성함으로써 현재의 처지를 성찰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 가변적이고 ‘덧없음’을 특성으로 하는 현대사회에서 시인이 ‘집 우물’을 그리워하는 까닭은 아마도 기억의 우물에 두레박을 내려 잃어버린 ‘순수한 존재’를 길어 올릴 수 있다는 희망이 남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바꿔 말하면, 시인이 기억과 상상 속에서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집 우물’을 찾는 것은 우물 안에 반짝이는 시의 샘물이 흐르고 있는 까닭일 것이다.
첫댓글 함께 밥을 먹고 걷고 사진 찍고 백두산 천지에 오른던 일이 엊그제 같은데...시간 참 빠르지요?
그동안 시집까지...축하드립니다~~~
축하드립니다!
축하드립니다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