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오물놀이>로 문단에 데뷔한 나루는 다시 소설 <버지니아>로 상당량의 돈을 만지게 되었다.
기분이 심기일천(心氣一天)한 나루는 오랜만에 스포츠 카를 몰고 나갔다.
경부 고속도로를 탔다.
독일의 어느 도로는 제한 속도가 없느 곳이 있다고 하던데 아쉽다.
이미 딱지를 두 차례 띈 나루는 조심하여 운전하였다.
카츄는 오랜만에 기분 전환을 할 필요가 있었다.
국민차 <티코>를 애용하는 카츄는 부담없이 고속도로 주행료를 내고 경부 고속도로를 탔다.
"굳이 비싼 차를 탈 필요가 있나. 국민 차 <티코>가 얼마나 좋아."
제한속도 100Km를 충실히 지키면서 드라이브 하던 카츄에게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만 5년 밖에 안 탄 티코가 빌빌대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빌빌빌.............
"응?"
"이런 젠장, 고속도로에서 고장이 나면 어떡해."
"이래가지고야 국민차 소리를 들을 수 있나!!!!"
카츄는 갓길에 차를 세어놓고 핼프 미를 외쳤다.
"도와줘요!"
"도와줘요!"
"도와줘유~~~"
"도와~~~~"
차들이 카츄를 무시하고 지나갔다.
쓩-------.
휭--------------------.
어쩌면 카츄를 무시한 것이 아니라 티코를 무시했는지도 몰랐다.
한국인의 심층 구조 저 아래 무의식 속에는 티코를 무시하게끔 설계되었는지도 모른다.
"우이쒸~~~ 티코라고 무시해서 안 도와 주는 거로군."
그 때였다.
끼익----------------.
최신 스포츠 카가 멈췄다.
"무슨 일이죠?"
고개를 내민 사람은 나루였다.
"앗!!!!! 나루..날세......차가 고장 났는데 좀 도와주게."
"그러지. 걱정말게."
나루는 자신의 최신 스포츠 카에 카츄의 티코를 연결했다.
"근처 휴게소까지만 부탁하네."
"출발하겠네. 너무 빨리 달리면 경적을 울리게.
속도를 늦출 테니까."
"역시 나루는 친절하군. 그런데 너무 빠르면 경적을 울리라고!!"
'티코라고 무시하네.'
카츄의 무의식 깊은 곳에서 티코에 대한 자부심이 무너지고 있었다.
씨잉~~~~~~~~~~~~~
140K였다.
'좀 빠르군.'
나루는 경쾌하게 달렸다.
"룰루룰루~~~~"
"역시 스포츠 카를 따라 잡을 차는 없다니까."
그 때였다.
무언가 휭--- 하고 검은 물체가 지나갔다.
"어?"
"어쭈. 개새끼 같은데 감히 내 차를 추월해서 달려?"
"최신 스포츠카의 위력을 보여주마."
부아아아아앙.
나루는 엑셀을 밟았다.
그 검은 물체를 거의 따라 잡은 순간 나루는 엄청 자존심이 상했다.
"어! 저거 개가 아니라 그 때 그 닭 아냐!"
분명 그 때의 그 닭이었다.
닭은 나루를 힐끔 보곤 비웃듯 씨익 웃는 듯이 보였다.
아니 씨익 웃었다.
분명 비웃었다.
나루는 그렇게 확신했다.
그리곤 닭은 나루를 다시 한번 힐끔 보곤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어!! 저 닭이 또 속도를 올렸네?"
"뒤질 수야 없지."
부아아아아아아앙~~~~~~~~~
200km.
나루의 앞을 달리던 벤츠 차가 자신을 따라 잡는 줄 알았다.
그의 무의식 깊은 곳에서 외제차에 대한 자부심이 구겨짐을 느꼈다.
"어? 스포츠카가 속도를 올렸네?"
"잡힐 수야 없지."
벤츠도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부아아아아아아앙~~~~~~~~~
고오오오오오오오오~~~~~~~~~~~~
220km.
고오오오오오오오오-----------.
카츄는 경적을 울리기 시작했다.
빵빵.
빵빵.
빵빵.
쐐앵.............
빵빵빵.
휴게소를 지나치고 있었다.
주유소 직원 한 명이 그들의 경주를 지켜보며 기름을 흘리고 있었다.
그 날 저녁.
"어제의 고속도로를 폭주한 광란의 경주를 목격한 휴게소 직원의 증언입니다."
TV에서 리포터가 상당히 흥분한 얼굴로 뉴스를 진행하고 있었다.
"정말 대단했어요."
휴게소 내에 있는 그 주유소 직원은 식은 땀을 흘리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우와~~~.
"글세, 최신 벤츠와 스포츠카가 시속 200km이상으로 경주를 하는데 그 뒤를 티코가 바짝 따라가
는 겁니다. 게다가 길 비키라면서 크락션을 마구 누르면서 말입니다. 아!!! 대단한 티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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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각 카츄는 병원에 있었다.
"으으윽 심장.............심장이............"
카츄의 심장 박동 박동수가 위험 수치를 넘어서고 있었다.
잠꼬대 비슷한 소리를 하면서.
정말 무의식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소리였다.
"서......서..... STOP!!!!!!!!!!!!!!"
엔딩.
그리고 에필로그.
다음날 나루가 카츄를 병문안 했다. 세이클럽 동호회의 <진여문학동인>은 모두 와 있었다. 벼리도 있었고 달비도 있었고 카프리 콘도 있었고 줄리앙도 와 있었다. 벼리와 달비와 카프리 콘은 20대 여자이고, 카츄와 나루는 30대 남자 그리고 줄리앙은 40대 남자다. 그들은 나이, 성별, 직업, 가치관, 학력은 모두 달랐지만 <소설사랑> 하나만으로 <진여 문학 동호회>를 결성했다. 벼리, 달비, 카프리 콘, 카츄, 나루, 줄리앙 등은 모두 그들이 세이클럽 <진여 문학 동호회>에 글을 올릴 때의 아이디다. 그들은 이름보다 아이디로 부르기를 즐겨했다.
룰루는 오지 못했다. 룰루는 줄리앙의 쌍둥이 동생이라는데 이상하게 줄리앙이 있으면 룰루가 없었고 룰루가 오면 줄리앙이 못 왔다.
"그 닭은 뭐였을까?"
"글세... 분명 보긴 봤나?"
카츄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나루를 쳐다봤다.
"분명 닭이었네."
"글세, 믿을 수 없는 일이어서."
"세상엔 불가사의한 일이 많아요."
벼리가 나루 편을 들었다.
"그래도...어떻게 한 마리 닭이........"
카프리 콘은 카츄 편이었다.
"분명 닭 주인도 만나 보았었네."
"어디 살든가?"
"산너머 남촌."
"산너머 남촌? 그런 동넨 없네."
"없다고?"
"그런 동네야 문학 속에나 존재하는 것 아닌가?"
"그럼............"
나루는 그 때 일을 생각해보니 이상한 점이 있긴 있었다.
그 땐 뚜렷이 알 수 없었지만 그 닭 주인, 농부는 나루를 닮아 있었다.
너무나 나루 자신을 닮아 있었다.
"그 닭은 그럼............."
오직 줄리앙만이 그 의미를 안다는 듯 빙그레 웃었다.