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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에 드래프트 1순위로 뽑힌 임상협(20)은 일본 류츠게이자이대를 다니다 K리그로 돌아왔다.(사진 김수홍) |
이름: 임상협
생년월일: 1988년 7월 7일
경력: 2007년 서울 장훈고 졸업
2007년 일본 류츠게이자이대 입학
2008년 전북 현대 입단전북 현대
최강희(49) 감독은 지난 11월 20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09 K리그 신인선수 선발 드래프트’에서 6명만을 뽑았다. “전북에는 이현승과 서정진 등 키워야 할 선수들이 있어 많은 선수를 뽑을 수 없었다”는 게 이유였다.
최감독은 “이번에 뽑은 6명 가운데 임상협은 고등학교 때 랭킹 1, 2위를 다퉜던 선수다. 힘과 기술을 모두 갖추고 있어 잘만 다듬으면 팀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북에 1순위로 뽑힌 임상협(20)은 서울 장훈고를 졸업하고 일본 류츠게이자이대를 다니다 K리그로 돌아온 이색 경력을 갖고 있다.
고교 시절 랭킹 1, 2위를 다퉜다고 하던데. (쑥스러워 하며) 그렇지 않다.
그럼 3, 4위 정도 했나. 아니다(웃음). 주위에서 어떤 말씀들을 나눴는지는 모르겠지만 순위보다는 ‘어느 학교에 누가 잘한다’는 얘기들이 오가기는 했다.
1988년생 가운데 공을 잘 차는 친구들이 꽤 많다.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뛰는 (구)자철이와 이번에 인천 유나이티드에 1순위로 뽑힌 (유)병수가 고교 시절 이름을 날렸다.
1989년생인 자철이는 생일이 빨라 같은 학년이었고 병수는 라이벌 학교인 언남고의 간판 공격수였다. 난 주로 오른쪽 미드필더로 뛰었다.
장훈고와 언남고의 라이벌 의식은 어느 정도였나.언남고에겐 지고 싶지 않았다. 또 질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 적도 없다. 축구부 창단 시기가 비슷했고 두 학교 모두 성적이 좋았다.
우리 학교가 경기마다 세 골을 넣으니 언남고 감독께서 장훈고는 ‘세알잡이’란 얘기를 했는데 그 말에 우리가 발끈했던 적도 있다. 고교 3학년 때는 우리 학교가 2승1패로 앞섰다. 언남고도 잘했지만 언제나 우리에게 발목이 잡혔다.
두 학교 학생들 사이에 싸움이 있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우리 때는 없었다. 1년 후배들이 고교 3학년이 됐을 때 싸움이 있었던 걸로 알고 있다.
일본에는 어떻게 가게 된 것인가. 고교 때 일본 오사카로 전지훈련을 갔는데 거기서 류츠게이자이대 관계자의 눈길을 끈 것 같다.
장훈고를 졸업한 뒤 여러 선택을 할 수 있었을 텐데. 일본프로축구 J리그에 가고 싶었다. 여러 변수가 생기면서 류츠게이자이대로 진로를 결정했는데 일본에선 축구로 무척 유명한 학교다. J리그 스카우트들이 대학 경기도 관심을 갖고 보러 오기 때문에 여기서 잘하면 일본 프로팀에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 꿈을 버렸다.
왜 꿈을 포기했나. 생각이 바뀌었다. 어렸을 때 해외로 나간 선수들은 현지 적응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 해외에 있다 보니 정작 한국에서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는다는 생각도 들었다. K리그에서 기본기를 탄탄히 다진 뒤 해외에 나가도 늦지 않다.
류츠게이자이대는 어떤 팀인가. 대학 최고 수준의 팀이다. 대학팀 가운데 처음으로 JFL(일본실업리그)에 합류했다. 200여 명의 선수가 있고 내년 졸업생 가운데 11명이 J리그에 진출한다.
최근에는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을 치르고 있는 일본국가대표팀과 평가전에서 이겨 화제가 됐다. 일본 대학축구 수준은 높다.
리그제로 운영되고 전국대회가 여름과 겨울에 한 번씩 열린다. 4부리그까지 있고 승강제가 실시되고 있다.
대학팀이 일본 대표팀을 이겼단 얘기가 사실인가.지난 여름 일본에선 꽤 화제가 됐다. 나도 후반 교체로 들어가 10분 정도 뛰었고 우리 팀이 1-0으로 이겼다.
오카다 다케시 일본대표팀 감독이 주심을 봤는데 경기가 끝나자 무척 당황해 했다.
그럴 만했던 게 일본 취재진이 많이 왔었고 다음날 신문 1면에 ‘대학팀에 무릎 꿇은 일본대표팀 망신’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글래스고 셀틱에서 뛰는 나카무라 순스케 등 일본 해외파도 경기에 뛰었나. 일본 해외파는 빠졌다. 그렇지만 우라와 레즈의 중앙 수비수 다나카 툴리오 등 J리그 주축 선수들이 베스트 11으로 경기에 나섰다. 나는 오른쪽 측면에서 뛰다 공격수로 자리를 옮겼다.
류츠게이자이대의 주전 미드필더로 활약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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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협이 뛰었던 류스게이자이대는 일본국가대표팀과 평가전에서 1-0으로 이겼다.(사진 김수홍) |
선발로 나갈 때도 있고 교체로 뛸 때도 있었다. 류츠게이자이대는 선수가 200명 정도 되다 보니 팀을 나눠서 운영한다. 공을 가장 잘 차는 선수들이 JFL에서 뛰는데 나도 JFL 경기에 많이 출전했다.
성장 가능성이 있는 선수들을 뽑아 이탈리아 전지훈련을 간 적이 있는데 나도 전훈 멤버에 들었다.
일본 대학팀에 간 한국선수들은 많지 않은데.예전에는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이번에 성남 일화 2순위로 뽑힌 (서)석원이 형과 4학년에 올라가는 (장)지욱이 형과는 일본에서 함께 생활을 했다.
석원이 형과는 방을 함께 썼기 때문에 잘 알고 있고 지욱이 형은 류츠게이자이대 부속고등학교 출신이다. 중학교를 마치고 바로 일본으로 건너갔다.
서석원과 장지욱은 어떤 선수인가. 석원이 형은 꾸준히 JFL에서 활약했다. 키가 큰 데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 출전한 (김)근환이 형처럼 공격수와 수비수로 모두 뛸 수 있다.
지욱이 형은 공격수다. 전반기에는 많이 뛰지 못했지만 후기리그 들어서면서 출전 기회가 많아졌다.
일본에선 외국인선수라고 무시하거나 홀대하지 않는다. 또 훈련을 많이 안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렇지 않다. 훈련량이 많다.
일본에서 생활은 어땠나. 여러 가지로 힘들었다. 그래서 이번에 K리그 드래프트 신청을 하게 됐다. 일본에선 공부와 운동을 같이 해야 하고 점심도 직접 해 먹어야 했다. 많이 배웠다. 일본어도 제법 할 줄 알게 됐다.
공부도 곧잘 했나. 그런대로 한 것 같다(웃음). 졸업하는 데 문제가 없을 만큼 학점을 많이 땄다. 이런 얘기를 하기는 그렇지만 석원이 형은 공부를 소홀히 했기 때문에 졸업을 못 할 판이다.
K리그 드래프트에서 전북의 지명을 받기 전 어떤 심정이었나. 조마조마했다. FC 서울이나 수원 삼성 같은 팀을 원하지는 않았다. 내가 뛸 수 있는 팀이 내 이름을 불러 주기를 바랐다. 어느 팀이든 뽑힐 자신은 있었지만 사실 1순위로 될 줄은 확신하지 못했다.
전북 유니폼을 입게 됐는데. 마음에 든다. 모기업이 현대자동차이니 지원이 꽤 많을 것 같다.
꼭 그렇지는 않다. 그래도 좋다. 마음에 든다.
경기력 측면에서 보면 어떤가. 솔직히 말하면 전북 경기를 거의 보지 못했다. 11월 23일 열린 전북과 성남의 6강 플레이오프를 현장에서 봤는데 나와 포지션이 같은 (최)태욱이 형과 (정)경호 형 그리고 (김)형범이 형이 스피드가 무척 빨랐다.
뛰어난 선수들이 많아 쉽지 않은 경쟁이 될 것 같다. 그렇지만 나도 빠르면서 저돌적인 스타일이다. 자신 있게 부딪치겠다.
전북의 (서)정진이와 가까운 장훈고 후배가 있는데 그 녀석이 정진이에게 들었다며 내게 말하기를 ‘내가 최감독님이 좋아하는 스타일’이라고 했다(웃음).
전북에는 이현승과 서정진 등 유망주가 꽤 많다. (이)현승이는 고교 2학년 때 프로로 갔기 때문에 부딪칠 기회가 많지 않았다. 정진이는 1년 후배인데 고교 때부터 기량이 뛰어나 많은 관심을 받았다.
나도 앞으로 정말 열심히 해야 한다. 최감독님이 어린 선수들에게 기회를 많이 주시는 편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최감독에 대한 얘기는 그것만 들었나. 그렇진 않다. 어린 선수들에겐 무척 무서운 감독님이란 얘기를 들었다. 제주에서 뛰는 자철이가 ‘이젠 죽었구나’라고 생각하라고 귀띔했다.
K리그 드래프트에서 전북에 1순위로 뽑힌 선수들의 활약이 기대만 못하다는 얘기도 들었다. 내가 그런 얘기를 없애도록 하겠다.
구자철의 말에 따르면 여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았다고 하던데. 그렇지 않은데. 왜 그런 얘기를 했는지 모르겠다.
구자철과 무척 가까운 것 같다. 고교 시절 여러 대회에서 마주치며 친해졌다. 자철이는 서울 보인정보산업고를 나왔는데 고등학교 때부터 공을 잘 찼다. 자철이가 먼저 내게 다가오더니 ‘친구로 지내자’는 얘기를 꺼냈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장훈고 7번 유니폼을 입고 뛰는 내 플레이가 멋있어 보였다고 했다(웃음).
SPORTS2.0 제 133호(발행일 12월8일) 기사
김덕중 기자
http://news.naver.com/sports/index.nhn?category=soccer&ctg=news&mod=read&office_id=227&article_id=00000030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