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도 잠재운 둥지마을 작은 음악회♧
-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
찌는 듯한 한 여름의 폭염이 지나고 어김없이 찾아오는 가을걷이의 계절이 되면 이제는 하나의 작은 문화가 되어 버린 <둥지마을 작은 음악회>가 연례행사로 열립니다.
작년 이맘때쯤 세상과 소통하는 자리를 통해 작지만 아주 특별한 이 문화 공간을 소개하면서 이제는 제법 입 소문이 나기 시작한 이 고장 문화행사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는 음악회입니다.
강원도 춘천에 우뚝 솟은 대룡산 자락에 그림처럼 예쁘게 수놓아진 집들이 눈부시게 아름다운 둥지마을의 작은 음악회입니다.
음악을 사랑하는 초교 동창들과 이 마을 주민들이 음악을 통해 삶의 인연을 맺고 이제는 하나의 가족이 되어 1년 동안 갈고 닦은 음악적인 재량을 선보이며 살아 있음을 감사하는 가운데 가을의 낭만을 느끼는 작은 음악 축제입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시월의 첫째 금요일을 구별하여 <둥지마을 작은 음악회> 그 네 번째의 축제를 기획하고 준비했습니다.
지난 2015년 시월에 제 1 회 음악회를 시작으로 그 후 어김없이 매년 1회씩 연례행사를 진행하다 보니 어느덧 그 네 번째의 무대를 꾸미게 된 것입니다.
이 행사를 준비하는 주인공들은 오는 2020년이면 60세로 인생 100세중 가장 아름다운 나이를 만나게 됩니다. 인생 60을 어떻게 멋지게 기념할 것인지 생각을 하다가 <청춘 프로젝트 2020>을 구상하기에 이릅니다. 이 프로젝트는 우리의 나이 인생 60이 되는 해에 우리들이 직접 무대에 서서 가족들 앞에서 음악과 춤과 예술을 보여주는 특별한 이색 이벤트입니다. 2015년부터 열린 작은 음악회는 대망의 <청춘 프로젝트 2020>을 위해 매년 리허설처럼 열리는 시험무대 같은 성격의 음악회입니다.
이번 작은 음악회는 <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라는 부제를 달아 매년 우리들에게 찾아오는 시월의 첫 번째 금요일은 언제나 음악을 사랑하는 친구들이 함께 모여 우리가 연주할 수 있는 기력과 열정이 다하는 순간까지 음악과 사람의 지속적인 만남의 장이 될 것이라는 의미를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시월의 어느 멋진 날은 지난 금요일 밤인 10월 5일이었습니다.
행사 기획을 하는 사람이 제일 신경 써야 하는 것 중의 하나가 날씨입니다. 어김없이 습관처럼 2주전부터 주간 날씨를 점검합니다. 구름 한 점 없는 쾌청한 날씨라는 기분 좋은 기상예측을 철석같이 믿으며 행사를 준비했는데 행사를 5일 남겨두고 날씨 예보가 돌변하기 시작합니다.
지난 달 29일 태평양 괌 근처에서 발생한 태풍 콩레이가 일본 오키나와를 거쳐 한반도를 강타할 것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예보였습니다. 행사를 준비하는 팀에서는 행사를 그대로 진행할 것인가 연기할 것인가의 고민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지난 늦여름 태풍 솔릭이 남기고 간 인상 깊은 경험이 생각이 나서 이번에도 솔릭스러운(?) 태풍이 될 것이라 생각하고 그대로 진행을 하자는 의견과 이번엔 진짜일 가능성이 많다는 의견으로 나뉘었습니다. 우리의 삶이 늘 그렇듯이 두 가지의 선택지를 놓고 결정하기 시작합니다.
첫째 행사를 연기할 것이냐 아니면 강행할 것이냐? 우선 두 가지의 선택지 중에서 행사 준비 팀은 예정대로 진행한다는데 의견을 모았습니다. 그리고 다음의 선택지는 당일 날 비가 올 것인지 아니면 지난 번처럼 흐지부지 사라지며 비가 오지 않을 것인지에 대한 경우의 수를 놓고 의견을 나눈 결과 일단 행사 이틀 전까지 최후 상황을 보고 결정하기로 하고 이 상황에서 비가 오지 않을 경우의 플랜 A와 비가 올 경우인 플랜 B로 놓고 경우의 수에 따라 프로그램을 달리 준비해야 했습니다.
행사 당일 하루 전에 최종 일기 예보는 어김없이 100% 비가 오는 상황을 알렸습니다. 이 때 우리 진행 팀은 과감하게 플랜 A를 포기하기로 결정합니다. 결정적인 순간에서는 포기가 빨라야 함을 많은 행사 진행을 통해 터득했습니다. 그리고 플랜 B에 집중하여 전체 프로그램을 수정해 나가는 작업을 시작합니다. 행사 기획자에게는 상황 별 탄력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우리의 삶에도 그대로 적용이 됩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에 모든 일이 우리의 생각과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음을 우리는 너무나 많이 보고 경험하여 왔습니다.
그리고 그때 우리의 선택결정과 처신은 정확해야 하고 신속해야 합니다.
드디어 디 데이 (D-Day)입니다.
이제는 음악회 행사가 4년째에 접어들면서 이 행사가 하나의 커다란 시스템으로 움직임을 보게 됩니다. 음악회 전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을 맡아서 준비하는 팀, 무대의 음향과 조명과 객석 등을 준비하는 팀, 행사에 참가할 사람들을 연락하고 점검하는 팀, 행사를 위한 대외 홍보팀, 참가자 수에 맞춘 음식과 갖가지 행사용 후원 물품을 접수하는 팀, 그리고 무대 참가자 섭외 및 참가자들의 각자의 연습과 리허설 담당 등…
처음에는 이러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에 시간이 많이 소요되었지만 이제는 음악회가 선포되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알아서 준비하고 움직이는 유기적인 하나의 시스템임을 경험하게 됩니다.
이제 우리가 할 일은 이 시스템을 어떻게 개선시키고 발전시켜 나갈지를 고민하는 것입니다.
대룡산 너머 맑은 하늘에서 무수히 쏟아지는 별빛들을 후광처럼 받으며 확 트인 둥지마을에서 세상을 향하여 선포하듯이 쏟아내는 음악들 속에 담긴 아주 특별한 낭만들을 올해는 아쉽게도 과감히 포기해야만 했습니다. 대신 태풍으로 인해 가까운 마을회관에다 무대를 꾸미고 창 밖으로 내리는 가을 비를 바라보며 연출한 가을비와 음악의 앙상블은 이날 음악회의 또 다른 멋들어진 낭만이었습니다.
가을비의 나그네들처럼 삼삼오오 찾아 든 둥지마을 회관은 어느덧 발 디딜 틈 없이 빼곡히 채워지며 둥지마을 작은 음악회 그 네 번 째 시작을 알리는 색소폰 앙상블이 연주되기 시작합니다.
이번 음악회의 부제를 각인시키는 <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라는 명품곡이 연주되면서 참석한 음악동호인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시작합니다. 순식간에 작은 공간은 음악이 쏟아내는 멋진 하모니로 인해 낭만과 감성의 도가니로 변해버립니다.
감미로운 색소폰 연주에 이어서 이 음악회의 무대 총감독인 친구의 드럼연주로 장내가 다시 흥겨움의 장으로 돌변합니다. <청춘 프로젝트 2020>의 무대를 위하여 바쁜 일상 가운데 시간을 쪼개서 드럼 스틱을 잡고 음악을 시작하여 불과 1년 반 만에 관객의 흥을 절로 돋구는 드러머로서의 성공적인 변신에 참석한 모든 사람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습니다.
우리들의 음악회는 바로 이런 도전을 추구합니다. 음악이 생활의 일부가 되는 삶, 음악을 통하여 일상의 활력을 얻는 삶, 음악을 통하여 사람과 사람이 하나로 되는 삶, 음악을 통해 삶의 의미를 배웁니다.
이날 음악회는 색소폰과 드럼 연주에서 시작하여 다양한 장르의 노래와 춤이 공연되었습니다. 아직은 서투르고 세련되지는 않지만 시간이 갈수록 더 멋지게 다듬어질 것을 기대합니다. 설령 다듬어지지 않아도 그게 무슨 대수겠습니까? 음악과 가까이 하고 함께 하는 그 삶 자체가 아름답고 의미가 있습니다.
무대라는 하나의 꿈과 비전은 마음을 젊게 만들고 우리를 열정 속으로 초대하는 힘이 있습니다.
더 멋지고 완성된 음악과 춤과 더 멋진 공연을 기약하며 가을밤의 낭만적인 음악의 향연은 그렇게 저물어 갔습니다.
늘 그렇듯이 음악은 끝났지만 여운은 아직도 살아 있습니다. 음악회가 선사한 그 여운과 또 다른 새로움을 기약하는 꿈과 기대감은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도전이고 존재하는 이유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